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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음모론 판치는 美대선, 선거판 뒤흔드는 스위프트 - 딥페이크 수난 스위프트, 음모론 홍역 - 미국을 사로잡은 스위프트의 인기, 대선에도 영향 미칠 가능성 - 사라져야 할 음모론, 역풍 가능성도 있다!
  • 기사등록 2024-02-02 12:3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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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페이크 수난 스위프트, 음모론 홍역]


딥페이크 포르노로 수난을 겪고 있는 세계 최고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가 미국 대선판을 뒤흔드는 빅카드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스위프트의 동갑내기 연인인 풋볼 선수 트래비스 켈시의 소속팀 캔자스시티 치프스가 오는 11일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미 프로풋볼(NFL) 챔피언 결정전 ‘수퍼볼’에 진출하면서 스위프트의 관전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영국의 가디언지는 1일자(현지시간) 오피니언 면을 통해 “테일러 스위프트가 미국 대선의 분위기를 좌우할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면서 딥페이크 영상의 생성에 대해서는 물론이고, 스위프트의 대선 영향력과 관련해 다양한 음모론들이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다”면서 “스위프트가 음모론의 표적이 된 데에는 중요한 이유가 있으며, 스위프트가 이러한 음모론의 희생자가 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라고 보도했다.


사실 서른다섯 살 여가수가 미국 대통령 선거전의 중대 변수로 떠오른 것은 전례 없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스(NYT)는 31일(현지시간) “스위프트가 올해 대선에 대해 한마디 말도 하지 않았지만, 슈퍼스타인 스위프트가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할 수 있다는 단순한 전망만으로도 폭스뉴스 보수주의자들을 히스테리적인 분노로 몰아넣었다”고 전했다.


스위프트에 대한 음모론도 바로 이러한 정치적 극단 지지자들로 인해 생겨났다. 한마디로 스위프트가 민주당의 조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할 가능성이 높으니 아예 싹을 자르자는 측면에서 기획되고 전파되고 있다는 것이 가디언의 진단이다.


NYT도 스위프트의 음모론과 관련해 트럼프 극성 지지층인 ‘매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사이에서 돌고 있는 내용들을 소개했다. 스위프트가 사실 국방부 비밀 요원이며, 젊은 유권자들이 11월 대선에서 바이든에게 투표하도록 부추길 것이라는 것이다.


연일 뉴스를 쏟아내고 있는 스위프트와 켈시의 공개 연애 역시 바이든의 재선을 위해 짜고 치는 이벤트라는 음모론도 함께 퍼지고 있다. 가짜 커플이라는 것이다.


폭스뉴스 진행자 제시 워터스는 1월 중순 방송에서 스위프트가 정부의 심리전 자산이라는 음모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는 “흥행 열풍을 일으킨 스위프트의 에라스 콘서트 투어가 국방부의 도움을 받은 것일 수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펴면서 "그녀가 왜, 어떻게 이렇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는지 궁금해한 적 있냐"며 음모론에 불을 지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트럼프 지지자 상당수가 이 같은 주장을 사실처럼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X(옛 트위터) 등에서 “테일러 스위프트는 선거 개입(election interference)으로 조사받아야 한다”는 글을 공유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친트럼프 인사들은 앞다투어 음모론을 확산해 가고 있다. 방송인 ‘마이크 크리스피’는 수퍼볼 당일 벌어질 광경에 대해 예언을 했는데, “캔자스의 수퍼볼행은 이미 결정돼 있으며, 전·후반 사이에 열리는 음악 공연인 하프타임쇼에 맞춰 스위프트와 켈시가 만나서 바이든 지지를 외칠 것”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스위프트는 이번 대선에서 누구를 지지하는지 공개적으로 밝힌 적 없지만, 2020년 대선에서는 바이든을 지지한 바 있다. 그렇기 때문에 트럼프 지지자들은 스위프트가 이번에도 바이든을 지지할 것이며, 그래서 슈퍼볼에 나와 선거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된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폭스뉴스 토크쇼 '더 파이브'(The Five)를 진행하는 ‘지닌 피로’도 “그녀(스위프트)같이 인기 있는 사람이 (정치적 발언을 한다면) 당신의 팬들, '스위프티'(스위프트의 팬들)를 멀어지게 할 수도 있지 않느냐”고 반문하면서 “그러니 정치에 관여하지 말라. 우리는 당신을 거기서 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평론가 찰리 아놀트도 “제발 스위프트의 말을 모두 믿지 말라. 우리 모두 간청한다”고 부탁하기도 했다.


