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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남미 ‘죽음의 정글’ 넘어 미국으로 밀입국하는 중국인들 - 지난해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건너가 체포된 중국인은 2만 4,000명 - “권위주의적인 시진핑 정부에 좌절감을 느낀 시민들이 탈출하고 있다” - 뉴욕 내 대표적인 중국인 집단 거주 지역인 플러싱이 목적지
  • 기사등록 2023-11-28 12:3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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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 걸고 미국으로 밀입국하는 중국인들]


중국인들이 목숨 걸고 미국으로 밀입국하고 있다. 그것도 남미에서 북미로 가는 사실상 유일한 육상 경로인 죽음의 협곡을 건너 밀입국을 시도한다. 이렇게 밀입국을 시도하는 중국인들이 올해 들어 급증하면서 그 배경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26일(현지시간) “남부 국경을 넘어 미국으로 들어오는 이민자의 급증에는 의외의 곳에서 온 사람들이 점점 더 많이 포함되고 있다”면서 “바로 중국 사람들”이라고 지적했다.


그런데 눈여겨 볼 것은 중국인들이 밀입국을 시도하는 통로가 ‘다리엔 갭(Darien Gap)’이라 불리우는 악명 높은 정글로 중앙아메리카 국가인 파나마와 남미 콜롬비아 사이에 약 60마일(약 100㎞) 길이로 놓여 있다는 점이다.


‘다리엔 갭’은 가파른 산과 빽빽한 숲, 늪지대 등으로 둘러쌓여 있고, 특히 콜롬비아 마약상들이 점령해 치안이 보장되지 않기도 하지만, 더더욱 밤낮으로 야생동물이 들끓기 때문에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오지(奧地)로 불린다. 그래서 미국으로 밀입국하려는 사람은 목숨을 걸고 지나야 하는,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 악명 높은 정글을 수많은 중국인들이 미국으로 밀입국하기 위해 찾고 있다. NYT는 “지난 한 해 동안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건너가 체포된 중국인은 2만 4,000명이 넘는다”면서 “올해 1~9월 사이 국경 지대에서 국경 순찰대에 잡힌 중국인은 2만 2187명으로 지난해 숫자에 육박하고 있고, 지난 9월 체포 건수는 4010건으로 전달보다 70% 가까이 불어났다.


미국의 NBC는, “올해 1~9월 죽음의 루트인 다리엔 갭을 통과한 난민은 약 30만8000명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중국인은 1만5000명에 달한다”면서 “중국인들은 베네수엘라(17만1000명)·에콰도르(4만명)·아이티(3만5000명)에 이어 넷째로 많다”고 지적했다.


반면 NYT는 파나마 당국의 자료를 인용해서 “올해 정글을 통과한 밀입국자는 481,000명으로 작년의 248,000명에 비해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NBC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21년까지 12년간 이곳을 통과한 중국인은 376명에 불과했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중국인들의 ‘다리엔 갭’ 통과 숫자가 놀랄만큼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인들의 미국 밀입국 루트는?]


물론 미국으로 밀입국하는 주된 루트는 미국·멕시코 국경인데 이곳에서도 국경을 넘다 체포되는 중국인들은 상당히 많다. 사실 체포됐다고는 하지만 국경 지대에서 잡힌다는 것은 사실상 망명을 위해 자수하는 행위나 다름없다.


이들은 보통 비자가 필요 없는 에콰도르로 비행기를 타고 들어온다. 그런 다음 중남미 및 더 먼 지역에서 온 수십만 명의 다른 이민자들과 마찬가지로 밀수업자에게 돈을 지불하고 콜롬비아와 파나마 사이의 위험한 정글인 다리엔 갭을 통과하여 미국으로 향한다.


그러나 꿈의 종착지인 미국 국경까지 가더라도 모두가 입국 허가를 받는 것은 아니다. 일단 미국에 도착한 이들은 국경 관리에게 자수하고 많은 이들이 망명을 신청한다. NYT는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의 말을 빌어 “미국에서 최종 추방 명령을 받은 130만명 중 약 10만명이 중국인”이라고 전했다.


[중국인들은 왜 미국으로 밀입국하려 할까?]


