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정세분석] '끝까지 추적한다!' 이스라엘, 전 세계 하마스 지도자 응징 예고 - 이스라엘, 전쟁후 전 세계 하마스 지도자 살해 예고 - 이미 시작된 하마스 지도자 제거 계획, 가자지구 북부사령관 제거 - “이스라엘 명예를 걸고 끝까지 간다!”
  • 기사등록 2023-12-02 05:33:13
기사수정



[이스라엘, 전쟁후 전 세계 하마스 지도자 살해 예고]


이스라엘이 지난 10월 7일의 하마스 공격과 관련된 전 세계 하마스 지도자들에 대해 끝까지 찾아내 응징할 계획이라고 공식으로 선언했다. 특히 이스라엘의 스파이 기관들은 카타르를 비롯해 레바논, 튀르키예 등에서 암약하고 있는 하마스 지도자들을 추적할 것이라고 경고해 귀추가 주목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일(현지시간) 이같이 보도하면서 “이스라엘의 이번 암살작전은 이미 할리우드 영화에서 많이 봐 왔던 것같이 비밀작전으로 진행될 것”이라며 “이스라엘 공작요원들은 그동안 베이루트에서 여장을 하고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을 사냥한 바 있고, 두바이에서는 관광객으로 변장해 하마스 지도자를 사살한 바 있다”고 소개했다.


또한 전직 이스라엘 관리들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시리아의 헤즈볼라 지도자를 암살하기 위해 자동차 폭탄을 사용했고, 이란의 핵 과학자를 암살하기 위해 원격 조종 소총을 사용하기도 했다.


사실 카타르, 레바논, 이란, 러시아, 튀르키예 같은 국가들은 수년 동안 미국이 지정한 테러 단체인 하마스에게 어느 정도 보호처를 제공해 왔었다. 그리고 이스라엘은 외교적 위기를 피하기 위해 팔레스타인 무장 세력을 표적으로 암살작전을 펼치는 것을 자제해 왔다.


이스라엘의 하마스 지도자 암살작전은 이미 정보기관들에 하달된 것으로 보인다.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 11월 22일 대국민연설에서 이스라엘의 해외 정보기관을 언급하며 “모사드에 하마스의 수뇌부가 어디에 있든 그들을 상대로 행동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요아브 갈란트 국방부 장관도 같은 연설에서 “하마스 지도자들은 이미 죽음의 표식을 받았다”며 “그들은 인생의 마지막 시간을 살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러한 이스라엘의 경고는 허투루 넘길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이스라엘은 지난 1972년 뮌헨 올림픽에서 11명의 이스라엘 선수와 코치를 살해한 팔레스타인 테러 공격의 책임자들을 끝까지 추적해 처단했던 것처럼, 10월 7일 공격의 모든 책임자를 추적하겠다는 의도를 거침없이 수행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시작된 하마스 지도자 제거 계획]


사실 이스라엘의 하마스 지도자 제거 계획은 이미 시작되었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11월 26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군사조직인 알 카삼 여단의 가자지구 북부 사령관이 죽었다”고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알카삼 여단은 이스라엘과 합의한 나흘간의 일시 휴전 3일차인 이날 짤막한 성명을 통해 “가자지구 북부에서 알 카삼 여단을 이끌던 아부 아나스 알간두르가 사망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스라엘군은 또 다른 알카삼 여단 지휘관인 아이만 시암, 와엘라 제브, 라펫 살만도 제거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지난 11월 초 알간두르를 목표로 하마스의 지하 시설을 공격했다고 공개했으나, 당시에는 그의 생사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었다.


알간두르는 2006년 이스라엘 군인 길라드 샬리트 납치사건을 주도하는 등 다수의 테러에 관여했다는 이유로, 2017년부터 미국 국무부의 제재명단에 포함된 인물인데, 지난 10월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사망한 아이만 노팔 알카삼 여단 중부 사령관 이후 이스라엘군에 의해 사망한 최고위급 인사에 해당한다.


[최우선 암살 목표로 떠오른 야히야 신와르]


현재 이스라엘이 집중적으로 추적하고 있는 제거 대상 제1호는 바로 10월 7일의 작전을 총기획한 가자 지구의 하마스 최고 실권자인 야히아 신와르(61)다.


