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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시진핑 1인체제’ 가속화한 中최대 정치행사 ‘양회’ - 中 최대 정치행사 '양회' 개막, 총리 기자회견 전격 폐지 - 양회의 최대 초점; ‘총리 위상’ 약화, 시진핑 1인 체제 강화 - 시진핑 1인 통치가 부른 중국의 위기
  • 기사등록 2024-03-06 06:5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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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최대 정치행사 '양회' 개막]


중국 연례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4일 공식 일정에 돌입했다. 그런데 양회가 개막하자마자 정작 회의에서 논의되는 주제는 뒤로한 채, 양회 말미에 당연히 해오던 총리 기자회견이 취소되었다는 점이 단연 화제로 떠올랐다. 이유는 간단하다. 시진핑 주석의 속내가 바로 총리 기자회견 취소에 모두 담겨 있어서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는 5일, “국정자문기구인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는 4일부터 10일까지, 국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는 5일부터 11일까지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14기 2차회의를 각각 연다”고 보도했다.


양회의 중요한 한 축인 ‘정협’은 중국 공산당 일당 체제에서 '통일전선'(중국공산당과 각 민족·군소정당 등 집단 간의 연대 및 협력) 역할을 맡아 토론이나 제안 등 '협치'의 기능을 보여주는 형식으로 진행되는데, 첫날 시진핑 주석을 비롯한 당정 지도자들이 모두 참석한 가운데 개막식을 갖고 중국공산당의 '통일적 영도(지도)'를 이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인민일보에 따르면, 이날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이자 서열 4위인 왕후닝 정협 주석은 “정협은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사상을 지도(이념)로 삼아 연간 경제·사회 발전 목표 임무를 위해 지혜와 힘을 결집해야 한다”고 말했다.


2천여명의 분야별 전문가 등 대표성 있는 인물로 꾸려지는 정협 위원들은 실질적인 국정 운영 권한은 없지만 취업난이나 저출산·고령화 문제 등 여러 사회 문제의 해결 방안을 제안하는 역할을 맡는다.


그리고 명목상 최고 국가 권력기관인 전인대는 정협보다 하루 늦은 5일 개막해 11일까지 이어진다. 전인대의 최대 하이라이트는 개회식 후 진행된 리창 국무원 총리의 정부공작보고(정부업무보고)다.


리창 총리는 이날 현재 경제 상황에 '어려움'이 존재한다면서 올해 경제 성장률 목표치를 지난해와 같은 '5% 안팎'으로 제시했다. 리창 총리는 이러한 성장률 목표 달성을 위해 올해를 '소비 촉진의 해'로 지정하고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 국민의 지갑을 열게 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그러나 리창 총리의 이날 업무보고는 중국 경제의 최대 고민 중 하나인 소비진작책을 비롯해 부동산 경기 침체 문제, 지방정부 부채 문제 등과 관련해 다양한 해법들을 제시했지만, 그 내용들이 이미 여러차례 당국이 언급해 왔던 것을 반복했거나 비교적 추상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한마디로 지금의 중국 경제 위기를 돌파할 의미있는 대책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다.


당장 경제성장률 목표만 하더라도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들이 나왔다. 국제통화기금(IMF) 등 중국 밖 전문 기관들은 ‘5%안팎’이라는 목표 수치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으며, 월가에서는 “중국에 투자해선 안된다”는 극단적인 목소리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양회의 최대 초점; ‘총리 위상’ 약화, 시진핑 1인 체제 강화]


이렇게 중국에서 양회가 막을 올렸지만 정작 이번 양회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 것은 경제성장 관련 내용이나 다른 사회적 문제가 아니라 전인대 폐막 시점에 통상 개최됐던 국무원 총리의 내·외신 기자회견을 폐지하기로 했다는 점이었다.


러우친젠 전인대 14기 2차회의 대변인은 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연 사전 브리핑에서 “올해 전인대 폐막 후 총리 기자회견을 개최하지 않는다”며 “특별한 상황이 없다면 이번 전인대 후 몇 년 동안 더는 총리 기자회견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인대 폐막일의 총리 기자회견은 지난 1991년 리펑 총리가 처음 실시한 이후 1993년 주룽지 총리 시절 정례화된 것인데, 최소한 시진핑 3기 임기말인 2028년 3월까지는 아예 열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눈여겨볼 점은 중국의 서열 2위이자 중앙정부 수장인 국무원 총리가 통상 연례 전인대 회의 개막일에 정부공작보고(정부업무보고)를, 폐막일에는 대미를 장식하는 내·외신 기자회견을 해왔었는데 이러한 전통적이고 중요한 행사를 왜 폐지했는가 하는 점이다.


특히 생방송으로 송출되는 총리의 전인대 폐막 기자회견은 취재 환경이 까다로운 중국에서 국가 최고위급 책임자가 직접 기자들을 마주해 질문을 받는 매우 드문 기회였기 때문에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작년에 물러난 고(故) 리커창 전 총리는 2020년 전인대 폐막 기자회견에서 “중국인 6억명의 월수입은 1천위안(약 18만5천원)밖에 안 된다”면서 “1천위안으로는 중간 규모 도시에서 집세를 내기조차 어렵다”는 '소신 발언'을 해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하기도 했다.


