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러시아 본토 쿠르스크 3번째 다리도 폭파]
러시아 본토를 일부 점령중인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군에 전략적으로 아주 중요한 세임강 다리를 파괴한데 이어 하류에 있는 두번째 및 마지막 구조물인 세 번쨰 다리까지 완전 파괴했다. 이로써 러시아군이 세임강을 건너 군사적 지원이나 보급품 공급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완전 차단됐다. 이와 함께 우크라이나에 의해 점령된 지역에 대해 러시아 정부가 그야말로 무능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블라디미르 푸틴의 위상도 흔들리고 있다.
영국의 텔레그래프는 1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공군 수장인 미콜라 올레슈추크가 글루슈코보와 즈반노에 마을 근처의 강을 가로지르는 다른 두 다리에 대한 공습을 보여주는 두 개의 동영상을 공개한 바 있는데 이후 세 번째 다리까지 완전히 파괴했다”면서 “이로써 우크라이나는 전례 없는 러시아 침공으로 점령한 약 1,100㎢의 영토에 대한 키이우의 통제권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텔레그래프는 이어 “서방 분석가들은 러시아가 강 남쪽에서 병력을 보강하고 재보급할 수 있는 유일한 경로는 글루슈코보 인근의 파괴된 다리와 가까운 임시 부교뿐”이라면서 사실상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군을 몰아내는 데 상당한 전략적 차질이 빚어질 것임을 예고했다.
[우크라의 끊임없는 공격, 석유저장고도 파괴]
텔레그래프는 그러면서 “우크라이나군이 드론 공격을 통해 러시아 내부 깊숙한 곳에 있는 석유저장고도 파괴했다”면서 “이 석유저장고는 공격을 받은지 24시간이 지나도록 화재가 진압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이 석유저장고는 로스토프 남부지역 도시인 프로레타르스크 외곽에 있는 것으로 18일 우크라군의 공격을 받았다. 우크라이나군도 18일, 러시아군에게 유류를 공급하는 석유저장고를 공격해 파괴했다고 주장했다.
[무능한 러시아군, 하루 수백명씩 포로로 잡혀]
이렇게 러시아 본토내에서 우크라이나군의 작전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군 포로들을 하루에 100~150명씩 생포하는 전과를 올리고 있다. 영국의 가디언은 19일, “우크라이나군이 지난 6일 러시아 본토로 진격한 이후 현재까지 하루에 100명~150명씩 러시아군을 포로로 잡고 있다”면서 “그들중 상당수가 징집병”이라 밝혔다.
이와 관련해 쿠르스크와 인접한 우크라이나 도시 수미 지역의 군사 행정 수장인 올렉시 드로즈덴코는 “국경을 지키는 러시아군 대부분이 어린 징집병들”이라면서 “그들은 우리와 싸우길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우크라군이 러시아 본토로 진입했을 때 그들과 마주친 러시아 병사들은 대부분이 징집병으로 총도 제대로 잡지 못하는 이들이었다”면서 “우크라이나군에 의해 기습 공격을 당하자 인근 숲이나 마을 건물 지하실에 숨어 있다가 투항했으며 이들은 전투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군은 이들 징집병들을 심문하는 동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 영성에서 한 징집병 포로는 “우리는 지휘관들에게 징집병들은 국경에 있어서는 안 되며 여기서 우리를 빼달라고 말했지만 그들은 우리에게 여기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면서 “그들은 우리를 개들에게 던졌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들 징집병들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전쟁으로부터 안전할 것이라면서 결코 최전선에 배치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대국민 약속을 했다는 점이다. 원칙적으로도 러시아에서 18세 이상의 남성들은 의무적으로 1년간 징집병으로 복무하게 되는데, 이들은 직업군인들과 달리 해외 파병이 금지되고 전투 작전에서도 제외된다.
그런데 푸틴은 전쟁 개시 초기에도 약속을 어기고 징집병을 최전선으로 보냈다가 사회적으로 논란이 된 적 있었는데, 이번에 또 대거 포로로 잡히면서 약속을 어긴 푸틴에게 온갖 비난의 화살이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WSJ은 이와 관련해 “이미 징집병들의 어머니들이 푸틴에게 항의 서한을 보내고 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면서 “이들의 부모들은 아들을 찾을 때까지 행동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 전했다. 과거부터 러시아에서 징집병 문제는 정치적 파급력이 있는 사안으로 여겨졌다는 점에서 앞으로 만만찮은 사회문제가 될 것임을 암시한 것이다.
실제로 과거 체첸, 아프가니스탄 전쟁 당시에도 징집병의 전쟁 파병 문제는 군인 어머니들의 대규모 시위로 이어지며 크렘린궁에 정치적 압력을 가하기도 했다.
이번에도 우크라이나에 잡힌 러시아 전쟁포로의 가족들이 조속한 포로 교환 등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푸틴 대통령에게 새로운 정치적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WSJ은 이와 관련해 “러시아에도 자국 군인들이 포로로 잡혀 있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입장에서는 이러한 러시아 내부의 정치적 압력은 새로운 동력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얼어붙은 푸틴, 리더십이 사라졌다!]
