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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8-01-25 14:50:26
  • 수정 2018-01-26 08:5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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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가 절실히 요구하는 가치와 정책을 안다면, ‘자유한국당 소멸’ 같은 전대협 식 전략은 안 나온다
-한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기업경영 시스템은 도전 꺼리게 하고 ‘시행착오 경험 축적’ 가로막는다
-대한민국은 70억 인류가 희구하는 가치 생산하지 않고, 누군가 생산한 것 뜯어먹고 나눠먹을 생각뿐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청와대 홈페이지에 들어가 봤다.

청와대 홈페이지

▲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는 전대협/운동권 지진아들이 장악한 것 같다.


첫 페이지가 ‘한국경제 괜찮습니다’ ‘위기라고요? 97년 위기와 비교해 보면’이다. 아래로 내려보고, 좌우로 가 보니 문재인 대통령 동정이 뜬다.

특이한 것은 두번째 페이지에 임종석 얼굴이 화면을 가득 채우는데 자막 아래 ‘박근혜 정부 세월호 관련 문서 조작 의혹 관련’이라는 문구가 뜬다.

박근혜 정부 세월호 관련 문서 조작 의혹 관련

firstPage와 secondPage를 보니 억장이 무너진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 두 페이지가 별개가 아니다. 무엇을 위기로 보고 있는지, 주된 대립물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는 건강한 사람도 무리하면 종종 걸리는 감기몸살 같은 것이었다. 그런데 중병으로 진단하고, 그나마 엉뚱한 처방(고금리, 부채비율 200% 등)을 해서 엄청난 출혈을 초래하고, 전반적인 경제체질을 더 악화시켰다.

그러나 지금의 위기는 당뇨, 고혈압, 비만, 고지혈증 같은 만성병이 오래 되어 수많은 합병증이 악화되는 것이다. 급속한 조로증이라고도 할 수있다. 그래서 정치, 공공, 노동, 금융, 산업, 교육, 지방자치, 복지(의료, 연금 포함), 조세•재정 등 다방면에 걸쳐 대대적인 구조개혁이 필요하다.

만약 위기=주적을 이렇게 설정하면 전략이 달라지고, 친구가 달라진다.

동네 뒷산은 슬리퍼에 반바지로 올라갈 수 있지만, 지리산이나 히말라야는 그런 차림으로는 오를 수 없다. 마찬가지로 시대가 절실히 요구하는 구조개혁을 하려면, 경세방략의 모색과 함께 국회에서 180석 이상의 안정적인 의석 확보가 기본이다. 나 외에 모두를 적으로 돌리는 짓을 하지 않는다. 필요하다면 자한당과도 얼마든지 협력할 수 있다.

시대가 절실히 요구하는 가치와 정책을 안다면, ‘일단은 자유한국당 소멸’ 같은 전대협 애들이나 짜는 전략을 안짠다. 단언컨대 자한당 소멸 전략을 밀어붙이면 붙일수록 자한당은 훨씬 강성해지고, 자한당의 정권 탈환 시기는 가까워질 것이다. 그리고 공수교대해서 지금 보는 장면을 연출할 것이고, 대한민국은 소모적 갈등과 균열로 계속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다.

문제를 문제로 인식하고, 시급히 해결해야 할 중차대한 문제를 그렇게 인식하는 것이 정말로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문제를 있는 그대로 인식하고, 그 성격을 규명하고(라인홀트 니버의 기도문을 보라), 복잡한 상호 연관을 찾아내어, 문제 해결의 핵심 고리(킹핀)을 찾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이것이 너무나 잘못되어 있다. 문제를 바라보는 틀이 1990년 전후한 전대협 애들 수준에 비판을 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다.

지금 경제 위기의 핵심은 중국 등 후발 개도국의 경제적, 기술직 약진 내지 굴기로 인해 비교 우위를 상실한 주력 산업 및 기업들은 속출하지만, 이를 대체할 새로운 주력 산업과 기업은 생겨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국가, 기업, 개인에게 미증유의 위기이자 기회인 제4차산업혁명 시대에 대한민국이 지진아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다는 것이다.

사실 한국의 주력 산업들은 산업(제품)수명 주기=S자 곡선상 고성장 고수익 단계를 지났다. 중국의 추격으로 인해, 우리의 주력산업인 조립가공 산업에서 기술력 격차는 급격히 좁아지거나, 심지어 추월당하고 있다. 일본, 독일, 미국 등 선진국과 격차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진짜 심각한 문제는 이것이 불운이나 우연이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이자, 오래 전부터 예측되었던 문제라는 것이다.

이정동이 얘기하는 개념설계 능력이나, 한국 산업전략의 숙원인 부품, 소재, 장비 관련 기술 능력을 갖추는 것은 원래 오랜 축적과 과감한 시도와 지적 융합이 필요한데, 지금 한국은 이런 것들을 추진하기 어려운 제도와 문화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한국은 반도체와 자동차를 제외하고는 중국에 대해 안정적인 비교우위를 구가하는 산업이 거의 없다. 자동차는 전기차, 자율주행차로 인해 자동차 기술 패러다임이 바뀌고, 소유에서 공유로 자동차를 이용하는 패러다임이 바뀌면 지금과 같은 위상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전•후방 파급효과가 크고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알려진 전기자동차, 자율주행차, 인공지능,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드론(drone), 로봇, 3D프린터, 센서 등에서 미국·일본은 말할 것도 없고, 중국에도 뒤지고 있다. 한국의 산업(기업)은 2000년대 중반 이후 그 어떤 나라보다 중국의 경제적 비상으로 수혜를 입었다. 하지만 2010년대 중반 이후에는 그 어떤 나라보다, 중국과 직접 경쟁이라는 위기(리스크)에 노출되어 있다.

