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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역대 최강 비호감 美대선, “현대사 가장 당혹스러운 선택” - “바이든·트럼프 다 싫다”, ‘더블 헤이터’ 20%로 껑충 - ‘샤이 反 트럼프’의 문제, 최대 우려사항 - 헤일리 표심, 캐스팅 보트로 부상할 가능성
  • 기사등록 2024-03-08 11:5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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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트럼프 다 싫다”, ‘더블 헤이터’ 20%로 껑충]


오는 11월 5일 치러질 미국 대통령 선거가 역대급 비호감 대선으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두 사람 모두를 싫어하는 '이중 혐오' 유권자들의 선택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6일(현지시간) “지난 슈퍼 화요일 이후 공화당 경선에서 니키 헤일리가 사퇴함으로써 ‘아무도 원하지 않는 선거’를 맞닥뜨리게 됐다”면서 “사퇴한 헤일리는 미국인의 70%가 2020년 재대결을 원하지 않으며, ‘대다수의 미국인은 한 후보만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두 후보 모두를 싫어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WP는 이어 “이번 대선을 두고 어쩌면 현대사에서 가장 당혹스러운 대선일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며 “두 후보가 본격적인 난타전에 들어가기도 전에 유권자들이 환멸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이렇게 되면 앞으로 치러질 대선에서 결과를 가를 결정적인 유권자는 둘 중 어느 후보도 좋아하지 않는 이들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내다봤다.


WP는 그러면서 미국인들이 바이든·트럼프의 재대결을 얼마나 싫어하는지를 보여주는 수치들을 제시했다.


(1) ‘더블 헤이터’의 급증


우선 바이든이나 트럼프 모두 싫다는 ‘더블 헤이터’(double-hater)의 비율이 최근 2~3월 조사에서 무려 17∼24%에 달했는데, 이는 두 후보가 1차로 맞붙었던 2020년 대선에서 약 5%(2020년 10월 CNN 발표 조사 기준)에 불과했던 것에 비해 거의 4배 가까운 증가를 보였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민주당)과 밋 롬니 전 상원의원(공화당)이 맞붙은 2012년 대선에서 그 비율은 3%(CNN)로 더 낮았다.


(2) 후보의 고령 불만


두 후보의 고령도 문제로 지적됐다. 최근 ABC뉴스와 여론조사기관 입소스가 시행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59%는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모두 너무 늙었다고 답했다. 이러한 조사결과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다. 미국이 과거에 이렇게 고령인 후보들의 대결을 겪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이러한 고령 관련 불만은 최근들어 더 늘어났다. WP는 이에 대해 '두 후보 모두 너무 늙었다'는 응답률이 지난해 5월과 9월의 여론조사에서는 각각 43%, 48%였었는데, 이 같은 생각을 한 유권자가 올해 조사에서는 더 늘어났다.


(3) 후보 만족도의 급락


또한 눈에 띄는 것은 현재 주어진 후보에 '만족한다'고 답변한 미국인의 비율이다. 지난해 12월 AP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바이든 대통령,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로 지명될 경우, 각 후보에 만족할 것이라는 응답자는 3할에 불과했다. 반면 만족하지 못할 것이라는 미국인은 각각 56%, 58%였다. 결국 누가 되든 불만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불만의 강도는 특히 무당파 성향의 응답자들에게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후보 지명에 만족할 것이라는 비율은 각각 14%, 20%에 그쳤다.


(4) 후보 선택, “상대가 싫어서 찍는다”


또 하나 눈여겨볼 것은 지지 후보의 당선을 바라서 그를 뽑는다기보다 상대 후보의 당선을 막기 위해 투표를 하겠다는 응답율이 높았다는 점이다.


최근 NBC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의 57%는 자신의 투표가 그를 지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답했다. 이는 2020년 대선 출구조사와 여론조사 당시 같은 응답률에 비해 4분의 3가량 낮은 수치다. 반면 바이든 대통령의 경우 31%에 불과했다. 이는 2020년의 54%에 비하면 형편없이 낮은 수치다.


이러한 결과는 곧 이번 대선에서 유권자의 약 절반은 지지 후보가 아닌 상대 후보가 되는 걸 막기 위한 이유로 선택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샤이 反 트럼프’의 문제, 최대 우려사항]


일단 현재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바로는 아무래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차기 백악관에 한 발 더 앞서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 뜻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도 있고,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포인트도 있다.


우선 살펴봐야 할 문제는 여론조사보다 실제 득표율이 낮다는 점이다. 이는 여론조사에는 잡히지 않지만, 실제로는 그의 반대편에 투표하는 '샤이 반(反)트럼프' 표가 상당수 존재한다는 의미여서 과연 이러한 경향이 11월의 대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실제로 6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득표율은 슈퍼 화요일 이전까지 열린 모든 주요 경선에서 여론조사 전망치를 밑돌았다.


