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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8-01-22 14:53:06
  • 수정 2018-01-22 17:3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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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도 원래 개념과 다르게 사용돼 소모적인 논쟁 초래

-창조경제 전도사들이 문재인정부 4차산업혁명 홍보, “창조경제 2.0이냐?”

-국정과제 1호 일자리 창출과 4차산업혁명 충돌 우려, AI와의 관계도 애매

문재인 정부가 발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는 ‘4차산업혁명’이란 용어가 79번이나 나온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4차산업혁명 정책이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처럼 국민을 헷갈리게 할지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2001년 7월 영국에서 창안된 용어인 창조경제(creative economy)는 2010년 12월 유엔무역개발협의회(UNCTAD)가 펴낸 보고서에서 “창의성, 문화, 경제, 기술 사이의 융합을 다루는 개념”으로 정의된다.

2013년 2월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일자리 중심의 창조경제’를 국정 제1 과제로 제시하고 창조경제는 “과학기술, 문화, 산업의 융합”이라고 설명했다. 창조경제보다 ‘융합(convergence)경제’라고 명명했으면 많은 국민이 덜 헷갈렸을는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가 서구에서 통용되는 개념과 다르게 사용돼 우리 사회가 4년 간 소모적인 논쟁으로 치른 대가는 엄청났다. 오죽하면 박 대통령의 경제 과외교사로 알려진 여당 중진의원이 2015년 국정감사에서 “창조경제에 대해 아직도 국민 절반 이상이 ‘모르겠다’고 한다”며 정부를 공격했겠는가.

그런데 4차산업혁명 역시 창조경제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2015년 12월 외교전문 ‘포린 어페어스(Foreign Affairs)’에 기고한 글에서 4차산업혁명 개념을 처음 제안한 클라우스 슈바프 다보스 포럼 회장은 “4차산업혁명은 디지털 세계와 물리적?생물학적 영역 사이에 경계를 허무는 기술융합에 의해 전개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와 크게 다를 바 없는 개념이다.

일부 전문가들이 4차산업혁명을 ‘창조경제 2.0’이라고 우겨댈 만도 하다.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전도사들이 죄다 문재인 정부의 4차산업혁명 홍보에 발 벗고 나서는 것도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닌가 싶다.

적폐청산의 대상이라는 창조경제가 화려하게 부활한다고 해서 과학기술 분야에서만은 정권교체가 되지 않았다고 비아냥대는 사람들을 나무랄 일만도 아닌 것 같다.

2016년 다보스포럼의 화두였던 4차산업혁명은 2017년 1월 포럼에서 발표된 ‘2017년 세계 리스크 보고서(The Global Risks Report)’에도 핵심 주제로 다루어졌다.

이 보고서는 4차산업혁명의 신흥기술(emerging technology)로 ① 3차원 인쇄 ② 첨단소재와 나노물질 ③ 인공지능과 로봇공학 ④ 생명공학기술 ⑤ 에너지 포집, 저장, 전송 ⑥ 블록체인과 분산장부 ⑦ 지구공학 ⑧ 만물인터넷 ⑨ 신경공학 ⑩ 새로운 컴퓨터 기술 ⑪ 우주기술 ⑫ 가상현실 및 증강현실 등 열두 가지를 제시했다. 12대 기술 중 지구공학을 제외한 나머지는 우리나라 역시 정부 차원에서 육성하고 있는 분야임은 물론이다.

이 보고서는 신흥기술 12개 중에서 사회 전반에 가장 큰 충격을 줄 기술로 인공지능을 꼽았다. 지능을 가진 기계가 한편으로는 “기후변화, 자원활용, 인구폭발, 헬스케어(건강관리) 같은 21세기의 세계적 난제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사람의 노동을 자동화해 일자리를 빼앗아 가고 있기 때문”이다.

2016년 다보스포럼이 펴낸 ‘일자리의 미래(The Future of Jobs)’라는 보고서도 4차산업혁명으로 “2020년까지 15개 국가에서 5년간 514만 개, 해마다 평균 103만 개 일자리가 줄어든다”고 전망했다.

그렇다면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 1호인 일자리 창출과 4차산업혁명 추진정책이 서로 충돌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가질 수 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는 인공지능을 4차산업혁명의 핵심기술로 여기고 막대한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2016년 미국에서 9월 ? 10월 ? 12월에 각각 발표된 인공지능 보고서는 4차산업혁명과 인공지능을 연결시키지 않는다.

9월에 스탠퍼드대학이 펴낸 ‘2030년 인공지능과 생활(Artificial Intelligence and Life in 2030)’은 2030년까지 인공지능의 발전과 이에 따른 사회적 충격을 분석하고 있는데, 4차산업혁명이라는 단어를 단 한 번도 사용하지 않는다.

미국 백악관이 10월에 펴낸 ‘인공지능의 미래를 위한 준비(Preparing for the Future of Artificial Intelligence)’는 58쪽, 12월에 발간한 ‘인공지능, 자동화, 경제(Artificial Intelligence, Automation, and the Economy)’는 55쪽의 짧지 않은 보고서이지만 한국에서 인공지능에 의해 비롯되는 불가피한 사회 변화처럼 여기는 ‘4차산업혁명’이란 단어가 다보스 포럼을 언급한 두 번째 보고서 7쪽에 딱 한 번 나올 따름이다.

세계 첨단기술의 요람에서 통용되지 않는 용어가 2016년 벽두부터 모두가 잠든 이른 새벽의 점령군처럼 눈 깜짝할 사이에 한국사회를 지배하기 시작해서 마치 미래의 만병통치약처럼 대통령·교수·전문가의 입, 텔레비전 화면과 유력언론의 경제면에 오르락내리락하는 현실이 안타깝고 답답하다.


[덧붙이는 글]
['제3의 길' 轉載] 이인식 inplant@hanmail.net 지식융합연구소장/문화창조아카데미 총감독은 대한민국 과학칼럼니스트 1호로 불린다. 조선일보, 중앙선데이, 동아일보, 매일경제, 한겨레 등 신문에 550편 이상의 고정칼럼, 월간조선, 과학동아, 나라경제 등 잡지에 170편 이상의 기명칼럼을 연재했다. 저서로 는 ‘4차산업혁명은 없다’, ‘자연에서 배우는 청색기술’ 등 49종이 있다. 청색기술을 국가 성장동력으로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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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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