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 기사등록 2018-06-26 05:01:14
기사수정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에서 말하는 self-interest 개념은 이기심 아닌 ‘사익’ 추구로 이해해야
-시장참여자들이 거래에 임하는 유인을 분석했을뿐 누구에게도 이기적으로 살라고 말하지 않아
-시장의 경제적 교환관계는 이기적이 아닌 이타적. 다른 사람들이 필요로하는 것을 만들기 때문

◊유명한 경제학교수인 서울대 이준구 교수의 글에 대해 [제3의길 칼럼니스트]인 두 분 대학생 필자께서 반박 글을 작성해 주었다. 이준구 교수의 논지가 오해를 받은 것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지만, 경제학의 가장 중심적인 전제인 self-interest 개념을 잘 설명하는 내용이라고 판단해 두 분 필자의 글을 묶어서 소개한다. <편집자>




<박성은>


교수님!

학부생 신분으로 감히 한 말씀 올립니다.


애덤 스미스는 시장 참여자들의 이기심이 시장을 돌아가게 한다고 말한 것 뿐이지, 사랑과 우정을 저버린 이기적인 인간만이 이 세상을 발전시킨다고 말한 적이 없습니다.


애덤 스미스는 도덕과 감성을 그리 격하시킨 사람이 아닙니다.


<국부론>을 가르치시는 교수님이라면 그의 <도덕감정론>이 인간 본성을 어떻게 서술하고 있는지도 놓치지 않으셨겠지요.


그는 일생에 걸쳐 이기적인 태도와 탐욕을 비판했습니다.


그가 국부론에서 썼다는 self-interest라는 표현은 이기심이 아니라 ‘사익’ 추구로 보도록 해야 학생들이 뜻을 오해할 일이 없을 겁니다.


시장 참여자가 특정한 노동에 투입되고 사업을 꾸리고 밥상을 차리기 위해 장을 보는 건 배려심이나 사랑, 그리고 우정과는 상관없다는 서술입니다.


빵집 주인이 오늘도 아침 4시에 출근해서 빵을 굽는 이유는 자식을 학교에 보내기 위해서일 수도 있겠고, 최고의 빵을 만들겠다는 자기 꿈을 이루기 위해서일 수도 있겠습니다.


모두 ‘사익(self-interest)’입니다!


시장 참여자의 자기 욕구를 위한 모든 결정들은 이런 식이어서 결코 학생들에게 가정과 학교에서 좀더 이기적인 사람이 될 것을 종용하지 못합니다.


그들은 여전히 경제적 거래가 교환되지 않는 곳에서는 사랑과 우정을 나누고 타인을 배려하는 방법을 배웁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경제학 교수 중의 한 분인 이준구 교수님께서, 경제학의 가장 근본적인 첫째 전제인 ‘인간은 자기의 사익 추구를 위해서 경제활동에 참여한다’라는 명제가 이기적인 학생들과 이기적인 교수들을 만들었다고 생각하셔서 마음이 아픕니다.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은 시장 참여자들이 거래에 임하는 유인에 관해 분석했을 뿐이지 그 누구에게도 이기적으로 살아가라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국부론>을 쓰기에 앞서 출판한 <도덕감정론>에서 과도한 부의 축적과 재물을 향한 욕망이 얼마나 덧없는지를 지적하며, 부자가 끝도 없이 재물을 모으는 데 집착하는 행위를 집이 갈수록 너무 커져서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을 짓누르는 모양에 비유했습니다.


시장은 정의롭지 않습니다.

시장은 도덕적이지도 않고, 목적을 가지지도 않습니다.

 그냥 존재할 뿐이고, 생겨났을 뿐이고, 그렇게 돌아갈 뿐입니다.


교수님, 애덤 스미스도 국부론도 아무 잘못이 없습니다.


Self-interest는 시장을 만들었을 뿐, selfish한 인간을 만든 적이 없으니까요.


<박진우>


1. 박성 씨가 이준구 교수님의 글을 훌륭하게 반박해주셔서 매우 감사하다.


나도 이 글을 읽고 비판 글을 쓰려다 시험기간이라 못 쓰고 있었는데 정확히 지적해주셨다.


애덤 스미스는 결코 인간을 도덕적으로 하자가 있는 존재로 묘사하지 않는다.


2. 애덤 스미스에 따르면 개인 간의 친숙도가 높은 가족이나 부족 사회에선 옆 사람을 위하는 마음으로 행동한다.


그러나 개인 간의 친숙도가 낮은 거대한 상업 사회에선 옆 사람보다 나를 위하는 마음으로 행동한다.


애덤 스미스는 그 마음을 ‘self-interest’라고 했을 뿐이다.


3. 이 때 개인들은 친숙도가 낮은 타인으로부터 동감과 인정을 받아 내가 원하는 것을 얻으려는 ‘self-interest’에 이끌려 생산 활동을 한다.


그래서 시장에서 형성되는 경제적 교환관계는 결코 이기적일 수 없다.


내가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다른 사람이 필요로 하는 것을 만들어 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타적이다.


4. 이기심은 ‘selfishness’다.


남이 피해를 보던 말던 제 멋대로 행동하는 마음이다.


박성은 씨는 ‘self-interest’를 사익으로 번역해야 한다고 보고 있는데 나는 좀 더 나아가 ‘자중심(自重心)’이라고 번역하는 게 더 정확하다는 입장이다.


스스로의 삶에 관심을 갖는, 그래서 ‘스스로의 삶을 중히 여기고 세상의 제약조건들을 헤쳐나가려는 노력’말이다.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hytimes.kr/news/view.php?idx=1889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정기구독
교육더보기
    게시물이 없습니다.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