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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4-01-25 12:3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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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Why Times]


얼마 전에 유명하다는 연예인이 마약관련 문제로 사회가 시끄러웠던 사건이 있었다. 그는 스스로 마련한 기자회견을 하면서 눈물을 흘리면서 결백을 주장했다. 그런데 얼마 후에 수사기관이 그의 마약 협의 사실에 대해 과학적으로 입증하자 이번에는 참회의 눈물을 흘리면서 마약혐의에 대한 사실을 인정하는 기자 회견을 했다. 그런 후 집행유예로 풀려나자 곧바로 밝고 쾌활한 모습으로 고급 사우나를 드나드는 모습이 안방의 TV를 통해서 알려졌다. 과연 무엇이 진실인지 시청자들은 도무지 짐작할 수가 없다. 우리 속담에 열 길 물속 깊이는 알아도 한 길 사람의 마음은 알 수 없다는 말처럼 그의 진심을 알 수가 없다. 법만 빠져 나가면 된다는 현대인들의 서글픈 사회상을 보면서 참으로 마음이 쓰린다.


어떻게 하면 보이지 않는 사람의 진짜 마음속을 알아낼 수 있을까? 서양에서는 마음의 결과로 나타나는 여러 확인할 수 있는 근거들을 통해 감추어진 진솔한 마음을 추론하려고 한다. 그러한 마음을 추론할 수 있는 방법으로 대체로 다음과 같은 3가지 근거를 종합하여 입증해야 과학이란 이름으로 확인된다. 첫 번째 근거는 행동이고, 두 번째 근거는 언어이고, 세 번째는 시시각각 변하는 생리적인 감정의 변화이다. 이 세 가지 근거로 보이지 않는 사람의 진짜 마음속을 추론하려는 것이 서양식이 추구하는 과학의 논리이고, 이러한 학문 중에 심리학도 포함된다. 


이 같은 추론을 과학적으로 입증하기 위해서는 관찰 가능하고, 확인 가능하고, 필요할 때 반복할 수가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어떤 개인이 특수 상황을 보여주고 실현하는 마술이나 특정 조건에서만 그 근거를 볼 수 있는 영혼 이야기나 심령과 같은 신비한 체험들은 모두 과학적인 조건에 맞지 않기 때문에 과학이란 범주에 포함하지 않는다. 이러한 의미에서 신적인 종교개념은 지금도 과학적인 기준에서는 언제나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 같은 서양식으로 보이지 않는 것은 인정하지 않는 가치관 때문에 자연스럽게 보이는 것만 강조하려는 증거주의가 우리 사회에서도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이러한 흐름에 맞는 직업이 법률과 관련된 법조계 분야로 지금 이들이 끼치는 정치 사회적 역할은 상당히 크다. 우리의 사회와 학문 세계에는 분야별로 전문가들이 상당히 있지만 이러한 자리에도 어김없이 법조인이 활동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여기에 신정부에서는 나이 계산 방법까지도 “만 나이”로 통일하여 사용하겠다고 발표했다. 


현재 우리는 “세는 나이”, “만 나이”, “연 나이” 등 세 가지 나이 계산법을 혼용하고 있어서 사회적 법적으로 나이 계산 방법을 통일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나이를 계산하는 사회적인 통념은 태어날 날을 “1일”, 즉 “1 day old”로 하여 생일 전날에 한 살을 더 먹는 “생일 나이”와 새해 첫날에 나이를 한 살 더 먹는 “세는 나이” 법을 혼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 “만 나이” 방법으로 계산하면 오늘 태어난 아이 나이는 “0일”로 다음 해 생일이 돼야 1살을 먹게 된다. 서양식의 과학적 가치관 때문에 아이는 태어날 때에 “0살”로 계산하는 방식이다. 태어나지 않아 보이지 않던 임신의 기간을 “0”으로 계산하여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논리다. 그러나 눈으로 보이지 않는 임신기간에도 인생에서 최대의 폭풍 성장을 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백만분의 1g인 수정란이 임신 기간 266일 동안 자궁에서 영양을 공급 받으며 무려 30억 배 이상 성장하여 3kg이 넘는 아이로 엄마 뱃속에서 세상으로 나온다. 


정확히 말한다면 나이는 보이지 않았던 임신 기간인 “266일”을 더해서 나이를 계산해야 맞기 때문에 출생 후 100일이 되면 임신기간 266일에 100일을 합산한 366일, 즉 “한 살”이 되는 날이다. 모자보건법 14조는 이미 그 효력을 상실하였지만, 임신한 태아가 유전적 생물학적 중대 결함이 있거나 강간 등 본의가 아니게 임신한 경우 24주 이내에는 임신중절 조치를 허용하는 법안이다. 보이지 않는 태아이지만 생명을 존중하겠다는 의도를 엿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논리상 맞지 않는다.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태아를 생명으로 인정하여 산모에게 과연 낙태죄를 물을 수 있는가 하는 문제가 생긴다. 보이지 않았던 임신 기간도 나이로 계산해야 정확하다는 논리가 더 설득력이 있다. 그러므로 나이계산 방법은 서양식의 과학적인 기준보다는 태어나면서 한 살 먹는 동양식 기준이 더 합리적일 것이라 생각한다.


