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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잔뜩 몸 사린 이란, 대리 세력에 “미군은 건들지마” - 미군 죽였다 보복 뒤따르자 대리 세력에 지시 - 미군기지나 시설 이외에 대해서는 공격 계속중 - 후티 공격에 홍해 환경재앙 위기
  • 기사등록 2024-02-29 11: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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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죽였다 보복 뒤따르자 대리 세력에 지시]


후티반군 등 이란의 대리세력들이 미국을 향한 직접적 공격을 사실상 중단한 것은 이란이 미국과의 직접 충돌을 우려해 미군 시설들에 대한 공격을 말리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이란이 몸을 사리고 있다는 의미여서 앞으로의 중동 정세가 어떻게 변할지 주목된다.



뉴욕타임스(NYT)는 28일자(현지시간) 지면을 통해 “테헤란은 수개월 동안 이라크와 시리아의 지역 대리 세력들에게 가자지구에서 하마스와 싸우고 있는 이스라엘에 대한 광범위한 전투를 지원하기 위해 중동 내 미군 기지를 공격하도록 지시했지만, 이로인해 미국이 대대적인 반격을 가하면서 이란내 민병대에까지 상당한 피해가 현실화되자, 이란이 긴급하게 태도를 바꿔 이란의 대리세력들에게 미군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도록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이란과 미국 당국자들에 따르면, 이란의 이 같은 권고는 지난 1월 27일 요르단 북부 미군 주둔지 '타워 22'를 겨냥한 친이란 민병대의 드론 공격으로 미군 3명이 숨진 것을 계기로 나왔다.


공격을 받은 미국은 자국인 사망에 대한 보복으로 지난 2월 초 중동 내 미군 기지를 공격해온 시리아, 이라크 내 친이란 무장세력에 대대적인 공습을 가한 바 있다.


특히 이란은 이러한 미군의 대대적인 반격으로 이란 대리세력들과 치고 받는 전투로 이어진다면 결국 이란과 미국이 직접 대결하는 양상으로 번져 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이란 지도부 내에서 결국 대리세력들에게 미군은 건들지 말라고 지시를 내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사실 그동안 예멘 반군 후티, 레바논 헤즈볼라, 이라크와 시리아 내 다양한 민병대 등 '저항의 축'으로 불리는 친이란 세력이 그간 어느 정도 자율성을 갖고 활동했으나 확전을 우려한 이란이 이들을 통제하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이란과 이라크의 소식통들은 이란의 해외작전을 총괄하며 대리세력을 관리하는 에스마일 카아니 이란혁명수비대(IRGC) 쿠드스군 사령관이 지난 1월 말 이라크 내 무장세력 대표단을 만나 “미국인 공격이 미군의 심각한 보복을 초래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면서 미군 공격을 자제할 것을 직접 요청했다고도 전했다. 특히 카아니 사령관은 미국이 보복으로 이란을 직접 공격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로이터통신도 “카아니 사령관의 요청에 친이란 민병대 대표단 대부분은 동의했고, 지난 1월 30일 친이란 민병대 '카타이브 헤즈볼라'는 미군을 상대로 군사작전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고 보도했다. 카타이브 헤즈볼라는 요르단 내 미군 주둔지를 공격한 무장조직으로 미국이 지목한 단체다.


로이터는 이어 이라크 내 친이란 무장세력의 한 고위 지휘관의 말을 빌어 “카아니의 직접 개입이 없었다면 카타이브 헤즈볼라가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군사작전을 중단하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는 또한 “카아니 사령관의 이라크 방문은 이란이 확전을 피하기를 원한다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이후 친이란 무장세력의 미군기지 공격은 지난 1월 미군이 사망한 이후 눈에 띄게 줄었다. 실제로 2월 2일 이후 친이란 민병대는 이라크 주둔 미군 기지를 단 한 번도 공격하지 않았다. 시리아 주둔 미군 기지도 소규모 공격 2건을 받는 데 그쳤다. 이는 지난 4개월 동안 중동 주둔 미군을 겨냥한 공격이 최소 170건 발생한 것에 비해 급감한 수준이다.


이와 관련해 조지 워싱턴 대학의 강사이자 이란의 국가 안보 전문가 시나 아조디는 “이란이 미국과의 직접 대결을 두려워하고 있으며, 미국인이 또다시 살해되면 전쟁이 벌어질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시나 아조디는 이어 “이란으로서는 민병대에 제동을 걸며 이들에게 미국과의 전쟁이 자국은 물론 저항의 축 전체를 해칠 수 있다는 점을 납득시켜야 했다”고 부연했다.


[미군기지나 시설 이외에 대해서는 공격 계속중]


그러나 미군 기지나 시설이 아닌 다른 곳들에서 친이란 무장세력의 도발은 계속되고 있다. 특히 후티반군은 주요 무역로인 홍해에서 팔레스타인 지지를 명분으로 상선과 군함을 무차별적으로 위협하고 있다.


