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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美 우크라 지원 재개, 크름반도부터 접수한다! - 美 우크라 지원 재개에 긴장하는 러시아 - 러시아의 여름대공세, 전략 수정 불가피 - 대규모 군사고문단까지 파견하는 미국
  • 기사등록 2024-04-24 05: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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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우크라 지원 재개에 긴장하는 러시아]


그동안 서방진영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지원이 중단되면서 기고만장했던 러시아군이 미국의 군사지원이 사실상 확정되면서 곧바로 긴장모드로 접어들었다. 일단 본격적으로 무기가 우크라이나 땅에 도착하기 전에 성과를 올려야 한다는 강박감과 함께 우크라이나가 우선적으로 크름반도를 접수하려 할 것으로 보여 이에 대한 적극 방어에도 들어갔다.



영국의 텔레그래프는 지난 22일(현지시간)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지원을 재개하기로 사실상 결정되면서 우크라이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면서 “서방진영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지원이 중단되면서 우크라는 많은 인명과 영토를 잃었는데 이제 새로운 여름공세를 준비할 여유를 갖게 됐다”고 보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하원에서 608억 달러(약 84조원) 규모의 우크라이나 지원법안이 통과된 직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신속한 무기 공급을 약속했다.


영국과 EU도 미국의 지원 재개에 발맞춰 신속한 군사지원 재개를 약속했다. 영국은 우선적으로 5억파운드(8502억원)에 해당하는 대공 미사일 등을 보내기로 했다. 이외에도 수백대의 장갑차와 무인 드론보트, 탄약 400만발 등을 신속하게 지원하기로 했다.


[크름반도 방어 강화에 나선 러시아]


이렇게 우크라이나에 서방세계의 지원이 결정되면서 러시아는 긴장 모드로 접어들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우크라이나 지원법안이 미국 하원을 통과한 직후 타스통신에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 결정은) 미국을 더 부유하게 만들겠지만 우크라이나를 더 망치게 될 것이며, 더 많은 우크라이나인들의 죽음을 초래할 것”이라며 “이는 키이우 정권의 잘못”이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앞뒤도 맞지 않는 궤변을 늘어놓은 것이다. 이는 그만큼 러시아가 당혹스러워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러시아는 최우선적으로 크름반도에 대한 방어 강화에 나섰다. 우크라이나가 전력이 보강되는대로 크름반도 공격에 집중할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는 역으로 크름반도가 러시아에게 있어 최대 취약지역임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러시아는 크름반도에 대규모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다는 정보가 입수됐다. 우크라이나 정부 행정조직인 '크름 자치공화국 우크라이나 대통령대표실'은 22일(현지시간) 보고서에서 “러시아가 크름반도 흑해 연안에 요새 구조물 수를 늘리고 있다”며 “올해 2∼3월 새로 지어진 구조물 길이만 100㎞가 넘는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 구조물은 크름반도 행정 중심지인 심페로폴의 미콜라이우카 마을에서 시작해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 접경지인 크라스노페레코프로 이어진다. 그런데 러시아는 방어선을 새로 구축하면서 자연 보호구역과 유적지 등 관광지를 파헤친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세베르네 마을에 남아있는 고대 정착지 위에 해안 방어 요새가 세워질 정도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철저한 방어선 구축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군은 특히 우크라군이 특수부대와 드론을 동원한 게릴라식 공격을 해 올 것을 대비해 크름반도 주변 수역에서 잠수함·사보타주(파괴공작) 대응 훈련을 빈번하게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군이 이렇게 크름반도 방어에 적극적인 것은 이 곳이 ‘푸틴의 자존심’이라고 불릴 정도로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지역인데, 그동안 수차례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을 받아 오면서 오히려 불리한 상황에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는 실제로 크름반도에 특수부대와 무인기(드론)를 동원한 게릴라식 공격을 이어왔다. 지난 17일에도 크름반도 북부 잔코이 비행장을 폭격해 러시아군 S-400 대공미사일 발사대 4개, 레이더 장비 3개 등을 파괴했다,


또한 지난 3월 24일에는 러시아군 흑해함대 사령부가 위치한 세바스토폴항에 대규모 미사일 공격을 가해 상륙함 2척을 파괴한 바 있다. 또한 작년 7월에는 폭발물을 탑재한 무인정(수상드론)으로 크름반도와 러시아 본토를 잇는 크름대교를 타격하기도 했다.


특히 러시아 흑해함대의 피해는 실로 엄청나다. 그동안 흑해를 장악하면서 우크라이나의 곡물수송로까지 막았던 러시아 해군은 이젠 흑해에 얼씬거리지도 못할 정도로 패퇴했다.


심지어 현역 군함으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러시아 군함이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으로 피해를 입어 더는 운항을 못할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21일(현지시간) “크름반도 세바스토폴에 정박해 있던 러시아 흑해함대 소속 잠수함 구조함인 코뮤나함(만재배수량 3100t)을 순항미사일로 공격했다”면서 “이날 공격으로 코뮤나함은 작동이 불가능한 상태가 되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이어 “러시아 흑해함대에 또 다른 나쁜 날”이라고 주장했다.


