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정세분석] 김정은 '반통일 선언' 후폭풍, 혼란 속의 평양 - 김정은의 ’반민족‘, ’반통일‘ 발언의 후폭풍, 한국-쿠바 수교 자초 - 김정은의 ’반민족‘, ’반통일‘ 발언, 수습나선 북한 - ‘김정은 시대’ 선언하려다 생긴 실수일 가능성도
  • 기사등록 2024-03-05 07:14:45
기사수정



[김정은의 ‘반통일선언’ 이후, 흔들리는 평양 내부]


북한 김정은의 ‘반통일’, ‘반민족’ 선언 이후, 북한 내부가 상당한 혼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혼란은 당장 노동신문이나 조선중앙TV 등의 관제 언론에서부터 표출되고 있어서, 내부 혼란의 강도가 심상치 않음을 보여준다.



미국의소리(VOA)는 지난 1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월 15일 최고인민회의에서의 시정 연설을 통해 헌법에서 ‘평화통일’과 ‘동족’ '민족대단결'같은 표현을 삭제하라는 ‘반통일’ ’반민족’ ’반평화’ 발언이 나온 이후 평양 남쪽의 ‘조국통일 3대헌장 기념탑’이 철거됐으며, ‘애국가’에서 ‘삼천리’라는 단어가 빠졌고, 지하철 ‘통일역’에서 ‘통일’이라는 단어가 삭제되고 단순히 ‘역’으로만 표기된 사실이 확인됐다”면서 “특이한 것은 노동신문을 비롯한 북한 언론의 반응”이라고 보도했다.


VOA는 이어 “시정연설 다음 날인 16일 노동신문은 김정은의 연설 전문을 게재했으나 17일부터는 노동신문에 ‘반통일’’반민족’이라는 김정은의 언급은 한마디도 실리지 않았다”면서 “대신 노동신문에는 ‘당의 지방발전 20X10 정책을 강력히 추진할데 대해서’와 김정은의 ‘군수공장 현지지도’ 같은 기사만 실렸는데, 이러한 보도는 상당히 이례적”이라 짚었다.


VOA에 따르면 과거에는 김정은이 신년사 또는 최고인민회의 연설을 하면 노동신문이 후속 기사를 게재하는 것은 물론 평양에서 10만명 이상이 참여하는 군중대회를 열곤 했었는데, 이번에는 김정은이 반통일, 반민족 같은 엄청난 언급을 했지만, 노동신문은 관련 기사를 싣지 않고, 또 군중대회도 열리지 않고 있다. 또한 조선중앙TV에도 관련 보도가 없다.


VOA는 이와 관련해 대북전문가들의 말을 빌어 “김정은의 발언이 북한 사회에 큰 충격을 준 것으로 보인다”면서 “‘통일’과 ‘민족’은 지난 70년간 북한의 최고지도자인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강조해 온 최고의 정치적 가치였는데, 김정은이 이를 정면으로 부인했기 때문에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한마디로 북한이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온 3대 세습동안에 지속적으로 강조해 오던 통일과 민족을 그야말로 느닷없이 부정하면서 ‘삼천만 겨레 쓰지 마라’, ‘삼천리 금수강산 쓰지 마라’ 하는 것은 북한 주민을 지배해왔던 정신세계를 부정하는 것이라는 게 VOA의 보도내용이다.


이에 대해 김영호 통일부장관도 지난 2월 25일 KBS와의 대담에서 “북한의 이런 ‘통일 지우기’ 움직임이 ‘세습 권력의 기반이 되는 김일성, 김정일의 업적을 지우는 것으로, 북한 내부 엘리트 사이 이념적 공백이나 혼란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 바 있다.


미국의 북한 전문가인 켄 고스 해군분석센터 국장도 “김정은의 (반통일, 반민족) 연설이 의도치 않게 부작용을 내고 있는 것 같다”면서 “김정은이 이렇게 ’민족‘과 ’통일‘을 부인한 것은 사실은 한국과 미국을 겨냥한 것인데, 오히려 북한 내부에서 혼란을 불러왔다”고 평가했다.


