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 아닌 푸틴 충성심이 최우선, 푸틴이 나라를 망쳤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때 1주일여만에 전쟁을 끝낼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지만 2년 반이 넘도록 답보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나 이번 러시아 본토 쿠르스크주를 우크라이나에 점령당하게 된 가장 큰 요인은 결국 군 지도부의 무능과 부패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한마디로 능력이 아닌 푸틴에 대한 충성심이 승진의 최우선 덕목이 되다보니 러시아가 결국 이꼴이 되었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 (WSJ)은 22일자(현지시간)에서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관계자를 인용해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본토 쿠르스크 지역을 급습, 진격하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 중앙정부에 의해 임명된 군 책임자가 이 지역 국경 수비 기구를 해체한 장본인”이라면서 “올봄 쿠르스크 지역 안보 담당으로 임명된 알렉산드르 라핀 장군이 국경 지역을 방어하는 임무를 맡은 위원회를 해체했다”고 보도했다.
WSJ은 이어 “원래 이 위원회는 군 관계자들과 지역 안보 담당자들로 구성됐는데, 라핀은 위원회 해체 결정을 내리면서 군대만이 러시아 국경을 방어할 힘과 자원이 있다고 말했다”면서 “그러나 이 같은 결정은 이달 초 우크라이나군이 급습한 국경 지역 방어에 구멍을 내게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WSJ은 또한 “러시아 본토에서 우크라이나군을 몰아내기 위한 대응을 총괄할 기관이 없어 러시아 내무부, 국방부, FSB 등이 서로 주도권을 잡으려 다투고 있다”면서 “라핀의 결정만으로 이번에 국경이 뚫린 것은 아니지만, 그의 실수는 전장과는 동떨어진 러시아 최고위층의 현실을 잘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번 달 초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본토 쿠르스크주에 대한 전격 공세를 펼쳤을 때 러시아의 국경은 그야말로 취약했다. 우크라이나군이 국경을 넘자 러시아군은 혼란에 빠졌으며 아예 우크라이나군에 대항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WSJ은 “쿠르스크 방어에 라핀이 엄청난 실수를 한 것은 맞지만 그의 실수는 단지 그만의 것이 아니라 전장의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러시아 최고 수뇌부의 특징”이라면서 “전쟁이 시작된 이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비롯한 러시아 군부 최고 지도자들의 특징 중 하나는 중앙집권적 하향식 사고방식이었는데 이는 전장에서 역효과를 냈다”고 짚었다.
결국 현장의 지휘부 판단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수천 Km 떨어진 곳에 있는 크렘린궁의 지도부가 냉정한 계획 수립을 방해했고, 작전에 문제가 생겼을 때도 군대가 급변하는 상황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도록 하는 최대 요인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전직 미국 외교관이자 랜드연구소의 선임 연구원인 윌리엄 코트니는 “푸틴의 수직적 권력 구조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지만 전쟁 상황은 원래 의도한 바와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서 “문제는 러시아군의 모든 작전이 위에서부터 내려오기 때문에 예상치 못한 급변 사태에 대한 대응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그렇다보니 현장의 어느 누구도 어떠한 결정도 내리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무능했던 라핀, 그래도 푸틴은 그를 신임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사실상의 중요한 정책이나 군사적 결단을 내리는 크렘린의 지도부마저 무능하기 짝이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전장에서 펼쳐지는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서 이런 저런 명령을 내릴 때가 많고, 가끔은 어떠한 결정도 내리지 못하고 우유부단하다가 우크라이나군에 역공을 당할 때가 많다는 것이다.
이번에 쿠르스크주를 우크라이나에 빼앗긴 장본인으로 거론되는 라핀의 경우 지난 2022년 우크라이나에 요충지를 내준 책임을 물어 경질됐다가 푸틴에 의해 다시 요직에 임명된 인물이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군을 지휘하던 라핀은 같은 해 10월 자리에서 물러났다.