코뮤나함의 가동 불능이 주목을 받는 것은 이 함정이 러시아제국 시절인 1913년에 진수해 1915년 취역한 구조함으로, 러시아혁명 때부터 세계 1·2차 대전, 냉전과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격변의 현장에서 활약해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던 상징적인 군함이었기 때문이다. 코뮤나함은 최근까지도 군함 또는 잠수함의 침몰시 구조작업을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흑해에서 기함인 모스크바함이 침몰되었을 때도 바로 코뮤니함이 건져낸 바 있다.


[동부지역 탈환에 사활건 러시아군]


러시아군은 크름반도 방어선 구축과 함께 우크라이나 돈바스의 절반을 차지하는 도네츠크주에 대한 공격에도 고삐를 죄고 있다. 특히 서방세계의 무기 지원이 도착하기 전에 러시아 전승절에 자랑할 수 있는 상징적 전과를 올리기 위해 도네츠크주 차시우야르(Chasiv Yar)와 주변 마을에 2만∼2만5000명 정도의 병력을 동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에 대응하는 우크라이나군도 방어 인력을 증파시키면서 전선을 안정화시키고 있다. 차시우 야르는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지역에 있는 작은 마을로, ‘우크라이나 방어의 중추’이자 전략적 요충지로 꼽힌다. 도네츠크 지역은 러시아군이 일부 점령하고 있지만 차시우 야르는 우크라이나가 장악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로이터통신은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2차 세계대전 승전을 기념하는 다음 달 5월 9일 '전승절'까지 이 마을을 함락하길 원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러시아군이 차시우 야르를 점령하면 우크라이나의 통제 아래 있는 전략적으로 중요한 두 도시인 크라마토르스크와 슬라뱐스크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된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여름대공세, 전략 수정 불가피]


흥미로운 것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 등의 군사지원이 재개되면서 러시아군도 여름 대공세와 관련한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미국 싱크탱크인 전쟁연구소(ISW)는 “러시아군은 그동안 미국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지원 중단이 재개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대대적인 여름 대공세를 준비해 왔지만, 미국의 군사지원 재개가 확정되면서 러시아군의 공격 계획도 상당 부분 수정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되었다”고 밝혔다.


사실 러시아군은 그동안 무기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크라이나군을 향해 본격적인 진격작전을 해 왔다. 그러나 전략적 동부 도시였던 차시우 야르에서마저도 진격이 더뎌지면서 이런 상태에서 러시아군이 과연 다른 지역을 추가로 진격할 수 있겠는가하는 탄식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더더욱 러시아군을 암울하게 만드는 것은 우크라이나군의 무기가 부족한 틈을 타 대대적인 진격 공세를 펼쳤음에도 무기 부족으로 열세일 수밖에 없는 우크라이나군을 밀어붙이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러시아군은 그동안 대공 방어망조차 변변찮은 우크라이나를 향해 극초음속미사일 등의 발사를 통해 우크라이나를 괴롭혀 왔다.


그러나 미국과 영국 등의 군사지원이 재개되면 최우선적으로 대공방어망부터 갖출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그동안 방어에만 집중해 왔던 차시우 야르에서도 이젠 ‘러시아군 격퇴’를 목표로 전투를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바람의 방향이 바뀌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대규모 군사고문단까지 파견하는 미국]


특히 주목되는 것은 미국이 이번 군사지원에 장거리 지대지 미사일인 에이태큼스(ATACMS)를 포함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는 한마디로 크름반도 공격에 날개를 달 수 있다는 의미여서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공격을 감행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미국은 우크라이나와 미국이 양자 안보 협력 합의에 관한 논의를 시작했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우크라이나는 앞서 영국, 프랑스, 독일 등 몇몇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 회원국들과 10년간의 안보 협정에 서명했다.


이와 관련해 AFP는 “지금까지 서명된 협정은 상호 방위 협정은 아니며 향후 몇 년간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군사적, 정치적, 재정 지원 약속을 보여주는 상징적 중요성이 있다”고 전했다. 그만큼 앞으로의 우크라이나와 관련된 군사지원이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제대로된 지원이 가능해질 수 있음을 뜻한다.


또한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전투 역할이 아닌 군사 고문을 추가 파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끌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21일(현지시각) 패트릭 라이더 국방부 대변인을 인용, “2년간의 분쟁에서 러시아가 모멘텀을 얻는 가운데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한 약속을 보여주려 키이우 대사관에 군사 고문을 추가 파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추가로 파견되는 고문들은 전투와 관련된 역할은 하지 않는다. 대신 우크라이나 정부와 군을 상대로 조언을 하거나 지원하는 등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현지 안보 여건에 따라 자국 관계자 파견 관련 상황을 상시 점검했다고 한다.


라이더 대변인은 작전상 보안 및 전력 보호 차원에서 추가 파견 가능한 고문의 수는 정확히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폴리티코는 미국 당국자 두 명을 인용, 최종적으로 파견되는 고문의 수가 최대 60명 수준이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와 함께 비록 비전투 인력이기는 하지만 이들 추가 파견이 우크라이나 내부에 주둔하는 미국군의 수를 늘린다는 데서 의미가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간 러시아와의 직접적인 충돌 우려를 키운다는 이유로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을 명확히 해 왔다.


이렇게 미국도 사실상 참전에 가까운 결단을 내렸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우크라이나전 상황에 큰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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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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