그렇다면 수많은 중국인들은 왜 미국으로 밀입국을 시도하는 것일까? 이에 대해 NYT는 “권위주의적인 시진핑 정부에 좌절감을 느낀 시민들이 탈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렇다고 미국 비자를 받는 것이 쉽지가 않기 때문에 일단 무비자 입국이 가능한 나라로 간 다음에 미국 밀입국 루트를 찾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영어 교사 출신 마크 쉬(35)는 NYT에 “중국을 떠나려는 가장 큰 이유는 정치적 환경”이라면서 “중국은 숨 쉬기가 어려울 정도로 너무 숨이 막힌다”고 말했다.


그는 남미에서 미국으로 가는 유일한 육로인 위험한 다리엔 갭을 통과하는 여정을 시작하기 위해 그날 아침 출발한 약 100명의 중국인 이민자 중 한 명이었다. 쉬 씨는 유튜브와 구글 검색을 통해 ‘중국에서 미국으로 가는 길에 필요한 짐’ ‘어디서 가이드를 찾을 수 있는지’ ‘정글에서 살아남는 법’ ‘각국 경찰에 뇌물을 줄 수 있는 금액’ 등을 찾아봤다고 한다. 이를 통해 결국 밀입국 루트를 선택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NYT에 따르면, 과거에는 대부분의 중국 망명 신청자들이 비자를 얻어 일단 미국에 입국한 후 망명 신청을 했다. 또한 1990년대에 불법으로 입국한 중국 이민자들은 해상을 통해 들어왔다.


이와 관련해 외교관계협회 선임연구원 이안 존슨은 NBC에 “정치적 상황이 예전보다 훨씬 위험해졌다고 느끼는 중산층들이 미국으로 오고 있다”면서 “중국에서 빠져나오려고 어떤 방법이라도 동원하는 것”이라고 했다.


[중국인들이 대탈출의 종착지로 미국을 찾는 이유?]


눈여겨볼 것은 미국으로 밀입국하는 이들은 대부분 중국내에서 중산층에 해당하는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이들은 난민 신청 이후 생활 여건 면에서도 미국이 다른 국가들보다 낫다고 판단해 미국 밀입국을 신청하고 있다.


망명을 신청하는 이민자는 신청서를 제출한 후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는 허가를 받기까지 약 6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최근에 도착한 사람들은 신청 서류가 최종 통과될 때까지 몇 년을 기다리기도 한다.


NYT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중국 출신 망명 신청자들은 이민 법원에서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 더 높은 성공률을 보인다. 시러큐스 대학의 거래 기록 액세스 클리어링 하우스에서 분석한 데이터에 따르면, 2001년부터 2021년까지 중국 출신 신청자의 약 67%가 망명 허가를 받았다고 한다.


이들은 미국에 일단 난민 신청을 한 후, 구금에서 풀려나게 되면 대부분 중국인들이 많아 사는 뉴욕 퀸즈의 플러싱으로 향한다.


맨해튼 차이나타운과 함께 뉴욕 내 대표적인 중국인 집단 거주 지역인 플러싱에는 중국어와 광둥어를 쓰는 이민자가 많아 영어를 할 필요도 없고, 일자리 구하기도 상대적으로 쉬운 편이다.


외교관계협회 선임 연구원인 칼 민즈너는 NYT에 “중국은 사망자보다 출생자가 적어 60년 만에 처음으로 인구가 감소하고 있다”면서 “미국 등 외국으로의 탈출 현상은 장기적으로 중국에 도전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렇게 중국인들의 해외 탈주는 이러한 미국 밀입국자 뿐만 아니라 전문직을 가진 중국인들도 상당수에 이른다. NYT는 지난 10월 4일, “중국 최대 기술 기업인 바이두와 알리바바에서 인공지능 프로젝트에 종사했던 이가 사회적, 정치적 환경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에 중국을 떠났다”면서 “그는 중국이 민주화되고 국민들이 두려움 없이 살 수 있을 때까지 중국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현재 런던의 Meta에서 일하고 있다.


NYT는 이어 “2016년에는 해외 유학생들의 80% 이상이 중국으로 돌아갔으나 2022년들어 추세가 반전되었다”면서 “지난해의 경우 310,000명 이상의 중국인이 고국을 떠나 사실상 망명을 선택했으며, 올해는 지난 10월 이미 지난해 망명자 숫자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그들은 말한다. “자유를 누리기 위해 고국을 떠나는 것 자체가 전혀 후회스럽지 않다”고 말이다. 시진핑의 중국이 이렇게 살고 싶지 않은 나라를 만들어 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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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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