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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난리난 공천 여론조사, 도대체 뭐가 문제인가? - 민주당 투톱 갈등으로까지 번진 공천 여론조사 - 여론조사 방법, 여론조사 표본, 여론조사 질문 문항의 문제 - 여론조사 회사 선정과 관련된 의혹이 결정타
  • 기사등록 2024-02-26 03:5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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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투톱 갈등으로까지 번진 공천 여론조사]


더불어민주당의 총선 공천 갈등이 지도부 내 충돌로까지 비화되고 있고, 또한 해당 여론조사로 피해를 봤다고 생각하는 후보들의 강한 반발까지 일어나면서 극심한 내홍에 휩싸여 있다. 도대체 민주당의 공천 관련 여론조사가 어떻게 진행되었길래 중차대한 선거를 눈앞에 두고 이러한 분열 현상으로 번지고 있는 것일까?


더불어민주당의 홍익표 원내대표는 23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에서 ‘현역 제외 여론조사’로 논란이 된 여론조사업체 리서치디앤에이를 경선 여론조사에서 배제시켜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이재명 대표는 의혹 자체를 일축하면서 수용 불가 의사를 분명히 했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최근 비명계 현역 의원들의 이름을 제외한 채 영입·친명 인사들로만 지역구 후보 적합도 조사를 벌여 논란이 된 리서치디앤에이를 통해 여론조사를 계속할 경우, 공정성과 편파성 등의 의심을 계속 받을 수 있으며, 그 회사가 2013년 성남시 시민만족도 조사 용역과 지난 대선에서 여론조사를 수행한 점을 들어, 당시 성남시장을 지낸 이 대표와 모종의 연관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더 확산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중앙당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달 초 경선 전화 자동응답(ARS) 여론조사를 수행할 기관으로 우리리서치, 유앤미리서치, 티브릿지 등 3개 회사를 프레젠테이션(PT)을 거쳐 선정했다가, 하루 뒤 친명계 김병기 수석 사무부총장의 지시로 문제의 리서치디앤에이를 추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서치디앤에이에 대한 논란이 격화되면서 민주당 선관위는 25일, 이 회사를 통해 더 이상 경선 여론조사를 실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민주당 공천 여론조사, 왜 문제가 되고 있는가?]


민주당 공천 여론조사가 갈등의 진원지로 증폭이 된 것은, 최근 총선 후보 적합도와 관련해 민주당 지역구 현역 국회의원은 쏙 뺀 채 ‘친이재명’(친명)계 예비후보나 영입 발표 전 인물의 총선 경쟁력을 묻는 여론조사를 진행하면서부터다. 당장 이러한 여론조사의 주체가 누구인지 궁금증이 증폭되었는데, 나중에 알려진 바로는 그러한 조사 주체가 바로 여론조사 회사로 추가로 끼어든 리서치디엔에이인 것으로 확인이 됐다.


그러면서 이 회사와 이재명 대표와의 오래된 인연들이 문제가 되었고, 결국 비명계 인물들을 쳐내기 위한 여론조사를 리서치디엔에이가 도맡아 하게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까지 불거진 것이다.


물론 이재명 대표측은 이러한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지만, 해당 지역에서 조사 대상에서 빠진 현역 의원들은 물론, 여론조사에서 상당히 밀리는 조사 결과를 받은 후보들까지 조사의 공정성과 신빙성을 문제 삼으면서 파문이 확산된 바 있다.


*문제1: 여론조사 방법의 문제


민주당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첫 번째로 문제가 되는 것은 여론조사 방법의 문제다. 일단 여당인 국민의힘은 경선과 관련된 모든 여론조사를 자동응답시스템(ARS)이 아닌 전화면접을 통한 조사를 시행했다고 밝혔다. 반면 민주당은 모두 ARS를 통해 실시했다.


여론조사의 방법이 중요한 것은 조사의 신뢰성 때문이다. 일대일 면접방식을 통한 여론조사는 직접 조사원이 응대하면서 실시하기 때문에 ARS보다 응답률이 훨씬 높다.


실제로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이하 여심위)에 등록된 지난주 여론조사의 경우 리얼미터의 ARS조사 응답률은 4.0%였고, 여론조사꽃의 ARS조사 역시 3.2%에 불과했다.


