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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부채 443조원 ‘헝다’ 청산명령, 속으로 골병드는 중국 - 홍콩법원, '빚더미' 中 부동산 공룡 ‘헝다’ 청산명령 - 홍콩법원의 청산 명령, 중국 법원 승인여부가 관건 - 헝다그룹의 청산명령 자체가 중국 경제에는 충격줄 것
  • 기사등록 2024-01-30 12:2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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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법원, '빚더미' 中 부동산 공룡 ‘헝다’ 청산명령]


중국에서 부동산 위기가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부동산 공룡기업인 헝다(Evergrande)가 홍콩 법원으로부터 청산 명령을 받으면서 이로인한 후유증이 우려되고 있다. 특히 중국의 부동산 위기를 본격적으로 촉발시킨 헝다그룹이 실제 청산 절차를 밟게 되면, 이로인해 중국 경제도 엄청난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블룸버그는 29일(현지시간) “중국 헝다그룹이 홍콩법원으로부터 청산 명령을 받으면서 부동산 위기의 중심에 서 있는 기업을 정리하기 위한 험난한 절차를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날 홍콩 고등법원은 헝다 청산을 요청하는 채권단 청원을 승인했다. 이번 소송은 헝다 계열사에 8억6250만 홍콩달러(약 1475억원)를 투자한 톱샤인글로벌이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지난 2022년 6월 처음 제기했다.


한때 중국에서 두 번째로 큰 부동산 개발회사였던 헝다는 중국 정부의 부동산 규제와 건설 경기 침체로 지난 2021년 말 역외 채권에서 처음 채무불이행(디폴트)을 했다. 헝다가 현재까지 가진 총부채는 약 443조원(2조3900억 위안)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빚을 진 부동산 개발업체로 평가받는다.


헝다그룹은 지난 2년 넘게 끌어온 소송에서 채권단과 자구책을 협의하면서 파산을 막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자구책 마련에 실패하면서 헝다는 중대한 기로에 서게 된 것이다.


재판을 맡은 린다 찬 판사는 “실행 가능한 구조조정 계획을 제시하는 부분에서 진전이 명백히 부족한 점을 고려해 청산 명령을 내리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면서 “법원이 이제 더 이상은 안 된다고 말할 때가 됐다”고 했다.


[홍콩법원의 청산 명령, 중국 법원 승인여부가 관건]


이날 홍콩법원의 청산 명령이 나오자 홍콩 증시에서는 즉각 헝다그룹 주식거래를 중단했다. 이후 임시 청산인이 헝다 경영권을 인수하고 부채 구조조정 및 자산 매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실제 청산 절차에는 난관이 남았다.


가장 큰 문제는 홍콩법원이 내린 헝다그룹의 청산 명령을 중국 법원이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의 여부다. 다시말해 홍콩법원에서 내린 판결이 중국 본토까지 효력을 미칠 수 있는가에 대해 관심의 초점이 모아지고 있는 것이다.


사실 헝다는 전세계 1200개 사업장에서 약 2400억 달러(약 321조원)의 자산을 가지고 있다. 다만 이런 자산 대부분은 중국 본토에 있다. 그렇다면 홍콩법원의 결정을 중국 법원이 인정하면서 집행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도 있지만, 중국법원이 홍콩법원의 결정에 대해 관할권 밖이라고 판단하면서 본토내 자산 매각을 거부할 수도 있다.


그런데 후자의 경우에는 사실상 일국양제를 폐지한 중국과 홍콩간의 정치적 문제까지 불러올 수도 있다는 점에서 중국 법원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일단 헝다그룹은 중국 법원에 이의신청을 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이를 통해 홍콩법원의 집행을 막으려 들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중국 정관신문은 “중국헝다와 헝다그룹의 국내 및 해외 자회사는 독립적인 법인이기 때문에 해외 법인(중국헝다)이 청산되더라도 그룹의 국내 주요 사업은 일정기간 실질적으로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그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했다.


[헝다그룹의 청산명령 자체가 중국 경제에는 충격줄 것]


중요한 것은 홍콩법원의 판결을 중국법원에서 수용하든 그렇지 않든 홍콩법원의 청산명령 자체가 중국 부동산 경기에는 상당한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점이다.


사실 헝다그룹은 누가 보더라도 지금의 위기에서 벗어날 가망은 거의 없다. 지금 가진 부채가 이미 자산 규모보다 훨씬 많고, 앞으로의 경영전망까지 살펴본다면 더더욱 회생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중국 당국이 헝다그룹을 청산하지 않고 있는 것은 당장 회사 정리 절차에 들어가게 될 경우, 부동산 경기에 엄청난 충격파를 던져줄 수 있고, 이로인해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줄줄이 디폴트 당하는 최악의 상황이 올 수 있어서다.


