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잇따른 폭력사태, 사회 불안 징조]
철저한 공안통치가 이루어지고 있는 중국이 잇따른 폭력사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특히 이러한 폭력사태들이 중국내 경제 불안과 연관되어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면서 사회 불안으로까지 확대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블룸버그는 23일, “폭력이 드문 중국에서 이례적으로 칼부림 사건들이 잇따라 벌어지고 있다”면서 “경기 침체로 시민들은 압박이 가중되면서 폭력사태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19일, 중국 주요 도시의 지하철이 모두 그렇듯이 보안검색대가 마련되어 있음에도 상하이의 한 지하철 역에서 칼부림 난동 사건이 발생했다. 상하이 경찰은 일단 3명에게 부상을 입힌 용의자를 체포하였으며 현재 사건을 조사중이라고 밝혔다.
폭력사태가 비교적 드문 중국에서 이번 사건은 당장 웨이보의 인기 트렌드로 부상하였고, 사용자들은 범인의 동기에 대해 추측하며 약 1억 6,400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일부에서는 범인이 올해 초 7조 달러(9737조원) 규모의 중국 증시 폭락으로 피해를 입은 주식 투자자일 가능성이 있다고 추측했다.
이에 대해 한 네티즌은 “이러한 경제 환경의 압박은 모든 사람에게 연쇄적으로 내려오고 있으며, 작은 상황 변화에도 벼랑 끝으로 내몰릴 수 있다”면서 “지금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분노의 한계를 측정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다른 사람을 자극하거나 괴롭혀서는 안되는 것 아닌가? 제발 경제 상황의 희생양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썼다.
또다른 네티즌은 “경제가 나빠지고 사회 문제가 커지면 사람들은 더 공격적으로 변한다”는 글을 올렸다.
경찰은 이번 사건의 동기에 대해 자세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지는 않지만 이를 바라보는 대중의 반응은 가계 자산의 대부분이 묶여 있는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장기화되고 또한 중국 경제 자체가 몰락의 위기로 빠지게 되면서 이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 동기가 되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캘리포니아 피처 칼리지의 정치학 조교수인 한장 리우(Hanzhang Liu)는 “이번 사건을 일으킨 사람 역시 중국의 경기 침체와 불안감으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중요한 것은 이러한 사건에 대중의 관심이 폭발한다는 것 자체가 수많은 사람들이 이 사건에 자신의 불안감 역시 투사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프리덤하우스의 반중국 모니터에 따르면 경제, 특히 주택 가격 폭락에 대한 시위가 더욱 빈번해졌으며, 지난해 공개적으로 기록된 반정부 시위의 80%를 차지했다. 또한 채용 플랫폼 자오핀에 따르면 직장인의 거의 3분의 1이 같은 기간 동안 급여가 감소했다.
눈여겨볼 것은 상하이 사건 이후 중국 전역에서 비슷한 사례가 보고되었다는 점이다. 지난주 지린성 북동부 도시에서 미국 대학 교사 4명이 현지 남성이 휘두른 칼에 찔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중국 당국은 그저 우발적 사건이라고 해명했지만 중국내에서는 사회 불만 세력에 의한 칼부림 사건으로 이해하고 있다.
또한 6월 초에는 산시성 한 현의 정치 자문기구 위원장이 불법 점유 국영 주택 정리를 둘러싼 분쟁으로 살해당했다. 그리고 5월에는 장시성 남동부의 한 초등학교에서 역시 칼부림 공격으로 2명이 사망했다.
장시성 공격은 웨이보에서 39만회 이상 조회되었으며, 한 네티즌은 “경제가 둔화되고 삶이 더 고단해지다 보니 공격적인 사람들이 더 자주 발생한다”고 언급했다.
당국은 장시성과 상하이에서의 칼부림 사건의 동기에 대해 자세히 밝히지 않았지만, 지린성에서 부상당한 교사 중 한 명은 아이오와 공영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칼부름 공격범이 실직 상태이고 운이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중국은 오랫동안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국가로 선전해 왔다. 중국 당국은 1980년대 이후 최소 네 차례에 걸쳐 '강력한' 범죄 방지 캠페인을 전개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중국 공안부는 지난 5월 기자회견에서 “지난 5년간 사회 질서가 꾸준히 개선되어 2019년 대비 2023년 강력 범죄가 10.7% 감소했다”고 밝힌 바 있다.
