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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러시아 해군의 몰락, “항공모함도 없는 종이호랑이” - 몰락한 ‘러시아의 자존심’, 항공모함은 가동 불가능 판정 - 항공모함 건조 능력이 없는 러시아 - 사실상 멸문지화에 이른 흑해함대와 발틱함대
  • 기사등록 2024-06-12 11:3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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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락한 ‘러시아의 자존심’, 항공모함은 가동 불가능 판정]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흑해함대의 쓰디 쓴 몰락을 맛본 러시아가 유럽 북쪽의 발트해 거점까지 상실하면서 완전히 폐군 위기에 놓여 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의 자존심이라 부르는 쿠즈네초프 항공모함이 앞으로 더 이상 취역할 수 없을 것이라는 진단이 나와 블라디미르 푸틴의 마음을 암울하게 만들고 있다.



텔레그래프는 8일, “러시아 해군의 유일한 항공모함인 쿠즈네초프함(Admiral Kuznetsov)이 올 봄 7년 만에 러시아 북부의 무르만스크 항을 떠날 예정이었으나 끝내 출항하지 못했다”면서 “1985년 진수되어 6년후 소련 함대에 취역한 58,000톤급 쿠즈네초프함은 지금도 무르만스크의 부두에 그대로 방치되어 있다”고 보도했다.


텔레그래프는 이어 “최근 위성 사진을 보면 1,001피트 갑판에는 여전히 건설 장비가 널려 있다”면서 “지난해 7월 러시아의 언론들은 쿠즈네초프함이 2024년 봄부터 정상가동을 할 것이라고 보도했지만 이는 결국 오보가 되었다”고 전했다.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쿠즈네초프 항공모함은 스키점프 방식으로 되어 있어 마치 중국의 산둥함을 연상케 하는데, 그렇다보니 당연히 미국의 항공모함과는 성능이나 파워면에서 절대적으로 비교할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러시아 유일의 항공모함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아 왔었다.


그런데 쿠즈네초프함의 해상 운용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은 러시아 해군의 항공능력도 그만큼 퇴보하고 있다는 의미로, 전문가들은 그동안 쿠즈네초프함이 정상적으로 가동하기는 힘들 것으로 예측을 해 왔지만 러시아군은 이에 대한 대응을 전혀 준비해 오지 않았다.


사실 쿠즈네초프함은 33년 전 취역한 이래 단 7번의 순찰만 했을 정도로 그 존재감은 거의 없었다. 가장 최근에 항해에 나선 것은 지난 2016년, 전쟁으로 폐허가 된 시리아 해안에서 3주 동안 운용되었었는데, 당시 순항중 30여대밖에 적재하지 않은 전투기 가운데 두 대나 이착륙 실패로 잃기도 했다. 이는 사실 항공모함 역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높은 사고율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시리아 해안에서의 전투기 손실 사고는 쿠즈네초프함의 문제점을 그대로 드러냈는데, 2018년 10월에도 무르만스크 인근 항구인 로즐랴코보에서 플랫탑 수리를 위해 드라이도크에 있던 PD-50이 침몰하면서 심각한 피해를 입기도 했다.


그리고 14개월 후인 2019년 12월, 수리 작업을 진행하던 중 쿠즈네초프 자체에 화재가 발생해 두 명의 근로자가 사망했다. 화재는 이미 낡아빠진 선박의 전기 시스템을 더욱 손상시켰다. 특히 이 화재로 말미암아 전문가들은 쿠즈네초프함이 사실상 정상가동하기는 힘들다고 판단해 폐선을 건의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크렘린궁은 쿠즈네초프함의 수리를 결정했고 보일러도 검은 연기를 내뿜는 '마주트' 중유 사용 시스템으로 교체하기로 했다.


그리고 2022년에 시험운항을 마치고 바다로 돌아갈 계획이었지만 그해 12월에 또다시 화재가 발생하면서 정상가동에 빨간불이 들어 왔다. 결국 7년이나 수리를 했음에도 아직까지도 제대로 운항할 수가 없는 처지에 놓여 있다고 보면 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원래 쿠즈네초프함에 탑재가 되어 있던 22대의 미코얀 MiG-29KR 중 일부를 러시아 북부에 배치하여 지상 기반 방공 순찰을 실시하고 있다. 러시아가 점령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남부의 크름반도에 배치된 다른 미그 전투기는 러시아의 공군 작전을 지원하기 위해 배치된 것으로 보인다.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지난 5월 중순, 크름반도 비행장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로켓 공격으로 최소 한 대의 러시아 MiG-29가 폭파되었는데, 이 기체가 바로 원래 항공모함에 배치되었던 것중의 한 대일 가능성이 높다.


[항공모함 건조 능력이 없는 러시아]


그렇다면 여기서 의문이 드는 것이 문제가 심각한 쿠즈네초프함을 폐기하고 차라리 최신형으로 항공모함을 새로 제작하면 되지 않느냐 하는 점이다.


이에 대해 러시아 산업계는 쿠즈네초프를 직접 대체할 수 있는 함공모함을 건조할 능력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텔레그래프는 밝혔다. 그 이유로 러시아의 조선산업이 소련 붕괴 이후로 제대로 회복하지 못했다는 점을 들고 있다.


