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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명으로 30만명 대전투…'고려거란전쟁' 대미 '귀주대첩' 어떻게 만들었나 - KBS '고려거란전쟁' 귀주대첩 30여분 명장면에 찬사 쏟아져 - '디지털 군중' 기술로 30만여명 참여한 전투 재현
  • 기사등록 2024-03-11 11: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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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에 따르면 귀주대첩에 출연한 실제 인원은 보조 출연자 포함해 약 300명이다. 지난해 여름 경기 수원시 KBS수원드라마센터 야외 크로마 세트장(사진)에서 귀주대첩 촬영을 마친 뒤 지금까지 5~6개월간 편집이 진행됐다. (사진=KBS 제공


 #10만명에 달하는 거란 대군 돌격에 겁먹은 고려 병사들. 고려 병사들이 검차를 버리고 도망치려 하자 상원수(총사령관) 강감찬(최수종 분)이 검차를 움켜쥐며 "고려는 죽지 않는다. 우리는 승리할 것이다. 우리는 죽지 않는다. 고려는 승리할 것이다"라는 말을 반복한다.


강감찬의 독려에 용기를 얻고 다시 검차를 붙잡은 고려 병사들. 그 사이 김종현(서재우 분)이 이끄는 1만여명의 정예 중갑기병들이 나타나더니 고려군 20만여명이 거란군 10만명 사방을 포위하는 장면이 나온다.


KBS 드라마 '고려거란전쟁'이 10일 32화를 끝으로 종영한 가운데 31~32화에 나온 귀주대첩 연출이 주목받고 있다. 컴퓨터그래픽(CG)으로 약 30만명(거란군 10만명, 고려군 20만명)에 달하는 군사들이 검차 등의 장비까지 활용하며 벌인 대규모 전투를 재현해 냈기 때문이다.


최종회가 방송된 10일은 실제 귀주대첩이 벌어진 날이기도 하다. 방송 후 다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화제가 된 가운데 드라마 원작 '고려거란전쟁: 고려의 영웅들'을 집필한 길승수 작가도 귀주대첩 일부 장면이 CG로 잘 구현됐다고 평가했다.


길 작가는 10일 "거란 타초곡기(식량, 말먹이 약탈을 전담하던 부대)가 (고려군 시야를 가리기 위해) 먼지를 일으키는 장면 등이 CG로 잘 구현됐다"며 "지난해 6월 최수종 배우 등이 검차를 미는 장면을 직접 봤는데 CG를 입히니 완전 볼 만 했다"고 밝혔다.


10만 거란군 대 20만 고려군, 실제 출연자는 300명…실물 검차도 10대뿐


귀주대첩 장면의 가장 큰 특징은 고려·거란군 통틀어 30만명의 군사들을 그대로 재현했다는 점이다.


지난 9~10일에 방영됐던 '고려거란전쟁' 31~32화에는 ▲거란군 수만명이 사령관(도통사) 소배압의 공격 명령을 기다리는 장면 ▲거란군이 고려군 검차 위로 넘어 공격하는 장면 ▲교전 중 고려 중갑기병대가 언덕 위에서 등장하는 장면 등이 나오는데 이 장면들에는 수많은 군사가 필요하다.


정작 귀주대첩 촬영에 참여한 연기자는 200~300명뿐이었다. 강감찬, 김종현, 소배압 등 양국 장수들과 병사 소수를 제외하고는 모두 '디지털 군중(크라우드)' 기술로 구현한 인물들이다.


한정된 공간(KBS수원드라마센터 야외 크로마 세트장) 탓에 한번에 가용할 수 있는 출연진은 100~200명이었다. 30만명을 모두 실제 사람으로 찍을 수는 없는 만큼 시점으로부터 먼 배경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모두 CG로 구현해 냈다. 스튜디오에서 배우 연기 동작 등을 먼저 촬영한 뒤 이를 기반으로 수십만 명의 캐릭터들을 만들어냈다.


개당 제작비가 1500만원이라는 검차도 제작비를 고려해 실물을 10여대만 만들고 나머지는 모두 CG로 구현했다.


