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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9-03-07 13:05:32
  • 수정 2019-03-07 15:3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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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북회담이 결렬된 뒤 북한은 미사일 발사ㅓ기지를 신속하게 복구하고 있다. [Digital Glove via 38North]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된 뒤 북한이 빠르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싱가포르 회담 뒤 일부 해체됐던 서해 발사장의 주요 시설물들이 빠르게 복구되고 있으며 평양시 인근 산음 미사일공장에서도 미사일을 운송하기 위한 준비작업이 활발히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북한이 미사일 발사장을 다시 짓고 있다면 "매우 실망스러울 것"이라고 말함으로써 북한의 강경 대응 움직임에 대해 경고하고 나섰다.


하노이 회담 결렬이 파국으로 이어질 지가 주목되는 상황에서 나온 북한의 미사일 발사 재개 움직임은 미북간에 핵협상이 당분간 재개되기 어렵다는 전망을 낳고 있다.


현재 상황에서 적어도 김정은 위원장은 미북회담을 통해 핵보유 인정 및 대북제재 해제라는 명제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또 이러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다시 만날 생각도 없어 보인다.


오히려 지금 상황에서 미사일 도발 조짐을 통해 미국이 먼저 협상해 오기를 바라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판단된다.


이미 김정은은 신년사에서 "미국이 세계 앞에서 한 자기의 약속을 지키지 않고 우리 인민의 인내심을 오판하면서 일방적으로 그 무엇을 강요하려 들고 우리 공화국에 대한 제재와 압박에로 나간다면, 우리로서도 어쩔수 없이 부득불 나라의 자주권과 국가의 최고 이익을 수호하고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전을 이룩하기 위한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될 수도 있다"고 경고한 바 있었다.


당시 밝힌 '새로운 길'이 미사일 능력을 극대화하는 방향임을 이번에 행동으로 보이고 있는 것이다.


북한이 서해 발사장 시설을 복구하기 시작한 것은 하노이 회담 10여일 전부터인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대해 국정원은 5일 국회보고에서 두 가지 측면이 모두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결렬에 대비해 발사 재개를 준비하거나 아니면 회담 성공시 '멋있게' 폭파하려고 준비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정원의 이러한 판단은 잘못된 것이었음을 알 수 있다. 북한이 미사일 생산 공장인 산음 기지에서도 이미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미북회담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할지라도 영변핵시설은 포기하지만 다른 시설들은 고수하고 또 더 발전시켜 나갈 의향이 있었다고 불 수 있기 때문이다.


▲ 5일 새벽 3시 평양에 도착한 김정은 [노동신문]


물론 하노이 회담 결렬 과정을 보면, 김정은은 상당한 성과를 기대하면서 회담의 성공, 특히 북한 주도의 결말을 확신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조차 회담 결렬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음을 볼 때 김정은은 더할 나위가 없었을 것이다.


아마도 최선희 외무성 부상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특별대표,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이 스웨덴에서 3박4일 동안 함께 술도 마시고 폭넓게 의견교환을 한데 이어 비건 대표가 북한이 요구하는 대로 평양으로 날아가 실무협상을 하는 등의 과정에서 조짐이 좋다고 느꼈을 것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걸핏하면 "김정은 나의 친구"라면서 개인적 관계가 좋다고 강조한 것도 낙관하는데 한 몫 했을 듯하다.


미국 입장에서는 북한의 의견, 특히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을 파악하는데 사전 접촉의 핵심이었기 때문에 그저 고개를 끄덕끄덕하는 정도였다고 볼 수 있다. 이를 북한이 오판했을 수도 있다.


더불어 문재인 정부의 미북회담 관련 정보나 판단력도 김정은의 오판을 부추기는데 한몫했을 것이다.


그런데 자신의 재선에 있어 핵심 이슈인 북핵 문제를 북한이 원하는대로 들어줄 수 없는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에서 단호한 결정을 내리자 김정은은 모욕적이라고 느낄 수도 있었을 것이다.


6일(현지시간) CNN 보도에 따르면 하노이 회담 이튿날인 2월 28일 회담을 끝낸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장에서 나가버리려 하자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김위원장의 메시지를 가지고 미국 측에 급히 달려왔다고 한다.


회담에서 영변 핵단지의 폐기의 정의를 두고 벌인 논란에 대한 김정은의 답변이었다. 이 답변을 미국이 거부하자 최선희는 다시 김 위원장에게 달려갔고 영변의 모든 것이 포함된다는 답변을 가지고 왔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미국은 협상을 계속하길 거부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몇 시간 뒤 워싱턴으로 떠나 버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애시당초 영변핵단지 폐기만으로 이번 회담을 마무리지을 의사가 전혀 없었으며 최소한 미사일 폐기까지라도 가야한다는 전략을 가지고 있었음이 확인된 셈이다.