이미 지난해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이 디폴트를 선언했고, 원양집단·완다 등 다른 부동산 개발업체도 디폴트 및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다. 이달 초에는 이들에게 돈을 빌려준 중국 자산관리회사 중즈그룹도 파산 처리됐다.


이러한 디폴트의 확산은 소위 ‘무오류’의 시진핑 치적에 상당한 상처를 줄 수 있다. 이는 중국 공산당으로서는 무조건 피해가야 할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회생 가능성도 없는 헝다그룹을 지금까지 질질 끌면서 최종 부도처리를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사실 중국 당국도 헝다그룹과는 손절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9월 공시를 통해 "쉬자인 회장이 법률 위반 범죄 혐의로 법에 따라 강제 조치됐다"고 밝힌 바 있다. 쉬 회장에 앞서 헝다의 일부 전현직 직원도 당국에 체포·구금됐다. 그럼에도 헝다를 최종 청산절차에는 들어가지 않고 있는 것이다.


또한 헝다그룹이 최종 파산 절차에 들어가게 되면 당장 부동산 경기는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미 지난해 중국 부동산 개발 투자는 전년 대비 9.6% 줄었고, 분양주택 판매 면적과 판매액도 각각 8.5%·6.5% 감소한 바 있는데, 이러한 경향은 더욱 오래, 또 더 깊숙이 진행될 것이다. 더불어 부동산 부문 투자액도 덩달아 축소 국면으로 치닫게 될 것이다. 이는 중국 경제에는 치명적이다.


또한 중국인 재산의 80%를 부동산이 차지하고 있는 현실도 중국 공산당의 헝다 파산을 최종적으로 결정하지 못하는 걸림돌이다. 당장 헝다 아파트를 이미 선불로 납부하고 미완공으로 입주하지 못하는 이들을 포함해, 여기에 관련된 중소규모 건설업계까지 주게될 충격파를 고려한다면, 함부로 선을 긋는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위험을 동반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차원에서 투자은행 나티시스의 게리 응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법원 결정은 헝다 입장에서는 끝이 아니라 청산의 시작”이라며 “채권자들이 자산 압류에 나선다면 주주들의 상황은 더 나빠질 것이고, 다른 개발업체들에도 '눈덩이 효과'(snowball effect)가 나타날지 투자자들은 우려할 것”이라고 말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오리엔트 캐피털 리서치의 앤드루 콜리어 이사는 로이터에 “헝다 청산은 중국이 부동산 거품 진압을 위해 극단적 결말도 용인한다는 신호”라며 “이는 장기적으로 경제에 좋지만, 단기적으로는 매우 어렵다”고 짚었다.


[헝다그룹, '정상적 경영'과 '채무 해결'을 추진 천명]


한편, 홍콩법원의 청산 명령이 나온 직후 헝다는 '정상적 경영'과 '채무 해결'을 추진해나가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29일 중국 매체 21세기경제보도에 따르면, 샤오언 헝다그룹 집행총재(최고경영자)는 이날 홍콩 법원 결정이 나온 뒤 발표한 입장에서 “앞으로 그룹은 어려움과 문제에 맞서 모든 합법적 조처를 하고, 국내외 채권자의 합법적 권익을 보장한다는 것을 전제로 그룹 업무의 정상적인 경영을 점진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헝다그룹의 이러한 지속경영 주장은 사실 전혀 근거가 없다. 블룸버그에 의하면, 2023년 7월에 발표된 2021년과 2022년의 경영 실적은 총 810억 달러(108조 2970억원)의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2009년 상장 이후 처음으로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것이다. 이미 총부채만 약 443조원(2조3900억 위안) 규모인데, 이러한 채무는 날이 갈수록 더욱 늘어나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의 전망이 더욱 어렵다는 점이다. 당장 현금 부족으로 인해 미완공의 아파트를 준공시킬 능력조차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여기에다 헝다그룹은 2023년 말 현재 본토 부동산과 관련된 4,710억 위안(87조 5495억원)에 달하는 2,002건의 소송에 직면해 있는 등 법적 압박을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헝다그룹의 부활을 가로막는 또다른 장애물은 중국내 부동산 부문이 살아날 가능성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4분의1을 차지하는 부동산 부문과 관련해서 산업 침체가 수년간 지속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니 헝다그룹의 부활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고, 이를 붙들고 있으면 있을수록 중국 경제는 더욱 골병들게 될 것이다. 그런데도 중국 공산당은 당장의 부작용을 우려해 폭탄돌리기를 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바로 이러한 상황에 홍콩법원의 결정이 나왔다. 중국 공산당은 과연 어떻게 대응할까? 두고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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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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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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