[미국을 사로잡은 스위프트의 인기]


이렇게 친 트럼프 지지자들이 스위프트의 행동에 대해 신경을 쓰고 심지어 음모론까지 만들어 퍼뜨리는 것은 스위프트가 미국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스위프트는 사상 최초로 콘서트만으로 매출 10억달러(약 1조3350억원)를 올리면서 스위프트노믹스(swiftnomics·스위프트 경제)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냈다.


실제로 스위프트의 음악은 특히 젊은 세대에게 엄청난 호소력이 있다. 자유로운 연애를 추구하면서 당당하게 자신의 삶을 드러내 보이는 모습에서도 젊은이들은 열광한다.


이런 연유로 대중음악인으로는 처음으로 시사 주간지 타임의 올해의 인물에 단독 선정될 정도로 그녀의 인기는 하늘을 찌른다. 그래서 전성기 시절 엘비스 프레슬리와 마이클 잭슨에 필적한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스위프트의 음악을 들으며 성장한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자)’에게 엄청난 문화적 영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스위프트가 이번 대선과 관련해 정치적 발언을 한다면 메가톤급 효과를 끼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Z세대는 미국 전체 유권자의 16.4%(4100만명)를 차지한다.


그러다보니 인스타그램 팔로어만 2억7900만명에 달하는 스위프트는 이미 거대한 정치적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이 정도면 스위프트의 ‘입’과 ‘손가락’이 이번 대선에도 상당한 파급효과를 끼칠 수도 있다는 것을 말해 주는 것이다.


실제로 시사 주간지 뉴스위크가 유권자 1500명을 상대로 실시해 31일(현지시간) 공개한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45% 정도가 스스로를 스위프트의 팬이라고 답했고, 18%는 ‘스위프트가 지지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질 가능성이 크다’고 답했다. 특히 주목할 것은 트럼프 지지자의 18%가 스위프트가 지지하는 후보에게 투표할 가능성이 있다고 응답했다는 점이다.


뉴스위크에 따르면, 테일러 스위프트가 처음으로 정치에 개입한 것은 지난 2018년 중간선거에서 테네시주의 민주당 후보를 지지선언했을 때였다. 그녀는 공화당의 마샤 블랙번의 당선을 저지하겠다면서 두 명의 민주당 후보를 지지했는데 결국 스위프트의 뜻대로 당락도 결정됐다.


또한 지난해 9월에는 인스타그램에 “우리는 힘이 막강하다. 우리의 목소리를 선거를 통해 내자”는 말과 함께 선거 유권자 등록 안내 페이지 링크를 첨부했다. 이 게시글을 올린 뒤 3만5000명이 미국 선거 유권자로 등록했다.


그리고 지난 대선에서도 바이든을 지지했지만 그때와 지금의 스위프트의 영향력은 비교할 바가 안될 정도로 엄청나게 커졌다. 이 때문에 민주당과 바이든 진영은 다시 그의 공개 지지 발언을 이끌어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트럼프도 ‘스위프트 변수’에 적잖이 신경을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중문화지 롤링스톤은 “트럼프는 측근들에게 ‘내가 스위프트보다 인기가 높고, 내 팬들이 스위프트 팬들보다 충성스럽다’고 말했다”며 “스위프트가 바이든 지지 여부를 밝히지 않은 상태에서 트럼프 진영은 그녀를 상대로 성스러운 전쟁(Holy War)을 다짐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트럼프 측에서는 스위프트가 자신을 지지해 주지 않을 거면 아예 정치적 발언을 해서는 안된다고 윽박 지르면서 음모론까지 만들어 흔들고 있는 것이다.


