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 기사등록 2018-02-08 12:26:13
기사수정
-지방 소도시에 가면 구도심 자영업자들의 노령화, 상권이동, 상품서비스의 진부화 등이 보인다
-공무원과 공공기관(국책연구기관) 등 공공부문 및 준공공부문 종사자들은 한국 현실 보지 못해
-국민과 국가 전체에 문재인 정부가 지난 몇 달 동안 한 짓을 보라, 내 분노가 과잉이고 편향인가


등산을 하다보면 산 전체가 한 눈에 들어오는 능선이 있다.

한국 사회라는 거대한 산도, 그 전체의 모습이 잘 보이는 능선이 있다.


명절 때 간혹 접하는 지방 소도시 구도심 자영업자들이 그 중 하나이다. 노령화, 상권이동, 상품서비스의 진부화 등이 한 눈에 보인다. 지자체들이 개념없이 돈 쳐발라서 구도심 공동화를 촉진시킨 느낌도 강하다. 삼천포의 경우 수산업 종사자들 다수도 그렇다. 수만 년의 역사를 가진 수렵/채취업인데, 바다의 생명력이 고갈된 상태니 오죽하겠는가?


군 단위 읍면에서 장사하는 사람들도 한국 사회의 모순 부조리가 비교적 잘 보이는 위치일 것이다. 따지고 보면 대도시 자영업자 비슷하다. 자영업자와 영세기업들이 오밀조밀 사는 동네들은 대체로 진입 장벽이 너무 낮다. 거의 내수 중심인데, 이들을 압박하는 요인이 너무 많다.


당장 과거에 비해 (해외여행으로, 외국인 노동자의 송금 등으로) 해외로 나가는 돈도 많고, 국민연금 등으로 국가에 과잉 축적되는 돈도 점증하고 있다. 기업형 가게들(프랜차이저 포함)도 밀고 들어온다. 게다가 노령화 쓰나미가 밀려온다. 이들 자식들은 (변변한 직장을 가지지 못했으니) 깨진 가정, 조손 가정이 많다. 외국인 신부들도 드물지 않다. 명절 때는 우리 사회의 바닥 현실과 속살에 대한 얘기를 많이 듣는다.


한국 사회 전체가 잘 보이는 위치가 있다면 잘 보이지 않는 위치도 있지 않을까?


정말로 잘 안보이는 위치가 공무원과 공공기관(국책연구기관) 등 공공부문 및 준공공부문 종사자다. 그 중에는 빼어난 지성과 덕성을 가진 사람도 많다. 그런데 이들의 정서와 생각을 접하다 보면, 역시 존재가 의식을 결정까지는 몰라도 크게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사람은 자신의 경험적 한계를 뛰어넘기 힘든 것 같다. 솔직히 직업상 국민 전체를 보려고 무진 노력하는 나도 지방을 왔다갔다 하지 않았다면, 지방 문제를 얼마나 진지하고 치열하게 생각했을지 의문이다. 비정규직, 비임금근로자, 비경활 인구도 마찬가지다.


정치 현안에 대해 다양한 사람들과 얘기하다 보면 그렇다.


정치는 가치의 권위적 분배라고 한다. 가치의 우선 순위를 정해서 권력=강권력을 통해서 할당하는 것이다.

가치의 우선순위는 헌법 제7조의 규정대로 ‘국민 전체’의 처지와 조건을 알아야 제대로 세울 수 있다. 그런데 이걸 아는 것이 결코 간단치 않다. 수많은 개인 및 가구단위의 소득 통계, 고용임금 통계, 세금 통계 등이 국민 전체의 처지와 조건을 가늠하는 창의 하나이다.


그런데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국민 전체’의 처지와 조건을 모른다. 사람들은 자신이 누리는 권리, 이익이 지극히 정상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의 공공부문은 그 권리(임금, 연금, 복지, 고용안정성 등) 수준이 너무나 높다. 우리의 생산력 수준을 감안하면 세계 최고라고 말할 수 있다. 조선시대 양반관료와 위상이 같다. 그런데 이를 아는 사람들이 정말 적다. 아직도 공공부문 종사자 중에는 자신들이 정상이고, 민간부문이 비정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이들은 아마 재벌 대기업이 많이 쳐먹어서 문제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래서 파리바게뜨에 대해 직고용 강제 명령에 대해 별 문제의식도 없는 사람이 많다).