리커창 총리가 언급했던 수치는 그동안 중국당국이 전혀 공개하지 않았던 내용이고, 또 시 주석이 선전해 왔던 '샤오캉(小康·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림) 사회 건설'에 대한 정면 반박으로 읽힐 수 있다는 점에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이에 대해 미국의소리(VOA)는 4일, “총리의 전인대 폐막일 기자회견 폐지는 한마디로 총리의 위상이 그만큼 격하되었다는 것을 보여준다”면서 “시진핑 집권 이후 국무원의 권위가 공산당 중앙위원회로 기울어지는 추세의 연속선상에서 봐야 한다”고 보도했다.


다시 말해 과거 장쩌민과 후진타오 체제에서는 주석과 총리가 비교적 동등한 권한을 가졌지만, 시진핑의 첫 임기때부터 국무원과 공산당 중앙위원회간 알력 다툼이 있었는데, 이젠 아예 대놓고 국무원의 힘을 빼버리고 있다는 것이 VOA의 설명이다.


실제로 지난해 3월, 시진핑의 3기 시작 이후 개정된 국무원 업무규칙은 “국무원이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의 주요 결정과 배치, 시진핑 총서기의 중요한 지시를 의식적으로 따르고 단호하게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는데, 이 규칙 그대로 국무원의 힘이 약화되고 사실상의 행정권이 공산당 중앙위원회로 넘어갔음을 분명하게 확인시켜 준다.


그런데 이러한 총리 기자회견의 폐지는 또다른 측면에서 보자면 개혁개방의 후퇴를 여실히 보여준다고도 할 수 있다. 사실상 외신 기자들과 자유롭게 토론하면서 질의응답을 받는 유일한 창구였던 전인대 후 총리 기자회견이 앞으로는 만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이번 총리의 폐막일 기자회견 취소는 제20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 이후 가장 중요한 정치적 전환점으로 볼 수 있으며, 개혁개방 40년 동안 중국의 개방과 자유를 향한 모든 정치적 움직임이 끝났음을 의미한다는 것이 VOA의 관점이다.


또한 이는 총리가 더 이상 중요하지 않으며, 양회 자체가 단순한 형식에 불과해져 그 의미가 훨씬 줄어들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를 다른 관점에서 보자면, 이미 총리의 권한이 사실상 거의 사라져 버린 상황에서 전인대 폐막일에 설사 기자회견을 한다고 해도 총리가 딱히 소신을 가지고 할 말이 없어졌기 때문에 당연히 기자회견도 무의미해졌다고도 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기자회견 폐지는 중국 당국이 외국의 언론들에게 중국의 만낯이나 현실을 보여주고 싶지 않은 속내도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통치의 투명성이 사라진 중국에서 생방송으로 총리가 외신 기자들의 질문을 받는다는 것 자체가 불편하다는 뜻이다.


그만큼 숨길 것도 많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기 곤란한 것들이 많기 때문에 아예 그러한 창구 자체를 폐쇄해 버렸다고도 볼 수 있다. 결국 통치의 투명성 측면에서 보면, 시진핑 시기가 문화대혁명 시기보다 더 나빠졌다고 할 수 있다.


자유아시아방송(RFA)도 4일, “총리의 기자회견 폐지는 앞으로 중국 정치가 완전히 블랙박스 모드로 전환될 것임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또한 중국의 양회 상황을 오랫동안 관찰해온 중국 독립 언론인 시 씨는 RFA에 “이번 당국의 전례 없는 총리 기자회견 취소는 중국의 국내외 정세가 극도로 나쁜 상태라는 것을 반영한다”면서 “현재 중국 경제가 최악의 위기 상황에 놓여 있지만, 그렇다고 그 위기를 해결할 방도가 마땅히 없는 상황에서 리창 총리가 서방의 기자들 질문에 뭐라고 답을 할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시사평론가 쉬취안(徐泉)도 RFA에 “'총리 기자회견'이 취소됨에 따라 외부인이 중국 정부와 사회를 이해하기 어려워지고 중국의 미래 방향이 더욱 혼란스러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시진핑 1인 통치가 부른 중국의 위기]


문제는 이렇게 시진핑 주석 1인으로의 권력 집중이 중국의 위기를 가속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1일 “시 주석은 2022년 당 지도부를 자신의 충성파들로만 채웠다”면서 “이러한 권력 집중은 시 주석의 정책 결정에 대한 견제가 줄어들면서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사실 지난해 시진핑 3기를 보면 파벌들을 적절하게 안배해오던 기존 관행을 뒤집은 것으로, 이는 중국의 경제적 부상을 촉진하는 데 도움이 됐다는 평가를 받아온 집단지도체제 몰락을 의미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의 권력이 날이 갈수록 중국 공산당에 집중되고 전문적인 기술관료들이 아닌 이념에 치우친 공산당 핵심인물들이 국정을 좌지우지하면서 중국의 위기는 더욱 더 가속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런데 이러한 경제 위기 상황이 더 지속될수록 인민들의 모든 불만이 시진핑 주석에게 집중될 수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중국 정세가 주목된다. 역사는 권력이 1인에게 집중될수록 위기로 인한 해체 가능성도 더욱 커진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중국 정세를 주목해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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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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