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근육질 과시한 대만포위훈련]
대만의 라이칭더 신임 총통 취임 이후 대만을 전면 포위하는 군사훈련을 단행함과 동시에 중국이 연일 외교부·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등 정부 기관, 그리고 전 매체들을 동원해 대만 압박에 나서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압박이 대만에서는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오고 있으며 미국의 반발까지 더해지면서 중국은 오히려 출구전략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으로 끌려가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의 영문판인 글로벌타임스는 23일, “중국 인민해방군(PLA)이 이날 오전 '대만 독립' 분리세력을 응징하고 라이칭더(至慶德) 대만 지역 지도자의 분리세력에 경고를 보내기 위한 조치로 대만섬 주변에서 군사훈련을 시작했다”면서 “대만섬을 동쪽과 서쪽에서 포위하도록 설계된 이번 훈련은 사각지대 없이 섬 전역에서 PLA의 타격 능력을 과시하여 섬이 양쪽에서 꼼짝 못하게 되는 상황을 형성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동부전구사령부는 “이번 훈련은 대만해협과 대만섬의 북쪽, 남쪽, 동쪽과 진먼섬, 마츠섬, 우추섬, 동인섬 주변 지역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으며 주변 9개 훈련 구역을 직접 지도로 묘사한 공보자료를 배포하기도 했다. 동부전구가 공개한 작전 현황을 보면 대만을 가운데 두고 완전 봉쇄하듯 동그랗게 둘러싸고 작전을 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천빈화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PLA 훈련은 대만 지역 지도자가 '독립'을 추구한 도발적인 5월 20일 연설에 대한 단호한 처벌”이라면서 “PLA의 이러한 작전은 ‘대만 독립’을 주장하고 중국의 내정에 간섭하며 국가주권과 영토보전을 수호하는 정당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이 훈련과 관련해 중국 국방대학의 장츠 부교수는 이날 오전 CCTV와 인터뷰에서 “대만은 에너지 소비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고립된 섬”이라면서 “이번 훈련은 새로운 대만 봉쇄 모델을 연습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말했다.
장 부교수는 이어 “일단 포위되고 봉쇄되면 쉽게 경제적 붕괴로 이어져 대만이 죽은 섬이 될 수 있다”면서 “대만 북부에서 훈련은 '대만의 중요한 정치적, 군사적 목표에 대한 억제'의 의미를 지니고, 남부 훈련은 대만 최대 항구이자 대만 해군 본거지인 가오슝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장 부교수에 따르면 대만 동쪽 훈련 함의는 '차단'으로 대만의 동쪽이 대만 에너지 수입의 생명선이자 해외로 피하려는 대만 독립 세력의 도피 경로라는 점에서 이를 차단하기 위한 작전이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섬의 동쪽을 봉쇄하면 미국과 동맹국들이 대만을 지원하는 것도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장 부교수의 설명이다.
중국시보에 따르면 이번 훈련은 재작년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과 지난해 4월 당시 차이잉원 총통·케빈 매카시 미 하원의장 회동 무렵 훈련에 비해 훈련 면적은 더 크고 대만에 더 가까워졌다. 훈련 내용 또한 실제 무력 침공에 한층 가까워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훈련에 대해 재중 대만 국가정책연구기금회 부연구원은 홍콩 성도일보에 “이번 훈련의 명칭이 '연합리젠(利劍)- 2024A'인데, 이는 '2024B', '2024C' 등 일련의 다른 훈련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일단 이 훈련은 원래 예정대로라면 24일 마무리된다. 이는 2022년 훈련이 12일간, 2023년 두 차례 훈련이 각각 사흘간 진행된 데 비해 짧아졌다는 점에서 군사적 의미보다는 정치적 메시지가 더 크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대만 포위 두고 대대적 선전선동도 진행하는 중국]
중국은 대만포위훈련과 관련해 대대적으로 중국 인민들을 상대로한 선전선동도 진행하고 있다. 이번 훈련을 담당한 중국군 동부전구는 군사연습과 거의 동시에 대만에 군사적 위협을 가하는 포스터와 함께 대만에 우회적인 경고 메시지를 담은 게시글도 올렸다.
이 포스터에는 둥펑(東風·DF) 미사일과 젠-20 전투기 등을 '독립파를 죽이는 신기의 무기'(殺獨神器)라고 소개하고 있다. 또한 글자도 중국 본토에서 쓰이는 간체자가 아닌 대만에서 사용되는 번체자로 써놨다. 대만 국민들을 향해 직접 위협하기 위한 포스터임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동부전구는 또한 군사훈련 발표 직전인 전날 밤 “말썽꾸러기 아이(문제아)가 어떤 과정을 경험해야 완전한 유년시절이 될까”라는 의미심장한 글을 전투기 출격 사진과 함께 위챗에 올리기도 했다.
이를 두고 중국 매체와 누리꾼들은 “말썽꾸러기 아이는 분리독립 시도로 말썽을 일으키는 대만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라며 “힘으로 대만의 독립시도를 억제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현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또한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CCTV를 비롯한 매체들과 다양한 SNS들에서 “조국 통일은 막을 수 없다”는 내용의 동영상 게시물이 엄청나게 퍼져나갔다.
이러한 중국의 선전선동과 관련해 대만 국방부 정치전국 홍보전국 소장인 루 웨이지에(Lou Weijie)는 “중국 공산당이 군사 훈련을 이용해 대만에 대한 인지 작전을 수행하는 것은 이미 익숙해진 방법”이라며 일축했다.
