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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뚜렷해진 공급망 경쟁 명암, 아직도 중국에 미련 있는가? - D의 공포에 빠진 중국 경제, 미중간 공급망 경쟁이 원인 - 중국 경제는 암울, 미국 경제는 탄탄한 성장세 - 뚜렷해지는 미중 공급망 경쟁 명암, 포스트 차이나 준비해야
  • 기사등록 2023-08-10 12: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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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의 공포에 빠진 중국 경제]


중국 경제의 몰락이 예상외로 심각한 가운데 이른바 ‘D의 공포’가 결국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대 중국 공급망 압박을 가한 미국의 경제는 탄탄한 성장을 보이고 있다. 공급망 경제의 명암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9일(현지시간) “중국의 소비자 및 생산자 물가지수가 모두 하락하면서 사실상 디플레이션에 빠졌다”면서 “이러한 하락은 2020년 11월 이후 처음”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중국 국가통계국은 7월 자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기 대비 0.3% 하락했다고 이날 밝혔다. 이는 블룸버그가 집계한 시장 전망(-0.4%)보다는 선방한 것이지만, 6월(0%)보다 악화한 것은 물론 2021년 2월 이후 처음으로 디플레이션 국면에 진입한 것이다.


로이터통신도 중국의 7월 CPI에 대해 “2021년 8월 일본이 마이너스 물가를 기록한 이후 주요 20개국(G20) 가운데 소비자물가가 하락한 것은 중국이 처음”이라면서 “중국이 일본 경제가 장기 침체에 빠진 '잃어버린 30년'과 유사한 저성장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7월 생산자물가지수(PPI)도 시장 전망치(-4.0%)보다 큰 4.4% 하락해 지난해 10월부터 10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갔다. 전월인 6월 -5.4%에 비해서는 낙폭을 줄였지만, 시장 전망치인 –4.0%를 밑돌았다. PPI는 지난해 10월 이후 10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이렇게 물가 하락이 이어지면 소비자들은 지출을 삼가하게 되고, 이에 대응해 기업들은 다시 물건 가격을 낮추게 되면서 투자와 일자리가 줄어들게 된다. 그런 만큼 현 상황이 장기간 지속되면 과거 일본이 겪었던 장기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는 “이 같은 소비자 물가와 생산자 물가의 동시 하락은 중국이 사실상 디플레이션에 빠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모건스탠리의 로빈 싱 이코노미스트도 “디플레이션이 얼마나 길어질지는 정책 당국의 대응에 달려있다”고 봤고, 로이터통신은 “전 세계 경제 전망에 우려를 더했다”면서, “중국 당국을 향한 부양책 압력이 커질 것”으로 보기도 했다.


결국 중국이 ‘소비·투자 감소→내수 부진→자산 가격 하락→소비·투자 추가 위축→경기불황’의 악순환에 빠지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경제전문가들의 총평이다.


[탄탄한 성장세 보이는 미국 경제]


경제가 급랭하고 있는 중국과는 대조적으로 미국 경제는 완벽한 소프트랜딩(연착륙)을 하면서 탄탄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사실 미국 경제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공급망이 와해되었고, 또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까지 겹치면서 에너지와 식품 가격까지 급등하는 위기상황을 맞았다. 그러자 미국은 매우 공격적인 금리인상에 나섰다. 월가는 이 때문에 경기침체가 올 것이라 아우성을 쳤고, 경제학자들마저 경기침체는 피하기 어렵다고 봤다.


‘월가의 황제’로 불리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은 지난해 6월, “경제적 허리케인에 대비하는 게 좋겠다”고 선언했고, ‘닥터 둠’(Dr. Doom)으로 불리는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도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가 길고 고통스러운 경기 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예언했다. 그러나 이들의 진단은 다 틀렸다.


지금 미국의 경제는 “물가 3%, 실업률 3.5%, 성장률 2.4%”로 대변될만큼 안정적 성장을 보이고 있다. 소비자 물가는 지난해 6월의 9.1%에 비해 1/3로 떨어졌다.


고용시장도 탄탄하다. 7월 실업률은 3.5%로 사상 최저 수준이다. 고용시장의 주력인 25~54세 경제활동참가율은 83.4%로 코로나 이전 수준을 넘어섰다.


