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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긴박했던 인질석방 막전막후 - 46일만에 인질 50명·수감자 150명 맞교환 성사 - 물밑 외교 돋보인 인질석방 협상 - 현지시간 23일경부터 인질석방 및 일시적 휴전 시작될 듯
  • 기사등록 2023-11-23 05:17:17
  • 수정 2023-11-23 08: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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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일만에 인질 50명·수감자 150명 맞교환 성사]


이스라엘과 하마스간의 전쟁 발발 46일만에 이스라엘이 22일(현지시간) 하마스에 붙잡힌 인질 약 50명을 돌려받는 것을 조건으로 하마스와 4일간의 휴전에 합의했다. 이스라엘은 교전 중지 기간이 끝나면 전쟁을 이어간다는 방침이지만,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이번 협상 타결로 전쟁이 중대 분수령을 맞게 됐다. 중요한 것은 이번 인질 석방과 휴전이 합의되기까지 이스라엘과 하마스 사이를 중재한 미국과 카타르의 긴박한 물밑 외교적 노력이 있었다는 점이다.



로이터통신은 22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정부는 하마스가 약 50명의 어린이와 여성 등을 휴전 4일간 하루에 10여명씩 단계적으로 풀어주기로 했으며, 추가로 인질 10명을 석방할 때마다 휴전 기간을 1일씩 연장하기로 했다”면서 “전격적으로 일시 휴전과 인질 석방에 합의하게 된 데에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사이를 중재한 미국과 카타르의 긴박한 물밑 외교적 노력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물밑 외교 돋보인 인질석방 협상]


실제로 하마스가 억류한 인질 50명을 1차로 석방하게 되는 과정을 보면 긴박하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21일(현지시간) “지난달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공격해 약 1천200명을 살해하고 수백명을 납치해간 후, 카타르가 인질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미국과 이스라엘에 소규모 조직을 구성할 것을 제안했고, 이 조직이 이번 인질 석방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보도했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카타르는 백악관에 하마스가 납치한 인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면서 이 조직 구성을 제안했다. 그러자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브렛 맥거크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중동·북아프리카 조정관과 조시 겔처 백악관 부보좌관에게 이 조직을 만들라고 지시했다.


비밀리에 가동된 이 조직은 하마스와 효과적이고 직접적으로 협상하는 과정을 담당했으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이 과정에 직접 참여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의 네타냐후 총리에게 인질들의 일부 석방과 휴전을 강력하게 요구하던 때가 바로 이 시기였다.


이후 지난달 13일 바이든 대통령은 줌(Zoom) 통화를 통해, 이스라엘에서 실종된 미국인들의 가족과 통화를 했고, 그로부터 5일 뒤인 18일에는 이스라엘을 방문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만나 인질 석방 문제를 논의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네타냐후를 만나기 직전인 16일에는 백악관 중동 담당 최고 책임자인 브렛 맥거크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중동·북아프리카 조정관이 네타냐후 총리를 만나 이 문제를 논의했고, 네타냐후도 “이젠 거래가 필요하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그리고 나서 바이든 대통령을 만났던 것이다.


이렇게 바이든-네타냐후 회담으로부터 닷새 뒤인 같은 달 23일에는 하마스에 억류됐던 미국인 인질 두 명이 석방되면서 이 비밀조직이 더 많은 인질의 석방을 끌어낼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

막후에서 복잡한 협상 과정이 이어졌고, 여러 요구와 메시지가 카타르 도하에서 이집트 카이로를 거쳐 가자지구로 들어갔다가 나오는 일이 반복됐다.


이런 '비공개 외교'의 결과로, 하마스가 결국 인질 50명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면서 바이든 대통령에게 이들을 석방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


사실 네타냐후는 미국이 본격적으로 인질석방과 휴전 제안을 하기까지, 휴전 가능성을 일축하며 가자지구 지상전 규모를 확대했었다. 그러나 사태 초기 이스라엘에 대한 전폭적 지지 방침을 밝혔던 미국은 가자지구 민간인 인명피해 급증으로 국제사회의 비판이 커지자, 이스라엘에 군사행동을 자제하라는 압박의 강도를 높였다.


실제로 미국은 지난 3일 이스라엘을 찾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을 통해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인도적 차원의 일시적 교전 중단'을 공식 제안했다. 그러나 당시 네타냐후 총리는 블링컨 장관을 만난 직후 “우리 인질들의 귀환을 포함하지 않는 '일시적인 휴전'(temporary ceasefire)을 거부한다”고 선을 그으며 미국을 머쓱하게 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후에도 휴전이라는 단어에 대해 "사전에서 완전히 삭제돼야 한다"며 강경일변도였다. 그럴수록 카타르와 인질 석방을 진행중이던 미국의 압박은 거셌다.


결국 네타냐후 총리도 21일 협상과 관련해 “조만간 좋은 소식이 있기를 바란다”고 언급하며 사정 변경을 예고했고, 곧이어 각료회의를 소집했다.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21일 “이번 무력 충돌로 너무나 많은 팔레스타인인이 희생됐다”면서 “우리는 더 장기간의 교전 중지를 원한다. 우리는 더 많은 인도주의적 지원이 (가자지구에) 들어가기를 바란다”고 거듭 촉구했다.


협상 막바지 단계에서 미국은 인질 석방 규모를 늘리는 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을 '채찍과 당근'으로 설득한 셈이다.


