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개입 방화·파괴공작에 비상 걸린 유럽]
나토를 파괴하려는 러시아 푸틴의 음모가 날이 갈수록 확대되면서 유럽 전역이 발칵 뒤집혔다. 최근 유럽 곳곳에서 의문의 화재와 기반 시설 공격 등이 잇따르고 있어서다. 이에 따라 유럽 안보당국은 이들 사건의 배후에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국가의 불안과 분열을 조장하려는 러시아가 있는 것으로 의심하면서 대책 마련에 부심하다.
영국의 가디언은 30일(현지시간) “유럽 각국의 안보당국이 러시아 연계 방화와 사보타주(파괴 공작)에 대한 경계 태세를 강화했다”면서 “이번 주 열린 유럽연합(EU) 외무·국방장관 회담에서는 러시아의 하이브리드 공격에 대한 취약성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나왔다”고 보도했다.
여기서 ‘하이브리드 공격’이란 정규전이나 비정규전에 사이버 공격과 허위정보 유포, 방화 등을 결합한 형태로 이뤄지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러시아에 의한 사보타주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진 것은 5월초 리투아니아 빌뉴스의 이케아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 도날드 투스크 폴란드 총리가 외국 사보타주범의 소행일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하면서부터였다.
당시 리투아니아 당국은 수사를 통해 런던 동부 방화 공격, 폴란드 최대 쇼핑몰을 파괴한 방화 사건, 독일 바이에른에서 발생한 사보타주 시도, 파리에서 발생한 반유대주의 낙서 사건의 배후에 러시아가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했다.
물론 유럽 전역에서 발생한 이러한 사건들이 조직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증거는 없지만, 보안 당국은 우크라이나를 지원해온 서방을 불안정하게 만들려는 모스크바의 조직적인 시도의 일환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러시아의 명령에 따라 자행된 것으로 추정되는 사보타주와 관련된 9명이 당국에 체포됐다”면서 “이들의 범죄 혐의에는 구타, 방화, 방화 미수가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폴란드 당국은 또한 이들이 바르샤바의 한 쇼핑센터 화재 사건에 연루됐는지 조사하고 있다. 폴란드 주재 러시아대사관은 러시아 배후 의혹에 대해 음모론적인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지난 4월 영국에서는 러시아에 포섭된 것으로 알려진 영국인이 런던 동부 레이턴에 있는 우크라이나 연계 상업 시설을 방화한 혐의로 기소됐다. 방화 표적이 된 업체는 영국계 우크라이나 기업인 소유의 물류업체 2개였다. 이들 업체는 우크라이나 구호 지원 사업에 참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월에는 독일과 러시아 국적의 두 사람이 바이에른의 군사 기지를 포함한 사보타주 공격을 계획한 혐의로 체포되었다. 이들 용의자는 폭발과 방화를 계획하고 러시아 정보기관과 연락을 유지한 혐의를 받고 있다.
22일에도 아테네 주변의 여러 학교가 폭탄이 설치되어 있다는 소문으로 인해 대소동이 벌어졌는데, 경찰의 추적 수사에 의하면 그 발신지가 러시아 서버로 확인됐다.
이러한 하이브리드 공격이 러시아의 소행일 수 있다는 우려가 본격적으로 제기되면서 이번 주 브뤼셀에서 열린 외교 및 국방 장관 회의에서 네덜란드,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안보 관계자들이 모두 국가적 취약성에 대해 경고하면서 이 문제가 제기되었다.
이와 관련해 EU 국방 정상회담을 위해 브뤼셀을 방문한 한노 페브쿠르 에스토니아 국방부 장관은 “러시아는 에스토니아에서 사보타주를 수행한 적이 있다”면서 “러시아는 10여 명을 고용해 라우리 라네메츠 내무부 장관의 차량과 기자의 차량을 공격했는데, 이는 분명히 러시아가 배후에 있었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의도, 나토국가들의 사회 혼란 조성]
이렇게 나토 각국에서 러시아가 배후로 여겨지는 하이브리드 공격이 이어지자 나토 각국은 기반 시설에 대한 경계를 최고 수준으로 높여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이에 대해 지난 5월 21일 네덜란드 국방부 장관인 카자 올롱렌은 벨기에 브뤼셀에서 기자들에게 “러시아가 나토 국가들을 ‘협박’하여 EU 회원국을 취약하게 만들고 있다”면서 “특히 우리는 해저 인프라, 전기 공급, 수도 공급, 사이버 공격에 취약하다는 판단하에 이에 대한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러한 하이브리드 공격은 여러 유럽 국가에서 러시아가 우리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러시아와의 대결에 나서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협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올롱렌 장관은 그러면서 “이러한 행태는 역사적으로 소련과 러시아가 숱하게 해왔던 행태”라고 단정적으로 말했다.
