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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중국이 한국에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는 이유? - 美제재 5년, 화웨이가 일취월장 했다? - 화웨이의 성장, 그 이면에 숨겨진 中정부의 지원 - 겉으론 성장한 듯 보이는 中반도체, 미래없는 현실
  • 기사등록 2024-06-28 04:4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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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제재 5년, 화웨이가 일취월장 했다?]


요즘 중국 반도체와 관련된 국내외 언론보도 내용들이 그야말로 널뛰기식으로 냉온탕을 오가고 있다. 일부에서는 중국의 화웨이가 미국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훨씬 강해지고 있다고 보도하는가 하면 또 다른 기사에서는 화웨이가 첩첩산중의 어려움에 처해 있다는 뉴스까지 나온다. 도대체 뭐가 맞고 뭐가 잘못된 것일까?



영국의 시사주간지인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미국의 화웨이 ‘암살 시도’가 역풍으로 돌아왔다. 역설적이게도 미국 제재는 화웨이를 오히려 강하게 만들었다”고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실제로 화웨이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화웨이 매출은 7041억 위안(약 134조원)으로 전년 대비 10% 가까이 늘었다. 이러한 화웨이의 매출은 삼성 매출(259조원)의 절반 규모이고, 미국 인텔의 1.8배 수준에 달한다. 물론 미국의 제재가 시작되기 전 매출이었던 8588억 위안에는 여전히 미치지 못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웨이의 매출 증가세는 괄목할만 하다.


특히 눈여겨볼 것은 올해 1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564% 급증한 197억 위안을 기록했다는 점이다. 이러한 추세만 본다면 이코노미스트의 지적대로 미국의 제재가 5년이나 지났는데 화웨이는 죽지 않고 되살아났으며 오히려 미국의 제재를 비웃듯 견고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연고로 국내의 주요 일간지에서도 화웨이의 매출 급신장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위청둥 화웨이 소비자 부문 CEO(최고경영자)가 지난 21일, 광둥성 둥관에서 열린 콘퍼런스에서 발언한 내용을 그 증거라도 되듯이 소개했다.


위청둥 CEO는 이날 “(미국의) 제재를 받은 지난 5년 동안 화웨이는 산 넘고 바다 건너 우리만의 은하[星河]를 이뤘다”면서 “이젠 화웨이의 독자적인 모바일 OS ‘훙멍’ 이용자가 9억 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위청둥 CEO는 이어 “화웨이의 OS는 안드로이드 ‘짝퉁’이란 평가에서 벗어나 독자 기술과 디자인을 입히고, 앱 개발자 220만 명을 거느린 OS로 만들었다”고 자랑했다.


화웨이가 특히 자랑하는 부분은 중국의 ‘반도체 자립’까지 화웨이가 구심점 역할을 하면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제재 이후 화웨이는 팹리스(설계)에 주력할 뿐 아니라 반도체 장비, 소재, 패키징(후공정) 등에 집중 투자하며 자생적인 ‘반도체 생태계’를 만들었다. 이는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반도체가 없는 화웨이는 상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화웨이는 최소 107개의 기술 기업에도 투자했다. 실제로 중국 최대 음성 인식 기업인 아이플라이텍의 AI모델은 전적으로 화웨이의 칩을 기반으로 훈련됐다.


화웨이는 이러한 반도체 기술의 굴기를 위해 28조 원을 쏟고 있는 삼성의 연구개발비보다 더 많은 1647억 위안(약 31조원)을 쏟아부었다. 그러니 그렇게 성장하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닌가 생각할 정도다.


[화웨이의 성장, 그 이면에 숨겨진 中정부의 지원]


그렇다면 이러한 화웨이의 성장에 대해 외국의 전문가들은 어떻게 평가할까? 그리고 화웨이의 성장을 지금 나타난 숫자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과연 맞는 것일까?


