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바이든도 美무기로 러시아 본토 공격 조건부 허용]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결국 유럽연합(EU)지도자들의 압박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의 강력한 요구에 우크라이나가 미국이 제공한 무기를 사용해 러시아 본토 일부 지역에 한해 공격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그런데 정작 미국산 무기의 러시아 본토 공격시 푸틴이 이렇게 저렇게 대응할 것이라는 말들을 쏟아 내놓은 상태라 그동안의 말대로 실행을 할지, 아니면 그저 허언으로 남을지의 여부가 주목된다.
로이터통신은 31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우크라이나가 하르키우에서 러시아를 상대로 반격하는 데 미국 무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그의 팀에 지시했다”면서 “이번 결정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내 공격을 위해 미국 무기를 사용하는 것을 확고히 거부해 온 바이든의 정책 변화를 의미한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이어 우크라이나가 미국 지원 무기를 사용해 러시아를 공격할 수 있는 범위와 관련해 “하르키우 지역 근처에 한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미 정부가 우크라이나 침공에 사용된 러시아 군사시설을 직접 타결할 때만 미국 무기를 사용해야 하며, 민간 기반 시설은 공격하지 말라는 강한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로이터는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NYT도 복수의 미 당국자를 인용해 “바이든 대통령이 허용한 것은 우크라이나가 하르키우 공격에 사용되는 러시아 내부 군사기지를 타격하는 데 제한된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가 미국 무기를 이용해 러시아의 민간 시설을 공격하거나 장거리 미사일을 사용해 러시아 영토 내 깊숙이 있는 군사 시설을 공격하는 것은 여전히 허용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우크라이나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 하르키우는 러시아 국경에서 30km 떨어져 있다. 하르키우는 지난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4일 만에 러시아군이 시내 진입을 했지만 우크라이나군이 탈환에 성공한 바 있다. 그러다 지난 4월부터 러시아군이 이 지역에 대대적 공세를 가하면서 다시 격전지가 됐다.
[바이든의 진일보, 그러나 지나치게 몸사리고 있다!]
사실 바이든은 그동안 유럽내 여러 지도자들이 서방 무기의 러시아 본토 타격에 강력한 지지를 보내면서 바이든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해 왔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은 2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가 서방 무기로 러시아 영토 내부를 공격하지 못하게 하는 제한을 재고해야 한다”면서 “우크라이나가 서방이 지원한 무기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그는 이어 “특히 (러시아 국경과 가까운 우크라이나) 하르키우는 전선과 국경선이 거의 동일하기에 우크라이나에 부과된 제한 규정 일부를 해제하는 게 옳은지 고려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역시 지난 5월 28일 “우크라이나가 서방이 지원한 무기로 러시아 영토를 공격하는 데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럽의 지도자들은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타격은 물론이고 한 발 더 나아가 파병 가능성까지 내비치면서 본토 타격을 반대해 온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을 압박했다.
심지어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마저도 본토 타격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긍정적 의향을 비치자 그동안 좌고우면해 왔던 바이든 대통령도 결국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타격을 일부 허용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행정부 시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서 유럽 담당 국장을 지낸 알렉산더 빈드먼 퇴역 육군 중령은 로이터에 “바이든 행정부는 확대 위험에 대한 과민성과 오해에서 일정 부분 어느 정도 진전을 이뤘다”면서 “우크라이나의 손을 풀어 준 것은 올바른 조치”라고 설명했다.
['우크라전 개입 빗장' 하나씩 푸는 바이든]
중요한 것은 미국을 비롯한 서방 무기를 통한 러시아 본토 타격 허용이 앞으로의 전세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이며 또한 푸틴 대통령이 이러한 우크라이나의 공격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의 여부다.
우선 바이든 대통령은 그간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면서도 미국 무기가 러시아 본토 공격에 사용되는 것은 반대해 왔는데, 이는 서방과 러시아 간 전면전으로 확전될 가능성을 우려해서였다.
그래서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무기의 러시아 본토 타격을 허락하면서도 하르키우를 겨냥해 발사된 러시아 미사일을 요격하는 상황, 우크라이나 땅에 폭탄을 떨어뜨리는 러시아 폭격기를 격추하는 상황 등에서 미국이 제공한 로켓과 로켓 발사대를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시하면서 사용 범위를 좁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가 미국 무기를 사용해 러시아 본토 공격을 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러시아군은 그동안 본진은 우크라 국경에서 가까운 러시아 본토내에 두고 우크라이나를 마음껏 공격해 왔지만 이젠 그러한 공격 원점도 서방 제공 무기를 통해 우크라이나가 공격 가능해진다는 점에서 러시아군의 부대 배치를 비롯한 전쟁 수행 작전 자체가 완전히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미국은 우크라이나가 당장 교전지역이 아닌 러시아의 대도시 공격을 막고 있는데, 이는 핵보유국끼리 직접 충돌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만약 푸틴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패색이 짙어진다면 그동안 푸틴이 공언해 왔던 대로 미중간 정면 충돌 상황으로 갈 수도 있다는 점을 미국은 우려하고 있고, 또한 푸틴은 이 점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이 말은 곧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은 지금의 우크라이나 전세가 급진전하는 것을 결코 원치 않는다고 볼 수 있다. 푸틴이 먼저 전쟁 확대라는 도발을 해 오지 않는 한 현재의 교전 상태가 그대로 유지되는 것을 원한다는 의미다.
