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의회, 中만리방화벽 우회할 새 기술과 도구 개발 지원 나서]
미국이 중국 인민들의 눈과 귀를 가로막고 있는 만리방화벽 허물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미국의 움직임이 시진핑 공산당 정부의 안위와 직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중국 당국도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보인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4일, “미 하원 미중전략경쟁위원회가 중국의 인터넷 검열 시스템인 '만리 방화벽'(The GreatFirewall·GFW)을 우회할 새 기술과 도구를 개발하는 데 자금 지원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여기서 ‘만리방화벽’이란 중국의 만리장성(The Great Wall)과 방화벽(Fire Wall)을 합쳐 만든 단어로 중국 정부 당국은 만리방화벽을 활용해 국민들이 정부에 불리한 내용에 접근하는 것을 막기 위해 해외 사이트나 소셜미디어를 차단하고 있다. 한마디로 국민들의 모든 정보를 통제하는 강력한 인터넷 검열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그래서 만리방화벽은 '전자감옥 장벽'이나 '중국 공산당이 친 인터넷 베를린 장벽'으로도 불린다.
실제로 중국내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이름이 포함된 메시지를 위챗으로 보내면 돌연 문자가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다. 아예 전달 자체가 안 되는 것이다. 그러나 똑같은 내용에 시진핑 이름만 빼면 곧바로 전송된다. 만리방화벽이 작동되고 있다는 증거다.
중국은 이 만리방화벽을 통해 자유민주주의 진영의 모든 언론 사이트와 X(Twitter),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같은 SNS와 유튜브도 열어볼 수가 없다. 심지어 홍콩에서 발행되는 SCMP마저도 통제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SCMP는 전했다.
이렇게 중국 당국이 중국 인민들을 세계로부터 소외시키고 있지만 이를 우회하여 해외의 사이트들에 접근하는 중국인들이 의외로 많다. 미국 의회가 바로 이렇게 중국인들이 중국의 만리방화벽을 우회해 해외의 사이트들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해 사실상 만리방화벽을 무력화시키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미 하원 중국 관련 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한 UC 버클리 소재 이중언어 미디어 기관인 차이나 디지털 타임즈의 설립자 샤오 치앙은 “중국인들이 중국의 '만리방화벽'을 극복할 수 있도록 새로운 우회 기술과 분산형 인공 지능 도구를 개발하기 위해 의회가 자금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실 중국 내에서 일부는 인터넷 우회 접속 프로그램인 가상사설망(VPN)을 이용해 만리 방화벽을 우회한다. 2022년 11월 말 '제로 코로나' 정책에 반대해 중국에서 벌어진 '백지 시위' 관련 게시물이 VPN을 통해 당시 트위터 등에 게시될 수 있었다. 그러나 한계가 분명하다. 중국 당국이 VPN 사용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단속하고 있어서다.
물론 미국 정부는 이미 중국 본토에서 가상 사설망(VPN)과 같은 전통적인 우회 도구 제공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지만, 미 의회 청문회에 출석한 이들은 한결같이 중국이 이러한 도구에 대한 접근을 막기 위해 범죄화를 강화하고 다른 불이익을 부과했다고 주장하면서 이러한 도구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따라서 만리방화벽을 사실상 무력화하기 위한 적극적인 방책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실제로 미국에 본사를 둔 인터넷매체 '차이나디지털타임스'의 창립자인 샤오창은 “중국인들이 만리방화벽을 극복할 수 있도록 새 우회 기술과 분산형 인공지능(AI) 도구 개발에 미 의회의 자금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 글로벌 미디어 기관이 자금을 지원하는 비영리 단체인 오픈 테크놀로지 펀드(Open Technology Fund)의 수석 부사장인 낫 크레천은 “중국 정부는 단순히 더 강력한 방화벽을 구축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면서 “중국 정부는 훨씬 더 야심찬 프로젝트에 착수하여 여러 층의 자체 강화 기술 및 사회적 통제를 구축했다”고 강조했다.
낫 크레천 부사장은 “그 결과 공산당 당국의 메시지가 인터넷을 통해 더 쉽게 유포되고 있으며, 사람들이 인터넷 우회앱을 다운로드하거나 사용하는 것조차 범죄로 규정되고 있다”고 밝혔다.