가장 먼저 지적할 것은 화웨이의 매출 급신장 뒤에는 중국에서의 소위 ‘국뽕’이 엄청난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최근 들어 중국에서는 소위 애국주의 소비 열풍이 불었다. 특히 화웨이가 지난해 7나노급 반도체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출시하면서 한마디로 중국에서는 난리가 났다. 마치 화웨이의 스마트폰이 세계 기술을 제압할 수 있을 듯 광란의 평가가 이어졌던 것이다.


당장 중국 정부는 이러한 바람을 타고 공무원들에게 애플 아이폰의 사용을 금지시켰다. 중국 당국의 그러한 조치가 뭘 의미하는지 중국 사람들은 다 안다. 알아서 중국산인 화웨이를 쓰도록 사실상의 강압 조치를 내린 것이다.


중국 당국은 또 자국산 스마트폰의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중국 산업의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하고 있는 정부 보조금을 집중 투입했다. 지난 2022년 한 해 동안만 하더라도 전년의 2배 수준인 65억5000만 위안(약 1조2500억원)을 보조금으로 지급했다.


이러한 여파로 화웨이의 해외 매출은 제재 이전인 2018년의 52%에서 지난해 33%로 낮아졌지만, 반면 중국 내에서 시장을 사실상 독점적으로 점유를 하면서 실적이 뛰어올랐다. 당연히 영업이익률도 기존 8~9%에서 14.8%로 올라왔다.


이러한 국뽕 바람에 가장 타격을 받은 것은 바로 애플이었다. 이로 인해 올해 1분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화웨이의 판매량은 전년 대비 약 70% 증가한 반면, 아이폰은 같은 기간 판매량이 19% 감소했다.


[겉으론 성장한 듯 보이는 中반도체, 미래없는 현실]


또 하나, 요즘 언론들 사이에 대대적으로 소개되는 보도 가운데 하나가 중국의 AI기술이 일취월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의 대중국 첨단 반도체 제재가 약 2년 동안 이어지고 있지만, 중국은 미국 보란 듯이 AI 기술과 첨단 반도체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는 내용들이 줄을 잇고 있다.


또한 미국의 제재로 미국의 엔지니어들이 중국에서 철수하면서 되레 중국의 기술 자립을 불러오는 ‘제재의 역설’이 일어나고 있다는 보도도 있었다. 실제로 한 중국 전문가는 지난 13일 “작년 말부터 중국의 반도체 수출액뿐만 아니라 수출 물량이 늘어나기 시작했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주장하기까지 했다.


이뿐 아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도 “(중국이) A100, H100 등 엔비디아 AI 반도체를 몰래 들여오는 시장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러한 현실을 어떻게 봐야 할까?


그런데 SCMP의 보도를 인용해 중국의 AI 반도체 기술의 급신장을 주장했다면 SCMP의 다른 보도도 읽어 봤어야 하는데 그러한 기사는 놓친 듯싶다. SCMP는 지난 25일, “중국 반도체 생태계가 레거시(구형) 반도체에 특화돼 HBM과 같은 고부가 메모리 반도체를 제조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보도했다.


한마디로 미국 등의 서방세계의 제재를 받는 중국은 첨단 반도체는 아예 포기를 하고 자동차·전자제품 등에 쓰이는 레거시 반도체 공략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것이 SCMP의 핵심 내용이다. 여기서 레거시 반도체는 통상 28㎚(나노미터, 10억분의 1m) 이상 공정에서 만들어진 제품을 의미한다.


문제는 중국 반도체 업계의 이러한 전략은 HBM과 같은 첨단 메모리 반도체를 개발하는 데 발목을 잡고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이에 대해 사이먼 우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연구원은 “중국의 반도체 생태계는 주로 중저가 반도체를 중심으로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 HBM을 제조하기에는 아직 역량이 부족하다”고 했다.


