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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돋보기]北 리용호 유엔연설, 변검전술인가 손바닥 뒤집기인가? - 北 리용호 외무상, “비핵화 의지 있지만 일방적으론 안 해” 주장 - 분분한 미국 언론, “일방적 핵무장 없다”에 주목 - 김성 북한대사, 리용호 외무상 연설에 대해 확대해석 경계
  • 기사등록 2018-09-30 13:24:00
  • 수정 2020-05-28 15:2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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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일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하는 리용호 외무상[UN Photo/Cia Pak]


[北 리용호 외무상, “비핵화 의지 있지만 일방적으론 안 해” 주장]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2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 일반토의 연설에서 ‘선 비핵화’는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리용호 외무상은 “미국에 대한 신뢰가 없이는 우리 국가의 안전에 대한 확신이 있을 수 없으며, 그러한 상태에서 우리가 일방적으로 먼저 핵무장을 해제하는 일은 절대로 있을 수 없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는 북한이 비핵화 의지가 있다고 주장하면서도 북한의 노력에 걸맞은 미국의 상응조치가 부족하고, 신뢰회복이 선행돼야 한다고 압박했다는 점에서 향후 미국의 대응이 주목되고 있다.


[北의 대미 대화라인 김영철에서 리용호로 변화, 그럼에도 리용호는 강경 발언]


리용호 외무상의 연설을 있는 그대로 본다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냈다는 김정은의 친서를 무색하게 만든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6일(현지시간) 김정은의 친서를 받은 후 “그동안 본 것 중 가장 아름다웠다”고 극찬한 데는 “김 위원장이 정말로 비핵화를 끝내기 원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김정은이 다섯 번씩이나 친서를 연이어 보낸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인데, 리용호는 이러한 정상간의 분위기를 완전히 깨는 발언을 한 것이다.


사실 미국 입장에서는 대북협상에 있어 강경파요 고압적 태도로 미국에게는 ‘눈엣가시’였던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대신에 외교통인 리용호 외무상이 북핵 협상의 전면으로 나서자 내심 협상의 분위기가 상당히 바뀔 것으로 기대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번 폼페이오의 4차 방북이 바로 김영철의 서신 때문에 취소된 바 있기 때문에 ‘김영철 배제’는 북한이 비핵화 협상 태도도 변화를 보여 준 것으로 해석했던 것이다.


리용호로 교체가 되면 곧바로 최선희 라인으로 연결되어 협상도 순탄하게 갈 수 있을 것으로 보았으나 이번 유엔총회 연설에서 리용호 역시 북핵대화가 순탄치 않을 것임을 보여줘 미국 여론을 분분하게 만들어 버렸다.


[분분한 미국 언론, “일방적 핵무장 없다”에 주목]


리용호의 유엔 연설에 대해 미국 언론들은 큰 관심을 보였다.


보수 성향이 강한 FOX News(폭스뉴스)는 북한이 ‘절대로’ ‘조건없이’ 핵무장 해제를 하지 않겠다고 한 대목에 촉각을 세우면서 “워싱턴(미국)은 의미있는 핵무장 해제 선결 없이 종전선언을 요구하는 북한의 태도에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는 해석을 달았다.


AP통신도 이날 ‘북한은 미국과의 신뢰없는 핵무장해제는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제재로 우리를 무릎 꿇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 망상”이라는 리용호의 발언을 심도있게 다뤘다.


AP통신은 이어 “평화는 미국이 적대시 정책을 끝낼 때만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며 “리용호 외무상이 비핵화 협상 교착상태에서 ‘미국의 신뢰 조치’를 거듭 언급했다”고 했다.


AP통신은 특히 리용호 외무상의 발언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10월 4차 방북을 앞둔 시점에서 나왔다는 것에 의미를 뒀다.


NBC방송은 앞서 폼페이오 장관이 유엔 안보리에서 "북한 비핵화 달성을 위해선 대북 제재를 지속해야 한다"고 거듭 반복한 반면 리용호 외무상의 제재 완화 요구를 대비하여 전했다.


