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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흔들리는 中 권력 서열, 권부분열 단초될까? - '시진핑 1인체제'속 2인자는 차이치? - 충성파 리창-허리펑에게 권력을 나눠줬던 시진핑 - 새로운 권력투쟁의 서막일 가능성도...
  • 기사등록 2024-01-12 12:24:13
  • 수정 2024-01-12 12:2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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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1인체제'속 2인자는 차이치?]


시진핑 1인체제의 중국이 그동안 충성파인 리창 총리와 허리펑 부총리가 권력을 분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근들어 갑자기 차이치(蔡奇·68)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의 영향력이 급부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러한 권력구도 급변 배경이 주목되고 있다.



블룸버그는 11일(현지시간) “중국 내 최고권력층인 7인 상무위원 서열은 시진핑·리창·자오러지·왕후닝·차이치·딩쉐샹·리시 순으로 차이치가 5위에 자리매김해 있지만, 실제로는 2위 리창 총리를 웃도는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우선 차이치는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외에 공산당 내 통일전선부·조직부·선전부·정법위원회·감찰위원회·공안부를 총괄하는 당 중앙서기처 서기를 겸임하고 있다. 이 내용만 본다면 사실상 중국 '안보' 분야의 수장이라고 할 수 있다.


이뿐 아니다. 차이치는 시진핑의 당 중앙판공청 주임도 맡고 있다. 이 자리가 중요한 것은 당 총서기·국가주석·당 중앙군사위 주석을 겸임 중인 시진핑에게 당·정·군의 핵심 업무를 모두 보고하고 지시받아 하부에 전달하는 역할을 중앙판공청 주임인 차이치가 맡고 있어서다. 이는 사실상 시진핑의 비서실장 격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차이치의 권력은 막강하다 할 것이다.


중앙판공청 주임은 지난해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딩쉐샹의 자리를 물려받은 것으로, 딩쉐샹이 권력 서열 6위의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승진한 데 따른 조치였다. 사실 이렇게 중앙판공청 주임 자리는 상무위원이 맡는 자리가 아니다. 그런데도 차이치는 겸직을 했다. 왜 그랬을까? 다른 설명이 필요없다. 시진핑이 그렇게 희망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사는 중국에서 집단지도체제는 이미 사라졌음을 보여준다. 과거 마오쩌둥이 누렸던 1인천하의 당 주석제가 지금 시진핑 체제하에서 그대로 시행되고 있음을 말해준다.


이를 다른 말로 설명하자면, 그동안 중국권력을 살펴볼 때 집단지도체제를 의미했던 7인 상무위원회는 이미 시진핑 1인 지도자 아래의 6인 상무위원으로 구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실제로 1인 권력체제의 마오쩌둥 시대에 상무위원이 중앙판공청 주임으로 임명된 적이 있었다. 그때의 사례가 지금 이 시대에 그대로 재연되고 있는 것이다.


더욱 더 눈여겨볼 것은 이렇게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는 차이치가 중국 내 초권력 기구인 중앙국가안전위원회(국안위) 부주석과 중앙전면심화개혁위원회(심개위) 부주임에도 임명돼 활동 중이라는 점이다. 또한 중앙 및 국가기관공작위원회 서기를 겸임하고 있다.


중국 현지의 계면신문에 의하면, 중앙 및 국가기관공작위원회는 2018년 당정기구 개편에 따라 중앙 직속기관 공작위원회와 국무원 국가기관공작위원회가 합쳐진 조직으로, '통일 조직과 기획, 배치'를 주업무로 하는 실세 조정기관이다.


