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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불안한 중국, 키신저까지 붙들고 통사정한 배경 - 키신저 직접 맞아 환대한 시진핑, 신형대국관계 요구 - 미국의 반중적 분위기 완화 위해 키진저 중국 초청 - 바이든 정권의 강력한 대 중국전략 완화 갈망하는 시진핑
  • 기사등록 2023-07-22 05: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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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신저 직접 맞아 환대한 시진핑]


미국의 대 중국 압박 드라이브에 당황한 중국이 바이든 행정부 외부의 손길을 통해 대 중국 정책에 영향을 미치려 하지만 중국의 뜻대로 실행될 지는 미지수다.



뉴욕타임스(NYT)는 20일(현지시간) “100세를 맞은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의 베이징 레드카펫 환영에 시진핑 국가주석까지 직접 나서서 중국 인민은 당신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며 환대했다”며 “중국의 키신저 환대는 중국을 향한 미국의 생각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행정부 밖의 인물들을 동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키신저 전 국무장관은 1970년대 미중 양국 사이에서 '핑퐁외교'를 주도한 대표적인 친중인사다. 키신저 전 장관은 냉전이 한창이던 1970년대 양국 간 교류의 물꼬를 튼 인물로서, 미국 외교가의 최고 원로로 꼽힌다. 키신저 전 장관 주도로 지난 1971년 미국 탁구팀이 중국을 방문하며 양국 간 교류가 시작돼 이를 '핑퐁외교'라고 부른다.


이듬해 리처드 닉슨 당시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해 마오쩌둥 당시 주석과 역사적인 만남을 가졌고, 이때 두 정상은 공동성명인 '상하이 코뮈니케'에 서명했다. 이것은 이후 1979년 양국 공식 수교의 발판이 됐다.


CCTV는 키신저 전 장관이 1971년부터 현재까지 100여차례 중국을 방문했고, 지난 5월 100세 생일을 맞이했다며, 이번 방문은 100세 이후 첫 중국 방문이라고 전했다. 그만큼 큰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키신저는 이번 중국 방문에서 17일에는 중국 외교라인 1인자인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과 회담했고, 18일에는 미국의 제재 대상에 오른 리상푸 국방부장을 만났다.


특이한 것은 리상푸 국방부장의 경우, 바이든 행정부의 공식라인과의 회동을 전면 거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바이든 행정부 인사와는 만남 자체를 거부하면서 미국의 민간 인사와 회동했다는 것은 지금 중국의 생각이 어떠한지 훤히 보여준다.


[키신저는 왜 중국을 갔을까?]


키신저의 중국행에 대한 중국의 의도를 알려면 우선 키신저의 중국행을 누가 요구했는가를 살펴봐야 한다. 그래야만 미국과 중국 언론들에서 다루는 논거를 정확히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0일, “키신저와 시진핑과의 회동은 갑작스런 것이 아니라 이미 두 달여 전부터 예정되어 있었다”면서 “중국은 미국의 원로정치인인 키신저가 중국의 생각을 미국의 워싱턴에 전달해 주기를 원하고 있다”고 독점 보도해 주목을 끌었다.


SCMP는 이어 “시진핑과 키신저와의 만남은 직전의 미 행정부 고위인사들과의 회동과는 극명한 온도 차이를 보인다”면서 “시진핑은 이번 만남에서 미중간의 상호존중, 평화공존, 상생협력의 3원칙을 적극적으로 개진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키신저에게 미국과 중국이 공생하는 관계로 되돌리기 위한 건설적인 역할을 해 주기를 시진핑 주석이 당부했다는 것이 SCMP의 전언이다.


SCMP는 “키신저가 미국의 특사 자격이나 행정부와 미리 상의하고 시진핑을 만난 것은 분명 아니다”라고 말하면서 “중국은 지난 달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베이징을 방문했을 때 키신저의 베이징 방문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키신저의 베이징 방문은, 중국이 적극적으로 요청해 이루어진 것이며, 친중적 성향의 키신저에게 중국의 속뜻을 전하면서 갈등 관계 속에 빠져 있는 미중간 관계를 되돌리려는 시도를 하려 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시진핑과 키신저의 만남에서도 핵심 주제는 미국의 대 중국 압박과 제재를 완화하는 문제였다.