[北 리용호의 연설, 변검전술인가 손바닥 뒤집기인가?]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관이 지난 28일(현지시간) 유엔총회 연설에서 무역분쟁 관련 "보호무역주의는 자신(해당국)을 해칠 뿐 아니라, 일방적인 움직임은 모두에게 해를 가져올 것"이라면서 "중국은 협박당하지 않을 것이며, 압력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력하게 말했다.


▲ 28일 유엔총회에서 연살하는 왕이 외교부장 [UN Photo/Kim Haughton]


왕이 부장의 이러한 강경 발언은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전쟁에 있어 강력하게 맞대응할 수도 있음을 보여준 것으로 해석됐다.


그러나 유엔총회 직후 왕이부장은 미국 뉴욕 외교관계협회(CFR) 포럼에 참석해 "중국은 미국이 되지 않을 것이다. 중국은 미국에 도전하지 않음은 물론이고, 미국을 대신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하면서 납작 엎드리는 자세를 보였다.


왕이 부장은 또 “중국은 절대 패권을 추구하지 않고 평화 발전의 노선을 걸어갈 것”이며 “미·중 양국이 오랜 세월 쌓아온 미·중관계를 소중한 자산으로 여기고 함께 보호해야 한다”고 말 것으로 알려졌다.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연설하는 자리에서는 큰 소리를 친 다음 전문가들과 함께하는 소규모의 자리에서는 진짜 중국의 본심과 함께 고개를 숙인 것이다.


왕이 부장은 지난 3월 8일에도 “중국은 미국을 대신할 능력이 없다”면서 미국에 대한 중국의 위협론을 강력하게 부정한 바 있다.


[관련기사: 왕이는 왜 미국에 대한 ‘중국 위협론’을 강력 부정했을까?]


▲ 중국의 변검 [Chris Choo]


전형적인 중국의 변검(變劍)전술이다.

북한도 과거에 이러한 전술을 많이 활용한 바 있다.


앞에서는 체면을 세우기 위해 큰 소리를 친 다음 뒤에서 꼬리를 내리는 그러한 전술말이다.

리용호의 발언을 과연 그러한 변검전술의 일환으로 볼 수 있을까?


미국 CBS방송은 이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과의 협상에서 '서두를 것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을 언급했고, 또 유엔 총회장 주변에서 폼페이오 장관과 리용호 외무상이 만난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전했다.


또, 김성 유엔주재 신임 북한대사는 리용호 외무상의 연설 직후, 미 언론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는 신뢰 구축을 호소한 것일 뿐 연설 내용이 세지 않았다”면서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리용호의 변검전술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트럼프 행정부의 '선 비핵화, 후 제재완화' 기조에 반대 입장을 내놓으며 대북 제재 완화나 종전선언을 비롯한 상응 조치를 내놓으라는 입장을 명확히 밝힌 셈이기도 하지만 그러면서도 15분 분량의 기조연설에서 '신뢰'를 강조하거나 '불신'을 비판하는 표현만 18차례 사용했고, '비핵화'와 '평화'라는 단어도 각각 7차례, 19차례 사용했다는 점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반면 리용호 외무상이 비핵화를 통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의지를 재확인하면서도, 미국과의 협상 테이블에서 일방적으로 양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어서 이러한 측면에서 본다면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와는 달리 트럼프 대통령이 호평을 하고 분위기가 좋아지면서 다시 ‘분위기 뒤집기’를 위한 ‘살라미전술’을 펴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지난 26일 리용호 외무상과의 회동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방북 초청을 수락하는 등 전반적으로 진전된 분위기를 보여줬다는 측면에서 리용호의 연설은 변검전술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만약 리용호의 유엔총회 발언이 변검전술이라면 중요한 것은 미국과 어느 선에서 타협이 이루어질 것인가 하는 점이 과제로 남는다.


그러나 북한의 뜻대로 흘러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나 폼페이오 장관이 북한과의 회담을 서두르고 있지 않다는 데서 북한은 더욱 답답해 하는 것이고 이 문제가 풀리지 않는한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문재인 대통령의 안달이 엿보일 뿐이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의 연설 주요 내용]


“비핵화를 실현하는 우리 공화국 의지는 확고부동하지만 이것은 미국이 우리로 하여금 충분한 신뢰감을 가지게 할 때에만 실현 가능하다.