그런데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를 진격하면서 가장 눈에 띄는 것 중의 하나가 푸틴의 태도다. 러시아 본토가 공격을 당하는 상황에서 애초에 푸틴에게 기대되었던 강력한 리더십은 아예 실종되었고 오히려 뒤로 숨는 모습들이 연출되고 있어서다.
워싱턴포스트(WP)는 18일(현지시간) “푸틴 대통령이 위기 앞에 얼어붙는 경향이 있다”며 “호전적인 말에 걸맞게 신속하고 단호한 조처가 있어야 하는데 지금 푸틴에게선 그런 행동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WP는 특히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진격과 관련해 지난 12일 열린 안보회의에서 푸틴은 평소에는 볼 수 없었던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면서 “당시 그는 준비한 발언문을 불안하게 읽어 내려갔고, 알렉세이 스미르노프 쿠르스크 주지사 대행이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으로 인한 피해 현황을 공개하자 짜증을 내며 말을 끊었다”고 전했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지금 러시아 상황이 이렇게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푸틴은 구체적인 대응전략을 내놓지도 않았고 어떠한 지시조차 하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 소속 분석가 마크 갈레오티는 “푸틴 대통령은 그의 평소 스타일대로 그저 '문제를 해결하라'고만 말했다”면서 “실제로 어떻게 해야 할지 전략을 제시하거나 의미 있는 리더십을 발휘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는데, 이는 위기를 피해 숨는 푸틴의 고전적인 행태”라고 지적했다.
그런데 푸틴은 그날 회의 뒤에도 위기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하지도 않았고 통상적인 일정을 이어갔다. 실제로 푸틴은 이튿날인 13일에는 러시아를 방문한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을 만났고, 16일에는 정례 안보회의를 열었다. 게다가 18일부터는 1박2일의 아제르바이잔 국빈 방문 일정을 시작했다.
이러한 푸틴의 행동에 대해 WP는 “그가 마치 국내에 아무 잘못된 일이 없다는 듯 외국으로 떠났다”고 꼬집었다. 그야말로 러시아로서는 비상시국임에도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않고 아예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행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어찌보면 현실로부터 도피하고자 하는 마음이 깔려 있다고 분석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해 갈레오티는 WP에 “푸틴은 다른 사람들이 열심히 일하기를 기대한다”며 “잘된 일은 자신의 공로로, 잘못된 일은 다른 사람 탓으로 돌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WP는 그러면서 “우크라이나군의 이번 기습은 2022년 전쟁 발발 뒤 푸틴 대통령의 권위에 큰 타격을 안긴 네 번째 사례”라고 짚었다. 그 첫 번째는 지난 2022년 2월 전쟁을 도발한 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직접 공격했음에도 실패하고 퇴각했을 때이고, 두 번째는 최측근이던 바그너 용병단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반란을 일으켰을 때, 세 번째는 모스크바 외곽 공연장에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테러가 발생했을 때다.
WP는 “푸틴 대통령이 이런 위기에서 모두 하루가 다 지나도록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고, 러시아 정부는 그 시간에 아무런 대응을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물론 이러한 상황에서도 엘리트층을 비롯한 많은 러시아인들이 억압적인 정치 체제 속에서 푸틴 대통령 이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생각해 푸틴의 권력은 건재할 것이라는 예측이 압도적이다. 다시말해 그동안 계속되는 위기로 인해 푸틴의 권위가 훼손된 점은 분명하지만, 권력이 약화하지는 않았다는 것이 WP의 분석이다.
그렇다고 해서 푸틴의 권좌가 확고하게 유지될 것이라고 미리 예측하는 것도 위험하다. 하지만 전쟁의 장기화 속에서 러시아 국민들의 위기감이 날로 커지는 모습은 븐명하다.
실제로 지난 달 러시아 민간 여론조사기관 레바다센터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러시아인의 58%가 전쟁 종식을 지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전쟁을 계속해야 한다는 응답은 34%로 6월에 비해 9%포인트 감소했다. 이러한 조사결과는 일부 친정부 평론가들마저도 우려감을 나타내게 만들었다.
이에 대해 전쟁 분석가 카렌 샤흐나자로프는 러시아 국영방송 로시야1과의 인터뷰에서 “이러한 실수가 게속되면 우리는 패배할 수 있다”며 “러시아의 패배가 현실적으로 가능하다는 것을 깨닫는 등 경각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은 15일,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기습이 ‘현대판 차르(제정 러시아 황제)’ 푸틴 대통령의 지도력에 심각한 타격을 가했다”고 진단했다. ‘애틀랜틱카운슬’은 이어 “2000년 취임한 푸틴 대통령은 집권 내내 ‘위대한 러시아’를 외치며 ‘안보 수호자’ 이미지를 통해 장기 집권해 왔는데, 허를 찔린 본토 기습으로 이런 이미지가 완전히 훼손됐다”고 설명했다.
지금 상황에서 ‘애틀랜틱카운슬’이 눈여겨보는 것은 러시아 당국이 8일부터 자국 내 유튜브 접속을 차단하는 등 강도 높은 정보 통제에 나섰다는 점이다. 이는 이번 사태로 인한 민심 이반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점령 기간이 길어질수록 러시아 내부의 민심도 더 강하게 출렁거릴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지금부터는 러시아인들의 민심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울 필요가 있을 것이다. 지금은 파도가 출렁거리는 정도지만 이러한 파도가 앞으로 더 거세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