[사회적 공공 폭력,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중국당국]
그럼에도 최근들어 칼부림 사건 등의 공공 폭력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블룸버그에 의하면 중국 당국은 경제 변화와 폭력 증가 사이의 연관성을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광둥성 경찰대학은 2000년부터 2021년까지 발생한 140건의 폭력 사건을 분석한 결과, 작년에 대부분의 범인이 전과 기록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대신 중국의 급격한 경제 변화로 인해 사회 일부 계층이 더 불리한 상황에 처하게 되었고, 폭력을 통해 불만을 표출하게 되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중국에서는 총기와 폭발물에 대한 엄격한 통제로 인해 칼부림과 차량 돌진 사건이 더욱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심각한 범죄가 감소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 당국은 지난해 업무 계획에서 극단적 폭력 예방을 법 집행의 최우선 과제로 꼽을 정도다. 천원칭 중국 안보국장은 지난 12월, “중국이 발견, 예방, 처리가 어려운 사회적 갈등과 분쟁이 많은 시기에 접어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중국 당국도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중국 당국은 우선 사회 안정을 위해 일반 시민들까지 동원하고 있다. '펑차오 경험'으로 알려진 이 시스템은 지역 주민들이 풀뿌리 수준에서 갈등을 해결하도록 하여 갈등이 더 큰 문제로 확대되어 고위 관리에게까지 번지는 것을 방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집권 공산당도 작년에 ‘중앙사회공작부’를 신설하여 지역사회 조직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했다. 아예 지역사회 구성원들의 갈등까지도 샅샅이 찾아내 없애 버리겠다는 사실상의 주민 통제기구를 또 만든 것이다. 실제로 ‘중앙사회공작부’는 지난 3월 “사회적 관계를 더 잘 조정하고 갈등을 해결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와 관련해 아시아 소사이어티 연구소 중국 분석 센터의 선임 연구원이기도 한 토론토 대학교의 르넷 옹 교수는 “중국의 3년간의 코로나 고립 기간 동안 발생한 정신 건강 문제가 높은 청년 실업률을 포함한 경제적 압박으로 인해 더욱 악화되고 있다”면서 “무작위적 폭력 행위는 압박이 심한 사회에서 억눌린 사회적 불만을 표출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민심 잃은 시진핑 정권, 중국 전역서 시위와 폭동 촉발]
지난 2022년 10월 14일 베이징의 한 육교에서 “나라의 역적[國賊] 시진핑을 파면하라!”고 외치는 ‘브리지맨’의 충격적인 1인 시위가 벌어졌다. 그리고 그해 11월 말엔 중국 전역 17개 주요 도시에서 최소 23건의 집단 시위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났다. 백지를 손에 든 청년들은 “공산당 퇴진, 시진핑 하야!”를 부르짖었다. 이러한 중국내 시위는 시진핑 최대의 업적이라 내세웠던 ‘제로 코비드’ 정책마저 전격 포기하도록 만들었다. 이는 그야말로 철권통치의 빅브라더마저도 성난 민중을 두려워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지금 중국의 상황은 과거 구 소련 말기를 연상케 한다. 소련 해체 직전 군사력을 강화하면서 미국과의 일전불사를 외치던 구 소련은 경제적 위기로 극심한 민심이반을 겪고 있었지만, 강력한 통제사회 구축으로 설마 체제가 무너질 것이라곤 예상조차 하지 못했다. 심지어 미국의 CIA마저도 소령의 체제 안정성을 확신하고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경제난으로 인한 민심이반은 결국 소련 체제를 무너뜨렸다. 민중이 소련이라는 국가를 버렸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중국은 어떠한가? 마치 미국을 금방이라도 추월하고 세계 제1의 강대국으로 부상할 듯 보였던 중국의 성장은 이미 멈췄고, 경제적 추락은 중국 인민들의 삶을 고달프게 만들고 있다. 특히 중국인 재산의 70% 이상이 투입되어 있는 부동산의 가격 하락과 시장의 붕괴는 수많은 중국인들의 마음을 무너뜨리게 만들었다.
자신은 아무 잘못도 없는데 순식간에 재산의 절반 이상을 날려 버린 그들의 심정을 어찌 짐작이라도 할 수 있겠는가? 그러한 사회적 불만과 자포자기적 심정들이 지금 중국 사회의 한켠에 자리잡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실제로 부동산 문제로 인한 중국내 시위는 한달내 평균 150~200건 정도 벌어지고 있다.
[시진핑, “사회 안정이 곧 국가안보”]
이런 점에서 시진핑 주석도 지금의 상황에 대해 한껏 몸을 움츠리면서 불안해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해 11월 19일, “시 주석이 중국 공산당 중앙당교에서 당 중앙위원회 신규 위원 및 성급 부처 관리 수백명이 모인 자리에서 사소한 '나비 효과'가 작은 위협을 큰 위험으로 바꿀 수 있다”며 “고위 간부들에게 ‘정치적 위험에 미리 대비하라’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시 주석은 당시 연설에서 “지금 다양한 위험이 고도로 연결돼 빠르게 전달된다”며 “사소한 부주의가 나비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시 주석은 이어 “작은 위험이 큰 위험이 되고, 위험은 일반적인 위험이 되며, 경제·사회적 위험은 정치적 위험이 된다”며 “위험을 조기 발견해 신속히 행동하고 최전선에서 지휘하며 위험이 발생하자마자 즉시 판단을 내리라”고 지시했다. 그러면서 “작은 일이 큰일이 되도록 미루지 말고 큰일이 결국 터지도록 미루지 말라”라고 지시했다.
중요한 것은 시진핑 주석이 최근들어 관리들에게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하고 위대한 투쟁을 하라고 촉구하며 경계 필요성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시카고대 정치 전문가 다리 양(Dali Yang) 교수는 SCMP에 “시 주석은 수년간 모든 종류의 위험에 대해 우려해왔고, 최근 그에게 중요한 것은 전체적인 관점에서 국가 안보를 바라보는 것”이라면서 “내 생각에 그가 나비효과에 대해 얘기했을 때 그것은 지난 2022년 겨울 발생한 시위와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만큼 시진핑 주석의 뇌리 속에는 온통 ‘사회안정’이 자리잡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오죽했으면 오는 7월의 3중전회도 원래는 경제 문제가 핵심 이슈가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정치 안정 및 사회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다룰 것이라는 예상까지 나오겠는가?
그만큼 중국내외의 많은 언론들조차도 지금의 중국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의미다. 과연 중국 공산당 정권의 붕괴를 불러오는 ‘나비의 날갯짓’은 어디로부터 시작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