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중 정상회담 자리에서 김정은이 시진핑 주석의 말을 받아쓰는 모습이 중국 CCTV에 방송됐다. [CCTV] (2)

중국의 관영 중국중앙TV(CCTV)가 10일 뉴스 시간에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발언을 하는 가운데 유독 김정은이 고개를 끄덕이며 받아쓰는 장면을 네 번씩이나 반복하는 이례적인 모습이 방송됐다.

그동안 북한에서 김정은이 발언할 경우 회의에 참석한 간부들이 받아적는 그 모습 그대로다.

CCTV 뉴스는 앵커가 시 주석의 발언인 “북-중이 공동 노력해 한반도 문제의 정치척 해결 과정에서 중대한 진전을 이뤘다” “김정은 동지와 함께 북-중 관계 미래발전을 이끌고 싶다” 등을 육성이 아닌 멘트로 소개하는 장면에서 김정은이 그 발언을 받아 적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이는 이번 북중정상회담이 시진핑 주석의 초청으로 이루어졌으며 이번 회담을 통해 시 주석이 김정은에게 뭔가 지침을 주었다는 암시를 충분히 보여준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다가올 미북정상회담에 중국이 상당부분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대외에 보여주는 것으로 그만큼 영향력이 크다는 것을 과시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 북중정상회담에서 김정은에게 훈시하는 듯한 모습을 연출한 CCTV 화면 [CCTV]

또한 김정은이 “중국이 한반도 정세 긴장 완화를 위해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모두 알고 있다. 북한은 이를 평가하고 진심으로 감사했다”고 말하는 것을 전하는 대목에선 김정은은 고개를 숙인 채 준비한 원고를 읽는 모습을 일부러 내보냈다. 김 위원장이 시 주석에게 보고한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이와 함께 CCTV는 “시진핑 총서기께서 매우 바쁠 때 내 방중을 맞아줘서 진심으로 감사하다. 총서기 동지의 마음을 다한 관화이(關懷·관심) 속에서 중북 관계가 새롭게 높은 단계로 상승했다고 말했다”고 말하는 김정은의 모습을 방송했다. 여기서 ‘관화이’는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갖는 관심과 배려를 뜻하는 것이어서 CCTV가 이 보도를 통해 무엇을 전하려 했는지 주목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한편 북한이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내용에 없는 부분이 중국 외교부 발표 내용에는 있어 그 관심을 끌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김 위원장이 대화를 통해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고 조(북)·미 2차 정상회담에서 국제사회가 환영할 만한 성과를 내놓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부분은 북한 매체에는 없다. 대신 김정은이 "조선반도의 비핵화 목표를 견지하고 싱가포르 조미 수뇌회담에서 이룩된 공동성명을 성실히 이행하며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을 추구하는 우리의 기본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했다고만 보도했다.  

사실 이번 북중정상회담의 핵심 내용일수도 있지만 정작 북한 발표 내용에는 없다는 것이 눈길을 끌고 있는 것이다. 

이는 북한 발표문에서 제외한 그 부분이 시진핑 주석이 김정은을 통해 듣고 싶은 말이었고 또 시 주석이 그 부분을 김정은에게 강조한 것이 아닌가 보여진다.

시진핑 주석이 김정은을 왜 베이징으로 불렀는지 짐작이 가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