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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우크라이나 전쟁 최대 수혜자가 한국이라고? - 신뢰할 수 있는 무기 공급국 입지 강화한 한국 - ‘신냉전’이 불러온 방위산업의 골드러시 - 한국의 독자기술이 K무기 세계화의 원동력
  • 기사등록 2024-03-07 11:3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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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할 수 있는 무기 공급국 입지 강화한 한국]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대한민국이 세계에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무기 공급국으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뛰어난 기술력에 가격 경쟁력까지 있어서 세계 방산시장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6일(현지시간) “북한과 중국 모두의 압박을 받고 있는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한국은 강력한 국방태세를 갖추게 되었는데, 이를 계기로 한국은 이미 세계 제9위의 무기 공급국이 되었다”면서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의 주변국들이 국방력을 강화하면서 방산시장에 대한 전 세계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데 한국은 이러한 시장기회를 놓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이어 “우크라이나 전쟁뿐만 아니라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전쟁을 비롯해 북한과 대만해협에서의 긴장이 고조되면서 지난해 전 세계의 군사비 지출이 9% 증가한 2조 2000억 달러(2934조 8000억원)를 기록했다”면서 “한국은 바로 이렇게 증가하는 방위산업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는데, 그 중 폴란드는 한국의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가장 중요한 고객이 되었으며, 핀란드와 노르웨이도 60km의 사거리를 갖는 K9자주포를 구매하고 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러시아의 북쪽에 위치한 루마니아도 한국에서 무기를 구입할 가능성이 높아졌는데, 부쿠레시티 당국은 지난 2월 7억 5천만 달러(약 1조원)의 예산을 투입해 K9 54대를 구매하기로 결정했다.


특히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경우 우주 발사체, 인공위성, 항공기, 감시 카메라도 만들고 있는데, 그중 핵심 수출품은 매출의 42%, 영업이익의 81%를 차지하는 K9같은 지상 무기시스템이다. 그런데 폴란드가 이 무기 시스템의 중요한 구매자로 자리잡았으며, 한화 외에도 현대로템 등의 공급업체들이 지난해에 총 30조원이 넘는 계약을 체결했다.


물론 폴란드의 경우, 지난해 12월 13일 취임한 도널드 투스크 총리가 전임정부가 체결한 8년에 걸친 26억 달러(약 3조 4500억원) 규모의 해외 조달 계획을 취소하거나 되돌릴 수 있다고 말한 바 있기는 하지만, 이에 대해 투스크 총리는 “계약 과정에 대해 일부 오해가 있었는데 다 풀렸다”면서 “한국과의 계약이 지속되길 원한다”는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또한 지난해 11월에 한화는 포탄에 사용되는 추진체인 충전제를 영국에 1억 3,400만 달러(약 1787억원)에 공급하는 계약을 발표했다. 이러한 공급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155mm 포탄 기준을 충족하는 것으로, 한화가 NATO와 회원국을 통해 우크라이나에 필요한 탄약을 공급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그러나 이러한 무기가 우크라이나에 직접 전달되지는 않을 것이다. 한국 법은 분쟁 지역으로의 무기 판매를 금지하고 있다. 이를 우회하기 위해 한국이 미국과 같은 동맹국이 자국의 재고 탄약을 우크라이나에 보내고, 대신 그 빈자리를 한국이 공급하는 포탄으로 재고를 보충하는 방식으로 채워갈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지난 1월 나토가 우크라이나 방어를 지원하기 위해 11억 유로(12억 달러) 규모의 155mm 포탄 구매 계약을 발표하면서 다시 한 번 입증되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벨기에, 리투아니아, 스페인은 프랑스와 독일 무기 제조업체로부터 구매하기 위해 자금을 모았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탄약 생산 능력이 부족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이 완화될 조짐이 보이지 않아 한국이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도움을 요청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미 국방부는 지난 1월 발표한 국가방위산업전략(NDIS)을 통해 “필요한 국방자원을 신속하게 공급하기 위해 동맹국으로부터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마디로 동맹국의 방위물자 조달을 무기 생산국인 한국 등과 협약을 체결해 원활한 무기조달이 가능하도록 하라는 지침을 확정한 것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한국산 무기의 최대 강점 중 하나는 물론 가격 측면에서 강점이 있기는 하지만 이보다 기술력과 정밀전자제품을 결합할 수 있는 능력에 있다”면서 “이러한 특장점은 감시 시스템을 비롯해 드론, 선박과 같은 이중용도 품목까지 구매 범위를 넓히면서 무기산업을 주도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전세계적으로 분쟁이 계속 이어진다면, 한국은 생산 능력을 확대하고 신뢰할 수 있는 공급국으로서 명성을 높여 세계 무기 거래에서 입지를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내다봤다.


[러시아 무기 판매 제재가 불러온 한국 방위산업의 기회]


한국의 방위산업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무기 수출에 제재를 받고 있는데, 그 빈틈을 파고들면서 날개를 달고 있기도 하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3월,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러시아 무기 판매가 급감한 뒤 최대 승자는 한국”이라는 평가를 내놓은 바 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러시아가 동남아시아 지역 최대 무기 공급원이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에 판매가 붕괴했고 앞으로 살아날 것 같지 않다”면서 “이번 전쟁에서 러시아 무기의 성능이 형편없음이 드러났고, 일부 국가는 러시아 무기 구매로 평판이 나빠질까 봐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러시아 무기를 계속 사려고 해도 힘들다. 대러 제재 강화로 인해서 러시아 방산업체들이 무기 제작에 필수적인 첨단 기술에 접근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코노미스트지는 그러면서 “러시아 무기 거래상들이 빠져나간 데 따른 최대 승자는 한국”이라고 말했다.