반면, 민주당 입장에서는 스위프트의 지지를 이끌어내는데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 민주당 유력 정치인이자 차세대 주자로 거론되는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지난해 지역 토론회에 참석해 “스위프트가 2024년 대선에서 (바이든 진영의) 핵심 전력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NYT는 “스위프트의 지지를 거의 구걸하다시피 한 것”이라고 했다. 바이든 캠프는 정체된 지지율 상승을 위한 긴급 처방으로 바이든을 스위프트의 순회공연인 ‘에라스 투어’에 깜짝 등장시키는 방안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여론조사에서 트럼프에게 밀리는 바이든 진영은 테일러 스위프트가 낙태의 자유뿐 아니라 소수자 인권 등의 의제에 대해 공개적으로 지지 발언을 해왔다는 점에서, 여성들이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낙태권 문제와 테일러 스위프트를 묶는 전략을 사용하려 하고 있다. 만약 테일러 스위프트와의 ‘연대’가 성사될 경우, 선거 캠페인에 커다란 탄력을 받을 것으로 민주당은 기대하고 있다.


[사라져야 할 음모론, 역풍 가능성도 있다!]


세상에는 '9.11 테러는 미국 정부가 계획했다'는 것부터 '코로나19 백신을 맞으면 정신적으로 정부에 지배당하게 된다'는 것까지 다양한 음모론들이 있고, 또 이를 믿는 사람들도 있다. 사람들은 왜 황당해 보이는 이런 음모론에 빠져드는 것일까?


이에 대해 미국 에모리대학 쇼나 보우스 연구원(박사과정)팀은 지난해 6월 27일 미국심리학회(APA) 학술지 '심리학회보'(Psychological Bulletin)에서 “전반적으로 사람들이 음모론을 믿게 된 동기는 자신이 처한 환경을 이해하고 안전하다고 느끼고 싶은 욕구와 자신이 속한 커뮤니티가 다른 커뮤니티보다 우월하다고 느끼고 싶은 욕구 때문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 연구에서는 또한 음모론을 강하게 믿는 사람은 불안하고 편집증적이고 감정적으로 불안정하고 충동적이고 의심이 많고 위축되고 자기중심적이고, 괴팍할 가능성도 높다고 정리했다.


한국도 지금 음모론이 판친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음모론일수록 구체적인 근거를 들이댄다. 그러나 담론이 구체성을 띤다고 실제 발생할 확률까지 높은 것은 아니다. 그럴싸한 이야기에 빠지는 편향(bias)이 음모론을 만들어내고 또 증폭시키는 원동력이 되는 것이다.


브로네르 교수는 알 권리, 말할 권리, 결정할 권리라는 참여민주주의의 세 가지 요체가 사람을 잘 속게 하고, 결과적으로 민주주의를 위기에 빠뜨리는 역설을 지적했다. 음모론과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사람들은 흔히 ‘의심할 권리’를 내세워 ‘무지에 근거한 논증’이라는 궤변을 늘어놓곤 한다. 가령 ‘A가 위험하다’는 근거를 내놓는 게 아니라 ‘A가 위험하지 않음을 입증하라’고 요구하는 식이다. ‘광우병 괴담’ 등이 대표적 사례다.


분명한 것은 정치 팬덤에 업힌 선동가의 음모론이 득세하면 민주주의는 고사(枯死)한다는 점이다. 페리클레스의 리더십으로 번영하던 아테네 민주정은 순식간에 참주들이 활개 치는 폭민정으로 전락했다. 군중을 선동해 민회를 장악한 포퓰리스트들이 법과 정의를 파괴한 폭민 통치(mob rule)로 고대 아테네를 망가뜨렸기 때문이다.


윤평중 한신대 교수는 한 칼럼에서 “파당적 언론들은 음모론을 더욱 부풀린다”면서 “정보 혁명이 증폭시킨 가짜 뉴스의 바다엔 남을 해코지하는 인간성의 그늘이 자리한다. 음모론과 허위 정보를 바로잡지 않고선 좋은 나라와 성숙한 삶은 실현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적으로 이에 동감한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음모론이나 폭민정에 맞서 싸워야 한다. 특히 맹목적 정치 팬덤과 결탁한 음모론은 열린 사회의 적(敵)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아마도 스위프트를 겨냥한 음모론적 공격은 역풍을 불러올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해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당시 백악관 전략소통국장을 지낸 얼리사 페라 그리핀은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공화당원들은 20년 동안 일반 유권자 투표(Popular Vote)에서 승리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제 지구상에서 가장 사랑받는 팝스타 중 한 명을 공격하는 새로운 전략을 시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말을 미국이나 한국 모두 잘 새겨 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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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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