동양식 사고 논리는 보이지 않는 마음을 직접 보려고 한다. 동양학은 마음의 직접 근거인 양심과 도덕과 윤리 같은 덕(德)을 매우 강조한다. 그러나 서양식은 보이는 근거만을 강조하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근거가 되는 보이는 계약문화가 발달했다. 이에 반해서 동양에서는 전통적으로 계약이나 서명과 같은 형식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상대방 간의 신의와 신뢰와 같은 마음의 덕(德)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동양은 보이지 않는 양심과 도덕이 대표되는 덕으로 구성되는 인문학, 즉 인간학이 발달하였다.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방식이 이렇게 동양과 서양 간에 큰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의 사회는 어느덧 서양화된 가치관으로 전통적 가치가 숨 쉬고 있는 순수 인간학이 폄하되고 부정되고 있다. 서양식의 과학이라는 명분에 지배되어 양심과 도덕보다 보이는 행동으로 판단하는 법만 강조되는 사회로 바뀌어가고 있다. 양심의 가책이란 문제에 대한 의식은 하지 않아도 편히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 이제 법적 결격 문제만 없으면 무죄인 세상에서 살고 있다. 그래서 우리들 사회는 법적 증거만 피하면 되는 법률가와 변호사 같은 법조인이 판을 치는 세상이 되었다. 


이렇게 되다보니 지금 우리 사회는 막강해진 검사들의 수사권과 수사력을 박탈하거나 분산시키겠다는 이른바 “검수완박”의 문제가 국회에서 첨예한 주제로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 논리적으로는 검사 수사권에 대한 공정성 문제라고 하지만, 정치권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엉켜 있다. 이 문제는 운영하는 제도를 수정하거나 개정하면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마치 교통사고가 많이 발생한다고 자동차를 없애버리자는 것과 같고, 빈대가 무서워 초가집을 태워버리겠다는 논리적 비약으로 흘러가고 있다. 지금 우리는 보이는 모든 것들을 감추고 바꾸어서 사람을 속이려는 방법에만 혈안이 되고 있다. 사람들을 속이기 위해서 겉으로만 화려한 옷을 입고 자신의 모습을 위장하고, 성형으로 얼굴을 바꾸고 변신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시간이 흘러 위장했던 그런 가짜 모습을 알아차리게 되고 안에 깊이 숨어 있는 진정한 모습을 그려낼 수 있는 날이 오게 되면 사회는 또 어떤 모습으로 바뀔는지 흥미진진해진다. 지금은 가짜 눈물을 흘리고 형식적 기자회견을 통해 나를 숨기면 된다. 양심이 우선인 사회, 도덕과 윤리를 사랑하는 인문학적인 건강한 사회가 빨리 오기를 꿈꾸어 본다. 보이는 것만 입증하여 따지는 타율적 법적 증거주의 사회보다는 한 층 더 높고 숭고한 양심과 도덕이 살아 숨 쉬는 덕(德)이 넘쳐흐르는 사회를 그리고 싶다. 변호사와 판검사를 매수해서 보이는 법만 피하며 살아가기보다는 보이지 않지만 마음 깊이 숨어 있는 양심의 명령에 따라 행동하는 그런 사회에서 살고 싶다.


눈에 보이는 행동만을 중심으로 정신을 추론하려는 서양식의 가치와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을 중심으로 정신을 추론하려는 동양식의 가치가 모두 아직은 해결할 모순점이 많은 가치충돌의 시대에 살고 있다. 한 때 유럽을 제패하였던 나폴레옹 황제가 평생 동안 행복했던 날들은 “단 6일” 밖에 없었다고 말했고, 평생을 보지 못하고 맹인의 신세로 살았던 헬렌 켈러는 평생 행복하지 않았던 날은 “단 하루”도 없었다는 기록이 있다. 보이는 것만이 진실이라고 주장하는 논리는 그러므로 옳지 않을 수 있다. 


보이는 행위만으로 사람을 이해하는 방법보다는 보이지는 않는 마음까지 이해하는 것이 더 정확할 수가 있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마음을 이해할 방법을 찾아내면 해결될 수가 있다. 얼마 전에는 볼 수도 없고 만질 수도 없고 측정할 수도 없던 것을 이제는 신기술이 발전하여 보고 측정도 할 수 있게 되어서 그 동안 신비스럽게 생각되었던 비밀이 하나씩 벗겨지고 있다. 보이지 않았던 사람의 마음도 보고 만지고 측정할 수도 있는 날이 곧 우리에게도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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