업무 범위에 각급 당 조직의 정치, 사상, 조직, 작풍, 기율 지도와 함께 당원 간부에 대한 감독관리, 사정감찰 등이 포함돼 있다. 이런 자리에 시 주석의 비서실장을 앉힌 것은 시 주석이 직접 당정 업무를 관장 지휘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와 더불어 차이치는 지난해 시 주석이 참석한 주요 정상회담에 모두 배석했다는 점을 블룸버그는 주목했다. 이 역시 그동안 중국 역사에서 마오 시대 이후로는 찾아볼 수 없는 사례다. 7인 상무위원은 사실상 동급체제로 인식되어 왔기 때문에, 시진핑이 참석하는 정상회담에 상무위원이 배석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차이치는 지난해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의 미·중 정상회담에 배석했으며, 같은 해 시 주석이 참석했던 중국-남아프리카 공화국, 중국-러시아 정상회담도 수행했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는 “차이치가 작년 가장 중요했던 정상회담에 시진핑을 수행하는 특권을 부여받았다”며 “중국 공산당 내에 변화가 일고 있다”고 짚었다.


이런 사실에 대해 호주국립대 대만연구프로그램 담당 정치학자인 쑹원티는 “차이치에 대한 시진핑의 신뢰가 두텁다”고 블룸버그에 진단했다.


차이치는 지난 2022년 10월 제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시 주석을 포함해 7명으로 구성된 정치국 상무위원회에 입성하며 시진핑 3기 최고지도부에 올랐다. 그는 신임 총리 리창, 상무 부총리 딩쉐샹 등과 함께 시 주석의 친위 인맥인 '시자쥔'(習家軍)의 대표 주자로 꼽힌다.


시 주석의 정치 기반으로 꼽히는 푸젠성과 저장성에서 근무하며 시 주석과 인연을 맺어 저장성 부성장, 중앙국가안전위원회 판공실 부주임을 거쳐 2016년 10월 베이징 대리 시장으로 전격 발탁됐고, 2017년 1월 정식 시장, 그해 5월 베이징시 당 서기에 오르며 초고속 승진했다.


이어 지난해 당대회에서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에 오르면서 시 주석의 최측근임을 입증했고, 중앙서기처 서기를 맡았다. 그의 최고지도부 입성은 당시 중화권 매체들조차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으로, 당시 중국의 최고지도부 구성의 최대 파격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그는 베이징 당 서기를 맡던 2017년 10월 시 주석을 향해 '영명한 영수'라고 표현하는 등 시 주석에 대한 남다른 충성심을 보여왔다. 중국 내에선 당 중앙위원회에서 일한 경력도 없는 차이치가 사실상 '벼락출세'를 한 데에는 시진핑이라는 배경이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이에 대해 영국 런던대 동양·아프리카대(SOAS) 산하 중국연구소의 스티브 창 소장은 “차이치의 힘은 시 주석의 신뢰와 후원에서 나온다”고 짚었다.


[충성파 리창-허리펑에게 권력을 나눠줬던 시진핑]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점은 차이치가 이렇게 권력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지만, 그동안 시진핑은 리창 총리와 허리펑 부총리에게도 상당한 권력을 분점토록 했다는 점이다.


블룸버그는 지난해 11월 30일, “지난 2022년 10월 제20차 당대회를 계기로 사실상 1인 체제를 갖추고 '3기 연임' 중인 시 주석이 최측근인 리창 총리와 허리펑 부총리에게 권력을 덜어내고 있다”면서 중국 명운을 좌지우지하는 공산당 산하 7개 중앙위원회를 모두 이끌어온 시 주석이 지난해 11월 20일 리 총리를 당 중앙금융위원회 주임 자리에 앉힌 걸 대표적 사례로 꼽았다


지난해 3월 당·국가 기구 조직 개편을 통해 국무원 산하 금융안정발전위원회가 폐지되면서 만들어진 당 중앙금융위원회는 당과 국무원 최고위급의 금융 정책 결정·조율 기구로, 국무원 직속 기구인 국가금융감독관리총국과 증권감독관리위원회를 총괄 지도하는 사령탑으로, 한마디로 중국 공산당의 돈줄을 쥐고 있는 핵심 자리라고 할 수 있다.


눈여겨볼 것은 집단지도체제가 가동됐던 후진타오 국가주석 집권기까지 국무원 총리는 행정부 수반으로서 경제 분야를 책임진 '2인자'였으나, 사실상 리창 총리가 전 총리였던 리커창과 같은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는 입장이 되자, 이에 시진핑이 리창을 총리임에도 불구하고 금융사령탑에 지명한 것이 아닌가 판단된다.


