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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후티반군 편에 선 중국, ‘악의 축’ 대변자인가? - 미국·영국의 후티반군 공습 비판한 중국 - 홍해 사태에 대해 방관자적 입장에 서 있는 중국 - 하마스, 이란·중국·러시아·북한 무기로 이스라엘과 전투
  • 기사등록 2024-01-17 12:2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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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영국의 후티반군 공습 비판한 중국]


중국이 최근 글로벌 물류의 '동맥'인 홍해 통과 민간 선박에 대해 공격을 가한 친(親)이란 후티 반군의 본거지를 미국과 영국이 공습을 가한 것에 대해 강력히 비판하고 나섰다. 한마디로 후티 반군의 편에 서서 팔레스타인을 일방적으로 응원하고 있다는 의미다.



중국 외교부는 15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전날 이집트 카이로에서 사메 수크리 외무장관과 회담 후 “홍해 수역은 중요한 국제 화물·에너지 무역 통로”라며 “중국은 민간 선박 공격 행위 중단, 글로벌 산업·공급망의 원활한 통행과 국제 무역 질서 수호를 호소한다”고 말한 후 “우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어떠한 국가에도 예멘에 무력을 사용할 권한을 준 바 없다고 알고 있다. 홍해 긴장 국면에 기름을 붓고 지역의 전체적 안보 리스크를 높이는 일을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밝혔다.


물론 왕이 부장은 그간 홍해 인근을 지나는 외국 상선들을 공격해온 '후티' 반군이나 이번 공습 주체인 미국·영국을 직접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왕이의 이날 발언은 후티 반군을 공습한 미국과 영국을 비난하는데 방점이 찍혔다고 할 수 있다.


왕이는 이어 “각 당사자는 법에 의거해 홍해 수역의 항행 안전을 수호할 필요가 있고, 동시에 예멘을 포함한 홍해 연안 국가들의 주권과 영토 완전성을 확실히 존중해야 한다”고 했다. 그들 국가들을 공격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사실 왕이는 이날 가자지구 전쟁에 관해서도 무단 침공을 해 200여명의 인질을 끌고 갔던 하마스 무장단체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으면서, 하마스 무장단체를 공격하고 있는 이스라엘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왕이는 이날 “유엔의 관련 결의와 아랍 평화 이니셔티브에 따라 정치적 해결을 실현하며, 1967년 (6월 4일) 경계를 기초로 동예루살렘을 수도로 삼아 완전한 주권을 갖는 독립된 팔레스타인국을 만드는 방안을 견지해야 한다"”면서 “가자지구 충돌로 이미 2만여명이 목숨을 잃어 상황이 매우 심각·위급하기 때문에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조속한 평화회담 재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하마스가 끌고 간 인질 석방 등의 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왕이의 이날 발언은 지극히 후티 반군과 하마스 편향적 발언으로 평가된다. 미국과 영국의 후티 반군 근거지에 대한 공습에 대해 안보리가 승인한 적이 없다면서 비판했는데, 정작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후티 반군의 홍해 통과 민간선박에 대한 공격에 대해서는 아무런 비판도 하지 않았다.


만약 중국의 논리대로라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도 같은 논조로 비판했어야 하나, 중국은 전혀 그런 적이 없다.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또한 마찬가지다. 문제를 일으킨 도발자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이를 방어하기 위한 전투에 대해 비판하는 외눈박이 시각을 중국이 가지고 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준다.


[홍해 사태에 대해 방관자적 입장에 서 있는 중국]


사실 중국은 그동안 홍해 사태에 대해 지극히 방관자적 입장을 취하고 있었다. 블룸버그는 지난 15일(현지시간) “홍해에서의 위기 발발이 중국의 무역에도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음에도 방관자적 태도를 보인 것은, 도발을 한 후티반군에 대해 비판하는 것 자체가 중국의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홍해 사태에 대해 유보적 태도를 보이는 것은 홍해 위기로 중국이 피해를 보지 않기 때문이 아니다”며 “중국은 원유의 절반 가량을 중동에서 수입하고 있으며, 미국보다 유럽연합에 더 많이 수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지난주 상하이 컨테이너 운임 지수는 2022년 9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상승했는데, 이는 홍해 통과의 위험성 때문에 남아프리카의 희망봉을 우회함으로 인해 추가되는 비용이 반영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이러한 비용이 홍해 사태 개입에 따른 위험 부담보다 낫다고 보고 있는 듯하다. 시진핑은 미국과 동맹국들이 후티반군과 싸우는 것을 보면서 중동 일부 지역에서 반미 감정을 부추기는 한편, 중립적인 중재자 역할을 자처하며 대만이나 남중국해에서 전투 준비 태세를 유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수석 경제 분석가인 제니퍼 웰치는 “중국의 지도자들은 더 강력한 입장을 취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그들의 접근 방식과 유사하다”고 말했다.


다시말해 중국은 말로는 평화를 부르짖으면서도 정작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를 비난하거나 전쟁 중단을 요구하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이들의 전쟁을 중재할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 외교부의 마오닝 대변인은 지난 12일, 홍해에서의 확전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하면서도 중국은 이번 사태에 대해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런데 블룸버그는 익명을 요구한 중동정세 전문가들의 견해를 빌어 “사실은 중동국가들이 전쟁의 확산을 막기 위해, 중국이 앞장서서 영향력을 발휘해 줄 것을 촉구했지만, 중국은 어느 편을 들기 어려운 입장이라 나서지 않았다”면서 “중국은 후티 반군이나 점점 더 중요한 석유 공급국인 이란을 설득하는 데 한계에 직면해 있다”고 전했다.