내가 문재인 정부를 비판했던 내용은 공공부문, 비정규직, 최저임금, 노조 정책, 파리바게뜨 등이다. 불평등, 양극화, 일자리 관련 부분이다. 솔직히 내 전공 분야다. 내가 잘 알고, 그 누구 못지 않게 연구를 열심히 한 만큼 비판의 선봉에 서지 않을 수 없는 분야다(8.2 부동산 정책은 내가 잘 모르는 분야라서 글을 별로 쓰지 않았다).


이런 기준 내지 프레임으로 보면, 사회의 80~90% 서민의 삶에 대한 파괴적 영향에 관한 한 전두환, 박정희, 박근혜 정부보다 문재인 정부가 훨씬 크다. 국정원 사찰/정치개입, 야당 탄압, 고문, 인권 등에 대해서는 문재인 정부와 전두환, 박정희 정부는 도대체 비교가 불가능하다. 당연히 문재인 쪽이 훨씬 앞선다. 하지만, 불평등, 양극화, 일자리에 관한 한, 정반대 측면에서 비교가 불가능하다.


한국 민주주의를 마지노선 민주주의니 어쩌구 하는 진단이 있다. 여가(저녁이 있는 삶 등)를 확보하는 것이 민주주의 발전의 관건이라는 얘기도 있다. 솔직히 참으로 얕은 진단이다.


한국 민주주의는 한마디로 성왕(성군)주의다. 국가/중앙/상층 권력이 엄청나게 과잉이고 집중된 상황에서 그 최고 수장을 훌륭한 사람으로 뽑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권력이 좌지우지하는 것이 너무 많고, 한 곳에 집중되어 있으면(균열과 갈등이 너무나 다양하고 치열한 이 나라에서는) 성왕은 절대로 나올 수가 없다. 되치기 또 되치기가 일어난다. 정권이 바뀌면 문재인 정부가 이명박근혜가 당하는 만큼 당하게 되어 있다. 지난 몇 개월 간 한 일만 가지고도 파 헤치면 그렇게 되게 되어 있다.


촛불 혁명이라는 것은 본질적으로 조선의 반정과 같다. 동인, 서인, 노론, 소론 등 사색당파로 나눠 싸우던 양반사족 정파들 간의 권력 교체인 것이다. 광화문 광장을 주름잡던 세력(공공부문과 대기업 노조 등)은 본질적으로 현대판 양반사족들이다. 촛불을 들고 나간 사람들은 그렇지 않았지만, 무대를 주름 잡고, 지금 자신의 기여에 대해서 청구서를 내미는 세력은 상위 10~20% 안에 드는 양반 사족들이다. 두터운 지대 수취자들이다.


▲ 현대판 양반사족들은 우물 안에 들어앉아 자유와 민주를 찬양한다.


이들은 전체 국민의 처지와 조건에 대해서 놀랄만치 무지하고, 둔감하다. 자신들이 정상이고, 대다수 민간이 비정상인 것은 수구/보수/기득권/재벌 탓이라고 강변한다. 한국 민주주의에 대해 무슨 마지노선 민주주의니, 여가 부족이니 하는 소리는, 완전히 틀린 소리는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장님 코끼리 만지기 같은 소리다. 특정 부위를 제대로 만졌지만,전체 상은 잡지 못하였다.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상위 10~20% 지대수취자, 바로 현대판 양반사족들이 주도하는 성왕주의요, 관주주의다. 이들은 (나 역시 참여한) 촛불 반정을 통해 내쫓은 혼군 박근혜보다 문재인이 엄청나게 뛰어난 성군인줄 안다.

눈을 들어 국민 전체와 국가 전체를 보라. 문재인 정부가 지난 몇 달 동안 자행한 짓들을 보라. 내 분노가 과잉이고 편향인가? 당신들의 신뢰가 과잉이고 편향인가? 사회디자인연구소 홈페이지에 들어와 글들을 읽고, 한번 따져보라.


보고 싶은 것만 보는 현대판 양반사족들은 자신들이 판 우물 안에 들어앉아, (자유와 민주가 넘실댄다며) 공기가 달라졌다고 자화자찬할 지 모르겠다. 정치 비평을 하는 것, 가치의 우선순위를 따지는 것, 처지와 조건이 천차만별인 국민 전체를 아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덧붙이는 글]
['제3의 길' 轉載]
관련기사
TAG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hytimes.kr/news/view.php?idx=318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정기구독
교육더보기
    게시물이 없습니다.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