심지어 후티반군이 홍해 해저의 글로벌 통신케이블까지 노리고 있다는 정황이 포착되기도 했다. 다만 후티의 현재 작전 능력과 케이블 파괴가 후티를 지원하는 이란에 미칠 전략적 위험성을 고려하면 실제 공격을 감행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후티반군이 홍해를 지나는 선박들에 대해 공격을 이어가자, 유럽연합(EU)도 그리스를 중심으로 민간 상선 보호를 위한 군사작전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그리스 정부는 26일(현지시간) 홍해에서 EU의 해상 안보 작전에 참여하고 이 작전을 주도한다는 데 공식적으로 동의했다고 AP 통신이 보도했다.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총리가 이끄는 그리스 안보위원회는 이날 EU의 '아스피데스'(Aspides) 군사작전에 해군 호위함의 참여를 지시했다. 이에 따라 그리스 수도 아테네 인근 해군기지에 있던 호위함 한척이 이날 오후 홍해로 임무를 위해 출발했다.


그리스에 이어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도 아스피데스 작전을 위해 군함을 파견할 예정이고. 이탈리아는 현장의 전술 지휘를 맡게 된다고 AP가 그리스 당국자들을 인용해 전했다.


아스피데스 작전을 주도하는 그리스는 후티의 도발에 직접적인 피해를 보고 있다. 아테네와 가까운 피레우스항의 지난달 컨테이너 터미널의 활동량은 예년 같은 달에 비해 12.7%나 줄었다.


또 지난 12일 홍해 남단 바브 알만다브 해협을 통과하던 그리스 선사 벌크선이 후티가 쏜 미사일을 맞는 등 그리스 화물선들이 후티의 공격을 받아왔다.


아스피데스 작전은 EU가 미국과 영국에 이어 후티의 위협에 대한 대응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EU는 예멘 내 후티 근거지를 겨냥한 군사작전을 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미군은 후티반군의 근거지를 향한 공습을 이날도 이어갔다. 블룸버그는 28일(현지시간)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미국이 홍해에서 후티 반군이 주도한 선박 공격 이후, 예멘내 230개의 목표물을 공습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또한 다니엘 샤피로 국방부 차관보는 27일(현지시간) 상원 외교위원회 소위원회에서 “미군은 드론 부품, 미사일 탄두, 대전차 미사일 조립품 및 기타 물질을 포함하여 이란에서 후티 반군에게 전달될 것으로 보이는 선박도 차단했다”면서 “이는 엄연한 국제법 위반”이라고 밝혔다.


샤피로 차관보의 의회 증언 이후 미군 중부사령부(CENTCOM)는 미국 항공기와 연합군 군함이 예멘 내 후티가 장악한 지역에서 발사된 드론 5대를 홍해에서 격추했다고 발표했다.


[후티 공격에 홍해 환경재앙 위기]


한편, 예멘의 친이란 반군 후티의 공격을 받고 침몰 위기에 놓인 화물선에 4만톤(t)이 넘는 비료가 실린 사실이 알려지면서 환경재앙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 중부사령부는 지난 2월 24일(현지시간)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성명에서 “지난 18일 후티의 공격을 받고 아덴만에 발이 묶인 벨리즈 국적의 영국 소유 벌크선 루비마르호에 서서히 물이 차오르고 있다”고 밝혔다.


중부사령부는 이어 “이란의 지원을 받는 후티 반군의 이유 없는 무모한 공격으로 선박이 심각한 손상을 입었고, 18마일(약 29㎞)에 달하는 기름띠가 형성됐다”며 “루비마르호는 공격받을 당시 4만1천t이 넘는 비료를 운송 중이었는데, 이것이 홍해로 유출될 수 있고, 환경재앙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부사령부는 그러면서 “후티 반군은 어업, 해안 지역사회, 식량 수입을 위협하면서 무차별 공격이 역내에 미치는 영향을 계속 무시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실제로 루비마르호가 침몰하게 된다면, 후티가 홍해를 지나다니는 민간 선박을 공격한 이래, 가장 심각한 여파가 뒤따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예멘 정부는 루비마르호 침몰이 야기할 수 있는 생태학적 재앙을 막기 위해 비상계획을 수립할 것을 관련 위원회에 지시했다.


현지 전문가들은 대량의 화학비료가 바다에 쏟아져 들어간다면, 안 그래도 취약한 상태인 홍해 해양 생태계에 치명타를 입힐 것이라고 경고했다.


루비마르호는 아랍에미리트(UAE) 코르파칸을 출항해 불가리아 바르나로 향하던 중, 후티의 공격을 받고 해상에서 완전히 멈춰 섰으며, 선원 24명은 전원 하선해 대피한 상황이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이 배를 운영하는 블루 플리트 그룹은 선박 일부가 물에 잠기고 기관실도 침수됐다고 밝혔다. 회사는 배를 지부티나 아덴 항구로 끌고 오기 위한 예인 작업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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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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