특히 미국 대선을 앞두고 우크라이나가 패전하거나 결정적으로 몰리는 상황에 처하는 것은 바이든 행정부 입장에서는 상대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손에 중요한 공격 무기를 쥐어 주는 것과 다름없다는 판단을 했을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최소한 현재의 전황을 유지하거나 우크라이나가 점령당한 영토를 일부 되찾은 상황에서 선거를 치르는 것이 최선이라고 보고 미국 무기의 활용 범위에 대한 제한을 일부 풀어주기로 했다는 것이 바이든 대통령의 판단인 것으로 보인다.
[美 무기의 러 본토 공격시 재앙 위협했던 푸틴]
문제는 푸틴 대통령의 대응 수위다.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산 무기의 러시아 본토 타격에 제한을 두기는 했지만 어찌되었던 러시아 본토를 향해 미국산 미사일이 날아 온다는 점에서 푸틴이 이를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가 관심의 초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5월 28일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열린 순방 마무리 기자회견에서 “유럽, 특히 작은 국가들은 그들이 무엇을 가지고 노는지 알아야 한다”며 “작고 인구 밀도가 높은 나라들은 러시아 영토 깊숙한 곳을 공격하기 전에 이를 명심해야 한다”며 경고했다. 한마디로 서방의 무기로 러시아 본토를 타격한다면 유럽의 나라들을 향해 공격을 가할 것이라 위협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러시아의 일간지인 모스코브스키 콤소몰레츠(Moskovskij Komsomolets)는 푸틴의 나토 위협 발언에 대해 “완전히 명확한 최후통첩을 내렸다”며 “서방 국가들이 그가(푸틴이) 허세를 부리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1면 헤드라인에서 주장했다.
마리아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도 지난 5월 23일 정례 브리핑에서 “러시아 영토를 타격하기 위해 영국산 무기가 사용될 경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안팎에서 영국 목표물을 타격하는 방식으로 보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하로바 대변인은 30일에도 브리핑에서 “우크라이나가 서방 무기로 러시아의 민간 시설을 공격할 경우 러시아군이 '비례적인 대응'을 할 것”이라고 또다시 경고했다.
물론 영국이나 프랑스는 자국의 미사일로 러시아 본토를 타격할 수 있도록 허용을 하기는 했지만 일단 미국의 우려를 감안해 하르키우 등의 직접 교전지역에만 서방이 제공한 미사일들을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눈여겨볼 것은 우크라이나의 이러한 공격으로 말미암아 러시아군이 패퇴를 하는 상황이 벌어질 경우 푸틴의 러시아군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여부다. 특히 하르키우 지역에서 러시아군이 패배를 하면서 후퇴를 한다는 것은 푸틴에게 치명적 결과를 안겨다 줄 수 있다.
이 경우 푸틴은 어떻게 대응할까? 푸틴이 만약 하르키우에서의 서방 지원 무기를 통한 러시아 본토 타격을 문제삼아 나토 국가에 대한 보복에 나서게 될 경우 전쟁의 양상은 새로운 확전 국면으로 전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바이든 정부도 결코 원하지 않는 방향이다. 특히 이스라엘과 하마스간의 전쟁이 지속되면서 ‘2개의 전쟁’에 관여하고 있는 상황에서 바이든 정부고 곤혹스러운 입장에 처하게 될 것이다.
푸틴 또한 그동안 온갖 위세를 떨치면서 유럽지역을 향해 강도 높은 위협을 해 왔는데, 그럼에도 서방의 무기가 러시아 본토를 공격하고 하르키우 전선에서 패퇴를 한다면 이미 빼 들고 있는 칼로 호박이라도 찔러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허언(虛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CNN은 31일, “백악관내의 일부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이 증가하면 제3차 세계대전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파가 존재하기는 하지만, 푸틴의 강경한 위협을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면서 “그동안 푸틴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치르면서 수차례 허언을 해 왔다”고 지적했다.
CNN의 지적 그대로 푸틴은 서방진영이 우크라이나에 대해 F-16전투기를 제공한다고 했을 때 핵전쟁 공갈을 했지만 막상 우크라이나에 F-16이 도착했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런 일들은 또 있었다. 미국이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제공한다고 했을 때도, 또 하이마스를 우크라이나에 보낸다고 했을 떄도 푸틴은 핵전쟁을 공갈했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이런 일은 에이태큼스 미사일을 보낼 때도 똑같이 재현되었다.
CNN은 이런 측면에서 “만약에 미국이 러시아의 위협에 굴복하지 않고 처음부터 우크라이나가 제대로 싸울 수 있도록 무기들을 지원해 주었더라면 지금쯤 전쟁은 우크라이나에 훨씬 더 좋은 결과를 가져다 주었을지도 모른다”고 꼬집었다.
CNN은 그러면서 “우크라이나는 지금 생존을 위해 싸우지만, 또한 서방 집단과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질서를 위해 싸우기도 한다”면서 “세계무대에서 이처럼 심각한 시사점을 갖고 있는 만큼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이 지원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가 무엇인지 명확히 밝히거나 적어도 내부적으로 명확한 이해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는 CNN의 이러한 지적이 지극히 타당하다고 믿는다. 이미 허언을 밥 먹듯이 하는 푸틴의 눈치보지 말고 미국도 당당하게 우크라이나를 지원해 주었으면 좋겠다. 그러면서 이미 스스로 말로써 자승자박을 한 푸틴이 미국산 미사일로 러시아 본토가 공격당했을 때 어떻게 대응할지 팔짱끼고 구경했으면 좋겠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