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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8-02-08 12: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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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크는 생명, 재산, 자유 이 세 가지가 자유주의를 정의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분명하게 밝혔다
-하이에크, “이미 익숙하고 확보돼 있는 자기 영역 즉 재산, 직업, 가족의 생명과 안녕 보호가 자유”
-사회주의의 자유는 타인의 자유 희생하면서 얻는 ‘~할 자유’… 광화문 광장의 음악과 구호가 대표적


보통 사람들은 막연히, 자본주의는 자유를 중시하고, 사회주의는 평등을 중시한다고 생각한다. 맞는 말이다. 자본주의의 철학적 근거는 자유주의다. 자유주의는 영국의 아담 스미스와 존 로크의 사상에 기초를 둔다. 더 정확히는 홉스가 내린 자유의 정의에서 시작하여 로크, 흄, 에드먼드 버크를 거쳐 현대에는 하이에크, 미제스 등 오스트리아 학파 경제학자들과 미국의 시카고학파 경제학자들로 이어진다.


그럼 도대체 자유란 무엇일까? 홉스는 자유를 욕망과 연결 지어 해석했다. 자유라는 것은 욕망의 운동에 아무런 방해가 없는 상태이다. 예를 들어 내가 배가 고파 뭔가를 먹고 싶을 때, 또는 멋진 옷을 보고 사고 싶을 때 나에게 그 음식이나 옷을 살 돈이 없다면, 그 상태는 나의 욕망의 운동을 방해한다. 다시 말해서 그 때 나는 부자유하고, 나에게는 자유가 없다.


▲ 자유는 욕망의 운동에 방해가 없는 상태이다. 미국 대공황 당시 거리 풍경.


그러고 보면 자유는 재산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인간에게 자신의 욕구를 실현할 수단, 즉 사유재산이 없으면 그에게는 자유도 없다. 그런데 자유와 재산은 모두 인간의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것이다. 또 한편으로는, 생명이 없으면 자유의 실현과 재산의 형성 자체가 아예 불가능하다. 따라서 생명과 재산과 자유 이 세 가지는 마치 서로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세 개의 곡선 화살표처럼 하나의 원을 이루고 있다.


이것이 바로 로크가 말한 자유주의의 3대 요소이다. 일찍이 로크는 생명, 재산, 자유 이 세 가지가 자유주의를 정의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분명하게 밝혔다. 그리고 인간의 권리는 이 세 가지가 침해당하지 않을 권리 이외의 다른 아무것도 아니라고 했다. 생명은 재산과 자유 없이는 존속할 수 없으며, 재산은 생명과 자유 없이는 취득이 불가능하고, 또한 자유는 생명과 재산이 보장되지 않는 한 누릴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로크의 세 가지는 한 가지로 묶어서 말해도 좋을 것이다. 생명과 재산을 자유에 포함시켜도 좋고, 생명과 자유를 사유재산에 포함시켜도 좋으며, 재산과 자유를 생명에 포함시켜도 좋을 것이다.


자유를 이처럼, 욕망을 추구하고 실현하는 데에 아무런 ‘방해가 없는’ 상태라고 정의함으로써 그는 소극적 자유, 즉 ‘…로부터의 자유’(freedom from…)라는 현대적 자유주의의 기초를 확립했다. 이때 ‘…로부터’라는 것은 ‘나의 욕망 충족을 방해하는 것으로부터’라는 의미가 될 것이다. 이와 같은 ‘…로부터의 자유’가 바로 소극적(negative) 자유이다.


하이에크는 소극적 자유 가운데에서도 더 극단적인 소극적 자유를 주장한다. 자유란 ‘…로부터의 자유’조차 아니라고 그는 주장한다. ‘자유를 위한 노력’에서 자유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 이미 익숙해 있고 확보되어 있는 개인 영역을 보호하는 것이 곧 자유라고 했다.


개인이 보호하려는 ‘이미 익숙해 있고 확보되어 있는 자신의 영역’이란 다름 아닌 재산과 직업, 그리고 가족의 생명과 안녕일 것이다. 다시 말하면 우리가 무심하게 살아가는 일상적 생활의 영역이다.


그런데 개인들이 보호하려 하는 자신의 생활방식은 오랜 세월에 걸쳐 변화된 것이다. 거기에는 인간의 역사가 스며들어 있다. 이것을 보호하는 것이 자유라면, 자유란 본질적으로 보수의 것일 수밖에 없다. 자기의 생명, 재산, 생활방식, 그리고 이와 관련된 규칙이나 법률을 보수(保守, conserve)하는 것이 곧 자유이기 때문이다. 하이에크는 그런 자유만이 참답고 유용하고 현실적으로 가능한 자유라고 보았다.


그런데 좌파도, 다시 말해 사회주의자들도 자신들은 자유를 위해 투쟁한다고 말한다. 그러면 보수의 자유와 사회주의의 자유는 어떻게 다른가? 보수의 자유는 자신들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소극적 자유인데 반해, 사회주의자들의 자유는 타인의 자유를 희생시키면서 자신의 자유를 달성하려 한다. 다시 말해 ‘…로부터의 자유’(freedom from…)가 아니라 ‘…할 자유’(freedom to …)라는 적극적 자유이다.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면? 광화문 광장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매일같이 지축을 꽝꽝 울리며 자극적 음악과 구호를 외쳐대는 좌파들의 행동은 자유다. 그러나 그들의 행동은 시끄러운 소음을 듣고 싶지 않은 사람들의 자유를 희생시켜 자신의 적극적인 자유를 행사하고 있는 것이다.

(강위석, in 『오래된 새로운 비전』을 읽으며 든 생각)



[덧붙이는 글]
['제3의 길' 轉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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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자 '제3의 길' 칼럼니스트 박정자 '제3의 길' 칼럼니스트의 다른 기사 보기
  • 상명대 명예교수. 서울대 불어불문학과 학사, 석사, 박사.

    역서 : '인간의 얼굴을 한 야만’, ‘현대세계의 일상성’, ‘사상의 거장들’ 외 다수.
    저서 : ‘빈센트의 구두’, ‘로빈슨 크루소의 사치’, ‘시선은 권력이다’, ‘마그리트와 시뮬라크르’, ‘잉여의 미학’, ‘이것은 정치 이야기가 아니다’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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