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中, 우크라 평화회의 방해…'푸틴의 도구' 전락”]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중국을 향해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방해하고 있다”면서 “중국은 이미 푸틴의 도구가 된 듯하다”면서 강력하게 비판하고 나서 파문이 일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 젤렌스키 대통령이 싱가포르에 열린 아시아 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 참석한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중국이 러시아를 돕기 위해 다른 국가와 지도자들에게 우크라이나 평화회의에 참석하지 말라고 압력을 가하고 있다”면서 “중국의 대러시아 지원은 전쟁을 장기화할 뿐”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어 “러시아는 중국의 영향력과 외교관까지 동원해 평화회의를 방해하기 위한 모든 것을 하고 있다”며 “중국 같은 독립적인 강대국이 푸틴의 도구라는 것이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평화회의는 오는 6월 15~16일 루체른에서 열리게 되는데, 이 정상회의에는 100개국 이상의 국가 대표들이 참석해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문제를 협의할 예정이지만, 회의 직전 G7정상회의 참석차 이탈리아를 방문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참석하게 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우크라 평화 원한다던 중국, 왜 평화회의에는 불참할까?]
사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중국의 행보는 상당히 이해하기 어려운 구석이 있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우크라이나 전쟁에 중립적이라는 태도를 견지해 왔으며, 리후이 유라시아 담당 특사를 파견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그리고 유럽 등지를 방문해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과 함께 이를 중재한다는 의사를 비쳐왔다. 그러나 중국의 그러한 중재자 행보에 대해 국제사회는 전혀 신뢰를 보이지 않았다. 공개적으로 친 러시아 행보를 보이는 시진핑 주석이 결코 푸틴 대통령의 뜻에 반하는 휴전안이나 전쟁 종식안을 내놓지는 않을 것이라 봤기 때문이다.
그러다 최근들어 중국이 러시아를 향해 직접적인 전쟁 무기는 아니지만 이중용도의 품목들을 포함해 곧바로 전쟁 물자 생산에 투입되거나 또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품목들을 수출해 왔음이 드러나면서 우크라이나 평화를 원한다는 중국의 그동안 선전이 완전히 이중 행보였고 또한 가식적 행위였음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그래서였을까? WSJ에 따르면 중국과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이 양자 회담을 위해 만났던 작년 샹그릴라 회의 때와는 달리, 지난 주말 열렸던 행사에서 대규모 중국 대표단과 우크라이나 간의 공식적인 접촉은 전혀 없었다.
또한 샹그릴라에서 다른 연설에 제복을 입고 대거 참석했던 중국 대표단은 2일 젤렌스키의 연설에는 불참했다. 이와 관련해 WSJ은 “중국 대표단은 샹그릴라 행사장에서 우크라이나 팀과 우연히 마주치는 것조차 피하려고 노력했으며, 싱가포르 주최 측에 젤렌스키가 참석할 경우 대표단을 위한 토요일 만찬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당일 만찬에는 젤렌스키 대통령은 인도네시아 및 동티모르 대통령과의 회담으로 인해 불참했다. 한마디로 중국 대표단이 의도적으로 회피했다고 보면 될 것이다.
WSJ은 이어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2023년 4월 시진핑 주석과 한 차례 만난 이후로 중국측과는 어떠한 접촉이 없었다”고 밝혔다.
[중국은 왜 우크라이나측과의 만남을 의도적으로 피했을까?]
그렇다면 중국은 왜 우크라이나측과의 만남 자체를 의도적으로 회피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그만큼 찔리는 것이 많았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2일 열린 샹그릴라 화의에서 연설한 동준 중국 국방부장은 “중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어느 쪽에도 무기를 제공하지 않는다”면서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중국은 책임감 있는 태도로 평화 회담을 추진해 왔다”고 강조했다.
동준은 이어 “우리는 이중 용도 품목의 수출을 엄격하게 통제해왔으며 불길을 부채질하는 어떠한 행위도 하지 않았으며, 우리는 평화와 대화의 편에 굳건히 서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러한 발언이 이미 사실도 아니고 허구로 가득차 있다는 것은 자유아시아방송(RFA)의 구체적인 보도로 이미 들통이 난 바 있다.