[중국은 왜 키신저와의 만남을 갈망했을까?]


사실 중국이 키신저 전 장관과의 만남을 학수고대 하면서 베이징으로 초청한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바이든 행정부와는 말이 안 통하기 떄문이다. 다시말해 중국이 갖은 방법으로 버티기를 하고 미국을 향해 윽박질러도 바이든 행정부가 아랑곳하지 않고 중국을 향한 압박 정책을 펼치고 있어서다.


블링컨 장관을 포함해 미국 고위급들이 베이징을 방문해도 끝내 만나기를 거부한 리상푸 국방장관의 태도를 보면 중국의 속셈이 보인다. 지금 중국은 대만을 향해 다양한 군사적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자칫 미중간의 군사충돌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까지 나올 정도로 팽팽한 긴장감이 나돈다.


그래서 미국은 중국과의 국방장관 회담을 통해 긴장 완화를 꾀하려 하지만, 중국은 이에 응하지 않고 있다. 대만을 향한 긴장을 해소하려면, 미국의 대 중국 정책을 개선해야만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 입장에서는 대만을 향한 군사적 압박을 한마디로 미국을 향한 협박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면서도 미국은 결코 중국이 대만을 향해 군사적 공격을 가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만약 그러한 행동을 감행하는 즉시 지금의 러시아꼴이 될 수도 있어서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은 대 중국 압박정책에 한 치의 흔들림도 없는 것이고, 오히려 중국의 첨단산업에 대한 압박을 더욱 강화하려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키신저를 찾은 것이다. 친중파이자 평화론자인 키신저를 통해 바이든 행정부를 설득하고자 함이다.


이러한 흐름은, 이번 키신저와 시진핑, 그리고 왕이 위원과의 만남에서 확연하게 드러났다. 키신저에게 '라오 펑유'(老朋友·오랜 친구)라고 부른 시진핑은 “양국 관계는 지금 갈림길에 서 있으며, 두 나라 모두에 안정적 유대와 공동 성공 및 번영을 가져올 '새로운 결정'을 내려야 한다”면서 “미래를 주의깊게 살피면 중국과 미국은 공동의 성공과 번영을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왕이 위원도 키신저에게 “중국을 개조하려는 시도는 불가능하며, 중국을 포위·억제하는 것은 더욱 불가능하다”면서 “미국의 대중국 정책은 키신저와 같은 외교적 지혜와 닉슨과 같은 정치적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지금 중국의 대미전략은 일종의 ‘버티기’다. 그러면서 중국에 호의적인 인사들을 통해 바이든 행정부의 대 중국 전략을 비판하면서 유화적 분위기를 만들려는 시도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전 중앙정보국 중국 분석 책임자였던 데니스 와일더도 “중국이 워싱턴의 여론을 바꾸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인사들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은 의도적 전략인 것으로 보인다”며 “지금 중국이 쓸 수 있는 방법이 그것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난징대학의 국제관계학 교수인 주펑도 NYT에 “중국이 키신저를 초청한 것은 친중적 목소리가 갈수록 잦아드는 시점에 미국의 정책 엘리트들에게 전략적 억압을 줄이기 위한 설득과 영향을 미치려는 것으로 그만큼 지금 중국이 외교적으로 불안하다는 것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어찌보면 중국으로서의 황금기는 키신저가 국무장관으로 있을 때였는데, 키신저가 다시한번 미국의 행정부에 영향을 미쳐서 중국과 공생·공존하는 관계를 만들기를 강력히 희망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그러한 방법이 바로 시진핑이 지속적으로 강조하는 ‘신형대국관계’다. 이를 시진핑은 “미중간의 올바른 관계”라고 말한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시진핑과 키신저가 이번에 회담을 했던 장소도 반세기전 키신저가 당시 저우언라이를 만났던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 5호실이었다. 그만큼 중국은 간절하다는 뜻일 거다.


그러나 중국 입장에서 안타까운 것은 키신저가 지금의 바이든 행정부에 별 영향력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고, 그렇다고 해서 대 중국 정책을 수정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러니 중국이 좌절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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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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