그러나 면접조사의 경우 갤럽 13.7%, 메타보이스 21.1%로 ARS조사방식에 비해 훨씬 응답률이 높았다. 이러한 응답률의 차이가 여론조사 결과를 뒤흔드는 요인이 된다. 비슷한 시점에 비슷한 수의 표본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후보별 지지율이 널뛰기하는 이유가 우선적으로 조사방식의 차이 떄문이다.


다시 말해 응답률이 지나치게 낮으면 민심을 왜곡하게 된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응답률이 최소 10% 이상은 되어야 어느 정도 결과의 신뢰성을 담보할 수 있다고 평가한다. 그래서 미국의 경우 ARS조사는 아예 거들떠 보지도 않고, 언론들도 아예 그러한 조사를 인용조차 하지 않는다. 신뢰성에 문제가 있어서다. 실제로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는 지난 2020년 보고서에서 “2016년 총선 여론조사를 분석한 결과 응답률이 높을수록 오차가 감소했다”고 분석한 바 있다.


결과가 이런데도 ARS를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조사 비용이 면접조사에 비해 적게는 1/2, 많게는 1/3 이상 차이가 난다. 만약 1000명을 조사한다고 가정할 경우 면접조사는 최소 1000만원 이상이 들지만 ARS는 그 1/3 가격으로도 충분하다.


또 하나, ARS조사를 실시할 경우, 조사 시행자가 의도하는 결과를 면접조사보다 더 쉽게 얻어낼 수도 있다. 면접조사에 비해 보는 눈이 적기 때문에 표본 선정이나 질문지 등에 얼마든지 MSG를 넣을 수 있어서다.


*문제2: 여론조사 표본의 문제


여론조사를 누구를 향해 어느 정도의 비중을 두는가 하는 문제는 사실상 후보의 당락을 결정지을 수도 있는 아주 중요한 변수가 된다. 국민의힘은 강남 3구를 제외한 서울·인천·경기 등에서 일반 당원 투표 20%·일반 국민 여론조사 80%, 영남 등에선 당원 투표 50%·일반 국민인 여론조사 50%로 경선 결과를 내기로 했다.


그런데 민주당은 총 1000점 만점의 평가 기준 가운데, 변별력을 가르는 건 각 항목의 수행평가(의정활동 중 70점, 기여활동 중 50점, 지역활동 중 130점) 점수다. 이 중 가장 배점이 높은 지역활동 수행평가(130점)는 권리당원 대상 여론조사(50점)와 일반 국민 대상 여론조사(80점)를 합산한다.


한마디로 민주당의 경우, 일반당원이 아닌 권리당원에 대한 비중을 이번 평가에서 상당히 높였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당연히 소위 ‘개딸’이라 말하는 열성당원들이 후보를 결정하는데 큰 역할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표본에서 사실 더 중요한 문제는 각 지역별 조사 대상자들을 어떻게 선정하느냐와 관련된 것이다. 여심위에 등록된 회사들이 공표를 전제로 한 조사를 할 경우, 선관위에서 가상전화번호를 부여받아 실시한다. 그렇더라도 전국 조사같은 경우는 별 문제가 안 되지만 지역구별 조사에서는 그 대상자가 확실치 않아 많은 문제들이 생겨난다.


또한 후보적합도 조사를 할 경우, 당에서 직접 선관위를 통해 가상번호를 받을 수도 있지만, 민주당의 경우 어떻게 시행했는지에 대해 그 내역을 전혀 밝히지 않고 있다. 대외공표용이 아니기 때문에 밝힐 의무가 없다는 이유다.


일단 권리당원들의 경우는 당연히 당에 주소가 등록되어 있기 때문에 쉽게 지역별 조사를 할 수 있다. 문제는 일반 국민 대상 여론조사다. 이 경우 이미 권리당원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신분을 속인채 얼마든지 국민여론조사에 또 참여가 가능하다.


특히 일부 후보의 경우 여론조사 회사의 조언을 받고 여론조사 실시 일자와 시간을 미리 통보해 주면 해당지역의 열성 당원들이 적극적으로 조사에 응하면서 조사 결과를 왜곡할 가능성이 있다.


