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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8-06-22 11:4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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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대와 오유, 디시와 일베, 하두리 허세질 등 사이버 상 볼썽 사나운 짓은 우리 세대가 주도했다
-아이들이 ‘교사들이 가르치려 드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가르치려 든다’며 반발. 장단점도 뚜렷
-핸드폰이 전화기 넘어선 정체감의 증폭기. 교우관계나 따돌림, 폭력, 음성적 가르침 등의 매개체


▲ 요즘 아이들은 ‘교사들이 가르치려 드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가르치려 든다’며 반발한다


나도 90년~91년생이라 요즘 초등학생들이랑 큰 틀에서 다른 점은 없다고 생각했다.

내가 학교 다닐 때는 우리나라가 먹고 살만해서 선행학습 뺑뺑이는 오히려 우리 때가 더 쩔어줬다.


웃대와 오유, 디시와 일베 등 인터넷 커뮤니티의 탄생과 하두리 허세질 등 온갖 사이버 상의 볼썽 사나운 짓은 우리 세대가 주도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건 정말 생각에 불과했던 것 같다.

학교 현장에서 직접 아이들과 부딪치며 우리 때와 꽤 달라진 점들이 많다는걸 알아가고 있다.


교육 트렌드와 주류 이념의 변화, 인터넷 플랫폼의 성격 변화와 경제•사회 구조의 변화, 규범과 의식의 변화 등 교육 현장의 변화는 몇몇 단일요소들로 모두 설명할 수는 없다.


교사로서 느끼는 변화는 세 가지 정도인데 남들이 보기엔 대수롭지 않을지도 모른다.

컴퓨터 중독에 따른 인터넷 용어 일상화 등은 나나 내 친구들이 지금 초등학생보다 심하면 심했지 낫진 않았기 때문에 새로운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첫번째, 아이들이 ‘교사들이 가르치려 드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가르치려 든다’며 반발한다.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선생님은 ‘가르치는 사람’이었고 어느 정도는 선생님의 재미있는 얘기나 설명, 관점, 시범을 통해 자신의 지식을 넓히고 사고를 깊게 한다는 계몽주의적 테제가 완전히 사라지진 않았다.


그러나 정보로서의 지식의 축적보다는 수행적 지능에 중점을 두는 지금은 교사들은 가르치기보다는 아이들이 직접 할 수 있는 건덕지를 던져줘야 된다.


이 변화는 전적으로 긍정적이라기보단 장점과 단점이 뚜렷하다 생각된다.


자신들이 수행하는 작업에 직접적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교사에게도 가르침을 받지 않으려는 학생들이 과연 누군가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경청하고 가르침을 수용할 수 있겠는가 싶은 생각이 든다.


하지만, 어쨌든 아이들은 교사에게 지식인보다는 심판과 중재자, MC의 역할을 기대한다.

아니, 정확히 말해 지식인의 이미지라는 것 자체가 없다.


두번째, 핸드폰이 전화기라기보단 정체감의 증폭기가 되었다.


내가 어릴 때는 아직 핸드폰이 일반화하기 직전이었고, 스마트폰은 대학에 들어갈 때 쯤에야 개발되어 보급되기 시작했지만 이 아이들은 유아 시절부터 부모들이 귀찮으면 핸드폰 게임 하고 놀라고 스마트폰 던져주었던 세대이다.


당연히 교우관계나 따돌림, 폭력, 음성적 가르침의 보급도 휴대전화를 매개로 한다.

똑같은 정보화 시대라도 어린이 시절에 특정 공간에 고정된 PC를 주로 이용하던 세대와 인간의 몸과 한시도 떨어지지 않는 핸드폰으로 인터넷을 이용하는 세대는 다를 수밖에 없다.


세번째, 아이들의 감정 표현이 굉장히 솔직해졌다.


체벌이 금지되어 그런지(안 맞아서 그래?) 아이들이 어른 앞에서도 상대방의 입장과 감정을 헤아리지 않고 직설적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나는 이해찬 세대였고 열린 교육을 받으며 7차 교육과정 시대의 개막을 알리며 교육에서 교사와 학생의 수평적인 관계와 개방적 의사소통을 강조했다.


하지만 내가 초등학교 때만 해도 선생님들과 어른들에게 깍듯이 예의를 차리고 해서는 안 될 말과 해도 되는 말이 엄격히 구분되어 있었다.

우리의 의식엔 아직 구 시대의 질서가 남아 있었다.


요즘은 학부모들과 선생님들이 열심히 지도해도 명확한 한계가 있다.

아예 뭐가 문제인지도 모르고(아 거 별 같잖은 걸로 잔소리 길게 하지 좀 마쇼) 그런 개념 자체가 없는 것이다.

인터넷의 문제일지도 공동체의 해체와 아노미 현상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현실은 그렇다.


특히 아이들과 거의 친구처럼 지내는 나는(‘아이, 선생님. 수업 좀 재밌게 해봐요. 재미가 읎어~’ ‘재미 없어도 열심히 해라. 나도 사는게 재미 없지만 열심히 살잖냐.’) 이 녀석들이 혹시 모든 어른들에게 이렇게 행동하는게 아닌가 싶어 정색하게 되는 때가 있다.

삼가는 것 따윈 웬만해선 없는 것이다.


근데 솔직한 표현에 비해 자기 주장과 토의토론은 잘 못한다.

이건 떼 쓰기, 응석 부리기를 동반한 자기 감정 표현과 주장하는 것은 다르다는 것을 명확히 해서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학교 초등교사 중에서 내가 제일 어림에도 세태의 변화를 느끼고 변화한 현실에 낯섬을 느낀다.


경력이 높은 선생님들 상당수는 가장 어린 내게도 세대 차이와 변화를 강하게 느끼는것 같은데, 큰 변화가 짧은 시간 사이로 혹독하게 몰아친 그 시간들을 견디고 변화에 적응하여 훌륭한 교육을 하는 선배 교사들이 갑자기 존경스러워지기 시작했다.

하긴, 나는 내 세대에도 세대 차이를 느끼곤 했던 애늙은이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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