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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北, 러시아행 무기선적 전면 중단, 무슨 일이 있었나? - 북한 무기 러시아 공급에 차질, 해상 운송 돌연 중단 - CSIS, “북러, 지난해 8월 이후 최소 25차례 탄약거래” - 수준 이하의 북한제 미사일로 판명돼 수입 중단 결정
  • 기사등록 2024-03-02 03:3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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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무기 러시아 공급에 차질, 해상 운송 돌연 중단]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러시아로 미사일을 포함한 대량의 무기를 수출해 오던 북한이 지난 2월 중순부터 돌연 선적을 중단해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NK뉴스는 2월 29일(현지시간) 위성사진 분석 결과를 토대로 “그동안 북·러 교역 거점인 북한 나선(나진·선봉) 지구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오가며 북한제 무기를 실어 나르던 것으로 보이는 선박들이 지난 2월 12일 이후 북한 항구에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NK뉴스의 프리미엄 서비스 NK프로는 이어 “북한에서 러시아로 무기를 운송한 것으로 의심되는 러시아 선박은 레이디R, 앙가라, 마이아1, 마리아 등 모두 네 척”이라면서 “이들 네 척 모두 우크라이나 전쟁에 쓰일 북한제 무기를 운송한다는 이유로 미국의 제재 대상에 올라 있다”고 전했다.


그런데 이들 선박들이 지난해 8월부터 나진항과 블라디보스토크 인근 군항인 두나이항 사이를 꾸준히 이동하며 북한 탄약 등 군수품이 실린 것으로 보이는 컨테이너를 싣고 내렸다.


NK뉴스는 이와 관련해 “지난해 8월 나진-두나이 항로를 통한 운송 작전이 시작된 뒤 이들 러시아 선박 4척이 모두 32차례에 걸쳐 북한을 방문한 것으로 파악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20일을 전후로 선박들의 북한 방문이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지난 2월 12일 이후 위성사진에서 이들 선박이 그동안 정박하던 나진항 부두 두 곳에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NK뉴스는 전했다.


NK뉴스에 의하면, 실제로 레이디R이 지난 2월 4일 나진항에 들어와 컨테이너를 싣고 돌아갔으며, 이후 마이아1호가 같은 달 12일 나진항에 정박해 컨테이너를 하역한 것을 끝으로 무기 운송과 관련된 것으로 의심되는 러시아 선박들의 북한 방문이 끊겼다. 북한도 역시 해당 수출 부두 운영을 중단한 것으로 보인다.


NK뉴스는 “지난 2월 레이디R호와 마이아1호가 나진항에 인도한 컨테이너들이 최근 수 주일 동안 부두에 그대로 놓여있는 모습이 위성사진에 나타났다”면서 “현재 나타난 바로는 북한 군수품의 해상 운송 작전이 전면 중단된 것으로 보이는데, 이것이 북한 무기의 생산 문제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문제 때문인지는 불분명하다”고 짚었다.


NK뉴스는 또한 “(북한의 러시아로의 무기 선적 중단 사태가) 북한 내부에서의 생산 지연 가능성도 있고, 다른 수송 관련 문제로 작전이 중단됐을 수도 있다”며 “무기가 항공편이나 철로를 통해 러시아로 옮겨지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선박이 아닌 철도나 항공편을 통한 무기 이전 가능성은 사실 그렇게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운송 여건이 그리 좋지 않기 떄문이다.


NK 뉴스가 또다른 관점에서 주목한 것은, 러시아가 북한과의 해상 무기 거래에서 처음에는 해군시설이 있는 두나이항을 사용해 왔지만, 지난해 12월부터는 더 동쪽에 있는 상업항인 보스토치니항에서 출발해 나진항을 오갔다는 점이다.


이러한 항구 변경 조치는 미국이 지난해 10월 앙가라호를 비롯한 러시아 선박의 북한 군수품 운송 정황과 경로를 공개한 뒤로 북한의 컨테이너를 의도적으로 군항에서 민간항으로 변경했을 가능성이 있다. 군항이 아닌 상업항을 이용함으로써 북한에서 실어 오는 화물이 무기가 아니라는 근거를 마련하려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NK뉴스는 “북한제 무기가 실린 컨테이너를 군항이 아닌 민간항을 이용하는 것은 폭발 위험성 때문에 매우 위험하다”면서 “일단 서방세계가 집중적으로 관찰하고 있다는 점을 의식해 군수물자와 민간용 물자를 혼합해 서방 세계를 속이려는 시도로 보여진다”고 판단했다.


NK뉴스는 또한 “이 선박들이 현재 여전히 블라디보스토크 동쪽 해상에 정박해 있는 것으로 파악되는데, 이는 다시 북한 무기 운송 작전에 투입될 여지가 있음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CSIS, “북러, 지난해 8월 이후 최소 25차례 탄약거래”]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북한 전문 사이트 '분단을 넘어'도 2월 28일(현지시간) 공개된 상업 위성 사진 분석을 토대로, “북한이 지난해 8월 이후 최근까지 북한과 러시아 사이에 미사일과 포탄 등 탄약거래를 위해 최소 25차례 선박의 왕래가 있었다”면서 “지난해 8월부터 이달 초까지 위성 촬영이 가능한 109일 가운데 49일 동안 북한 나진항에서 양국간 교역을 위한 선적 모습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특히 나진에서 러시아로 군수 물품을 실어나르기 위해 해당 기간 동안 최소 25차례 선박 입항이 있었으며, 가장 최근에 확인된 날짜는 2월 12일이었다고 CSIS는 확인했다. 이는 NK뉴스의 보도와 일치한다.