그러나 인질 석방과 관련한 협상이 막바지에 이르면서 여전히 난관은 남아있었다.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내 통신선을 전부 끊어버리는 바람에 하마스에 정보를 전달하고 받을 수가 없었다. 더욱이 하마스는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의 알시파 병원를 급습하자 협상을 중단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그러나 비밀조직을 통해 이스라엘군이 병원 운영을 유지토록 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하마스로 전해지자 다시 협상이 재개될 수 있었다.


그리고 지난 18일 맥거크 조정관이 협상안의 내용을 검토하기 위해 셰이크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카타르 총리를 도하에서 만났다. 당시 카타르 측은 하마스로부터 의견을 전달받은 상태였다.


이튿날 맥거크 조정관은 카이로에서 이집트 정보기관 수장인 압바스 카멜 국가정보국(GNI) 국장을 만났고, 이 자리에서 하마스로부터 협상안을 받아들이겠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이후 48시간 동안 미세한 조정이 있었지만, 결국 21일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인질 석방과 휴전 합의에 이르렀다. 미국 행정부의 한 관계자는 이번 협상 과정을 두고 “정말 고통스러웠다”고 표현했다.


이스라엘이 일차적 휴전 협상안을 받아들인 것과 관련해 폴리티코는 “하마스로부터 국민을 보호하지 못하고 인질을 집으로 데려오지 못하는 것에 대해 국내 여론의 비난을 받고 있던 네타냐후 총리에게 이 협상이 정치적으로 필요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으로 어떻게 되나?]


이번에 합의된 조건에 따라 여성과 어린이 등 50명의 인질 석방은 나흘의 일시 휴전 기간 단계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해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에 따르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실은 하마스가 인질을 석방하면, 이스라엘로 안전히 옮겨오기까지 5단계를 거치는 절차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첫 단계로 하마스가 국제적십자사에 인질들을 넘겨주면, 두번째 단계로 적십자사가 이스라엘군(IDF)에 이들을 인계한다. 이 과정에서 인질 협상을 담당하는 무함마드 알 쿨라이피 카타르 외무담당 정무장관도 적십자사가 가자지구 내에서 인질 석방을 위한 작업을 직접 개입할 것으로 보인다.


다음 세번째 단계로, 인질들은 1차 건강진단을 거쳐 가족과 만나기 위해 이스라엘 전역의 5개 의료시설로 옮겨진다. 그리고 나서 인질 가운데 일부가 억류와 관련해 당국에 정보 제공 등의 보고가 가능한지에 대해 보건당국과 국방당국이 함께 판단한다. 그리고 마지막 다섯번째 단계로, 인질들은 안보 당국과 면담·보고 자리를 갖고 나서 집으로 돌아가게 된다. 이같은 인질 석방 등 휴전 합의 이행은 조만간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인질 석방 개시 시점과 관련해 AP 통신은 미국 백악관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인질 석방이 모든 협상 당사자가 승인한지 약 24시간이 지나 시작될 것”이라고 전했다. 일단 이스라엘이 각료회의에서 인질석방과 관련된 협상안을 이날 승인했고, 몇 시간뒤 중재국인 카타르 정부도 협상 타결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현지시간으로 늦어도 23일이면 순차적으로 인질 석방이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과 국제사회는 이번에 합의된 50명 이외에도 인질이 추가로 풀려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날 이스라엘 정부는 휴전안에 대한 내각 투표 이후 낸 성명에서 “하마스가 추가로 인질 10명을 석방할 때마다 휴전 기간을 하루씩 연장하기로 했다”면서 “인질 전원을 집으로 데려오겠다”고 거듭 확인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승인한 협상안이 이러한 목표 달성의 첫 번째 단계”라고 강조했다.


이스라엘 정부에 따르면, 가자지구에 억류 중인 인질 약 240명 가운데 미성년자는 9개월 아기를 포함해 33명이며, 여성은 최소 62명인 것으로 파악된다.


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스(NYT)는 팔레스타인 수감자 인권 단체 '아다미르'를 인용해 이스라엘에 구금된 팔레스타인 미성년 남자가 약 200명이고, 대부분이 10대 청소년이라고 전했다. 여성은 75명이고, 10대 여자 청소년은 5명이다. 이는 지난달 7일 전쟁 발발 이전에 미성년 남자는 150명, 성인이나 미성년 여자는 30명이었던 것과 비교해 급증한 것인데, 대부분 이스라엘에 대한 항의 시위나 이스라엘 정착민들의 팔레스타인인 공격에 따른 충돌로 체포된 것인데, 대부분 요르단강 서안에서 나왔다.


이번 합의로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연료와 상당량의 인도주의적 지원을 허용하기로 했다. 또한 하마스는 휴전 조건 이행의 하나로 이스라엘이 휴전 기간에 가자지구 남부에 대한 드론 비행을 중단하고, 북부에서는 오전 10시∼오후 4시 하루 6시간 동안만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일시적 휴전과 인질 일부 석방에도 불구하고, 이번 교전중지가 장기간 휴전으로 굳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이스라엘 정권은 하마스 토벌전을 마무리하겠다는 의지를 계속 천명하고 있어서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합의안 승인 여부를 결정할 각료회의에서 “우리는 전쟁 중이고 전쟁을 계속할 것”이라며 “우리가 우리의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전쟁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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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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