경제성장률 또한 예상을 뛰어 넘는다.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연율 2.4%로 집계됐는데, 이 수치는 1분기 2.0%보다 높다. 이러한 성장률은 G7 국가 중에서 최고다.


그런데 미국의 이러한 경제성장 뒤에는 바이든 행정부의 ‘바이 아메리칸’과 ‘메이드인 아메리카’ 정책이 깔려 있다. 이 두 정책은 미국 내 투자와 노동 수요를 폭발적으로 늘리는 역할을 했다. 그러다보니 TSMC처럼 인력을 구하기 힘들어 공장 완공을 늦추는 기업까지 생길 정도다.


[뚜렷해지는 미중 공급망 경쟁의 명암]


이렇게 미국과 중국간의 경제성장 추세가 극명한 대조를 보이는 것은 결국 미중충돌로 인한 공급망 경쟁으로 인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적인 예가 외국인 직접투자(FDI) 수치이다. 중국의 2분기 FDI는 미국의 대 중국 압박으로 인해 49억 달러(약 6조4000억 원)를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87% 급감한 것으로 25년 만에 최저로 곤두박질했다.


미국만 해도 지난해 대중국 투자는 최근 20년 사이에 최저인 82억 달러(약 10조 8천억 원), 그 중 벤처 캐피털 투자는 10년 사이 최저인 13억 달러(약 1조 7천억 원)를 각각 기록했다고 WSJ은 전했다.


반면, 미국은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와 반도체지원법 등의 영향으로 외국인 직접투자가 2000억 달러 이상 몰리면서 수십만 개 일자리를 창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의하면, 미국은 9일(현지시간)에도 인공지능(AI) 등 일부 첨단 산업 영역의 중국 기업에 대한 미국 자본의 투자를 제한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또 중국에서 사업하는 미국인들은 이들 3개 분야와 관련된 대중국 투자 내용을 미국 당국에 이전보다 더 광범위하게 보고하도록 하는 내용도 행정 명령에 포함됐다


이번 조치는 미중 전략경쟁 심화 속에 군사 부문과 연결될 중국 첨단 산업과 기술의 발전을 미국 민간 자본이 실질적으로 도와주는 상황을 피하기 위함이라고 관측통들은 보고 있다. 이미 감지되고 있는 중국 첨단산업 분야에 대한 미국 투자자들의 직접 투자 감소 추세에 박차를 가하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미국의 대 중국 디리스킹은 더욱 강화되고 있다. 이로인해 그동안 중국이 차지하고 있던 ‘세계의 공장’ 역할은 이미 유효기간이 끝났으며, 그 역할은 인도와 동남아시아 국가들로 옮겨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글로벌 시장에서 갖는 경제적 비중은 더욱 낮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직도 중국에 미련이 남아 있는가?]


사실 중국 시장의 디커플링은 중국이 스스로 시동을 걸었다고 볼 수 있다. 시진핑 주석이 세계패권 장악의 꿈을 노리면서 ‘중국제조 2025’ 전략과 쌍순환 전략 등의 현실화를 통해 중국 스스로 자급자족하는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하는 순간부터 중국은 이미 글로벌 경제와의 디커플링을 시작했던 것이다.


그동안 중국은 세계 제2위의 경제력을 무기로 주변 국가는 물론 유럽국가들까지 장악하려 했다. 중국이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하는 무역보복 조치도 결국 ‘경제력의 무기화’를 노렸던 것이다.

그러나 이젠 판이 달라졌다. 중국이 글로벌 시장에서 갖는 경제력의 비중도 급속하게 낮아지고 있고 그 위력도 이젠 형편없이 소멸되고 있다.


당장 한국만 해도 중국과의 무역거래량이 급속하게 줄어들고 있다. 친중적 정치인들과 학자들은 이러한 한중간 무역 적자가 중국을 화나게 한 탓이라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이는 한마디로 지금 중국 경제의 현실이나 글로벌 경제에 대해 무지해서 그런 것일게다.


분명히 말하지만 안미경중(安美經中)은 이미 퇴조한 단어다. ‘피크 차이나’는 이미 시작되었으며 이젠 ‘포스트 차이나’를 준비해야 할 때다. 그러니 더 이상 중국에 미련 갖지 말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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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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