[푸틴의 의도, “우크라 전쟁에 나토 개입말라”는 경고]
러시아의 푸틴이 최근 들어 나토 국가들을 대상으로 하이브리드 공격을 강화하는 근본적 이유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나토 국가들이 참전하지 못하도록 막기 위함인 것으로 보인다.
영국의 텔레그래프는 30일, “푸틴이 서방의 위협을 단순한 허풍으로 치부하며 감히 이 선을 넘으면 어떻게 될까? 우크라이나가 무너지고 푸틴이 러시아 제국에 속했던 다른 구소련 국가로 더 확장하려는 대담함을 보인다면 어떻게 할까? 나토는 집단 안보에 대한 약속을 진정으로 지킬까, 아니면 공허한 수사에 불과한 약속일까?”라고 물은 다음 “사실 나토의 회복력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취약하다”면서 “만약 푸틴이 승리하면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동맹이 무너질 수도 있다”고 밝혔다.
텔레그래프는 이어 “나토의 힘은 군사력뿐만 아니라 제5조에 명시된 집단방위에 대한 확고한 헌신에 있다”면서 “그러나 제5조는 회원국들이 대응책을 고민하도록 강요할 뿐 강제력은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제5조에는 “당사국들은 ... 그러한 무력 공격이 발생하면 각 당사국은 ...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조치를 취하기로 합의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텔레그래프는 이에 대해 “이러한 조치는 군함을 파견하여 침입을 순찰하는 것부터 단순히 깊은 우려를 표명하는 것까지 모든 것을 의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러시아로부터의 공격 가능성이 높은 에스토니아와 폴란드와 같은 나토 동쪽 측면 국가들은 공식적으로 요구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일을 함으로써 나토를 부끄럽게 만들고 있다. 실제로 에스토니아는 GDP 대비 국방비 지출에서 나토 동맹국들보다 훨씬 앞서고 있으며, 특히 폴란드는 러시아와의 잠재적 전쟁에 대비하고 있다.
폴란드 군 소식통에 따르면 러시아군이 폴란드 땅에 발을 딛으면서 전쟁이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러시아 영토 내에서 폴란드를 직접 공격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크라이나가 무너지고 러시아의 공격이 발트해 연안 국가나 폴란드와 같은 나토 동맹국으로 향한다면, 나토는 소위 동맹국의 약점을 노출할 여유가 없는 국가들에 의해 분열되거나 심지어 대체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텔레그래프의 분석이다.
실제로 폴란드 국방 방첩국장 야로슬라프 스트로지크의 최근 성명은 푸틴이 동유럽 지역에서 소규모 군사 작전, 예를 들어 에스토니아 지방 자치단체 나르바를 겨냥하거나 스웨덴 섬 중 하나를 침범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최근 스웨덴 해군이 발트해를 항해하는 러시아 '그림자' 유조선이 '긴급 정박'을 가장해 고틀란드 섬 항구에서 작전 정보를 수집하는 스파이 활동을 벌였다고 비난한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고틀란드는 북유럽의 지역 안보에 있어 전략적 중요성을 지니고 있으며 인접한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핀란드, 폴란드의 방어를 위해 매우 중요한 곳이기도 하다.