라핀이 또다시 경질된 배경에는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에서 러시아군이 밀리던 끝에 리만 등 요충지를 내주었기 때문이다. 이로써 그의 무능이 또다시 확인된 셈이다.
사실 리만에서의 러시아군 패배는 당시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의 대표 예브게니 프리고진도 라핀 등 군 지도부의 전술 실패를 비판할 정도로 무능의 극치를 보였다. 그러나 라핀은 경질된 지 3개월 만에 또다시 러시아 육군 참모총장으로 승진 발령됐다. 푸틴의 신임 덕분이었다. 이는 아무리 무능하더라도, 그래서 전장에서 실패를 거듭하더라도 푸틴에게 충성만 하면 그의 과거와는 상관없이 승진도 하고 자리도 보전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해 준다.
[전략적 대응도, 쳬계적 전략도 없는 러시아군]
이번 우크라이나군의 쿠르스크주 침공에서도 나타났지만 러시아군은 전쟁을 제대로 준비하지도 않았고, 심지어 국경의 방비마저도 제대로 준비하지도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전쟁과 관련된 정보도 제대로 관리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한마디로 총체적 난국이라는 의미다.
실제로 이번 우크라이나군의 쿠르스크 진격에 대해 일부 징후가 있다는 보고가 올라갔으나 상부에서 철저하게 무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WSJ은 “우크라이나군의 침공 전 라핀의 관할 사령부가 모스크바에 우크라이나군이 최전선에서 병력을 늘리고 있다는 보고서를 보냈지만, 모스크바가 이를 무시했다”면서 “게다가 라핀의 지휘를 받는 사령부도 침공에 대비해 방어선을 만들거나 지뢰를 매설하는 등의 행동을 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상식적으로 그러한 첩보를 입수했다면 당장 현지 부대부터 곧바로 대응 태세를 준비하는 것은 물론이고, 비상상황에 돌입하면서 상부에 보고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러시아군의 시스템이 상부의 지시가 없는 군사적 행동이 엄금되어 있기 때문에 이번에도 매우 중요한 첩보를 입수하였음에도 크렘린의 지시를 기다리고 있다가 화를 당한 것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크렘린궁 내에서는 우크라이나군의 쿠르스크 주 진격작전에 대해 전쟁 중에 항상 있는 심리전 정도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도 현장에 정보의 재확인 절차, 첩보의 업데이트 등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한마디로 푸틴을 정점으로 한 러시아의 중앙집권적, 상의하달식 의사결정 구조가 엄청난 문제를 불러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이러한 지휘체계의 문제점은 지난해 6월 프리고진의 무장 반란 사태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당시 프리고진이 반란을 일으킬 것이라는 징후가 여러차례 보고가 됐었고, 심지어 미국 정보부에서조차 크렘린궁에 정보를 알려 주었지만 크렘린궁은 설마하면서 아무런 대처를 하지 않았고 결국 프리고진은 모스크바를 향해 진격했다.
러시아군에게는 또다른 문제도 있다. 자휘체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형식적인 지휘체계는 분명히 존재하지만 어떤 일이 생겼을 경우 누가 그 사태를 책임지고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다보니 결국 어느 누구도 나서지 않게 되고 그러다가 문제해결의 시기를 놓치면서 사태를 악화시키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번 우크라이나군의 쿠르스크주 진격 사태 직후에도 러시아 참모총장 발레리 게라시모프 장군은 “라핀의 군대와 국경 수비대가 러시아-우크라이나 국경에 바로 인접한 지역에서 적을 파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발언 이후 게라시모프는 공식석상에 얼굴을 전혀 내비치지 않고 있고, 크렘린궁은 푸틴의 경호책임자를 쿠르스크로 내려 보냈으며 다양한 직군의 군인들을 현장으로 파견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도 쿠르스크주 사태에 대한 총괄적인 지휘 책임자가 누구인지, 또 어떤 명령 체계를 갖고 대응하는지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작전 능력도 부족한 러시아군, 그 실체가 드러났다]
우크라이나군의 쿠르스크주 진격으로 또 하나 확인된 사항은 러시아군이 의외로 허술하다는 점이다. WSJ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이 쿠르스크로 진격할 때 전자 재밍을 사용하여 통신을 무력화하여 러시아군이 지휘관과 연락을 할 수 없게 만들었다. 가벼운 무장을 한 러시아군은 최전선 뒤에 갇혀 숲으로 흩어졌다. 일부는 국지적으로 저항하며 우크라이나군에 대항하기는 했지만 결국 얼마 버티지 못하고 모두 투항했다. 그들 대부분이 무기도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징집병들이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폴란드에 본사를 둔 로찬 컨설팅의 콘라드 무지카 이사는 “모스크바에서는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본토로 진격해 올 것이라곤 아예 상상도 못했기 때문에 그에 대한 대비 자체가 아예 없었다”면서 “한마디로 우크라이나를 너무 무시하면서 러시아 본토는 무조건 안전하다는 지나친 과대망상이 사태를 이 지경으로 만들었다”고 꼬집었다.
