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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김빠지고 건질 것도 없는 한미정상회담 - 평양선언 내용 한 줄도, 한 대목도 반영 못한 한미정상회담 - '김정은이 제시한 과제' 해결못한 文, 북한의 객기어린 반응 주목
  • 기사등록 2018-09-26 09:42:01
  • 수정 2018-09-27 00: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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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롯데 뉴욕 팰리스 호텔 허버드룸에서 한미정상회담을 하고 있다.【뉴욕=뉴시스】박진희 기자


[평양정상회담후 의기양양했던 文, “계획은 창대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정상회담에 대해 성공작이라 자평하는 가운데 24일(현지시간)의 한미정상회담에서 10월중 2차 미·북정상회담과 남·북·미정상회담을 제안하겠다고 했었다. 그리고 미국 중간선거전 종전선언을 추진하려는 계획도 가지고 있었다. 한마디로 이번 평양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자신감에 차 있는 모습이었다.


우리 신문은 이러한 문재인 대통령의 생각이 부질없을 것임을 이미 예고한 바 있었다.


[관련기사: [논평] 한미정상회담, 또 김칫국 먼저 마시는 문재인 대통령]


미국의 트럼프 정부가 한국의 문재인 정부를 바라보는 시각이 별로 긍정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호의적 트윗에 홀랑 정신을 빼앗긴 상태이지만 트럼프 행정부 내부의 문 대통령에 대한 생각은 별로 호의적이지 않기 때문이었다.


사실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가장 중요하게 봤던 포인트는 “문 대통령이 가지고 있는 ‘트럼프 포비아(Trump Phobia)’를 얼마나 극복할 것인가”였다.


왜냐하면 평양정상회담에 대해 워낙 자신감에 차 있어서 이번만큼은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해 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관심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역시나!’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이 자신의 무대를 한미정상회담에서 펼칠 기회 조차 주지 않았다.

완전히 무시를 해 버린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정상회담 김빼기 2장면]


평양정상회담 성과를 미국에서도 인정받고 싶어하는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의 바람과는 달리 한미정상회담을 사실상 무의미하게 만드는 두 가지의 행동을 해 버렸다.


첫째는 한미정상회담 직전에 "김정은과 곧 2차회담 할 것"이라고 밝혀 버렸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뉴욕에서 열리고 있는 유엔총회에 참석, 기자들에게 "곧(quite soon) 김 위원장과 2차 정상회담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은 간단하다.


제2차 미북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겠지만 이 회담은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이 자신만만하게 내세우는 평양정상회담 결과로 인한 것이 아니라 김정은의 ‘아름다운 친서’때문이고 북한과의 직접 대화를 통해 결정된 것이라는 사실을 공표해 버린 것이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을 배려했다면 몇 시간만 참았다가 한미정상회담 이후에 그 사실을 발표했다면 문재인 정부는 전 언론을 통해 제2차 미북회담이 문 대통령의 작품이라고 선전했을지 모른다.


이 중요한 ‘요리거리’를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회담 직전에 날려버린 것이다.


소위 말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도 이 시점에서 날개를 접어야 했다.


▲ 손을 맞잡은 미일정상 [Abe Shinzo, Twitter]


두 번째 김빼기는 한미정상회담 직전에 미·일 정상간 길고 의미있는 만찬을 열었다는 점이다. 그것도 만찬을 겸한 ‘우정 어린’ 만남이었다.


만찬 장소는 뉴욕시 5번가 트럼프 타워에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자택이었고, 통역만 배석한 1대1 형식이었다.


만찬 전 30분까지 합하면 두 정상은 무려 3시간 동안이나 함께 있었는데, 이는 26일에 공식적인 정상회담이 잡혀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별도로 만찬 시간을 잡은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한미정상회담이 호텔 회의장에서 열렸다는 점과 회담 시간도 불과 105분에 그친 것과는 너무나 대조가 된다.


만찬을 끝낸 아베 총리는 기자들에게 “언제나처럼 편안한 분위기속에서 미·일 관계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의 여러가지 과제에 대해 솔직한 의견교환을 했다”고 말했다.


특히 북한 비핵화 문제에 대해 아베 총리는 "북한 비핵화를 위해 양국이 계속 공조해 나가자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찬은 당초 트럼프 타워 지하의 레스토랑에서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자택으로 장소가 바뀌었다.

외교에서 정상의 만남을 어디에서 하는가는 아주 중요한 의미를 준다.


아베 총리는 “2년전 11월 트럼프 대통령과 처음 만난 곳이 자택의 응접실이었다. 식사 전 30분간 그곳에서 편하게 이야기를 하다가 식사까지 하게 됐다”고 했다.


이와 관련하여 요미우리 신문은 '트럼프-아베' 회동 전인 23일자 조간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을 높이 평가하며 두 번째 미·북정상회담에 의욕적인 입장인데 반해 아베 총리는 구체적인 비핵화의 진전 없이 북한에 대폭적인 양보를 해선 안된다는 입장”이라고 보도했다.