그리고 그러한 미국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언제든지 회담장을 박차고 나갈 준비가 되어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이미 회담 전부터 "서두르지 않겠다"는 말을 여러 차례 밝힌 것과, 뒤에 "서두르기 보다 옳은 해결책이 필요했다"면서 결렬을 정당화한 것은 급한 것은 북한이지 미국이 아니라는 전제를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주기에 충분했다.


이러한 미국의 전략을 북한은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고 한국의 문재인 정부 역시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다.


정보가 부족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이미 미국은 수차례 스티븐 비건 대표를 통해 의견을 제시했지만 북한은 영변핵 포기를 얻기 위한 위장술 정도로만 이해하고 있었다. 1차 회담에서 북한 주도로, 북한이 요구하는 대로 회담이 흘러갔기 때문에 2차회담도 쉽게 본 북한의 오판이었다.


김정은을 "나의 친구"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던 것도 트럼프의 협상 전략이었다. 상대방을 치켜 세워주면서 실속을 얻고자하는 그러한 전략말이다.


이를 북한도 오판했고 한국의 문재인 정부나 언론들 역시 크게 오판해 엄청난 오보들을 저지른 셈이 되었다.


결국 미북회담의 결렬은 절대 실수하지 않는다는 무오류(無誤謬)의 수령 권위가 훼손되었다는 측면에서 자존심이 크게 상했을 가능성이 높다.


어찌되었건 북한은 지금 신속하고 단호한 반발을 준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에 본때를 보이겠다는 태세다.


이러한 북한의 행동은 3차 미북회담에 대한 기대를 아예 접었다고 볼 수 있다. 하노이 회담을 낙관하면서 북한으로선 대단히 파격적인 영변 핵단지 전체 시설의 폐기를 제안하는 등 나름 노력을 다했다. 내년말 미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과 가질 수 있는 마지막 협상 기회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제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전략을 ‘재선방해’로 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미 대통령 선거에서 현직 대통령이 재선되지 않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 가능성이 역대 다른 대통령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차제에 아예 새로운 대통령과 북핵협상을 벌이는 전략으로 김정은도 수정했을 가능성이 있다.


아예 새로 협상을 시작하는 것이 북한으로서도 좋을 수 있다는 판단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낙선전략’을 위해 북한은 상당기간 미국을 사거리로 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능력을 완성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대북제재다. 지금의 제재가 더 지속된다면 북한은 사실상 외환위기로부터 시작해 엄청난 경제적 후폭풍을 맞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북한에 대한 제재는 유엔 주도로 더욱 치밀해지고 있다. 대충 넘어갈 사안이 아니라는 의미이다. 서방세계가 북한이라는 '범죄자'를 달래기보다 처벌하는 쪽으로 경도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에 북한은 영변 핵단지 폐기의 대가로 유엔 안보리 제재 11개중 민생경제와 관련한 5개 항목을 해제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미국은 사실상 제재를 전면 해제하라는 요구로 받아들여 거부했다.


북한이 요구한 5개 항목은 돈으로 따지면 연간 15억달러(약 1조7000억원) 미만이라고 한다. 제재 이전에 석탄과 수산물, 의류, 노동력 수출 등을 통해 북한이 벌어들인 돈을 토대로 계산한 금액이다. 북한이 얻을 경제적 실익은 생각보다 크지 않은 것이다. 그보다 상징적 의미에 더 주목했을 것이다.

김정은이 이번 회담을 낙관했던 것은 이같은 계산법을 따랐을 것이다. 연간 15억달러 정도의 돈을 벌자고 수십년 막대한 투자로 구축한 영변 핵단지를 내놓겠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따라서 북한이 충분히 비핵화에 진정성이 있음을 미국도 납득할 수 있다고 믿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위원장을 친구로 생각하는 한 상징적 의미 정도는 배려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최선희 부상이 회담 결렬 뒤 기자회견에서 "김위원장이 미국의 계산법을 이해하지 못하는 듯하다"고 말한 대목은 이런 점을 말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이번에 영변 핵단지와 민생제재 철회를 교환하자고 제안했다. 이를 거절한 미국이 미사일과 현재 보유한 핵폭탄, 은닉된 우라늄 농축시설 등까지 포기하는 완전한 비핵화를 요구하면 북한은 '한반도 비핵화'를 내세울 것이다. 이마저도 미 대선이 끝난 뒤인 2021년까지는 기다릴 것이다.

그렇다면 2021년까지 어떻게 버틸 것인가? 이것이 지금 김정은이 가지고 있는 최대의 숙제이다.


방법이 하나 있기는 하다. ‘남측정부’를 후려치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약속했던 사항들에 대해 민족자주의 정신으로 수행하라고 요구할 것이다. 만약 남측정부가 들어주지 않으면 적당한 협박도 할 것이다.


결국 ‘남측 대통령’이 물정도 모르고 내뱉은 말에 ‘대한민국’이 끌려다닐 가능성도 점점 짙어지고 있다. 이 상황에 한미군사훈련도 안한단다. 갈수록 난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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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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