미시간주에서는 경쟁자인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를 56.9%포인트 차이로 이길 것으로 전망됐지만, 실제 경선 결과 격차는 41.5%포인트였다. 아이오와주에서도 전망치의 격차(34.0%포인트)가 실제 격차(29.8%포인트)에 못 미쳤다. 문제는 이러한 경향이 그동안 경선을 실시했던 14개 모든 주에서 고루 나타난다는 점이다.


FT는 이와 관련해 “이들 '샤이 반트럼프' 유권자층은 전통적으로 공화당의 텃밭이었던 부유한 교외 지역에 모여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낮은 세금과 규제 완화를 선호하는 이들은 '타고난 공화당 지지층'이기는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변덕스러운 행태와 민주주의적 기준에 대한 경멸로 인해 교외 유권자층의 투표 경향이 상당히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FT는 이어 “교외 지역 공화당 지지 여성 유권자층이 2022년 연방 대법원의 낙태권 폐기 판결 때문에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반대편으로 돌아서고 있다는 징후가 더 늘어나고 있다”고 풀이했다.


이에 따라 11월 대선에서 '샤이 반트럼프' 유권자들이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표를 던질 경우, 현재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앞서는 것으로 나오는 여론조사들은 다시 틀린 것으로 입증될 것이라고 FT는 관측했다.


[헤일리 표심, 캐스팅 보트로 부상할 가능성]


또 하나의 변수는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가 끝내 중도 하차하면서 그에게 몰려갔던 지지층 표심이 본선 무대에서 어디로 옮겨갈지의 여부다. 실제로 진보 성향이 강해 민주당 텃밭으로 분류되는 버몬트주에서 헤일리가 승리한 것을 제외해도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다른 주에서도 최소 10%에서 최대 40% 정도 지지를 받지 못했다.


그런데 이들이 대체로 '트럼프도, 바이든도 싫어서' 헤일리로 몰려갔던 지지자라는 점에서 헤일리의 경선 사퇴 이후 이들 집단의 향배가 중요한 변수로 떠오른 것이다.


특히 헤일리 전 대사가 경선에서 중도하차하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 표명을 공식적으로 하지 않으면서 이들은 갈 길을 잃은 채 고민에 빠진 상황이다.


ABC·CBS·CNN·NBC 방송이 공동으로 전날 노스캐롤라이나 등에서 실시한 출구조사에서 헤일리 전 대사 지지자의 53%는 트럼프에 반대해서 헤일리에게 투표했다고 밝혔다.


WP는 이와 관련해 이들의 표심을 크게 '그나마 트럼프', '차라리 바이든', '부동층' 등 세가지로 구분했다. 물론 꽤 많은 헤일리 지지자들이 트럼프에 환멸을 느끼는 공화당원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바이든 지지로 변심할 정도는 아니라는 전망도 있다. 그러나 앞서 실시된 퀴니팩대 여론조사에서는 헤일리 지지자 중 트럼프에게 투표할 의사가 있다는 비율이 절반에 달한 반면, 바이든에게 투표하겠다는 응답은 37%에 그쳤다는 점을 눈여겨 볼 필요는 있다.


이런 점에서 BBC는 “헤일리 지지 기반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나 조 바이든 대통령만큼 두텁지는 않지만 올해 대선 판도의 향방을 가를 '경고장'이 될 수는 있다”고 분석한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진영에서는 당장 헤일리 지지층을 포섭하는 데 관심을 두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BBC는 진단했다. 그러나 트럼프 캠프의 이러한 판단은 실수일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앞에 놓인 4가지 블랙홀도 변수]


트럼프는 지금 기세등등하다. 그러나 백악관까지 입성하는데는 크게 4가지의 블랙홀을 잘 넘어가야 한다. 그 첫 번째가 자산 부풀리기 사기 대출 의혹' 민사재판에서 패배해서 4억5천400만달러(약 6천69억원)이 넘는 벌금을 내야 하는 문제다. 여기에 28년 전 자신이 저지른 성추행 피해자인 패션 칼럼니스트 E. 진 캐럴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 소송에서도 패소해 8천330만 달러(1천113억원)의 배상금도 내야 한다.


연방 법원은 조만간 2심 판결을 내놓을 예정이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장 조달해야 하는 돈이 5억달러를 훌쩍 넘길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이를 정치후원금으로도 충당하지 못한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마지막 기댈곳은 공화당 전국위원회의 기금 모금인데, 과연 뜻대로 될지는 두고봐야 한다.


두 번쨰는 트럼프에게 닥친 사법문제들이다. 물론 출마자격 문제는 연방대법원에서 해결해 주었지만, 아직도 그에게 남은 91개의 혐의를 대선 기간 동안에 어떻게 털고 나갈지도 주목거리다.


세 번째는 낙태 이슈 문제다. 이 문제를 민주당 측에서는 대대적으로 확대할 것이기 때문에 이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의 여부도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마지막 네 번째는 공화당의 단결 문제다. 이미 헤일리 지지자들의 문제도 거론했지만, 그동안 공화당내에는 사실 반 트럼프 세력들이 만만치 않았다. 이러한 분열을 딛고 어떻게 공화당을 단합시킬 것인지도 다가오는 대선의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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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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