신문은 이어 “미·일 정상 만찬 다음날 한·미정상회담이 열리는 만큼 아베 총리는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에 대한 양보를 촉구하기 전에 미리 일본의 입장을 전달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마디로 한미정상회담 이전에 아베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 것은 사실상 한미회담에서 북한 비핵화의 결과도 없는데 너무 진도가 나가서는 안된다는 메시지를 트럼프 대통령에 주입시키려는 의도가 명백해 보인다.


분명한 김빼기다.

이 김빼기에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손을 맞잡은 것이다.


[건질 것이 별로 없는 한미정상회담]


이러한 김빼기 후에 열린 한미정상회담. 문 대통령이 생각한 것만큼 결실을 거두었을까?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의 핵심은 우선 평양회담의 결실을 기반으로 2차 미북정상회담을 중개하는 것이고 둘째 10월에 미북정상회담 그리고 남북미정상회담을 연달아 열어 종전선언을 이끌어 낸다는 구상이었다.


세 번째는 이를 위해 “북한이 동창리 미사일 발사대 해체 및 영변 핵시설 해체 약속을 했기 때문에 이에 상응하는 미국의 조치를 이끌어 내는 것”이었다.


그리고 네 번째는 이러한 결과물들이 나오면 대북제재를 완화하는 조치까지 이끌어내겠다는 당찬 포부를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성과물들을 만들어 내기 위해 김정은의 구두 메시지도 준비하면서 의기양양했었다.

결과는 어떠했을까?


아마도 문재인 청와대는 이번 한미정상회담 결과를 브리핑하면서 무척 고심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내 놓을 것이 없기 때문이다.


우선 문 대통령이 김정은 메시지라고 전달한 내용은 “김정은 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조기에 만나서 함께 비핵화 과정을 조속히 끝내고 싶다는 희망을 밝혔다”는 것이었다.


문 대통령은 평양 방문 기간 중 능라도 5ㆍ1 경기장에서의 연설을 언급하며 “특히 김 위원장이 직접 전세계 언론 앞에서 비핵화 의지를 직접 밝히고, 또 내가 15만명의 평양 시민들 앞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한 비핵화 합의를 다시 한 번 강조한 건 매우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이제 북한의 핵포기는 북한 내부에서도 되돌릴 수 없을 만큼 공식화됐다”고도 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뉴욕에서 열린 회담 직후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 종전선언과 미·북 정상회담의 시기와 장소 등에 대해 깊은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결과는 어떠한가?

한마디로 참담하다.


우선 미북정상회담 중개역할은 이미 트럼프 대통령의 ‘초치기’로 이미 날라가 버렸고, 10월에 미북 및 남북미 정상회담을 여는 것도 미국은 고려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백악관의 정상회담 브리핑은 미북회담이 “미국과 북한 사이의 회담”이라고 확실하게 밝혔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한국이 끼어들 여지를 아예 없애 버린 것이다.


폼페이오 장관도 평양을 가기는 가겠지만 ‘년내’라는 의미심장한 시한을 이야기한 바 있고, 트럼프 대통령도 “2차 미북회담이 열리기는 하겠지만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종전선언? 이는 이미 “북한 비핵화의 구체적 행동없는 종전선언은 없다”라고 정리한 상태이기 때문에 이 역시 날아가 버렸다.


세 번째 목표였던 ‘미국의 상응조치’ 역시 철저하게 무시당했으며 당연히 이러한 결과로 이뤄져야 할 ‘대북제재 완화’ 문제는 언급도 못하고 마무리되었다.


오히려 “북한 비핵화 촉진을 위해 강력한 대북제재를 유지한다”는 합의만 해 주고 말았다.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한 검증된 비핵화 달성이라는 공동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많은 노력이 남아 있음을 확인했다”고 양 정상이 합의했다는 대목이 그것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방미 전 기자들을 만나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대해 "비핵화의 구체적 조치가 실현돼 남북관계의 장애요소가 되는 제재에 긍정적 영향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한 바 있다.


[결국 평양선언 내용, 한미정상회담에서 한 줄도, 한 대목도 반영 못해]


결국 의욕 넘쳤던 평양정상회담과 평양공동선언에서 “남과 북이 주체적으로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는 이번 한미정상회담을 겪으면서 완전히 꺾이고 말았다.


“아직 동도 트지 않은 새벽에 평양시내에 도열하여 문대통령 일행을 열렬히 환영했던 북한의 쇼”에 취해 ‘민족자주’까지 강조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객기(客氣)는 ’사라지는 안개‘가 되어 버렸다.


폭스뉴스와의 인터뷰나 미국의 싱크탱크들과의 인터뷰에서 아무리 화려한 말을 하면 무엇하나? 정작 트럼프 대통령 앞에서는 아무 말도 못한 것을...


2018년 9월의 한미정상회담은 이렇게 막을 내렸고 그로인해 ’김정은의 숙제‘를 해결하지 못한 문재인 정부는 이래저래 코너에 몰리게 생겼다.


앞으로 북한이 문재인 정부를 어떻게 닦달할지 이 역시 관전 포인트로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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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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