사실 러시아군이 개전 초기에도 우크라이나를 며칠 내에 함락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수도 키이우를 향해 진격할 때 퍼레이드 대형으로 기갑부대를 진격시킨 바 있는데, 이 때문에 우크라이나군의 드론과 대전차 무기의 표적이 되면서 된통 당한 바 있었다. 그런데 러시아군은 그후로도 아무런 교훈을 얻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WSJ은 “우크라이나의 쿠르스크주 진격은 한마디로 라핀의 대응전략 실패로부터 기인했다”면서 “이 때문에 체첸의 독재자 람잔 카디로프는 라핀의 사임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카디로프는 “라핀을 이병으로 강등하고 훈장을 박탈한 뒤 기관총을 쥐어주고 최전방으로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쿠르스크주 사태가 어찌 라핀 한 사람만의 문제이겠는가? 사실 러시아 군부 전체의 문제이고 가장 큰 책임은 푸틴에게 있다고 해야 옳지 않겠는가?
[부패로 골머리 앓는 러시아 군부]
이렇게 러시아 군부의 무능이 문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군부의 부패도 심각한 것으로 보여 러시아군의 총체적 난국의 깊이가 심각함을 보여준다.
뉴스위크는 20일, 러시아 독립매체인 베르스트카(Verstka)를 인용해 “8월 13일에 발표한 분석 보고서에서 러시아군에서 뇌물 수수 사건이 2022년 2월 분쟁이 시작되기 전보다 1.5배 증가했다고 밝혔다”면서 “2021년 상반기에 러시아에서 3,202건의 뇌물수수 사건이 보고됐고,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4,958건이 보고돼 55%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뉴스위크는 이어 “군대와 군산복합체의 투명성 부족으로 인해 부패 관행의 뿌리가 깊게 남아 있다”면서 “지난 4월 23일 뇌물 수수혐의로 체포된 티무르 이바노프 전 국방부 차관을 비롯해 최근 몇 달 동안 다수의 저명한 군 관계자들이 구금되었다”고 전했다.
뉴스위크는 또한 “러시아의 오랜 국방장관이었던 세르게이 쇼이구도 5월에 갑작스럽게 국방장관직에서 해임되었는데 이 역시 부패와 연관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면서 “5월에 국방부 관리인 블라디미르 베르텔레츠키가 구금된 것도 눈에 띄는 체포 사례”라고 지적했다.
이렇게 러시아 군부의 최고위층 다수가 부패에 연루되어 체포되고 구금되는 상황에서 러시아군이 제대로 작동될 것이라고 믿는 것 자체가 천진난만한 생각일지도 모른다. 오죽했으면 푸틴이 신임 국방장관으로 군부와 전혀 관계가 없는 경제통을 앉혔겠는가?
이와 관련해 러시아의 독립 뉴스 매체인 모스크바 타임스는 “군부의 부패 청산 작업은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되지도 않았다”고 꼬집었다. 그만큼 부패의 꼬리가 깊다는 의미다. 이것이 러시아군의 실체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