이스라엘에게 신와르는 미국에서 9ㆍ11테러를 일으킨 오사마 빈라덴과 같은 존재로 여겨진다. 동시에, 가자의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겐 ‘칸 유니스(가자 남부 도시)의 도살자’라고 불리는 공포의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이스라엘과 협력하는 가자의 팔레스타인 내부 ‘공모자’들을 색출해서 잔인하게 처형한 바 있다.


이스라엘이 특히 신와르의 제거에 집중하는 이유는 그동안 이스라엘이 철저하게 신와르에 농락당했기 때문이다. 신와르는 지난 2006년 하마스가 이스라엘 병사 길라드 샬리트를 납치해 5년간 억류했을 때, 이스라엘은 수감 중이던 팔레스타인인 1027명과 샬리트 한 명을 맞교환하는 협상을 벌였다. 이때 이스라엘과 하마스 지도부와의 대화 창구가 신와르였고, 이 포로 교환에서 그도 풀려났다.


그런데 이스라엘 정보당국은 신와르가 ‘말이 통하는’ 인물이라고 판단했다. 신와르가 진짜 원하는 것은 유대인 국가의 파괴가 아니라, 가자에서 하마스의 지배를 강화하고 이스라엘로부터 더 많은 경제적 원조나 이익을 얻어내는 것이라고 착각했던 것이다.


신와르는 2018년 이탈리아 언론과의 매우 드문 인터뷰에서도 “전쟁은 특히 하마스에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누가 핵무장 국가를 새총으로 맞서고 싶겠느냐”고 주장할 정도로 철저하게 본심을 위장했지만, 결국 지난 10월 7일과 같은 도발을 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스라엘군의 팔레스타인국(局) 정보장교였던 미카엘 밀스타인은 파이낸셜타임스(FT)에 “우리는 멍청할 정도로 그에 대해 아는 것이 제로(0)였다”고 한탄한 바 있다.


[“이스라엘 명예를 걸고 끝까지 간다!”]


“한다면 한다!” 이스라엘 당국이 국민들에게 약속한 말이다. 이스라엘 지도자들은 “세계 여러 곳에 퍼져 있는 하마스 지도자들을 죽일 것인지 말 것인지의 여부가 아니라 어디에서 어떻게 죽일 것인가가 관건”이라고 WSJ에 말했다.


물론 이스라엘 스파이요원들이 다른 나라에서 암살 작전을 수행한다는 것은 국제법 위반 사항이며, 당사국들로부터도 강력한 외교적 반발에 직면할 수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그동안 숱한 작전들을 통해 흔적없이 처리함으로써 외교적 갈등을 극복해 왔었다.


이스라엘이 지난 10월 7일의 하마스 공격 과정을 거치면서 특히 분노한 것은, 메살과 하마스 최고 정치 책임자인 이스마일 하니예를 비롯한 여러 하마스 지도자들이 10월 7일 공격에 대한 뉴스 보도를 생중계로 보면서 자신들의 사무실에서 축하하고 기도하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이스라엘은 카타르에 있는 하마스 지도자들에 대해 즉각적인 작전을 시도하지 않았다. 인질 석방 노력에 방해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그렇다고 그들에 대한 제거를 포기한 것은 아니다. WSJ은 그들에 대한 추적은 지금도 진행중이라고 전했다.


물론 이스라엘 당국의 하마스 지도자 제거계획을 모두가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전 모사드 국장 에프라임 할레비는 “하마스 지도자를 죽인다고 해서 위협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하마스 지도자 제거계획은 잘못된 결정”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하마스의 추종자들을 선동하고 더 심각한 위협을 가속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그의 견해다.


그러나 한때 군 정보기관을 이끌었던 퇴역 이스라엘 장군 아모스 야들린은 “모든 하마스 지도자, 공격에 가담한 모든 사람, 공격을 계획한 사람, 공격을 명령한 사람은 모두 법의 심판을 받거나 제거되어야 한다”면서 “이번 작전은 정의가 요구하는 것”이라고 했다.


사실 이스라엘같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암살 작전을 수행한 경험이 많은 나라는 아마 없을 것이다. 이스라엘 저널리스트 로넨 버그만의 저서 '일어나서 먼저 죽여라'에 따르면, 2차 세계대전 이후 이스라엘은 2,700건 이상의 암살 작전을 수행했다.