낫 크레천 부사장은 이어 “대부분의 중국인이 검열되지 않은 콘텐츠를 자연스럽게 찾을 수 있고 찾을 것이라고 합리적으로 가정할 수 있었던 시대는 안타깝게도 끝났다”면서 “인터넷 개발자들이 특정 사용 사례, 온라인 행동 및 위험 프로필에 맞는 혁신적인 우회 방법을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기업연구소(AEI)의 아시아 안보 담당 잭 쿠퍼 연구원도 동료 증인들과 마찬가지로 “미국 기관, 정부 산하 기관, 민간 부문을 아우르는 ‘인터넷 자유에 대한 야심찬 문샷 프로젝트’를 추진해야 한다”면서 중국의 이런 통제가 미·중 관계는 물론 미국 등 자유주의 국가에 해로운 영향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이 여러 채널을 통해 VPN 등 제공에 돈을 대고 있으나, 중국 당국이 VPN을 불법화한 상황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물레나르 위원장(공화)은 지난 22일(현지시간) 뉴스위크에 기고한 글을 통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진실에 대한 제한 없는 접근을 위해 만리방화벽을 철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레나르 위원장이 이러한 발언을 한 것은 중국 안팎에서 만리방화벽을 허물기 위한 노력이 지속되고 있어서다. 그러나 중국 당국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은 채 벽을 더 공고히 쌓는 데 주력해왔다.
작년 3월에도 해외 거주 중국 반체제 인사들이 주축이 돼 '만리 방화벽 금지' 운동인 '#BanGFW' 캠페인이 시작된 바 있다. 이 캠페인에서 만리방화벽 고안자로 알려진 중국 인터넷 전문가 팡빈싱과 옌왕자를 헤이그의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제소하는 방안도 제기됐으나, 실현되지는 못했다.
[만리방화벽 수출하는 중국, 사회주의 국가의 국민 통제 지원]
이날 미 하원의 청문회 자리에서는 중국의 만리방화벽 기술이 러시아, 미얀마, 캄보디아, 이란, 베네수엘라 등 권위주의 국가로 수출돼 자유와 민주주의 세계에 중대한 위협이 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미국에 본사를 둔 인터넷매체 '차이나디지털타임스'의 창립자인 샤오창은 “중국이 디지털 전체주의 국가 청사진을 제공해 세계 평화에 직접적인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자유아시아방송(RFA)도 23일(현지시간) “미국 의회 청문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중국 당국이 운용하는 만리방화벽이 자국민의 알 권리와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뿐만 아니라 국내 정보 감시를 강화하고 '만리방화벽'을 통해 권위주의 기술을 전 세계로 수출함으로써 세계 평화에 새로운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청문회에서 라자 크리슈나무르티 의원(민주)은 “중국 공산당 당국이 국방보다 국내 안보에 더 많은 예산을 지출해 왔으며, 그 중 많은 돈이 감시 카메라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사용되었다”고 지적했다.
크리슈나무르티 의원은 이어 “사람들을 서로 연결하도록 설계된 인터넷을 중국 당국이 통제하는 것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면서 “우리는 저항하든, 언론의 자유를 위해 중국 국민과 함께하든, 우리는 사회와 온라인에서 자유와 개방성이 검열과 통제를 이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만리방화벽 허물기, 그 첫발은 시작되었다!]
눈여겨볼 것은 이번 중국의 만리방화벽 관련 청문회가 미 하원의 민주·공화 양당 모두가 참여한 가운데 열렸으며 만리방화벽이 갖는 폐해를 서로 논의하고 이를 사실상 무력화하는데 힘을 모으기로 했다는 점이다.
이 청문회장에서 특히 중국 공산당의 만리방화벽이 미중관계를 해칠 뿐만 아니라 미국의 국익에도 해가 될 것임을 경고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기업연구소(AEI)의 아시아 안보 담당 잭 쿠퍼 연구원은 “미중 관계를 안정화하려는 노력은 이제 중국 공산당의 검열과 그들이 퍼뜨리는 가짜 정보에 의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중국 공산당의 잘못된 관리로 인해 중국 경제가 계속 어려움을 겪으면 중국은 국내 여론을 강화하기 위해 민족주의에 더 의존해야 한다고 느낄 수 있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중국 공산당은 중국의 어려움을 미국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런 이유로 “만리방화벽이 결국 중국 국민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입히는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미중관계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잭 쿠퍼는 강조한 것이다.
라자 크리슈나무르티 의원(민주)도 이날 “미국은 반드시 중국의 만리방화벽을 무력화시켜야 한다”면서 “이는 미국이 결코 패할 수 없는 싸움”이라고 말했다.
청문회에 참석했던 낫 크레천 부사장도 “미국이 중국 국민에게 보낼 수 있는 가장 신뢰할 수 있고 강력한 메시지는 그들이 진실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렇게 그 무시무시하다는 중국의 만리방화벽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미국의 발걸음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이는 중국의 시진핑 정권에게는 엄청난 위협이 될 것이다. 사실 2년여전 시진핑의 코로나 봉쇄정책에 항의하면서 벌어졌던 중국청년들의 백지시위도 중국내의 우회 VPN이 있었기에 가능했었다.
아무리 중국 당국이 어마어마한 정보력과 통제력으로 SNS를 통한 정보 확산을 막는다 할지라도 일단 중국의 만리방화벽을 우회하는 정보들까지 차단할 수는 없다는 점에서 중국당국의 정보통제는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미국에 의한 만리방화벽 허물기는 사실상 중국 인민들의 생각을 깨우기 위한 혁명적 발상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