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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필리핀-중국 정면충돌, “1인치도 물러서지 않을 것” - 필리핀 마르코스의 강경 경고, “중국에 굴복하지 않겠다!” - 정면 충돌 조짐 보이는 남중국해, “언제든지 충돌 일어날 수 있다!” - 시진핑-마르코스 대화 아무런 성과도 없었다
  • 기사등록 2023-11-27 05:4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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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마르코스의 강경 경고, “중국에 굴복하지 않겠다!”]


필리핀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정면충돌 조짐을 보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필리핀의 마르코스 대통령은 “중국이 필리핀 영유권 지역에 대해 강압적이고 공격적 행동을 보이고 있다”면서 “필리핀은 중국에게 자국의 영해를 1인치도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력하게 경고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3일, 이같이 보도하면서 “중국이 고압적 태도를 고수할 경우 필리핀은 미국, 일본 등 동맹국과 연대해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은 “규칙에 기반한 국제 질서와 오랜 기간 이어온 국제적 동맹들의 지원을 받아 긴밀히 협력하면서 국가의 주권과 무결성 보존을 끝까지 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이와 같은 발언을 하기 전 미국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회담을 가진 바 있는데, 당시 백악관은 미국-필리핀 동맹을 재확인하면서 안보 관계를 심화하기 위한 노력을 논의했으며, 국제 규칙과 규범을 지키겠다는 약속을 재천명한 바 있다.


[정면 충돌 조짐 보이는 남중국해]


이렇게 필리핀과 중국 사이에 정면충돌 조짐이 일고 있는 가운데, 필리핀이 중국과의 영유권 분쟁 지역인 남중국해에서 미국과 합동 순찰에 나서자, 중국이 미사일 호위함을 보내 맞대응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필리핀은 지난 21일부터 3일간 미국과 함께 남중국해에서 해상·공중 순찰을 시작했다. 필리핀과 미국은 지난 2월 중국의 위협에 공동 대응하겠다며 올해 안에 합동 해상 순찰을 재개하기로 합의한 바 있는데, 이 약속을 현실화한 것이다.


필리핀은 이번 순찰에 해군 함정 3척, FA-50 전투기 2대, A-29B 슈퍼 투카노 경공격기 등을 투입했으며, 미국은 연안전투함(LCS)과 해상초계기 P-8A 등을 파견했다. 필리핀군은 양국의 합동 순찰이 대만과 약 100㎞ 거리인 필리핀 최북단 바타네스주 마부리스섬에서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번 훈련 지역이 중국과의 영유권 분쟁을 일으키고 있는 지역이라는 점이다. 필리핀과 중국은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군도 세컨드 토머스 암초를 둘러싸고 영유권 분쟁을 벌여왔다.


사실 이곳은 유엔해양법협약에 따라 필리핀의 배타적경제수역(EEZ)에 속한다. 그러나 중국은 이를 반박하며 스프래틀리 군도를 포함해 남중국해 90%에서 영유권을 막무가내로 주장하면서 필리핀 뿐만 아니라 인접국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특히 2016년 국제상설재판소(PCA) 판결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계속 영유권을 고집하고 있어 갈등은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중국은 이번 미국-필리핀 합동순찰에 대해, 톈쥔리 중국 인민해방군 남부전구 대변인이 23일 담화를 내고 “해군 윈청함이 지난 21일부터 남중국해에서 규정에 따라 순찰하고 있다”고 밝혔다. 2009년 취역한 윈청함은 중국 해군의 주력 호위함인 054A형으로 대공·대잠·대함 등 여러 분야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


톈 대변인은 이어 “이 기간 필리핀은 역외 세력을 끌어들여 남중국해를 순찰하며 소란을 피우고 있다”며 “이것은 지역 평화와 안정을 파괴하는 것이고 '남중국해 분쟁 당사국 행동선언'(DOC) 정신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남부전구 각 부대는 고도의 경계를 유지하며 국가 주권 안보와 해양 권익을 수호하고 남중국해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측의 이러한 대응에 대해 마르코스 대통령은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필리핀과 가까운 암초에 점점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불법적인 도발 행위를 지속하면서 긴장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고 강력하게 비난했다.


또한 그는 1951년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한 동맹국 미국 외에도 이상과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 관계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며 한국, 일본, 호주 등을 언급했다.


실제로 미국과의 해상 순찰 직전인 지난 11월 20일까지 필리핀은 미국, 일본, 한국, 영국과 11일간 합동 군사 훈련을 실시한 바 있다.


[시진핑-마르코스 대화 아무런 성과도 없었다]


주목할 것은 필리핀의 이러한 군사적 행동이 마르코스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간의 회담 직후 벌어졌다는 점이다. 양국 정상은 지난 18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만나 마찰을 빚고 있는 남중국해 영유권을 놓고 긴장 완화 방안을 논의했다.


이후 회담 결과에 대해 양측 모두 함구하고 있으나 아무런 합의를 이루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마르코스는 양국 선박의 충돌을 비롯해 최근 남중국해에서 발생한 갈등 사례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 한편 자국 어부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양국 정상이 만나기 전, 중국이 필리핀이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지역인 남중국해 지역 물자 보급 시 사전 통보해달라고 요구했지만, 필리핀 외교부는 남중국해의 자국 영해 내의 합법적인 물자 보급 활동이라며 이를 전면 거부했다.