여기에 대해서는 우리 신문이 지난 4월 18일, “러시아 지원했던 中, 美 강력 경고에 바짝 엎드렸다!”는 제목의 정세분석(유튜브 2658회)를 통해 자세히 설명한 바 있다. 우리 신문은 한마디로 “그동안 러시아에 이중 용도의 무기 부품을 수출해 왔던 중국이 미국의 강력한 세컨더리보이콧 경고에 결국 두 손 들었다”면서 “이는 미국의 제재 위협이 언제든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에 중국도 러시아에 대한 수출 품목 통제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한 바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이날 “시 주석이 대화 중에 러시아에 무기를 판매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러시아 군이 중국산 부품의 혜택을 받고 있다”면서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많은 정보기관으로부터 어떤 물건이 다양한 채널을 통해 중국에서 러시아로 들어가고 있다는 구체적인 자료를 받았다”고 말했다.
젤렌스키는 이어 “러시아 미사일과 기타 무기에는 서방을 포함한 다른 국가의 부품도 포함되어 있다”면서 “중국이 러시아를 지원하면 전쟁이 더 길어질 것이며, 이는 전 세계에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결국 이번 샹그릴라 대화에 참석한 중국의 태도를 보면 중국이 우크라이나를 향해 갖는 외교적 본질이 무엇인지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중국은 대외적으로는 우크라이나 평화를 위해 노력한다고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유럽 각국에 중국의 중간자적 입장을 홍보하기 위한 겉치레였음을 보여주었다. 다시말해 미국 시장에 이은 두 번째 큰 시장인 유럽 각국의 환심을 사기 위해 중국이 우크라이나 평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인상을 심어주려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위선적 행동에는 한계가 있다. 특히 러시아가 빠진 우크라이나 평화 정상회담에서 중국은 공개적으로 러시아 편을 들 수도 없고 그렇다고 푸틴의 생각에 반하는 우크라이나 측의 견해에 찬동할 수도 없는 것이다. 그래서 대외적으로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모두가 참석하지 않은 평화회담에는 중국도 함께하지 않는다면서 불참을 선언한 것이다.
여기서 중국의 속내가 명백히 드러나 보인다. 그렇다면 지난해 초반기만 하더라도 중국은 무슨 생각으로 우크라이나 종전을 위한 평화회담의 중재자가 되겠다고 했던 것일까? 그런데 지금은 왜 중재자로서의 입장도 명확하게 드러내 보이지 못하고 아예 우크라이나측 대표단을 의도적으로 회피하면서 얼굴도 부딪치지 않으려 하는 것일까?
[중국은 이미 러시아에 승부수 던졌다!]
최근들어 중국이 보이는 행태를 보면 중국은 이미 러시아의 승리를 내다보면서 푸틴의 행보에 힘을 실어주었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최근 전황을 보면 러시아가 아직 서방의 무기 지원이 완전히 않은 상황을 틈타 우크라이나 동부전선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루고 있는 듯 보인다.
우리 신문은 지난 5월 31일, “나토 파괴하려는 푸틴의 음모, 유럽이 발칵 뒤집혔다!”는 제목의 정세분석(유튜브 2733회)을 통해 나토를 향한 푸틴의 전략을 자세히 설명한 바 있다.
물론 푸틴의 대전략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넘어 나토국 가운데 약소국들을 상대로 일부의 공격을 가해도 나토군이 총단결해 군사개입을 결코 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제가 있기는 하다. 만약 푸틴의 뜻대로 전쟁이 진행된다면 제일 이익을 보는 나라 중의 하나가 중국이 된다. 곧바로 대만을 향한 점령작전을 펼칠 수도 있고, 또 미국을 중심으로 한 단극체제가 아닌 중국이 중심에 우뚝서는 다극체제의 세계로 재편할 수도 있어서다.
시진핑 주석은 지금의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을 보면서 러시아의 푸틴이 원하는 대로 전쟁을 지속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중국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판단을 이미 내렸다는 것이다.
그렇게 방향이 정해졌기 떄문에 샹그릴라 대화에 참석한 중국 대표단은 아예 우크라이나 측과 얼굴조차 마주치는 것을 꺼려했던 것이다. 만나봤자 할 말도 없고 오히려 중국의 속내만 드러날 수밖에 없어서다. 또한 지난해 우크라이나 측과 전쟁 중재랍시며 많은 말들을 꺼내 놓은 것들이 있는데, 그러한 약속이나 협상 조건들에 대해 더 이상 변명할 것도, 또한 설명할 것도 사라졌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러시아가 전쟁을 지속할 것이며 우크라이나 전쟁은 우크라이나를 넘어 더욱 확대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중국의 판단은 과연 이루어질 수 있을까? 글쎄다. 지금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이 결코 러시아에게 녹록치 않으며 나토국 전부는 아니더라도 일부 국가들이 심각한 결단을 내릴 가능성도 있다는 점에서 시진핑의 판단은 또다시 수렁 속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 할 것이다. 두고 볼 일이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