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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中 ‘기술 디커플링’ 극비지령, 두뇌사냥 최대 피해는 한국 - 중국, 극비 전략문건에 '기술 디커플링' 지령 - 중국 특색의 디커플링 시도하는 시진핑 - 현장 능력 과신한 시진핑, 현실은 기술절도에 두뇌사냥
  • 기사등록 2024-03-11 05: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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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극비 전략문건에 '기술 디커플링' 지령]


중국 정부가 극비 문건을 통해 자국 국영기업들의 제품에 포함된 미국 등 서방 기술을 사실상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완전 자립화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져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문제는 그러한 기술 자립을 위해 미국은 물론이고, 한국 등지에서 두뇌사냥과 함께 다양한 방법으로 ‘기술 빼가기’가 극에 달하고 있다는 점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8일자(현지시간) 지면을 통해 “중국 국영기업을 감독하는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SASAC)가 2022년 9월에 만든 소위 '79호 문건'(Document 79)을 최근 입수했다”면서 “경제·안보 등의 이유로 미국 업체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자국 기업을 키우겠다는 중국 정부의 방침을 직접 명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은 이어 “해당 문건은 반도체 등 첨단 기술을 둘러싼 미·중 간 갈등이 고조되면서, 미국이 중국 기술 기업에 대한 반도체 수출 통제와 제재를 강화하던 시기에 만들어졌다”면서 “중국 금융, 에너지 등 국영기업에 2027년까지 IT 시스템 내 해외 소프트웨어의 교체를 지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 문건에서는 “중국 국영기업은 이메일, 인사관리, 사업 관리 등에 사용되는 해외 소프트웨어를 중국 업체 제품으로 교체하고, 그 상황을 분기별로 보고하라”는 내용이 담겨져 있으며, 구체적으로 미국 기술의 추방을 ‘미국 삭제’(Delete America)의 약자인 ‘딜리트 A’로 표기하면서 타겟을 구체화하고 있다.


특히 “이 문건은 중국 공산당 내부 사정에 정통한 이들을 인용해 이 문건이 극비 사항으로 정부 고위 당국자와 간부들만 열람이 가능하고 사본 작성조차 허용되지 않는다”고 WSJ은 전했다. 그만큼 극비사항으로 다뤄져왔고, 또한 최고위관리들만 열람하도록 했다는 의미다.


WSJ은 이와 관련해 79호 문건이 우선 명시한 목표는 델, IBM, 시스코와 같은 미 하드웨어 제조업체들인데, 문건에 적시한 대로 많은 장비가 중국 경쟁업체들의 제품들로 교체되는 것을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실제 현장에서도 6년 전만 해도 중국 정부는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반도체 등 입찰에서 대부분 서방 업체의 제품을 찾았지만, 2023년엔 대부분 그 자리에 중국 제품으로 채워졌다.


WSJ은 이에 대해 국영기업들은 중국산 제품의 질적 수준이 미국산과 비교가 되지 않음에도 일단 대체 비율을 맞추기 위해 중국산 기업 제품으로 바꾸는 일까지 벌어졌다고 밝혔다.


[중국 특색의 디커플링 시도하는 시진핑]


사실 79호 문건에 명시된 중국산 기술과 제품의 자립은 시진핑 주석이 오래전부터 꿈꿔오던 세계 패권 장악의 출발점이었다. 그래서 시 주석은 틈나는 대로 반도체, 전투기 등 핵심기술부터 곡물, 지방종자(기름을 짤 수 있는 식물종자)에 이르기까지 전 분야에서 자급자족을 적극 강조해 왔다.


지난 2022년 11월 16일에도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 개막식에서 72페이지에 달하는 업무 보고를 통해 “핵심 기술 경쟁에서 승리하고 자주적 혁신 능력을 강화하겠다”고 언급했다. 또 “정보 기술, 인공지능(AI), 신에너지 분야를 미래 성장의 엔진으로 지정하고 유관 기업의 성장 지원과 인재 육성이 중요하다”는 점도 특히 강조했다. 시 주석이 이렇듯 기술 자립을 강조한 이유는 미중 간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4월에도 중국 공산당 이론지 '추스(求是)' 기고문을 통해 “전체적으로 현대 사회에 진입한 중국의 14억 인구는 기존 선진국들의 인구 합계를 넘어섰다”며 “그 어려움과 복잡성은 전례가 없으며 미래 발전의 주도권을 우리 손에 확실하게 잡고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그러면서 “새로운 발전 구도 구축을 가속화해 미래 발전 주도권을 확고하게 장악해야 한다”면서 “최대 규모인 중국의 경제는 필수적으로 내부 순환(내수 활성화)이 가능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시 주석은 미국과의 패권 경쟁이 심화되면서 어차피 디커플링으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기술자립을 통해 중국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쌍순환 경제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 배경에는 14억이라는 인구 규모가 자리잡고 있었던 것이다.


최근들어 반도체 독립을 적극 추진하는 것도 같은 배경이다. 미국이 각종 규제를 통해 첨단 제품의 중국 시장 진입을 가로막고 있는 상황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서방의 기술을 쟁취해 이를 바탕으로 반도체 굴기를 무조건 이루어내겠다는 야심을 밝히고 있는 것이다.


