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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다시 美-中 전면전, 美를 ‘적’이라 비난한 中 - 美, 냉전시대의 코콤 체제 부활해 대 중국 압박 거론 - 강력 반발하는 중국, “어리석은 행동하지 말라” - 아쉬운 것은 중국, 그럼에도 미국 설득해 제재 완화 시도중
  • 기사등록 2023-12-06 12:4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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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충돌한 美-中, “미국은 중국의 적”]


지난 11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미국의 샌프란시스코로 건너가 조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음에도 미중간 정세는 더욱 살벌해지고 있어 그 배경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위협을 경고하면서 이에 대한 대응책 수립을 강조했고, 중국은 이에 대해 ‘미국은 적’이라며 불같은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5일(현지시간) “지나 러몬도(Gina Raimondo) 미국 상무부 장관이 첨단 반도체 등의 중국 기술 유입을 철저하게 봉쇄해야 하며, 이를 위한 국제적 통제망을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중국은 미국의 그러한 조치가 중국을 위협하는 것으로 간주한다면서 강력하게 비판했다”고 보도했다.


지나 러몬도 장관은 지난 2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에서 열린 레이건 국방포럼에 참석해 “중국이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을 확보하지 못하게 하려면, 동맹과 수출통제 공조가 필수”라며 “중국의 위협에 대응하려면 수출통제의 엄격한 집행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러몬도 장관은 이어 “중국은 매일 눈을 뜨면 우리의 수출통제를 우회할 방법을 찾고 있다”며 “(코콤과 같은) 다자주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기서 러몬도 장관이 언급한 코콤(COCOM: 대공산권수출조정위원회)이란 냉전시대 서방이 공산권에 대한 전략물품 수출을 막기 위해 도입한 수출통제체제를 일컫는 용어로, 냉전시대가 막을 내리자 국제사회는 1996년 바세나르체제를 출범시켜 코콤을 대체했다.


그런데 러몬도 장관이 냉전시대의 코콤을 다시 꺼내든 이유는 바세나르체제에는 러시아를 비롯해 구공산권 국가들이 포함돼 미국의 대중국 수출통제 움직임에 비협조적 태도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예 바세나르체제를 사실상 개점 휴업시키고, 냉전시대의 코콤체제를 다시 부활하자는 것이 러몬도 장관의 주장이다.


실제로 미국은 지난해부터 바세나르 회의에서 양자컴퓨팅 등 첨단기술에 대한 대중국 수출통제를 원했지만, 러시아가 반대해 무산된 바 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은 바세나르체제의 효용성을 의심하면서 아예 코콤체제와 같은 다자주의로 복귀하자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미국은 이미 지난 3년여전부터 일본·네덜란드 등과 함께 반도체 장비의 수출통제 공조를 해 왔다. 그리고 미국은 한국·일본·대만 등 반도체 선진국이 모두 참가하는 '칩4동맹'을 통해서 대중국 반도체 수출통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예 코콤체제를 부활해 전면적인 국제공조를 통해, 중국이나 러시아같은 공산권 국가에 대한 수출 통제를 강화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러몬드 장관은 이날 포럼에서 “우리가 미국 기업이 돈을 못 벌게 해도 중국이 독일, 네덜란드, 일본, 한국에서 기술을 구할 수 있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나”라며 “대중국 수출통제에 있어 동맹국들의 단일대오 형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른 나라가 대중국 수출통제에 동참하지 않으면, 중국이 이들 국가에서 기술을 수입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중국에 수출하지 못한 미국 기업만 피해를 본다는 설명이다.


러몬도 장관은 또 “미국 기업들이 대중국 반도체 수출통제 때문에 매출에 타격을 입은 것을 알고 있다”면서도 “국가안보를 보호하는 게 단기 매출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중국을 위한 특정 성능의 반도체 칩을 재설계하면 나는 바로 다음 날 그것을 통제할 것”이라 경고하면서 “생명공학·클라우드 컴퓨터·슈퍼컴퓨터 등이 새로운 제재 대상에 오를 수 있다”고 언급했다.


[강력 반발하는 중국, “어리석은 행동하지 말라”]


지나 러몬도 장관의 대중국 수출통제 필요성 발언이 나오자 중국은 미국을 향해 패권적 사고를 드러냈다며 발끈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4일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 일부 인사의 뿌리 깊은 냉전적 사고와 패권적 사고를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왕원빈 대변인은 이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중국의 경제와 과학기술 발전을 방해할 의사가 없다고 했다”고 전제한 뒤, “미국 관리들의 이러한 모순된 발언은 중국과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미국에 도전하거나 미국을 대체할 의사가 없다”며 “미국은 중국에 대한 인식을 올바르게 하고, 샌프란시스코 회담에서 얻은 중요한 합의를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관영매체들도 지나 러몬도 장관의 발언에 대해 ‘어리석은 행동’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계열의 환구시보와 글로벌타임스는 4일 공동 사설에서 러몬도 장관의 연설을 언급하면서 “러몬도 장관은 중국을 미국이 마주한 가장 '큰 위협'이라고 표현하고 '중국은 우리의 친구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며 “연설 초점은 반도체 분야에서 중국에 대한 봉쇄 강화를 호소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대중국 봉쇄정책은 목표를 잘못 잡았기 때문에 헛수고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자국 기업을 희생하면서 중국에 대한 수출 통제를 강화하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이라며 “미국이 '작은 뜰에 높은 담장'을 만들고 디커플링(공급망 등 분리)을 추구하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비판했다.