중국과 중동을 연구하는 네덜란드 흐로닝언 대학교의 윌리엄 피게로아 조교수는 “중국은 걸프 지역에서 군사력 투사 능력이 거의 없으며, 더 큰 분쟁에 휘말리고 싶어하지 않는다”면서 “자칫 섣부르게 행동하다간 테헤란의 동맹국들을 화나게 할 수 있어서 중국은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히려 베이징의 일부 인사들은 홍해에서 후티 반군의 공격이 중국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기도 하다. 인민해방군국방대학의 샤오윈화 교수는 SNS를 통해 “후티 반군이 의도치 않게 중국에 큰 호의를 베풀었다”면서 “이번 사태로 인해 더 많은 무역업자들이 철도망을 이용하게 되어 시진핑 주석의 대표적 정책인 일대일로 이니셔티브가 신흥 경제국의 인프라 구축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샤오윈화 교수는 이어 “일대일로의 확장은 미국의 패권을 단절하고, 미국의 해양력을 약화시키며, 글로벌 다극화를 촉진하기 위한 우리의 국제 전략”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샤오윈화 교수의 말대로 홍해에 위기가 번지자 중국내에서는 일대일로의 중요성을 말하며 유럽 각국이 안전한 일대일로 철도를 이용하기를 바란다는 대대적인 홍보전을 펼치기도 했다.


그러나 샤오윈화 교수와 같은 주장은 지극히 국수주의적이고 중화주의적 발상이라 아니할 수 없다. 중국에 대한 신뢰도 자체가 매우 낮은 상황에서 유럽국가들이 일대일로 철도를 사용할 리가 없고, 심지어 중국마저도 해운항로를 절대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마당에 설득력도 전혀 없기 때문이다.


[홍해 위기로 인한 중국의 딜레마]


문제는 홍해에 위기가 닥치면서 중국의 에너지 수입비용이 대폭 증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중국 세관 데이터에 따르면, 작년 첫 11개월 동안 중동에서 수입한 중국의 원유는 중국 전체 원유 수입의 46%를 차지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중국이 홍해 개발과 관련한 지분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로이터는 지난 15일(현지시간) “세계은행에 따르면, 중국은 국영 기업들이 이집트의 물류, 운송 및 에너지 부문에 수백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으며, 또한 적극 장려하고 있다”면서 “실제로 하마스가 10월 7일 이스라엘을 공격하기 전까지 몇 달 동안, 중국과 홍콩의 기업들은 이집트의 간선 수로를 따라 다양한 프로젝트에 최소 20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약속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이어 “홍해와 수에즈 운하에서 상업적 운송을 방해하는 공격은 안전한 통과를 통해 이익을 얻기 위해 수로 개발에 막대한 금액을 투자한 중국 투자자들을 좌절시킬 수 있다”고 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실제로 중국의 기업들이 홍해 프로젝트와 관련해 상당한 금액의 투자들을 이미 진행했고 지금도 투자를 계속하고 있다. 그런데 홍해에 전운이 감돌게 되면, 이들 중국 투자들이 다 동시에 위기에 빠진다. 또한 이집트, 예멘, 이란이 모두 회원국으로 참여하고 있는 시진핑 주석의 일대일로 이니셔티브도 마찬가지로 위태롭다.


이런 상황에서 더 큰 문제가 중국의 입지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중국은 지난 2023년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화해를 이끄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는데, 이를 기화로 사우디는 중국에 더 이상의 분쟁 확대를 막기 위해 이란에 영향력을 행사해 줄 것을 요구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왕이의 이번 중동지역 방문도 이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중국이 이란에 대해 외교적 압박을 가할 처지가 아니라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일단 중국은 다른 국가의 내정에 간섭하지 않는다는 외교 원칙을 내세우고 있으나, 이는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 말이라 왕이도 난감한 처지에 놓여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마스, 이란·중국·러시아·북한 무기로 이스라엘과 전투]


이런 가운데 하마스가 이란·중국·러시아와 북한산 무기를 사용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와 중국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AP통신은 15일(현지시간)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작년 10월 7일 이후 3개월간 촬영된 150개 이상의 사진과 영상을 분석한 결과, 하마스가 각국에서 다양한 무기를 모았으며, 이 중 상당수는 이 같은 군사력 증강을 막기 위한 봉쇄를 뚫고 밀반입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싱크탱크 군비연구서비스(ARES)의 무기·탄약 정보분석 전문가 N.R. 젠젠 존스 이사는 “하마스의 무기가 러시아와 중국, 이란산이 대부분을 차지했지만, 북한 무기와 옛 바르샤바조약기구 국가에서 생산된 무기들도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놓고 보면 하마스는 사실 소위 ‘악의 축(Axis of Evil)’ 국가들로부터 무기를 수입해 이스라엘과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사실 세계 경제 제2위의 대국인 중국이 이러한 ‘악의 축’ 국가 명단에 오르내리고 있다는 것 자체가 국가 이미지는 물론 중국 경제를 위해서도 매우 부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후티 반군과 하마스에 대해 편향적 태도까지 보인다면, 사실상 중국이 ‘악의 축’ 국가가 되기를 자처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점에서 중국 외교의 단견을 보게 한다. 이는 앞으로의 미중관계에도 매우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중국의 각성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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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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