또 하나,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회사가 만약 특정 후보를 지원하고자 마음만 먹는다면 조사대상자 표본도 얼마든지 조작할 수 있다. 예를 들어 500명 조사의 경우 50명만 의도적으로 특정후보와 가까운 이들을 조사 대상에 포함시키면 기본적으로 10%가 움직이면서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게 된다. 실제로 그렇게 조사해도 어느 누구도 그 내용을 파악할 수가 없다. 대외적으로 공표할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문제3: 여론조사 질문 문항의 문제


질문 문항의 경우 민주당 실시 여론조사에서 특정 후보를 아예 빼고 묻는다든지 아니면 특정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후보의 이름 앞에 “이번에 민주당이 특별인재로 영입한 누구누구”식으로 별도의 수사를 넣어 조사 결과를 유도했다. 이는 노골적인 왜곡이다.


후보적합도 조사를 할 경우, 후보를 소개하는 문구는 어느 누구도 동일해야 한다. 그래서 여론조사 실시 전에 각 후보의 동의를 얻는 경우가 일반적인데, 민주당은 그러하지 않았다. 당연히 공정성의 문제를 제기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문제4: 여론조사 회사 선정과 관련된 의혹


이번 민주당의 후보적합도 조사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된 것은 특정 여론조사 회사 때문이었다. 우선 지난해 말 진행된 선출직공직자평가 지역활동 수행평가에 참여한 4곳의 여론조사 업체 가운데 2곳이 이재명 대표의 성남시장 시절, 성남시와 관련된 업체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10월 말 공개입찰에 참여한 7개 업체 가운데 KSOI(한국사회여론연구소), 리서치디앤에이, 우리리서치, 티브릿지 등 4개 업체가 PPT(프레젠테이션)와 면접을 거쳐 선정됐다.


이 가운데 리서치디앤에이는 ‘한국인텔리서치’라는 사명을 쓰던 2013년 ‘성남시 시민만족도 조사’ 용역을 수행한 업체다. 이재명 대표가 성남시장 재선을 준비하던 시점이었다. 리서치디앤에이는 총선 경선 ARS 투표 시행업체로도 선정됐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지난 17일 이인영ㆍ홍영표ㆍ송갑석 등 비명계 의원들의 지역구에서 실시돼 논란을 빚었던 ‘현역배제 여론조사’를 리서치디앤에이의 옛 사명인 한국인텔리서치 명의로 이뤄졌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한국인텔리서치는 리서치디앤에이 대표 김모씨의 개인 회사로 여심위에도 등록되지 않은 사실상의 유령업체다.


지금 피해를 입은 후보자들이 주장하는 것은 믿을 수 없는 여론조사 기관에서 한 결과를 후보를 결정하는 중차대한 조사를 수행하도록 맡겼느냐 하는 것이다. 혹시 친명계 후보들을 의도적으로 밀기 위해 일부로 이 회사가 조사를 실시하도록 하지 않았는가 하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반드시 그 진상을 밝혀야 할 것이다.


[정당 여론조사도 선관위 통제 받아야 한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다. 그렇기 때문에 철저하게 공정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특히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정당에서 실시하는 여론조사이기 때문에 어느 누구에게도 떳떳하게 여론조사 진행과정을 포함해 결과를 공개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후보적합도 조사는 각 후보들에게 비용을 갹출하여 실시했기 때문에 정당의 비용과는 무관하다고 할 수도 있지만, 그 역시 정당의 중요한 행사이기 때문에 후보자들은 물론이고, 국민들은 당연히 알 권리가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제는 선거관련 여론조사를 하는 것도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의 통제를 받는 것이 옳다. 어떠한 조사라도 당연히 여심위에 등록된 회사들만 하도록 하여야 하고 지금 여심위 조사들과 같이 조사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물론 여심위에 등록되었다고 해서 객관성이 모두 담보되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의 객관성을 지키기 위한 마지노선은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독일 나치의 선동가인 괴벨스는 “여론조사라는 것은 대상을 누구로 잡느냐에 따라서 결과가 달라진다”고 말했다. 그는 또 “거짓말도 100번 하면 진실이 된다”고도 했다. 1세기 전 그는 이미 여론을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실시되는 다양한 여론조사와 특별히 민주당에서 실시된 후보적합도 조사를 보면서 괴벨스의 말이 계속 머릿속에 아른거린다. 여론조사가 엉망인데 그 속에 민주주의가 싹틀 리가 없다. 참으로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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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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