물론 중국이 첨단 반도체인 HBM 기술 개발에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양쯔메모리(YMTC)의 자회사 우한신신반도체 제조와 화웨이, 창신 메모리 테크놀로지스(CXMT) 등이 개발에 나섰지만, 첨단 반도체 개발에 필수적인 장비들이 제재 조치로 반입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들 중국 기업들이 한국 제조사들의 기술 수준을 따라오는 것조차 아직은 벅차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정부는 중국이 아예 HBM 기술에 범접하지 못하도록 더 촘촘히 규제를 시행할 계획까지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중국이 HBM 기술을 따라잡기는 영원히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이런 측면에서 화웨이가 AI반도체 칩 개발에 성공해 양산에 들어갈 수도 있다는 보도는 다시 한번 뒤집어 볼 필요가 있다. 실제로 화웨이의 2세대 AI 칩인 ‘어센드 910B’는 그동안 중국 시장을 90% 이상 장악했던 엔비디아 AI 칩의 대체재로 떠오르며 중국의 미래를 이끌 수 있다는 환호를 받았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ASML로부터 도입되는 장비들이 첨단 극자외선(EUV) 노광장비가 아닌 성능이 낮은 심자외선(DUV) 장비를 개조해 AI 칩 7㎚(나노미터·10억분의 1m) 회로를 그리다보니 수율도 낮고 당연히 과부하로 인해 장비 고장까지 잦기 때문에 화웨이가 과연 그러한 장비로 지속 가능한 생산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정도다. ‘이 없으면 잇몸’이라는 중국식 사고(思考)는 당연히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어서다.


실제 화웨이가 만드는 AI칩 어센드 910B의 생산 수율은 여전히 20%대 수준인 것으로 알려진다. 5개 만들면 4개가 불량품이라는 의미다. 이런 상태가 지속된다면 만들면 만들수록 적자이고 당연히 불량품은 쏟아질 수밖에 없다.


더 심각한 것은 화웨이가 그렇게 DUV를 개조해 억지로 7나노급 반도체를 만들다 보니 기계 고장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데, 이를 수리할 엔지니어조차 제대로 활용할 수 없다는 점이다. 가장 손쉬운 길은 네달란드의 ASML로부터 받는 방법인데 이러한 문제까지 제재 대상에 들어가다 보니 중국은 그저 막막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빠져 있는 것이다.


진짜 심각한 것은 화웨이와 SMIC가 AI 칩 양산에 어려움을 겪게 되었을 때 당연히 이를 기반으로 AI기술을 개발해야 할 텐센트, 바이두 등 중국 빅테크들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러한 일들이 앞으로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보지 않아도 뻔하다.


그런데 앞으로 주목해야 할 점은 이러한 중국 내 반도체 현실에 대해 화웨이나 SMIC 등 기술 기업들은 그 실상을 결코 시진핑 주석이나 당 지도부에게는 보고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그 실상이 만천하에 공개되면 당장 시진핑 노선 자체가 흔들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미국 등 서방의 제재를 불러왔던 시진핑의 중국몽까지도 비판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절대 대외적으로 이러한 문제점들을 공표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그럼에도 중국의 반도체 기술자들은 계속 장밋빛 전망만 내놓을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내용들을 한국의 친중적 학자나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덩달아 나팔을 불어댈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원님 나팔소리’에 더 이상 속아서는 안 된다. 실상을 제대로 보고 현실을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SCMP는 “중국은 전 세계 메모리 소비량의 약 30~35%를 차지하고 있다”며 “중국 내 AI 생태계가 성장함에 따라 한국 메모리 반도체에 더 많이 의존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현재 HBM 시장을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주도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중국이 필요한 HBM 공급은 한국 기업이 아니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물론 한국 기업들의 대중국 수출에 대해 미국이 당연히 제재를 요청해 올 것이다. 그럼에도 한국에 목을 매달 수밖에 없는 중국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이 한국 정부에 고개를 숙이면서 첨단 반도체를 손에 넣으려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최근 들어 중국의 외교 태도가 그 전과는 달리 협조적이고 부드러운 얼굴을 보이려 애쓰고 있다고 봐야 한다. 북한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한일중 정상회의까지 열게 된 것도 바로 이러한 배경이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그렇다면 한국 정부도 이러한 현실을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과거와 같이 중국이 칼자루를 들고 한한령 같은 조치를 취하는 그런 시대가 아니다. 오히려 한국이 큰소리치면서 한중관계를 만들어 가야 할 시점이라는 것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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