[중국은 정말 미국을 적으로 간주할 수 있을까?]


지금 중국이 지나 러몬도 장관의 발언에 대해 강력 반발하는 것을 보면, 미중간 관계가 완전히 파탄난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미중관계를 분석할 때 겉으로 드러난 현실보다 내면에 흐르는 기류를 더 중시해야 할 때가 많다. 지금이 바로 그러할 때이다.


사실 지금 중국은 갈수록 위기 상황으로 몰려가는 경제의 회복을 위해 전력투구를 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이 미국까지 가서 미중정상회담을 한 것도 결국 미국의 대중국 압박을 일부분이라도 완화해 숨통을 열고자 한 것이었지만, 중국은 미국이 요구하는 대만을 향한 압박 등 사항에 대해 전혀 양보하지 않으면서 시진핑은 결국 빈 손으로 미국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중국의 미국을 향한 설득작전은 미국을 향해 온갖 악담을 퍼붓는 지금 이 시간에도 지속되고 있다. 중국의 경제 실세인 허리펑 부주석은 4일 베이징에서 리처드 하스 전 미국 외교협회 회장을 만나 미중 협력관계에 대한 깊은 대화를 나눴다.


신화사통신에 의하면, 허리펑 부주석은 이날 하스에게 중국은 시 주석과 바이든이 도달한 합의를 이행하고 경제 및 무역 협력을 촉진하기 위해 미국과 협력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는 중국이 미국의 대중국 압박을 완화하기 위해 아직도 설득작전을 지속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이번에는 미국 행정부에 상당한 영향력이 있는 하스 회장을 만나 중국측 입장을 설명했다는 것은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던져준다.


그럼에도 미국의 입장은 완강하다. 지나 러몬도 장관은 미국이 중국의 첨단 반도체 확보를 막는데 있어 물러설 의사가 전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사실 이 사항은 시진핑을 만난 바이든도 디리스킹 정책은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못박은 바 있다. 당연히 미국 입장에서는 레드라인이나 다름없다는 의미다.


이를 중국은 냉전적 사고라고 공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세계 패권 장악 야욕을 드러낸바 있고, 지금도 호시탐탐 대만을 비롯한 미국의 동맹국들을 향해 무력으로 위협하는 중국을 보면서, 중국이 패권 장악 욕심을 버렸다고 결코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중국을 향한 압박도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다.


[결코 거래가 불가능한 존재인 중국]


바이든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을 만난 자리에서 대만을 향한 압박을 하지 말 것과 내년 1월의 대만 총통선거에 개입하지 말 것을 강력하게 촉구했다. 그러나 중국은 말로는 대만을 공격할 의사가 없다고 하면서도, 지금도 대만해협에서 무력시위를 벌이고, 대만 대선에 직간접적으로 깊이 개입하고 있다.


영국의 텔레그래프는 지난 1일(현지시간) “시진핑 주석은 바이든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매우 겸손한 척하면서 자세를 낮췄지만, 실제 중국 내에서 행동하는 것을 보면 겉과 속이 완전히 다른 듯 보인다”면서 “시진핑은 미국과 대화를 원하고 또 제재 완화를 추구하는 이 시각에도 대만에 대한 위협의 끈을 놓지 않고 있으며, 군사적 위협, 회색 지대 캠페인, 사이버 공격, 정보 조작 등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텔레그래프는 이어 “내년 1월 13일의 총통선거에서 친중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갈수록 희미해지자 이를 뒤집기 위해 다양한 공작을 하고 있다”면서 “심지어 반중을 표방한 대만 민진당의 승리는 전쟁을 불러올 것이라는 협박까지 공공연하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내년 대만선거에서 반중적 태도를 보이는 민진당의 라이칭더 후보가 총통에 당선된다면, 이는 시진핑 주석에게는 심각한 타격을 주는 계기가 될 것이고, 이로인해 중국의 도발도 더욱 강력해 질 수 있다고 텔레그래프는 예측했다.


중요한 것은, 미국이 이러한 상황을 예견하면서 중국에 대한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시진핑 주석에게 대만을 향한 압박, 그리고 일본 및 필리핀 등의 동맹국들을 향한 전투적 영토 야욕을 버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중국은 결코 그럴 생각이 없는 듯 보인다.


그렇다면 미국 역시 중국을 향한 경제적 압박을 완화할 여지도 완전히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 미국과 중국간의 말싸움도 이런 배경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고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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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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