평안남도 평성에 살다가 2011년 한국에 입국한 탈북민 조충희 씨도 VOA에 “북한 당국이 유훈을 부정하기도 어렵고, 또 남한과 북한 사람이 왜 한민족이 아닌지 설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북한 내부 상황을 전하는 일본의 ’아시아프레스‘도 “남측을 같은 민족이 아니라 적대국이며 통일 상대도 아니라는 선전을 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 북한 주민들의 반응은 그동안 남한에 대해 너무 느슨해져 있는 북한 주민들의 마음을 다잡고, 남측 문화가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으로 받아들인다”면서 “북한 주민들이 상당히 놀라워하고 혼란도 일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김정은의 ’반민족‘, ’반통일‘ 발언의 후폭풍]


사실 김정은의 ’반민족‘, ’반통일‘ 발언은 당장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 왔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지난 2월 14일 이루어진 한국과 쿠바간의 공식 수교였다. 쿠바는 1948년 출범한 대한민국을 비교적 이른 시점인 1949년에 승인했으나, 쿠바 공산혁명(1959년)이 터진 이듬해 북한과 수교하면서 한국과의 관계는 단절됐었다.


한국-쿠바 수교는 외교사의 이정표가 될 사건으로 평가된다. 탈냉전을 맞아 1989년 헝가리와의 수교를 시작으로 그동안 동유럽 등 사회주의권을 상대로 북방외교를 야심차게 추진해 왔었는데, 이번에 쿠바를 마지막으로 모든 사회주의 국가(북한 제외)와의 수교를 성공적으로 마무리지었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역사적이라 할 수 있는 한국-쿠바 수교는 북한에게는 한중수교보다 더 큰 충격을 준 것으로 보인다. 수교 발표 이후 2주가 넘도록 북한이 수교에 대해 아무런 공식 반응을 내지 못하는 것을 보면 내상이 매우 큰 듯 보인다.


사실 한국-쿠바간 수교의 최대 장애물은 바로 북한이라는 존재였다. 쿠바는 이미 오래 전부터 한국과 수교를 할 의향을 가지고 있었는데, 북한 눈치를 보느라고 쉽게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지난 2월 7일, 쿠바측은 갑자기 수교를 하자는 의사를 타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쿠바가 그러한 결단을 내릴 수 있었던 것은 김정은이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하면서 쿠바로서는 눈치를 볼 필요가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


결국 민족과 통일을 부정한 김정은의 대남 전략 급변침이 자충수가 됐고, 이로인해 쿠바가 한국과 수교하는데 있어서 부담감을 덜어주게 되었으며, 급기야 손잡게 됐으니 김정은은 제대로 뒤통수를 맞은 격이 됐다.


그런데 이러한 후폭풍이 과연 쿠바 수교로 끝날까? 아니다. 앞으로 김정은의 자충수 때문에 더 많은 외교적 손실들이 줄줄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래서 김정은은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선언한 것이 사실상 큰 실수라고 말하는 것이다.


[김정은의 ’반민족‘, ’반통일‘ 발언, 수습나선 북한]


사실 김정은의 반통일 연설은 지난해 12월 26일 평양에서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8기9차 전원회의부터 시작됐다. 당시 김정은은 “북남관계는 적대적 두 국가 관계”라고 말한 바 있다.


이 발언이 에스컬레이트되면서 지난 1월 15일, 급기야 헌법에서 ‘평화통일’과 ‘동족’같은 표현을 삭제하라고 지시하기에 이르렀다. 문제는 이러한 발언이 당장 북한 내부에서 상당한 혼선이 이어지고, 지도부에서조차 ‘반통일, 반민족’ 연설의 부작용과 문제점을 파악하고 깊은 우려를 표시하면서 북한 지도부가 수습에 나선 것이 아닌가 보인다.


