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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융단폭격 맞은 ‘시진핑의 순간들’ - SNS에 등장한 ‘시진핑의 순간들’ - 현실과 괴리된 ‘시의 순간들' 내용, 네티즌들에게 질타 받아 - 부정적 댓글 넘쳐나자 댓글창 봉쇄, 자신감 결여 드러
  • 기사등록 2023-09-08 12: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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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에 등장한 ‘시진핑의 순간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소셜미디어 계정이 오픈되자마자 집중포화를 맞으면서 화제가 되고 있다. 이는 사실상 현재의 중국의 위상 뿐만 아니라 시진핑 주석에 대한 반감 등이 그대로 표출되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자유아시아방송(RFA) 중국어판은 6일(현지시간) “시진핑 주석의 개인 계정인 ‘시진핑의 순간들(Xi’s Moments)‘이 X(구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공개되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면서 “이를 중국 정부의 전형적인 대외 홍보 전략으로 간주하고 있지만 일부 관측통들은 이것이 중국 정부의 자신감 부족을 정확히 반영한 것이라고 평가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중국 후베이성 정부는 지난 4일 위챗 공식 계정을 통해 자신들이 만든 홍보 영상에 ‘시의 순간들’ 게시됐다면서 “‘시의 순간들’은 시진핑 총서기의 공식 해외 트위터 계정”이라고 자랑했다. 후베이성의 해당 위챗 게시글은 곧 삭제됐지만, 이 글을 캡처한 화면이 엑스에서 퍼져나갔다.


[‘시의 순간들’, 어떤 내용이 담겨 있나?]


그렇다면 시진핑의 SNS에는 어떠한 내용들이 담겨 있을까? RFA는 이에 대해 “주로 중국 관영 영자신문인 차이나 데일리에서의 시진핑 관련 기사를 포스팅하고 있다”고 전했다. 차이나 데일리는 ‘시의 순간들’ SNS를 운영하는 주체이기도 하다.


사실 차이나데일리의 ‘시의 순간들’은 지난 2017년 3월 시진핑의 새로운 통치 개념과 전략을 해외 네티즌들에게 홍보하고 설명하기 위해 차이나 데일리에 의해 구축된 것이기는 하지만, 그동안 크게 알려지지는 않았다. 그러다가 이번 주에 후베이성 정부가 홍보영상을 통해 대대적으로 선전을 하면서 외부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고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된 것이다.


문제는 ‘시의 순간들’에 올라온 내용들이 현재의 중국 모습을 전혀 반영하고 있지 않으며, 완전히 딴 세상 소리를 하는 듯 이질감이 너무나도 강하다는 데 있다.


RFA는 이 점에 대해 “세계의 언론들은 중국 경제의 위기 등을 심각하게 다루고 있지만 ‘시의 순간들’은 베이징 외곽의 리치 풍작, 장시성 농지의 겨울 멜론 대풍, 중국 경제는 광활한 바다라는 등의 시진핑 주석의 발언 등을 게재하고 있다”면서 “‘시의 순간들’은 완전히 다른 세상을 보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집중 포화 맞은 ‘시의 순간들’]


후베이성 정부가 ‘시의 순간들’ 영상을 통해 시진핑의 SNS가 세상에 알려지면서 많은 네티즌들이 X와 페이스북을 방문해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고, 이내 이들 SNS는 악성댓글들이 넘쳐나기 시작했다.


당장 ‘시진핑은 독재자’라든지 시진핑을 풍자하거나 비하하는 글들이 넘쳐났고, ‘백지혁명’ 상황 등을 전하는 등 ‘리 선생님은 네 선생님이 아니다’라는 활동명을 가진 중국 반체제 엑스 이용자와 전 중국 언론인 안티(安替) 등이 이를 퍼 나르며 ‘시의 순간들’ SNS는 세인들의 주목을 받았다.


해당 소식이 퍼져나가자 엑스 이용자들이 대거 ‘시의 순간들’ 계정에 몰려들어 시 주석에 대한 비판과 공격의 댓글을 남겼고, 이에 ‘시의 순간들’은 댓글 창을 닫아버렸다.


미국의소리(VOA)도 이같은 소식을 전하면서 “엑스 이용자들은 해당 계정을 리트윗하면서 시 주석에 대한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4일, ‘시의 순간들’ SNS의 댓글 창이 닫힌 이후, 그 이전에 작성된 댓글들도 거의 볼 수가 없으며, 특히 페이스북 같은 경우는 부정적 댓글들을 아예 삭제해 버린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시진핑 개인 SNS를 만든 이유?]


그렇다면 중국은 시진핑 주석의 해외 SNS를 왜 만들었을까? 이에 대해 VOA는 “시 주석이 중국 소셜미디어에 어떠한 계정도 갖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해당 엑스 계정은 네티즌들에게 시진핑과 직접 소통할 드문 기회로 여겨졌다”면서 시 주석의 대내외 전략과 중국의 이미지 홍보를 해왔다고 설명했다.


그런 의도였다면 일부 부정적 댓글이 있더라도 이를 무시하면서 운영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부정적 댓글이 있다고 해서 쌍방 소통 자체를 봉쇄해 버린 것은 사실상 중국의 속성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할 것이다.