공동 제작사인 비브스튜디오스의 신창우 총괄 시각효과(VFX) 감독은 "3D 공간 기술을 활용한 지형 데이터로 굴곡진 땅도 만드는 등 대규모 병력이 움직이는 대회전에 맞는 스케일에 중점을 두고 작업했다"고 밝혔다.


특히 신 감독은 "KBS 대하사극에서 이 정도 규모의 디지털 크라우드 기술이 쓰인 건 처음이다. 촬영 만으로 절대 해결할 수 없는 익스트팀 롱샷은 풀CG 작업으로 표현했는데 이 역시 드라마에서 그동안 시도하지 못했던 아주 큰 스케일이었다"고 전했다.


CG팀이 드라마 기획도 참여…오랜 협업으로 대전투 재현


'고려거란전쟁'은 전쟁 장면에서의 충실한 고증과 화려한 시각 효과로 시청자들을 만족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앞서 방송됐던 흥화진 전투의 경우 무수한 투석기 중 2대만 실물, 나머지는 CG였다. 투석기로 날라오는 불타는 돌, 양규 결사대의 마지막 항전 때 날라온 무수한 화살도 모두 VFX 덕분에 가능했다.


신 감독은 "'고려거란전쟁' 연출인 김한솔 감독님이 역사적 고증 자료와 많은 전문가의 조언을 토대로 CG팀과 많은 회의를 걸쳐 기획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소품팀 뿐만 아니라 CG팀 등도 검차 실물 디자인에 참여했다.


신 감독은 "(귀주대첩의 경우) 김종현이 이끄는 중갑기병대가 등장하면서 바람 방향이 바뀌는 장면, 검차가 둘러싸고 뒤에 중갑기병이 돌격하는 '모루와 망치' 작전 장면 등을 어떻게 표현할지 많이 고민했다"고 전했다.


특히 그는 드라마 기획 단계부터 CG·VFX팀이 참여한 게 '고려거란전쟁' 전투 장면이 빛날 수 이유 중 하나였다고 말했다. 창작업계에 따르면 CG·VFX 전문기업은 보통 드라마 후반 작업에만 참여한다. '고려거란전쟁'처럼 CG·VFX팀이 드라마 기획 단계부터 참여하는 건 이례적이다.


신 감독은 "수많은 콘셉트 아트와 프리비주얼(실제 촬영 전 CG로 미리 구현한 장면)로 제작 방향을 사전에 잘 정리한 덕분에 무사히 촬영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편당 제작비, KBS 창사 이래 역대 최대…귀주대첩 재현에 정부도 보태


무수한 CG·VFX 연출이 돋보이는 장면에 '고려거란전쟁' 제작비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KBS에 따르면 '고려거란전쟁' 제작비는 약 270억원이다. 편당 기준으로는 KBS 대하 사극 중 역대 최대 규모다.


신 감독은 "최대한 선택과 집중을 위해 (제작진 간) 초기 설계부터 많은 부분을 계획하고 조율하면서 예산을 더 효율적으로 쓰려고 노력했다. 적극적인 기획 참여로 예산을 절감할 수 있었다"며 "CG팀 도움으로 상상 이상의 많은 제작비가 줄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크로마 세트장에서 촬영하면 현실감이 떨어지는 건 맞다"면서도 "날씨와 후반 제작 시간, 고증상 귀주대첩이 겨울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크로마 세트장에서 촬영한 덕분에 귀주대첩을 완성할 수 있었다. 제작비 절감과 배우, 스태프 컨디션 조절에도 매우 용이했다"고 설명했다.


귀주대첩 재현에는 정부 역할도 한몫했다. 이 드라마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차세대방송 성장기반 조성 사업 대상작으로 선정돼 11억원을 지원 받았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VFX와 버추얼 프로덕션 등 첨단 기술이 방송 제작에 잘 접목돼 기쁘다"며 "앞으로도 과기정통부는 미디어 콘텐츠 분야에 인공지능(AI)과 같은 최신 기술이 적용돼 제작비는 낮추고 방송 품질은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신 감독은 "기존 작품들과 달리 '고려거란전쟁'은 초기 기획부터 참여한 지라 약 1년이라는 장기전을 하는 게 힘들었다. 여름 장마와 무더운 날씨 속에서 촬영하고 추운 겨울 속에서 버티는 게 힘들었다"며 '고려거란전쟁' 제작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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