그래서 쿠즈네초프와 같은 일부 오래된 대형 함정은 여전히 운항 중이지만, 신규 건조는 거의 전적으로 잠수함뿐만 아니라 프리깃함, 초계함, 해안 경비함 등 더 작고 단순한 수상함 위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 텔레그래프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러시아 페름 대학교의 군사 전문가인 파벨 루진(Pavel Luzin)은 “가장 큰 문제는 엔진”이라고 말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소련 시절 소련 해군의 해상 엔진 대부분을 우크라이나에서 제작을 했다. 그런데 소련 해체 이후 우크라이나가 이러한 엔진을 포함한 주요 방산 품목을 더 이상 러시아에 수출하지 않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럼에도 러시아는 유사한 엔진을 자체적으로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서방의 제재는 외국으로부터의 발전엔진 수입을 완전히 막지는 못하더라도 복잡하게 만든다. 그러다보니 러시아가 항공모함용 대형 엔진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상 멸문지화에 이른 흑해함대와 발틱함대]


러시아는 지난 3월 해군 총사령관을 경질했다. 이유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치르면서 해군 함정 하나 제대로 없는 우크라이나에 의해 흑해함대가 사실상 가동 불가능 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이는 러시아에겐 치욕적 사건이다.


그런데 흑해함대는 이미 2022년 크렘린의 침공 초기에 배치한 다양한 유형의 해군 함정 약 80척 중 1/3 이상이 우크라이나의 해상드론 등의 공격으로 힘을 잃었다. 그만큼 러시아 흑해함대의 피해가 실로 엄청나다는 의미다. 그동안 흑해를 장악하면서 우크라이나의 곡물수송로까지 막았던 러시아 해군은 이젠 흑해에 얼씬거리지도 못할 정도로 패퇴했다.


그러다보니 그동안 흑해기지인 세바스토폴에 배치되어 있던 흑해함대는 이젠 아예 러시아 본토 깊숙한 곳인 노보로시스크로 이동 배치됐다. 그리고 지금은 아예 우크라이나와 연한 흑해로 나오지도 않고 있다. 사실상 흑해함대의 군사능력이 상실된 것이다.


그렇다면 발틱함대는 어떨까? 한때 '소련의 바다'라고 불린 발트해가 스웨덴과 핀란드 등이 나토에 가입하면서 사실상 '나토의 호수'로 변했다. 이 말은 그동안 유럽국가들을 직접적으로 위협했던 러시아의 발틱함대가 이젠 러시아의 해상 전략적 요충지인 발트해를 완전히 잃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러시아 해군은 사실상 핵심 전투력 자체가 완전히 묶이게 된다. 그러니 푸틴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흑해에서 보여주었던 러시아의 전투력을 본다면 발틱함대의 수준도 뻔해 보인다. 함정 하나 없는 우크라이나에 그렇게 당할 정도의 수준이라면 발틱함대 역시 나토군과 겨눌 정도는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웃음거리가 된 러시아 해군]


텔레그래프는 지난 4월 29일(현지시간) 러시아 해군의 실태를 조목조목 설명하면서 “한때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푸틴의 해군이 이젠 조롱거리로 전락하고 있다”고 보도해 주목을 끌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4월 초 중국의 국방부장이 모스크바를 방문했을 때, 최강 러시아 해군 함대 중 하나인 태평양 함대에 훈련 명령을 내리면서 중국에게 외교적 자부심을 누리려 했던 것으로 보이지만 차라리 훈련을 시도하지 않음만 못한 결과를 초래했다.


태평양함대 사령관은 이 훈련 직후 군사체육관을 관장하는 자리로 좌천되었고 러시아 북부함대의 기함은 폐선처리되었다.


이에 대해 시드니 미국센터의 블레이크 허징거(Blake Herzinger) 연구원은 “이것이 러시아군의 평균 이하의 리더십을 반영한다”면서 “잇따른 해군내의 인사파동과 기함 폐선은 현재 러시아 해군의 실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텔레그래프는 “러시아의 손실은 생각보다 심각하다”면서 “방탄복도 없이 전장에 투입되는 러시아군의 현실을 볼 때 앞으로가 더 문제”라고 지적했다. 무엇보다도 무기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러시아군이 전세를 역전시키기는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텔레그래프의 진단이었다.


[푸틴에게 남은 것은 핵무기뿐]


결국 지금 푸틴에게 남아 있는 유일한 전세역전 카드는 핵무기 뿐이다. 그래서 수시로 핵위협 카드로 전쟁 확대를 경고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핵무기 사용이 러시아의 승리를 담보해 주지 못한다는 점이다.


러시아의 핵무기 위협은 항상 깡패가 승리한다는 가정과 동일시된다. 그러나 깡패가 항상 이기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이미 소련은 아프간 전쟁에서 패배했고, 미국도 베트남과 아프간에서 승리하지 못했다.


이것이 역사다. 세계사적 흐름은 핵으로 위협하는 러시아가 결코 승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핵위협으로 러시아가 승리한다면, 그때부터 세계는 ‘깡패의 지옥’으로, 힘이 모든 것을 지배하는 세상이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러시아는 패배해야만 한다. 그것이 정의이고, 세상이 흘러가야 할 역사다. 그렇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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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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