결국 전반적인 상황을 보자면, 서방기업과의 디커플링은 사실 중국이 먼저 시도를 했고, 이를 통해 미국과의 패권경쟁에서 결코 뒤처지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서방의 기술을 넘어서겠다는 야망을 ‘중국 특색의 디커플링’으로 이뤄가려 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미국 허드슨연구소의 존리 연구원은 “시진핑 시기 중국의 목표는 중국 중심의 경제 질서를 유라시아와 서태평양에 구축한 뒤, 중요한 분야에서 미국을 축출하거나 미국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것”이라면서 “중국특색의 디커플링이 의미하는 건, 미국이 유라시아와 서태평양에서 배제되고 고립되는 것이며, 궁극적으론 세계에서 가장 크고 전략적인 파워인 미국이 무너진다는 걸 뜻한다”고 말한다.


이는 시진핑이 집권 초 미국을 향해 “태평양은 매우 커 중·미의 이익을 모두 담을 수 있다”고 한 발언을 상기시킨다. 이는 태평양의 반을 내놓으라는 시진핑 주석의 대담한 요구나 다름없다.


“시진핑은 이후 일대일로 전략과 중국제조 2025, 쌍순환(雙循環) 정책을 통해 단순한 기술 자립을 추구하는 정도가 아니라, 유라시아와 서태평양 역내에서 중국의 주도적 위치를 다져나가고 있다”는 것이 존리 연구원의 주장이다.


[현장 능력 과신한 시진핑, 현실은 기술절도에 두뇌사냥]


문제는 시진핑의 꿈은 거창했으나 중국 현지의 실력이 서방의 기술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중국 당국이 선택한 것은 서방으로부터의 기술 절도에 집요한 유혹을 통한 두뇌 사냥이었다.


지난해 10월,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파이브 아이즈 5개국 정보기관장들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팔로알토에서 열린 '신흥기술·보안혁신 회의'에서 “중국이 인공지능(AI), 양자기술, 로봇공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밀을 훔치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이 말 그대로 미국의 FBI가 하는 가장 주된 일 중의 하나가 미국에서 중국의 세력들이 기술을 탈취하는 것을 막는 작업이라 할 정도다.


실제로 지난 2월 7일(현지시간) 미국의 인터넷매체인 악시오스는 “한 50대 중국계 미국인이 미국의 핵미사일 탐지 기술 등을 훔친 혐의로 기소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악시오스에 의하면, 중국계 미국인인 그는 지난해 1∼4월 로스앤젤레스 카운티의 한 연구·개발(R&D) 기업에서 근무하는 동안 핵미사일 발사 탐지, 탄도 및 극초음속 미사일 추적을 위한 우주 기반 시스템에 사용되는 적외선 센서의 설계도 등 기술 파일 3천600개 이상을 빼돌린 혐의를 받았다.


중국의 이러한 기술탈취는 한국에서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지난 1월에는 중국 자동차 업체가 삼성SDI, SK온(당시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기술을 빼돌린 혐의(산업기술보호법 위반)로 사법 당국 조사를 받았다.


또한 국가 핵심 기술로 지정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설계 자료를 빼돌려 중국에 똑같은 ‘복제 공장’을 지으려 했던 전직 삼성전자 임원도 구속됐다. 해당 인물은 ‘메모리 반도체 공정(工程)의 달인’으로 불렸을 정도로 국내에서 손꼽히는 반도체 제조 분야의 권위자인데, 중국으로부터의 금전적 유혹에 넘어가면서 최소 3000억원에서 최대 수조원 가치의 반도체 국가 핵심 기술과 영업 비밀이 침해된 것으로 추산된다.


중국의 기술 탈취 시도는 반도체에 국한되지 않는다. 조선·자동차·디스플레이 등 우리나라 기술력이 세계 최고 수준인 분야는 빠지지 않고 손길을 뻗치고 있다. 지난해 6월, 국가정보원이 밝힌 바에 따르면, 최근 5년(2018~2022년)간 적발한 국내 산업 기술 해외 유출 사건은 93건인데 이 중 4분의 1인 24건은 반도체였지만, 나머지 69건은 디스플레이와 이차전지·자동차·정보통신·조선 등 다양했다. 이 기간 산업 기술 해외 유출을 막아 피해를 예방한 금액은 25조원에 이른다.


미국 같으면 이러한 기술 유출이 모두 간첩법이 적용되면서 상당히 큰 법적 처리를 받게 되지만, 한국은 오로지 북한과 관련되야만 간첩법으로 처발하도록 하면서, 이러한 기술유출이 솜방망이 처벌로 끝난다. 그럼에도 국회에서는 이러한 간첩법 확대에 반대해서 법 개정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중국은 지금도 중국계 헤드헌팅 업체를 통해 우리나라의 두뇌들을 빼가는데 혈안이 되어 있다. 한국의 사법처리가 느슨한 탓에 중국의 두뇌 사냥도 극성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중국의 두뇌 사냥은 국가가 주도하는 이른바 ‘천인계획’을 통해 이뤄진다. 이젠 천인계획을 넘어 ‘만인계획’이라 할 정도로 두뇌 사냥의 폭은 갈수록 그 폭이 넓어지고 있다. 2012년 출범한 만인계획은 ‘10년 내 자연과학·공학·사회과학 등 부문에서 청년을 포함한 광범위한 인재 1만명을 유치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그 핵심 사냥 지역 중 하나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대한민국 국회는 관심도 없다. 법안을 내놓아도 친중파 의원들이 적극 반대하면서 심사조차 못한다. 이것이 지금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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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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