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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8-09-17 10:45:53
  • 수정 2018-09-17 11: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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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사교관을 지낸 이택호씨가 좋은 글을 송고해 왔다.
독자 여러분과 공유하고자 이 글을 게재한다.


▲ 히틀러의 요구를 모두 들어준 뮌헨 협정 체결 후 귀국해 평화를 지켰다고 자화자찬하는 체임벌린. 그러나 이 가식적 평화는 오래가지 않았다. [WT DB]


"앞으로 유럽에서 전쟁은 없다. 우리 시대의 평화가 도래했다." 1938년 9월 30일 런던 헤스턴 공항으로 몰려온 환영 인파 앞에서 영국 총리 네빌 체임벌린(1869~1940)이 에두아르 달라디에 프랑스 총리, 베니토 무솔리니 이탈리아 총리와 함께 아돌프 히틀러 독일 총통과 체결한 뮌헨 평화협정문을 흔들면서 한 연설의 핵심이다.


그러나 히틀러는 얼마 후 체코의 영토 일부인 수데텐란트를 차지한 데 이어 1939년 3월, 체코 전역까지 점령해 뮌헨 평화협정문을 휴지 조각으로 만들었다. 히틀러는 이어 1939년 9월 폴란드를 침공함으로써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한다. 이로 인해 "적의 도발 앞에서 평화를 애걸하면 오히려 비극을 초래한다."라는 '뮌헨의 교훈(lesson of Munich)'이 생겨났다.


▲ 1939년 3월 15일 전격적으로 프라하를 점령한 독일군. 히틀러는 불과 5개월 만에 뮌헨 협정을 파기했다.[WT DB]


1975년 4월 북베트남에 의한 남베트남에 대한 무력 침공으로 1973년 1월 미국과 남·북베트남이 체결한 파리 평화협정문도 휴짓조각이 됐다. '파리협정(베트남 평화협정)'을 체결한 지 2년 만에 남베트남은 공산화됐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가 1993년 9월 체결한 오슬로 평화협정도 휴짓조각이 된 지 오래되었다. 오슬로 평화협정에 서명한 야세르 아라파트 PLO 의장과 이츠하크 라빈 이스라엘 총리는 노벨 평화상까지 수상했다. 그런데도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이 독립국을 세우려던 땅에 유대인 정착촌을 건설하고 분리장벽을 세웠으며, 하마스 등 팔레스타인 무장단체들은 테러 공격과 로켓포를 무차별로 쏘아대며 양측의 분쟁과 유혈 충돌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이처럼 평화협정은 평화를 반드시 보증하는 약속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이 역사적으로 증명돼왔다. 실제로 각국이 맺은 평화협정은 지금까지 8,000여 건이나 되지만 평화협정의 평균적인 유효기간은 2년 정도에 불과했다.


"세상에 적장의 말을 대책 없이 그대로 믿는 바보가 어디 있나? 적장의 말을 대책 없이 믿는 바보는 죽거나 멸문당해도 싸다!"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가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아들 도요토미 히데요리(豊臣秀賴)의 철옹성 오사카성을 무력으로 점령한 후에 남긴 말이다.


오사카성은 바다와 강으로 둘러싸인 데다 2중 깊이의 해자를 갖고 있어 문자 그대로 난공불락의 철옹성이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는 오사카성을 점령하기 위한 계략으로 특사를 파견, "이제 전쟁을 그만하고 평화롭게 지내자."라고 종전제안을 했다.


계속되는 전투에 신물이 난 히데요리가 이를 반갑게 받아들였고, 이에 도쿠가와 이에야쓰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우리가 서로 평화협정을 맺었으니까, 2중으로 된 해자도 메워서 백성들에게 전쟁이 없는 평화시대가 도래했음을 보여 주자."라고 제안했다.


이렇게 하여 결국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병력이 동원되어 밤을 새워 가며 해자를 메워주는 역사까지 도맡아 완공했다. 그러나 그것은 계략이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1600년 세키카아라 전투에서 승리했고, 단숨에 오사카성을 함락시켰다.


평화는 선(善)이고 전쟁은 악(惡)이라는 형식논리는 전쟁과 평화의 실상을 왜곡하는 '패시피즘(pacifism)'이다. 염군(厭軍) 사상, 반전 운동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는 평화로 위장한 '용어 혼란 전술'이며 국가의 안전보장을 해치는 반체제 운동이다. 결국은 이적행위인 셈이다.


전쟁은 평화의 반대개념이 아니다. 전쟁억지력은 평화를 유지하는 진정한 힘이며 유일한 수단이다. 북한의 핵 위협이 사라지지 않은 현시점에서 우리는 오사카성의 비극과 뮌헨의 교훈을 다시 한 번 떠올릴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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