CSIS는 이어 “나진항에서 빈번하게 모습이 확인된 러시아 선박은 앙가라와 마리아 등 2척으로, 앙가라의 경우, 지난 1월 8일 나진항에서 컨테이너를 내리는 모습이 포착됐다”면서 “당시 앙가라의 AIS(선박자동식별장치)는 꺼져 있었다”고 전했다.


이들은 또 백악관이 북한 군수품이 들어오는 창구로 지목한 러시아 두나이 항의 경우 지난해 12월말부터 관련 선박의 움직임이 사실상 끊긴 상태라면서, 감시를 피해 이곳에서 동쪽으로 60km 떨어진 상업항 보스토크니로 거점을 옮겼을 가능성을 지목했다.


CSIS의 '분단을 넘어'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이후 이달초까지 AIS 신호가 꺼져 있는 이른바 '암흑 선박'이 최소 19회 이상 보스토크니항에 들어섰다. 이 중 최소 5번의 경우 북러 무기교역 수단으로 지목된 마리아와 외형이 유사한 선박으로 확인됐다.


또 지난 12월 21일 마리아로 추정되는 선박이 나진에서 관측되고 이로부터 나흘 뒤인 25일 보스토크니항에서 목격돼 거점 이동 관측에 신빙성을 더한다고 CSIS의 '분단을 넘어'는 주장했다.


더불어 러시아로 들어온 북한산 탄약은 티호레츠크, 모즈도크 무기고와 예고를리크스카야 야적장 등에 분산 저장됐다. 티호레츠크의 경우 사실상 텅 빈 상태나 다름없었던 지난해 8월과 비교했을 때, 같은 해 12월에는 50% 가까이 채워진 것으로 확인됐고, 지난해 2월에는 전체의 35%가량이 찬 상태였다.


[러시아로 넘어간 북한 컨테이너 6700개 이상]


한편 우리 국방부의 신원식 장관은 지난 26일, “북한에서 러시아로 넘어간 컨테이너는 약 6천700개로 추정된다”면서 “152mm 포탄이면 300만발 이상, 122mm 방사포탄이면 50만발 이상으로 추정할 수 있는데, 적어도 몇백만발이 갔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 장관은 이어 “수백개의 북한 군수공장은 원자재난과 전기난을 고려할 때 가동률이 약 30% 수준으로 낮다”며 “러시아로 제공되는 포탄을 생산하는 공장들은 풀가동되고 있다”고 전했다.


신 장관은 그러면서 러시아로 넘어간 무기 수출의 대가로 러시아는 1만여개의 컨테이너를 북한으로 보냈는데, 대체로 곡물이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북한 무기의 러시아 운송, 왜 중단되었을까?]


그렇다면 러시아는 왜 북한으로부터의 무기 선적을 전면 중단했을까? 이에 대해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그 원인을 확실하게 짚을 수는 없지만 정황 증거들은 몇가지 찾아볼 수 있다.


일단 북한이 러시아에 제공한 포탄의 절반 이상이 불량품일 정도로 수준이 형편없었다는 점이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지난 2월 2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국방정보국(GUR) 바딤 스키비츠키 부국장이 지난 2월 23일 현지 매체 인테르팍스-우크라이나와의 인터뷰에서 “통계 자료를 보면 러시아는 이미 북한으로부터 150만 발의 탄약을 수입했다”면서 “(다만) 이 탄약들은 70~80년대 만들어진 것들로, 절반 이상이 작동하지 않거나 사용 전 복원이나 검사가 필요한 상태”라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합동참모본부는 지난 12월에도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러시아가 북한으로부터 받은 탄약의 상태가 만족스럽지 못하기 때문에, 러시아군의 대포와 박격포가 터지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RFA는 또한 지난 2월 25일(현지시간), “북한이 자랑하는 북한판 이스칸데르, ‘화성-11나’형을 러시아가 구매해 우크라이나전에서 직접 사용했는데, 우크라이나군이 확인하기로는 극악의 명중률을 보이는 조잡한 수준임이 확인됐다”면서 “구소련의 초기형 스커드보다 수준이 더 떨어지는 것으로 판명됐다”고 보도했다.


RFA는 이어 “우크라이나 정보당국 분석에 따르면, 각 미사일에서는 200개 이상의 미국, 유럽산 상용 전자부품들이 사용됐는데, 서방제 부품을 밀수해 가져다 쓰고서도 그 정도 정밀도밖에 못 낸다는 것은 북한의 미사일 유도 기술이 얼마나 떨어지는지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RFA는 “이러한 북한제 무기의 불량 때문에 러시아는 북한제 미사일의 대량구매를 포기하고 이란 미사일을 수입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면서 “실제로 러시아는 1월 초부터 이란과 접촉해서 미사일 대량 공급을 논의했고, 1월 말부터 2월 중순까지 4차례에 걸쳐 대량의 탄도미사일을 인수했다”고 밝혔다. 이는 러시아의 선박들이 북한 항구에서 사라진 시점과 일치한다.


실제로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는 이 미사일을 400발 가량 구매한 것으로 전해지는데, 러시아가 1주일에 2회 안팎, 한번에 5발 정도의 탄도미사일을 쏘는 것을 감안하면 앞으로 10개월 가까이 쏠 수 있는 양이다. 그러니 더 이상 북한제 미사일을 구매할 필요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북한 김정은은 당황할 수밖에 없다. 러시아로의 무기 수출로 지나치게 고무되어 있는데 돌연 러시아가 무기 수입을 하지 않겠다고 나서면 북한 내부에 심각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어서다. 이런 차원에서 북한의 러시아 무기 수출이 이렇게 전면 중단될 것인지, 아니면 일부 포탄 등에 한해 재개가 될 것인지 주목해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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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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