실제로 이만큼 역사적 대변침이라 할 수 있는 중대한 연설을 했으면, 그 이후 북한 내부 행사에서 더욱 강조되고 또한 행동으로 옮겨져야 하는데 지금 북한 동향을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VOA에 따르면, 당장 2월 8일 인민군 창건일인 ‘건군절’ 연설부터는 김정은의 표현이 다소 달라졌다. 이날 김정은은 “한국괴뢰 족속들을 우리의 전정에 가장 위해로운 제1의 적대국가, 불변의 주적으로 규정한 것은 천만지당한 조치”라고 말했다. 이러한 표현이야 그동안 수없이 들었던 내용인데 정작 핵심 포인트라 할 수 있는 ‘반통일, 반민족’이라는 용어는 이날 연설에서 빠졌다.


이러한 김정은의 연설은 북한 당국이 ‘반통일, 반민족’, 곧 소위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표현한 내용에 대해 후폭풍이 워낙 거세자 이를 수습하는 단계로 접어든 것으로 판단된다는 것이 VOA의 해석이다.


이에 대해 통일연구원의 조한범 박사도 VOA에 “2월 8일 건군절 연설을 보면 대한민국이 주적이라는 얘기는 있지만 ’통일을 안한다‘, ’민족이 아니다‘는 얘기는 빠져 있다”면서 “김정은이 선대의 유훈을 부정하는 얘기를 했기 때문에 어떻게 수습할지 북한 당국도 고민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런데 이번 김정은의 ‘반통일, 반민족’ 발언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김정은이 상당히 독단적인 의사결정을 한다는 점이다. VOA는 이에 대해 “김정은이 연설에 앞서 당-정-군의 많은 간부들과 사전 논의를 했다면 이런 문제는 생기지 않았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조한범 박사도 VOA에 “김정은과 김여정, 조용원, 리일환 이런 몇 명의 최측근에 의해 의사결정이 이뤄지고 있고, 북한의 집단 지성이 돌아가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김정은 시대’ 선언하려다 생긴 실수일 가능성도]


그런데 김정은의 ‘반통일, 반민족’ 발언이 전쟁 선언이라기보다는 북한의 체제 유지를 위한 ‘통일 거부 선언’이며, 남북이 ‘1민족 2국가’로서 적대적으로 공존할 것임을 표명한 것이라 볼 수도 있다.


어쩌면 다가오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된다면, 미-북 협상을 하는데 있어 한국을 배제하는 전술적 방안으로 ‘1민족 2국가’론을 꺼내든 것이 아닌가 보인다.


어차피 김정은이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에 대한 강한 집착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개혁 개방과 남북 교류는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 북한의 자주적 생존을 추구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라는 뜻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시점에 북한에서는 ‘김정은 시대’를 집중적으로 부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이 최근 북한 내부로부터 입수한 선서문을 보면, 철저하게 선대 수령의 유훈보다 김정은의 업적을 강조하고 있다.


RFA에 따르면 이 선서문은 충성 결의와 내부 결속을 위한 것으로 보이며 북한의 근로 단체, 조선직업총동맹, 농업근로자동맹, 청년동맹, 여성동맹 등에 속하는 전 주민이 대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RFA는 이에 대해 “이번 선서문에는 김정은 시대를 강조하고 있는 게 큰 특징”이라면서 “이는 분명히 과거와 차별화를 보이고 있다”고 해석했다.


이렇게 ‘김정은 시대’를 과감하게 열기 위한 대외 방침의 핵심으로 선대 유훈을 버리고 김정은만의 ‘1민족 2국가’론을 꺼내들었는데, 후폭풍으로 인해 ‘김정은 시대’의 개막이 벽에 부딪친 것으로 보인다.




TAG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hytimes.kr/news/view.php?idx=18028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추부길 편집인 추부길 편집인의 다른 기사 보기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정치더보기
북한더보기
국제/외교더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