산업 현실을 아는 사람들에게 심각한 위기를 알리는 경고음이 켜진 지 오래다. 이정동 교수는 다단 로켓 비유 즉, ‘1단 엔진 분리 실패, 2단 엔진 점화 실패’를 통해 한국 경제의 중•장기적 위기를 경고한다. 1단 엔진은 실행 역량을 말하며, 2단 엔진은 개념설계 역량을 말한다. 개념설계 역량을 형성하려면 ‘도전적 시행착오 경험을 꾸준히 축적’해야 하는데(축적의길, 67쪽), 지금 한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기업경영 등 주요한 시스템은 ‘도전’을 꺼리게 하고 ‘시행착오 경험 축적’도 가로막는단다.

‘뉴노멀과 같은 외부적 요인, 기술혁신과 같은 외생적 요인, 인구(저출산 고령화) 문제와 같은 내부 구조의 문제가 겹쳐서 우리 산업의 전망을 더 어둡게 하고 있지만, 그것보다 훨씬 중요한 문제가 있다. 바로 도전의식, 기업가 정신의 쇠퇴이다… 청년 취업준비생의 35%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는 조사도 있다. 기업들은 창의적인 제품과 서비스에 승부를 걸기보다 각종 제도적 장벽으로 보호받는 독과점적 지대 추구 비즈니스에 사운을 걸고 있다… 지금 우리는 터널의 입구에 막 들어섰다.(축적의길, 34~35쪽)’

1970~90년대 넘치는 자신감으로 거침없이 세계로, 신산업으로 뻗어나가던 재벌대기업들은 외환위기를 계기로 그 진취적 기상이 확 꺾였다. 거대한 경제력을 운용하는 재벌 상속 오너(재벌 3세, 4세)의 전횡, 무능, 보수성도 심각하다. 현재도 문제지만, 미래는 더 큰 문제다.

대한민국은 제4차 산업혁명이 초래할 빠른 변화, 초연결, 융•복합, 창조적 파괴를 어렵게 하는 요인들이 즐비하다. 수많은 분야가 배타적, 독점적 보호 장벽으로 둘러쳐져 있어서 융•복합이 쉽지 않다. 생산요소의 자유로운 결합을 가로막는 무수히 많은 기득권 보호용 칸막이와 국가규제가 즐비하다.

가치에 대한 약탈과 자유에 대한 억압은 우월적 지위를 오•남용하는 기업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국가표준, 규제, 형벌, 예산, 공기업 등을 좌지우지하는 국가도 빼놓을 수가 없다. 뿐만 아니라 지대추구에 여념이 없는 노조, 농협, 직능 협회 등 각종 특수이익집단도 빼놓을 수 없다.

한국은 공공시스템과 시장생태계 뿐만 아니라, 노동시장, 교육시스템, 금융시스템 등이 지대추구를 조장하거나 방조한다. 한국은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피부 솜털부터 뼛속 깊이까지 지대추구 충동이 넘치는 나라가 되었다.

지금 대한민국은 70억 인류가 희구하는 가치를 생산하려고 하지 않고, 누군가 생산한 것을 뜯어먹고, 나눠먹을 생각으로 가득차 있다. 본원적인 실력(생산성)을 향상시켜 삶을 개선하려는 것이 아니라, 지대(초과이득) 수취를 안정적으로 할 수 있는 좋은 자리/위치/소속, 면허, 땅을 차지하려고 노심초사한다.

지대 수취(추구) 수단은 과거에는 부동산과 교육시험을 통해 제공되는 학력, 학위, 국가면허였다. 지금은 국가표준, 규제, 형벌, 예산, 공기업 등을 좌지우지하는 국가 그리고 협력업체와 소비자에 대해 압도적으로 우월한 지위에 있는 민간 독과점기업(갑)의 일원, 그것도 노조원이 되는 것이다.

진짜 심각한 것은 위기 대응 능력과 혁신 능력이 저열하다는 것이다. 과거 생존의 기로에 섰던 대우자동차, 쌍용자동차, 한진중공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보았듯이, 인력사업 구조조정은 어김없이 전쟁을 방불케하는 갈등을 부른다.

한국은 산업의 구조조정 비용은 너무나 높고, 국가의 구조조정및 구조개혁 능력은 너무나 저열하다. 2016년 세계 7위의 조선사 한진해운 파산과 세계 2~3위권 조선사 대우조선 처리 과정은 우리의 노동, 자본, 정부, 금융의 위기 대응력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주는 징표다.

개인적으로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 김/노 정부에 대한 보수/우파측의 부당한 폄하(좌파/아마추어 운운)에 대해, 꽤 욕 먹어가며 옹호했다고 자부하는데,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는 암만 봐도 전대협/운동권 지진아들이 장악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임종석과 그 비슷한 수준의 지진아들이 문제라는 얘기가 아니다. 문제의 핵심은 문재인의 안목이 딱 그 수준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차피 선거 절차로 집권을 했으니(민주주의 국가에서 흔히 있는 선하고 부지런한 혼군이니), 주변 참모들이라도 괜찮으면 국가적 위기는 훨씬 덜할 것이다. 문재인은 자기 고집 피우는 영역이 의외로 적은 사람이니. 홈페이지야 문재인이 전혀 관리 하지 않겠지만, 청와대의 영혼, 안목, 문제의식은 충분히 드러난다. 청와대 홈페이지에 괜히 들어가 못볼 걸 봐 버린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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