외교부는 또한 필리핀 배타적경제수역(EEZ) 내의 모든 불법 구조물을 제거하고 매립을 중단하라고 중국에 촉구했다.


[민감한 중국, 일본에도 시비 걸어]


이와 함께 중국은 최근 자국을 겨냥해 속도를 내고 있는 일본과 필리핀의 안보 협력이 일본의 평화헌법을 위반한 군사적 확장이라고 비판하면서 신경질적 반응을 보였다.


중국의 이런 반응은 지난 2일, 일본 방위성이 필리핀과 공급 계약을 체결한 방공 레이더 4기 중 1기를 납품한 것에 대해 나온 것이다. 이번 납품은 일본이 2014년 방위 장비 이전 3원칙을 마련한 뒤 처음 이뤄진 완제품 방위장비 수출 사례다.


이에 대해 중국 국방부의 장샤오강 대변인은 지난 16일 브리핑에서 “일본이 대(對)중국 억지력 강화를 위해 필리핀군에 해안 감시 레이더 등 '해역 태세 감지' 능력 향상을 위한 기자재를 제공하려 한다는 보도가 있는데 어떻게 보는가”라는 질문에 “관련 국가(일본·필리핀) 간의 국방 실무 협력은 제3자의 이익을 훼손하는 것이 아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며 일본을 강력 비판한 것이다.


사실 일본은 원래 헌법 9조의 '평화주의'에 근거해 무기 수출을 사실상 금지하다가, 제2차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 때인 2014년 방위 장비 이전 3원칙을 마련해 일정 조건에서 무기를 수출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의 일본에 대한 비난은 전혀 사실에 부합하지도 않는 억지 주장인 것이다.


이런 일본이 특히 필리핀과의 방위 협력에 힘을 기울이는 것은 남중국해의 실효적 지배를 진행하는 중국을 견제하려는 포석이라는 관측이 많다.


[“언제든지 충돌 일어날 수 있다!”]


사실 필리핀의 대중국 강경방침은 언제든지 양국간 충돌을 불러올 수도 있다는 점에서 마주 달려오는 열차를 보는 형국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해 호주 뉴사우스웨일스 대학교의 정치학 명예 교수인 칼 타이어(Carl Thayer)는 SCMP에 “중국과 필리핀의 관계에서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다”며 “중국이 미국과 마닐라에 책임을 돌리면서 물러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한 마닐라에 있는 드 라 살레 대학의 돈 맥레인 길(Don McLain Gill)은 “주권을 지키려는 필리핀의 열망이 중국의 편협한 지역적 야망에 잘 맞지 않는다”면서 “중국과 필리핀이 전면전으로 갈 가능성은 낮지만 중국이 지속적으로 필리핀을 압박하면서 필리핀 내에서 마르코스의 정치적 입지를 약화시키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윌슨 센터의 아시아 프로그램 연구원인 프라샨트 파라메스와란(Prashanth Parameswaran)은 “중국이 계속 자기 발에 총을 쏘고 나서, 마닐라나 워싱턴이 방아쇠를 당겼다고 비난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면서 “중국이 자신의 행동으로 말미암아 필리핀 정부를 다시 한 번 미국과 가까워지게 하고, 남중국해에서 분쟁이 발생할 위험을 심화시킨 것에 대해 반성하기를 바란다”고 질타했다.


그는 이어 “중국이 조심하지 않으면 필리핀과 같은 더 많은 국가를 베이징에서 워싱턴으로 몰아넣어, 미중 경쟁을 악화시키고 잠재적 분쟁의 위험을 증가시킴으로써 자국의 함정에 빠질 것”이라 강조했다.


그의 말대로 대부분의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중국을 주요 무역 파트너로 간주하며 미중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어느 한 편을 들지 않겠다고 말했지만, 최근 들어 일부 정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지난 8월 중국이 남중국해 대부분에 대한 영유권을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새로운 '표준 지도'를 발표하자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베트남, 필리핀, 브루나이 등 이 지역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이에 대해 칼 타이어 교수는 “베트남이 올해 초 미국과의 관계를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면서, 중국의 배타적 경제수역 내 해양 존재에 대해 불만을 표명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남중국해 인근 나투나 군도 배타적 경제수역을 둘러싸고 중국과 갈등을 빚어온 인도네시아는 미국과 군사 협력을 강화했다.


윌슨 센터의 파라메스와란도 “중국이 동남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강압적 행동'을 중단하고 남중국해에서 그들의 이익을 존중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경제 영역을 포함한 다른 영역에서 분쟁의 위험을 심화시키고 중국의 체면도 손상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결국 중국이 남중국해의 90%에 대해 영유권을 주장하면서 강압적 정책을 쓰는 것은, 중국이 이 지역에서 어떠한 힘을 갖고 있는지 시험하는 것으로, 이를 계속 추구하다간 큰 코 다칠 수도 있을 것이지만, 중국이 상대국의 이익을 존중하면서 공존하는 길을 간다면 윈-윈하는 단계로 접어들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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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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