[라이칭더 총통, “자유민주주의 수호” 천명]
중요한 것은 이러한 중국의 대대적인 위협과 선전선동에 대해 대만은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라이칭더(賴淸德) 대만 신임 총통은 중국군이 대만 포위훈련을 시작한 23일 북부 타오위안(桃園) 소재 해병대 제66여단을 시찰한 자리에서 “3군 총사령관으로서 제게는 국가를 보호하고 모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며 “대만 정부는 외부 도전과 위협에 맞서 자유와 민주주의 가치를 수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라이 총통의 이러한 행보는 중국군의 위협에 굴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0일 취임한 라이 총통이 군 통수권자로서 일선 군부대를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눈여겨볼 것은 대만 국민들의 반응이다. 대만 본토위원회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만 국민의 92.6%가 중국 군용기와 선박이 대만 주변에서 계속 활동하는 것을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대만 본토위원회 량원지에(Liang Wenjie) 부주석은 “중국이 대만을 위협함으로써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없으며 오히려 양안 대결심을 고조시키는 악영향만 불러 일으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중국 당국이 민주적으로 선출된 대만의 합법 정부와 소통하고 대화하여 협력과 상호 이익의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지어 친중정당으로 알려진 국민당의 주리륜 주석도 “가장 엄숙한 태도로 중국 본토 정부에 자제를 촉구한다”면서 “상황이 확대되는 것을 피해야 하며 대만해협의 평화적 발전 성과를 소중히 여겨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소리(VOA)는 이와 관련해 “중국이 무력으로 현 상태를 바꾸려는 어떠한 시도에도 대만 국민들 대다수가 반대하고 있다”면서 “군사 훈련이 보낸 잘못된 신호는 대만 해협의 평화로운 발전 전망에 해를 끼칠 뿐”이라고 밝혔다.
또 하나, 중요한 장면은 중국인민해방군의 대만포위훈련이 진행되고 있는 날에도 대만의 경제에는 젼혀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날 대만증권거래소 타이완지수(TAIEX)는 23일 0.26% 상승 마감했다.
이에 대해 라스베이거스 네바다 대학교 정치학 조교수인 왕홍겐(Wang Hongen)은 “중국이 라이 총통의 취임연설에 대응해 포위훈련을 했지만 대만 국민들은 아무런 동요없이 그저 평범한 일상을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VOA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중국의 군사훈련이 대만을 억제하려는 목적을 달성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실제로 자국의 경제 전망에도 해를 끼칠 수 있다고 믿고 있다”고 밝혔다. 대만포위훈련이 대만 국민들에게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했으며 오히려 중국의 제 발등 찍기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꼬집은 것이다.
VOA는 이어 외교협회(Council on Foreign Relations)의 중국 전략 기획 책임자인 러시 도시(Rush Doshi)의 말을 빌어 “대만포위훈련으로 인해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과의 관계를 재고하게 되었다”면서 “이번 훈련이 중국의 불안정을 오히려 부추기고 또한 이러한 우려를 심화시키며 '위험 제거'를 가속화함으로써 중국 경제에 해를 끼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출구전략 고민해야 하는 중국, 2차 훈련 놓고 고민]
문제는 중국이 대만포위훈련을 이틀에 걸쳐 실시했지만 이로인한 성과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대만 국민들마저도 위기 의식을 느끼기는커녕 오히려 태평하고 이러한 분위기는 주식시장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중국을 더욱 당혹스럽게 만드는 것은 라이 총통이 대만포위훈련에 대해 일정부분 겁을 먹으면서 활동을 자제해야 하는데 오히려 군부대로 가서 대만 승리를 외쳤다. 이러한 장면은 중국 당국으로서는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마이클 맥콜 미 하원 외교위원장이 라이칭더 신임 총통 취임을 축하하기 위해 5월말 대만을 방문할 것이라고 23일 발표해 주목을 끌고 있다. 바로 대만포위훈련이 시작된 날이다.
눈여겨볼 것은 맥콜 위원장이 중국의 대만포위훈련을 인지하고 있었고 그런 가운데 이러한 발표가 나왔다는 점이다. 맥콜 위원장은 “대만의 안보를 위해 20억 달러에 이르는 군사자금 지원도 제공할 것”이라는 선물도 내놓았다.
그렇다면 맥콜위원장의 대만 방문에 대해 중국은 또 어떻게 반응하게 될까? 지난해 4월 케빈 매카시 미 하원 의장이 차이잉원 당시 총통을 만났을 때도 대만 포위 훈련을 벌인 바 있었는데 그렇다면 이번에는 어떻게 대응할까?
특히 맥콜 위원장은 미 하원 양당 지도자들과 함께 대만을 간다. 중국으로서는 이에 대응하기도 그렇고 하지 않기도 애매한 묘한 처지에 빠지게 되었다. 대응하자니 이번에는 미군이 항공모함까지 동원한 맞대응을 할 가능성이 높고, 그냥 넘어가자니 중국내 강성 공산당원들의 아우성을 들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이번 대만 포위훈련과 관련한 시진핑의 출구전략에 관심이 모아진다.
-Why Times Newsroom Desk
-미국 Midwest 대학교 박사
-월간 행복한 우리집 편집인
-월간 가정과 상담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