이러한 제거작전의 역사는 매우 길다. 실제로 1948년 이스라엘이 건국되기 전부터 유대인 무장 세력은 영국의 팔레스타인 강제 통치에 관여한 유럽 외교관들을 살해했다. 1960년대에 이스라엘 스파이들은 이집트의 로켓 개발을 돕던 전직 나치 독일 과학자들을 표적으로 삼아 편지 폭탄을 사용하기도 했다.


물론 실패한 사례도 있다. 1997년, 당시 첫 총리 임기를 시작한 네타냐후는 이스라엘 스파이들에게 당시 요르단에 거주하고 있던 하마스 창시자 메살을 암살하라고 명령했다. 이스라엘 팀은 캐나다 관광객으로 위장해 요르단에 입국한 후 암만의 하마스 정치 사무소 밖에서 메샬을 공격했다. 이스라엘 암살자 한 명이 메샬의 귀에 독극물을 뿌렸지만 다른 팀원들과 함께 미처 탈출하지 못한 채 체포되었다.


메샬은 혼수상태에 빠졌고, 요르단은 이스라엘과의 평화 조약을 파기하겠다고 위협했다. 당시 빌 클린턴 대통령은 메샬의 목숨을 구할 해독제를 가지고 모사드 국장을 암만으로 보내 위기를 끝내도록 네타냐후를 압박했다. 이후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정신적 지도자 야신과 70명의 다른 팔레스타인 수감자들을 석방하는 데 동의함으로써 요르단 내 요원들의 자유를 보장했다. 메샬은 나중에 실패한 암살 시도가 하마스에 힘을 실어준 '전환점'이 되었다고 묘사했다.


이후에도 하마스에 대한 암살 작전은 계속됐다. 2010년에는 위조된 유럽 여권을 사용한 이스라엘 요원들이 두바이로 날아가 관광객으로 가장한 채, 하마스 군사조직의 창설자이자 하마스의 무기 구입을 주도한 마흐무드 알 마부흐가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이후 감시 카메라에는 테니스 선수 복장을 한 팀원들이 마부흐를 따라 그의 방으로 들어가 이스라엘군이 하마스 지도자를 마비시킨 후 질식시키는 장면이 포착되었다. 처음에는 마부흐가 자연사로 사망한 것으로 보였지만, 두바이 당국은 결국 암살팀의 정체를 밝히고 이스라엘을 암살범으로 지목했다. 이 사건으로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의 손상된 관계를 회복하는 데는 수년이 걸렸다.

그런데 1972년 뮌헨 올림픽에서 이스라엘 선수단에 대한 팔레스타인 무장 세력의 치명적인 공격은 이스라엘이 비밀 암살을 정부 정책의 도구로 받아들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검은 9월'로 알려진 팔레스타인 무장 세력이 올림픽 선수촌에서 이스라엘 선수와 코치진을 인질로 잡고 이틀 동안 대치하다가 서독 경찰의 구출 시도가 실패로 돌아갔다. 그리고 이스라엘 인질 11명은 모두 사망했다.


이에 골다 메이어 당시 총리는 이스라엘 스파이들에게 공격에 가담한 모든 팔레스타인 무장 세력을 추적해 사살하라고 명령했다. 이 비밀 작전은 '신의 분노 작전'으로 불리며 2005년 오스카상 후보에 오른 스티븐 스필버그 영화의 소재가 되었다.


이스라엘 암살자들은 20년 동안 프랑스, 이탈리아, 그리스, 키프로스, 레바논에 흩어져 있던 뮌헨 테러와 관련된 자들을 사냥했다. 프랑스에서는 휴대폰 안에 숨겨둔 원격 조종 폭탄을 사용했고, 로마에서는 소음기가 달린 총을 사용해 목표물을 살해했다.


이러한 ‘신의 분노’ 작전처럼 하마스 지도자들에 대한 이스라엘의 제거 작전은 이제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TAG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hytimes.kr/news/view.php?idx=17013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추부길 편집인 추부길 편집인의 다른 기사 보기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정치더보기
북한더보기
국제/외교더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