폴란드의 이러한 우려는 에스토니아, 독일, 영국 관리들에게도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이러한 푸틴의 의도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려는 서방의 강력한 의지로 인해 지연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나토가 우크라이나를 본격적으로 지원하지 않게 되면 당연히 우크라이나의 전세는 러시아가 일방적으로 우세하도록 끌려 갈 것이며, 그렇게 되면 러시아는 그다음 단계 작전을 구상하게 될 것이다. 그것이 바로 나토 동맹국들에 대한 각개 격파다. 푸틴이 바로 이것을 노리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크라이나 전세에 따라 나토에 대한 러시아의 공격이 임박할 가능성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것이며, 그 영향은 매우 심각할 것이다. 특히 스웨덴의 동맹 가입 가능성과 같은 문제에 대한 이견으로 나토 내 분열이 뚜렷한 상황에서 많은 회원국이 약한 동맹국보다 자국의 방어를 우선시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러시아가 이렇게 유럽 지역에서 승승장구한다면 미국도 유럽에서 벌어지는 러시아의 침략에 대해 태도를 바꿀 가능성이 있다.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고립주의 성향은 더욱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음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미국이 결국 나토를 버릴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여기서 본격적으로 의문이 생긴다. 러시아가 만약 나토 국가를 침공해 온다면 폴란드에 주둔하는 1만여 명의 미군들은 과연 나토 국가를 위해 전투에 참여할까? 아니면 결국 철수하는 쪽으로 결정할까? 사실 이런 가정을 한다는 것 자체가 지금 나토의 안보동맹이 얼마나 허술한 것인지 보여준다.
만약 유럽 북쪽의 에스토니아가 러시아의 공격에 직면했다고 가정했을 때, 그곳에 주둔중인 1천여 명의 영국군은 과연 러시아와의 전투에 본격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 그리고 나토 동맹국인 미국은 즉각적으로 미군을 파병하고 전쟁에 참여할까?
텔레그래프의 기자는 “지난 주 아데나워 회의에서 여러 독일 연방의회 의원, 군 지도자, 총리실 고문, 심지어 피스토리우스 국방부 장관과도 대화할 기회가 있었는데, 여기서 러시아가 공격할 경우 독일은 전쟁에 대비할 준비가 되어 있느냐는 질문에 그들은 모두 단호하게 '그렇다'고 대답했지만, 눈빛에는 두려움이, 목소리에는 망설임이 묻어났다”고 적었다.
텔레그래프는 그러면서 “지금 나토 내에는 헝가리 같은 나라들이 일부로 혼란을 조성하려 하고 있으며 튀르키예(터키)나 불가리아, 루마니아 같은 나라도 나토 회원국의 단결을 흔들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텔레그래프는 이러한 나토 동맹의 약화가 아시아 국가들에게 주는 영향도 짚었다. 다시 말해 나토가 균열이 생기면 곧바로 중국은 대만을 장악할 욕심을 갖게 될 것이고, 동시에 북한 역시 한국을 공격할 기회를 엿보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어차피 나토 동맹국도 보호하지 않는 미국이 아시아 국가들을 위해 미군을 파견할 가능성은 낮아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호주와 일본 역시 안보가 크게 흔들리게 될 것이다.
텔레그래프는 이렇게 러시아가 유럽에서 힘을 더욱 강하게 펼친다면 그것이 중국에게는 중요한 교과서로 작용하게 될 것으로 봤다.
그렇다면 이러한 일련의 가정들이 과연 지나친 허구일까? 아니면 현실성이 어느 정도 있는 것일까? 텔레그래프는 “이 시나리오가 극단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우크라이나가 무너지면 한 국가의 종말이 아니라 나토를 비롯해 기존의 세계 질서도 무너질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면서 “일련의 사건들이 연쇄적으로 발생하면 상상할 수 없는 돌이킬 수 없는 변화가 일어나 전 세계가 혼돈의 위기에 처할 것이며, 기존 민주주의 국가들은 혼란 속에서 통합과 권위를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소외되고 무력한 존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게 되면 “완전히 재편된 새로운 세계에서 규칙에 기반한 질서를 재건하는 데는 수십 년이 걸릴 것”이라는 것이 텔레그래프의 진단이다.
그렇기 때문에 푸틴이 지금 우크라이나를 무너뜨리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는 것이며, 이 전쟁에 나토가 끼어들지 못하도록 별의 별 수단을 다 부리고 있는 것이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