리창 총리에게 그런 자리를 맡길 수 있었던 것은 리창이 2000년대 초반 당시 시진핑 저장성 당서기를 보좌했던 인물로, 20차 당대회에서 7인의 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에 이어 총리로 발탁된 '시진핑 복심'으로 통하기 때문이다.


또한 허리펑은 광둥성 출신으로, 1980년대 시 주석이 샤먼시 부시장으로 재직했을 당시 샤먼시 정부 판공실 부주임으로 일하며 인연을 맺어 40년 이상 친분을 이어온 경제 분야의 핵심 '시자쥔'(習家軍) 멤버로 꼽힌다.


이러한 체제가 지난 시진핑 2기와 구분되는 것은 상무위원회가 리커창 총리 체제에서는 사실상 집행능력을 배제해 버리고 식물 상무위원회로 만들어 버렸다면, 3기 체제에서는 아예 정적이 될 수 있는 인물들을 완전히 배제한 친위체제로 만들면서, 상무위원회를 아예 부하조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리창 총리 이외에 자오러지(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왕후닝(인민정치협상회의 위원장)·차이치(당 중앙서기처 서기)· 딩쉐샹(국무원 상무부총리)·리시(중앙기율검사위 서기) 등 6명의 상무위원 모두가 완전한 시진핑 직속 친위부대다.


결국 그동안 집단지도체제였던 상무위원회가 이젠 시진핑과의 수직적 체제로 바뀌면서 권력도 분점해 주고 있다고 보면 될 것이다.


[새로운 권력투쟁의 서막일 가능성도...]


문제는 아무리 시진핑 친위체제라 하지만 권력과 권력이 충돌하면서 갈등으로 비화될 소지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일단 총리인 리창과 막강 권력을 가진 차이치간에 경쟁이 있을 수 있다. 여기에 요직을 맡은 허리펑 또한 시진핑의 총애를 받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이들과 경쟁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리창은 대외적으로 중국의 제2인자로서 얼굴마담 역할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리창이 경제 분야에 관한한 상당히 취약점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과연 그의 총리직이 언제까지 수행될지도 관심거리다.


이와 관련해 싱가포르 국립대 리콴유 공공정책학원의 알프레드 우 교수는 “시 주석이 리창 총리와 권력을 나누는 건 신뢰하기 때문”이라면서 “2인자 능력을 시험하려는 신호이기도 하다”고 봤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지금의 시진핑 3기의 앞날이 밝지만은 않다는 데 있다. 시진핑이 권한을 많이 이양해 주었다는 것은 그만큼 책임질 일도 많아졌다는 것을 뜻한다.


물론 각종 경제·안보 이슈로 서방과 갈등하고 대립하는 속에서 부동산 시장 위기 장기화와 수출 부진 등 경제적 도전에 직면해 있는데, 지나친 권력 집중의 1인 체제가 초래할 오판을 줄일 목적에서 권력 분산을 시도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중국 경제의 결과가 중국 인민들이 받아들이기 힘들 정도로 악화된다면, 당연히 이에 대한 책임을 누군가는 져야 하고, 또 분위기 쇄신을 위한 인물교체도 해야만 하는데, 바로 이렇게 전면에 나선 이들이 1차적 대상이 될 수도 있다.


블룸버그는 이에 대해 “시 주석은 리창 총리에게 금융사령탑이라는 권력을 위임하면서도 '전권'을 주지 않은 채, 중국 내 금융시스템 전반에 걸쳐 당의 정치·사상·문화·기율을 담당하는 기구인 중앙금융공작위원회의 서기로 허리펑 부총리를 임명해 견제토록 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이젠 차이치를 내세워 리창과 허리펑을 견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이는 결국 어차피 최종 결정권을 시진핑이 직접 가지면서 서로 경쟁하고 견제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지만 중요한 것은 이러한 체제가 경제나 정치가 순탄하게 돌아가지 않을 때는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지금의 권력 분점 체제가 중국 권부의 분열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이다. 그만큼 중국의 날씨가 비바람도 불고 천둥도 치고 있어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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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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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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