조미 수뇌회담이 진행되기 이전부터 핵시험과 대륙간탄도로켓 발사시험을 중지하고 핵시험장을 투명성 있게 폐기했고, 그 어떤 경우에도 핵무기와 핵기술을 이전하지 않을 것에 대해 확약한 것과 같은 중대한 선의의 조치들을 먼저 취했으며, 지금도 신뢰조성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북한이 중대한 선의의 조치들을 먼저 취했지만, 미국은 상응한 화답을 보내지 못하고 있다. 반대로 지금 미국은 조선반도평화체제의 결핍에 대한 우리의 우려를 가셔줄 대신 선비핵화만을 주장하면서 그를 강압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제재 압박도수를 더욱 높이고 있으며, 심지어 종전선언 발표까지 반대하고 있다.


제재로 우리를 굴복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우리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의 망상에 불과하지만, 제재가 우리의 불신을 증폭시키는 게 문제이다.


만일 비핵화 문제의 당사자가 미국이 아니라 남조선이었다면 조선반도 비핵화 문제도 지금과 같은 교착상태에 빠지는 일이 없었을 것이다. 조미 공동성명의 이행이 교착에 직면한 원인은 미국이 신뢰조성에 치명적인 강권의 방법에 매여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내에서 조미 공동성명의 이행 전망에 대한 비관의 목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는 건 미국의 국내 정치와 관련되는 문제이다. 미국의 정치적 반대파들은 순수 정적을 공격하기 위한 구실로 북한을 믿을 수 없다는 험담을 하고 있으며, 북한이 받아들일 수 없는 일방적 요구를 하고 있다.


상대방을 불신할 이유에 대하여 말한다면 미국보다 우리에게 그 이유가 훨씬 더 많다. 미국은 우리보다 먼저 핵무기를 보유하였으며 세계에서 유일하게 핵무기를 실전에 사용한 나라이다. 우리는 미국 땅에 돌멩이 한 개 날라간 적이 없지만 미국은 조선전쟁시기 우리나라에 수십 발의 원자탄을 떨구겠다고 공갈한 적이 있는 나라이며, 그 이후에도 우리의 문턱에 끊임없이 핵 전략자산을 끌어들인 나라이다.


만일 조미 두 나라가 과거에만 집착하면서 서로 상대방을 무턱대고 의심만 하려 든다면 이번 조미 공동성명도 지난 시기 실패한 다른 조미간 합의들과 같은 운명을 면치 못할 것이다.


조선반도 비핵화도 신뢰조성을 앞세우는데 기본을 두고 평화체제 구축과 동시행동 원칙에서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씩 단계적으로 실현해야 한다는 게 우리의 입장이다.


조미 수뇌회담의 가장 중요한 정신 중의 하나는 쌍방이 구태에서 벗어나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나가기로 합의한 것이다. 이를 성실히 지키는 게 궁극적으로 미국의 국익으로 이어진다는 선견지명 있는 판단을 내리고 조미 관계 해결의 새로운 방식을 견지해야 한다.


조미 공동성명이 끝내 미국의 국내 정치의 희생물로 된다면, 그로부터 초래될 예측불가능한 후과의 가장 큰 희생물은 바로 미국 그 자체가 될 것이다.


시험들이 중지된지 1년이 되는 오늘까지 제재결의들은 해제되거나 완화되기는 커녕 토 하나 변한게 없다. 남조선 주둔 유엔군사령부는 북남 사이의 판문점선언의 이행까지 가로막는 심상찮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유엔의 통제 밖에서 미국의 지휘에 복종하는 연합군 사령부에 불과하지만 아직까지도 신성한 유엔의 명칭을 도용하고 있는 것이 문제이다.


조선반도를 핵무기도, 핵위협도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기 위한 의지는 확고하다. 조선반도에 조성된 현재의 완화 기류는 공고한 평화로 정착되고, 조선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도 실현될 것이며, 그렇게되면 세계 최대의 열점이었던 조선반도는 아시아와 세계 안전에 기여하는 평화와 번영의 발원지로 전환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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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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