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우크라전에 무기 수리 인력 파견 허용할 듯]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자국산 무기의 러시아 본토 타격을 허용한 데 이어 이번에는 자국 기업의 무기 수리 인력 파견을 허용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우크라이나전에 또 한 발 더 담그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CNN은 26일, 4명의 미국 관리를 인용해 “미국이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무기 시스템을 유지 및 수리할 수 있도록 자국 기업의 무기 수리 인력 파견을 허용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면서 “이 변화는 미국이 우크라이나 군대가 러시아에 대항하여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함에 따라 바이든 행정부의 우크라이나 정책에 또 다른 중요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CNN에 따르면 미국의 이러한 정책은 아직 조 바이든 대통령의 최종 승인을 받지는 않았지만, 행정부 관리들이 구체안을 작업 중이며 만약 대통령의 승인이 떨어진다면 올해 안에 시행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국방부는 “이번 조치가 시행된다면 2022년 러시아 침공 이후 처음으로 우크라이나 내에서 미국 기업과 계약을 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우크라이나 군이 사용하는 무기 시스템의 유지 보수 및 수리 속도를 높일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는 2022년 전쟁 발발 이후 자국 군대와 국민들이 전선 가까이 가지 않도록 여행 자제를 권고하면서 신중을 기해 왔다. 이에 따라 미국이 제공한 무기에 대한 정비가 필요하면 폴란드나 루마니아 혹은 인근의 다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소속 국가로 옮겨 수리해 왔다. 또한 일상적인 유지보수도 보안이 되는 전화를 이용한 원격 영상 채팅을 통해서만 진행했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으로 문제가 생긴 시스템에 대한 유지·보수를 제대로 할 수 없다는 의견들이 계속 제기되어 왔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미국이 제공한 무기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게 되면서 우크라이나에 전세가 불리하게 돌아가는 일들이 벌어지자, 미국 정부의 고심도 깊어졌고 결국 무기 수리 속도를 높이고 전장에서의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군 계약업체의 파견을 검토한 것으로 풀이된다.
경험이 풍부하고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미국 계약업체가 우크라이나에 계속 주둔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 손상된 고가 장비를 훨씬 더 빨리 수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련 당사자들의 의견이다.
특히 미 당국자가 정기적인 유지보수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하는 한 가지 첨단 시스템은 우크라이나가 올해 말에 받을 예정인 F-16 전투기이다.
다만 CNN은 과거 아프가니스탄이나 이라크 사례 때처럼 광범위한 파견이 이뤄질 가능성은 적으며 한 번에 수십 명에서 수백 명 정도가 우크라이나에 파견돼 일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갈수록 우크라전에 더 깊숙이 개입하는 미국]
사실 자국 기업의 무기 수리를 위해 수백 명의 인력을 파견한다는 것은 그만큼 우크라이나 전쟁에 미국의 개입 강도가 더 깊숙해진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한 달여 전인 지난 5월 말 바이든 대통령은 자국산 무기로 하르키우 국경 근처의 러시아 내 목표물을 미국 무기로 공격할 수 있도록 허가했으며, 곧이어 지난주에는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이 우크라이나가 미국 무기를 사용하여 우크라이나-러시아 국경 어디든 반격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 이 정책은 다시 한번 확대됐다.
이와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당시 국가안보회의(NSC)에서 유럽 담당 국장을 역임한 퇴역 육군 장교 알렉스 빈드먼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기 위한 훨씬 더 집중적이고 사려 깊은 노력이 될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빈드먼은 이어 “거의 2년 동안 행정부에 대해 우크라이나에 건네준 미국산 무기에 대한 제한 해제를 촉구해 왔으며, 행정부가 올해 초부터 제한을 완화하기 위한 계획을 마련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빈드먼은 그러면서 “우크라이나는 사실상의 美동맹국”이라면서 “미국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데 있어 예민하게 반응해야 하며, 특히 우크라이나 지원이 미국의 국익에도 이익이 된다는 점을 깨닫고 앞으로도 더 많은 완화 조치들이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기 지원 계속하는 美, 패트리어트미사일 포대도 파견]
미국은 무기 지원도 계속 강화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12일,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패트리어트 지대공미사일 포대를 추가로 지원하도록 승인했다”며 “두 번째로 지원하는 패트리어트 미사일이 미국으로 복귀할 예정인 폴란드 주둔 미군 방어용으로 배치된 것으로 수일 내에 우크라이나에 배치될 수 있다”고 전했다.
눈여겨볼 것은 미군이 패트리어트 미사일 부족에 시달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우선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한 고위 군당국자는 “육군이 미국과 전 세계에 배치한 패트리어트 미사일 포대가 14개”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보유한 미 동맹국 2곳도 우크라이나에 2개 포대를 지원했으며 유럽국들도 추가로 지원할 계획이라고 미 당국자가 밝혔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패트리어트 미사일 비용은 11억 달러(약 1조5168억 원)에 달할 정도로 아주 비싼 무기다. 레이더와 발사 장비 비용이 4억 달러(약 5519억 원), 미사일이 6억9000만 달러(약 9519억 원) 등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패트리어트 미사일이 워낙 희귀하고 또 효과도 뛰어나기 때문에 전 세계 각지의 주요 분쟁 지역으로 옮기는 일이 눈속임 게임과 유사하다 할 정도로 전략적 중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사실 최근 몇 년 사이, 특히 가자전쟁 발발 이후 패트리어트 등 대공 미사일 체계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다.
실제로 지난 4월 이란이 이스라엘을 향해 300기 이상의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 자폭 드론을 발사했을 당시 이스라엘과 미국 및 동맹국들의 공중 및 지상의 미사일 방어체계가 대부분을 요격했다. 그런데 지금도 이스라엘에서의 전쟁은 진행중이고, 또한 헤즈볼라와의 전쟁도 일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중동 지역 배치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됐다.
그렇다고 한반도에 배치된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것도 당연히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그만큼 위험하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 본토에도 패트리어트 미사일이 배치되어 있는데, 오클라호마 포트 실 기지의 훈련용 포대와 하와이 등에 배치된 것이라 다른 지역으로의 이동 배치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그러한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우크라이나로 보내기로 했다는 것은 미국이 지금 우크라이나 전쟁을 얼마나 중시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와 함께 이미 우크라이나에 1개 포대를 지원한 독일이 이달 하순 두 번째 포대를 지원할 예정이며, 자국 주둔 미군 보호용 패트리어트 포대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는 데 동의한 네덜란드도 두 번째 포대 지원 협상을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군사위원장 롭 바우어 제독은 “우크라이나에 더 많이 필요하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이 무기를 보유한 나라들이 더 많은 위험을 부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교장관은 지난달 안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이미 지원된 2개 포대를 포함해 패트리어트 미사일 7개 포대가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7일,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국 승리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 ‘노르망디 상륙작전’ 80주년을 맞은 6일 프랑스 북서부 노르망디를 찾은 자리에서 “우크라이나를 떠나지 않겠다(We will not walk away from Ukraine)”면서 변함없는 우크라이나 지지를 강조했다. 80년 전 전 세계가 힘을 합쳐 나치 독일을 물리쳤듯 현재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맞서야 한다는 뜻을 드러낸 것이다. 과연 이러한 바이든 대통령의 의지가 앞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에 어떻게 투영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