스웨덴 싱크탱크인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도 수출 강국인 한국은 이제 동남아시아 지역 최대 무기 공급자가 되었다고 평가했다.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의 방위산업이 폭풍질주를 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한국의 무기는 가격, 품질, 금융, 신속 배송에서 강점이 있고, 동시에 한국 업체들은 토착 방위산업이 없는 동남아 국가들에 기꺼이 기술을 전수한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또다른 장점으로 “동남아의 거대한 지정학적 이슈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점으로, 이는 역내 국가들에겐 매우 중요한 일”이라면서 “반면, 중국은 러시아를 대체하려고 하지만 잘 되진 않는 것 같다”고 이코노미스트지는 진단했다.


[‘신냉전’이 불러온 방위산업의 골드러시]


사실 방위산업의 활황은 한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신냉전 시대를 맞으면서 각국의 방위산업이 그야말로 골드러시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 비즈니스리서치컴퍼니는 올해 글로벌 방산업계 시장 규모가 5772억달러(약 752조원)로 작년보다 7.9%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한 해 사이 무기 판매액이 무려 424억달러(약 55조원) 늘어난다고 추정한 것이다. 이에 대해 호주 공영방송 ABC는 “1년 넘게 진행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확실한 승자는 방산 기업들뿐”이라고 했다.


이렇게 신냉전 상황이 격화되면서 각국의 무기 도입 예산도 폭증하고 있다. 글로벌 방산 전문 매체 에비에이션위크는 2021년 5500억달러로 추정되는 전 세계 무기 도입 예산이 천천히 늘어 2032년이면 6800억달러 안팎이 될 것으로 전망했었는데, 최근 이 전망치를 대폭 수정했다. 2032년이면 7500억달러(약 1000조원)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한 것이다.


특히 세계 각국이 다급하게 군비확충에 나서게 된 것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소모전 양상이 두드러졌기 떄문이다. 지난해 11월 미 국방부는 “우크라이나가 발사하는 포탄이 하루 4000~7000발”이라며 “러시아는 그보다 많은 하루 2만발을 쏜다”고 밝혔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도 “미국이 1년간 생산하는 분량의 포탄을 우크라이나가 한 달이면 소진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니 각국의 마음이 조급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당장 서방진영은 우크라이나에 지원할 탄약과 무기가 부족하다. 자국 방어용으로 그동안 보관해 왔던 무기들조차 우크라이나로 넘겨주고 보니 당장 재고를 채워야만 하는 숙제도 안고 있다. 그러니 방산업체에 무기 주문이 쏟아질 수밖에 없다.


물론 이러한 무기 도입 러시에 가장 혜택을 받는 나라는 단연코 미국이다. 세계 5대 방산업체가 다 미국에 있기 떄문이다. 미 국무부는 지난해 미국이 외국에 판 무기 금액이 2056억달러(약 268조원)로 전년보다 49% 늘었다고 밝혔다.


이러한 세계적인 흐름 때문에 한국의 방위산업도 극호황을 맞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방산 수출 수주액은 약 200억달러(약 26조원)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2021년 72억5000만달러의 2배가 넘는 액수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의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18~ 2022년 사이 세계 무기 수출 시장 점유율이 2.4%로 9위였다. 이는 2013~2017년에 1.3%로 12위였던 때와 비교해 큰 폭으로 성장했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의 독자기술이 K무기 세계화의 원동력]


그런데 한국의 무기산업이 이렇게 급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한국의 독자개발 능력’이 밑천이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8일, ‘한국판 패트리엇(PAC-3)’으로 불리는 대공 방어 체계 M-SAM-Ⅱ(천궁-Ⅱ)는 아랍에미리트(UAE)에 이어 사우디에서도 4조원이 넘는 대형 수출 계약에 성공한 이후, 신원식 국방장관은 천궁-Ⅱ의 인기 비결로 먼저 한국의 독자개발 능력을 들었다. 신장관은 “요격 무기체계를 독자개발한 나라는 미국에 이어 한국밖에 없다”며 “이 때문에 계약 과정이 상대적으로 단출하고, 가성비도 좋다”고 말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독자적인 기술이 현지화를 실시하는 데서도 강점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신 장관은 “후속 군수지원과 관련, 공장 설립과 장비운용 교육 같은 소위 종합군수지원체계에도 한국산이 경쟁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신 장관은 또한 “한국이 갖추고 있는 통합 방공체계도 중동 국가들로부터 높은 점수를 얻었다”면서 “지구상에 한국처럼 미사일 위협에 고도별로 정밀한 ‘토탈 솔루션’을 갖고 있는 나라는 없는데, 이를 (중동 관계자들이) 매우 놀라워했고, 흥미로워했다”고 전했다.


이렇게 한국의 방위산업은 일취월장하고 있다. 반도체와 함께 한국의 미래를 이끌 핵심산업으로 방위산업이 손꼽힐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래서 얼마전 일본의 닛케이아시아도 한국의 방위산업을 부러워했고, 이번에 블룸버그도 눈독을 들이며 한국의 방위산업에 박수를 보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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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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