RFA는 이와 관련해 “‘시의 순간들’ 댓글 창을 막아 버렸다는 것 자체가 중국 당국이 자신감이 없다는 것을 말해 준다”면서 “댓글창을 막아 버렸다는 것은 사람들이 진실을 말하는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댓글 창 봉쇄는 자신들이 진실을 말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말해 주는 것이고, 시진핑 주석에 대한 소문과 그러한 부정적 글들로 인한 소문을 두려워 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팽배한 반중정서의 필연적 결과]


사실 이번 ‘사의 순간들’ 파동은 지금 중국이 갖고 있는 이미지가 어떠한지 그대로 보여준다. 실제로 시진핑의 이미지는 곧 중국의 이미지와 직결된다. 다시말해 시진핑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 않다면 곧바로 중국이라는 국가 이미지에도 그대로 표출된다는 의미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가 지난 7월 27일(현지 시간) 사이트를 통해 발표한 ‘중국의 글로벌 이미지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답변자의 67%가 중국에 대해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반면 긍정적이라는 답변은 28%에 그쳤다.


이번 조사는 지난 2월20일부터 5월22일까지 전 세계 24개국 3만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중국의 전반적인 이미지, 중국 외교 정책에 대한 견해, 시진핑 주석의 평가, 중국 소프트 파워 및 경제력 등에 대해 조사했다.


지난해 19개국 국민을 상대로 한 동일한 조사에서 중국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이라고 답변한 응답자는 68%였고, 긍정적이라는 대답은 27%였다. 중국에 대한 이미지에 지난 1년여 동안 변화가 없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도와 브라질 등 신흥국들의 중국에 대한 호감도가 수년 새 크게 나빠졌다. 인도의 경우 2019년 조사에서 중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46%였으나 올해는 67%로 21%포인트 증가했다. 브라질 역시 2019년 27%에서 48%로 21%P 증가했다.


눈여겨 볼 것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 대한 신뢰도인데 역시 결과는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24개국 중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세계 문제에 대해 올바른 일을 할 것이라고 신뢰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서유럽, 미국, 캐나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 대부분에서 시진핑 주석에 대해 전혀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한 응답자는 각국의 절반 정도였다. 인도네시아, 케냐, 나이지리아, 남아프리카공화국들만 과반수 이상이 시 주석의 리더십을 신뢰한다고 답한 국가로 눈에 띄었다.


시 주석에 대한 신뢰도는 중국에 대한 전반적인 견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조사에 참여한 각 국가에서 중국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가진 사람들은 시진핑 주석에 대한 신뢰도가 낮을 가능성이 높았으며,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또한 중국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많은 국가들이 중국을 자국 경제이익과 글로벌 거버넌스의 위협으로 보고 있고, 시 주석 집권 이후 중국의 인권 상황이 나빠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시진핑 주석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의 확산은 사실 중국이 자초한 측면이 있다. 서구 사회에서의 지도자 이미지는 귄위나 카리스마 등의 강력한 이미지보다는 부드러움, 친근감 등 소프트파워를 더 중시하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중국에서의 시진핑은 사실상 황제의 귄위에 걸맞는 이미지만 추구한다. 근엄하면서 어느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강한 이미지를 형성하는 것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재미있는 일례로 시진핑 주석을 ‘곰돌이 푸’와 연계한 캐릭터들이 나돈 적이 있다. 아마도 서방진영이었더라면 그러한 친근하고도 재미있는 이미지를 통해 시진핑 주석과의 친근감을 제고하는 이미지 전략을 채택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중국은 그렇지 않았다. 중국에서의 곰돌이 푸는 시 주석과 외모가 비슷하다는 이유로 절대적으로 금기되는 캐릭터다. 그러다보니 서방세계에서 시진핑을 조롱할 때 오히려 곰돌이 푸를 사용하는 지경이 됐다.


▲ 중국 공산당을 비판하는 메시지를 담은 바디우카오의 작품


실제로 지난 2021년 11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캐릭터인 ‘곰돌이 푸(Winnie the Pooh)’ 때문에 중국과 이탈리아가 한판 붙었다. 중국의 현대 미술가이며 반체제 예술가인 바디우차오(巴丢草, Badiucao)가 중국 내 인권 문제를 주제로 이탈리아 북부 브레시아에서 ‘중국은 가깝(지않)다―반정부 예술가의 작품들(China is (not) near - works by a dissident artist)’이라는 제목으로 개인전을 열려 했으나, 중국은 이탈리아 당국에 중국과의 우호적인 관계도 위협할 것이며 이탈리아의 대중국 무역에도 불행한 사태가 올 수 있을 것이라고 압박을 가한 적이 있었다. 그럼에도 이탈리아가 예정대로 전시회를 진행했다. 그러한 소동으로 중국의 꼰대같은 이미지만 부각시키는 결과를 낳았었다.


중국은 매사가 이런 식이다. 그러면서 국가 이미지를 깎아 먹고 있는 것이다. 이번 ‘시의 순간들’ SNS 파동도 결국 중국의 부정적 이미지만 키우는 우를 범했다. 이번 일을 통해서도 결국 중국 공산당의 한계가 그대로 드러났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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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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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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