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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英 MI6수장, “수모당한 푸틴, 전쟁 추진력 잃었다!” - MI6수장, "러 체제 이미 균열…푸틴, 체면 지키려 타협" - 푸틴이 드러낸 허약함이 얼마나 충격적이었는지 설명 - 프리고진은 건재. 푸틴과 타협 이루어져, 아프리카 사업도 지배
  • 기사등록 2023-07-21 04:49:51
  • 수정 2023-07-21 04:5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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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6수장, "러 체제 이미 균열…푸틴, 체면 지키려 타협"]


영국 정보기관 해외정보국(MI6)의 수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 내에서 굴욕적인 수모를 당했으며, 이젠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속할 추진력까지 상실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고해 주목을 끌고 있다.



미국의 폴리티코(POLITICO)는 19일(현지시간) “영국의 MI6 수장 리처드 무어(Richard Moore)가 푸틴 대통령의 측근에 깊은 균열이 생기고 있으며,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추진력을 되찾을 가능성은 거의 없어 압박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폴리티코는 체코 프라하의 봄 55주년 기념일을 맞아 프라하 주재 영국 대사관에서 리처드 무어 국장과 인터뷰를 했다.


MI6는 할리우드 영화 '007' 시리즈로 잘 알려졌지만 실제 활동은 베일에 가려져 있다. 수장이 대외 인터뷰를 하는 것도 매우 드문 일이다. 영국 정부는 1994년에야 MI6의 존재를 인정했다. 무어 국장은 MI6 내부에서 이니셜 'C'로 불린다.


*바그너그룹 프리고진 관련


무어 국장은 이어 “프리고진의 반란이 푸틴 20년 집권 동안 최대의 위기였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바그너그룹이 고속도로를 질주해 수도 모스크바 125㎞ 앞까지 진격했다”며 “이로 인해 푸틴은 모종의 압박을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바그너그룹의 에브게니 프리고진이 모스크바 진격 이후 그에게 사면을 제안한 것도 러시아 지도자에게는 굴욕적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무어 국장의 지적대로 러시아 정부는 쿠데타가 발생한 지 1주일도 안 된 6월29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스스로 ‘반역자’라고 비난했던 프리고진을 비롯한 바그너 그룹 사령관들 35명을 크렘린 궁으로 초청해 3시간 동안 만났다고 발표한 바 있다.


무어 국장은 이와 관련해 “푸틴은 어느 정도 압박감을 느끼고 있었다”며 “프리고진은 완전히 푸틴이 만들어낸 창조물이었지만 푸틴에게 덤볐고, 푸틴은 프리고진에 맞서 싸우지 않았다. 벨라루스의 도움을 받아 곤경에서 벗어났다. 따라서 내가 그의 머릿속을 볼 수는 없지만, 햄릿을 인용하자면 그는 국정에 심각하게 썩은 것이 있다는 걸 깨달아야 했고, 결국 딜을 했다”고 말했다. 다시말해 “푸틴이 햄릿처럼 오락가락하다가 현실을 인식하고 타협했다”는 의미다.


결국 겉으로는 당시 협상을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주도하고 협상 결과를 푸틴 대통령이 승인한 것처럼 보였지만, 실상은 푸틴과 바그너그룹 수장인 에브게니 프리고진이 무장봉기를 끝내기로 합의했고, 수일 뒤 프리고진이 크렘린을 찾아 환영을 받았다는 것이 무어 국장의 설명이다.


무어 국장은 “바그너가 쿠데타를 일으켰던 그 주말 크렘린은 그야말로 대혼란에 빠졌다”면서 “권력 핵심에도 상당한 변화가 있었다”고 말했다. 무어는 “24일 당일 푸틴의 행동을 보면 크렘린의 당혹감이 잘 드러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6월24일 프리고진은 아침 식사때 반역자로 시작해서, 저녁 식사 무렵까지는 사면을 받았고, 며칠 뒤에 크렘린의 티 모임에 초대됐다. 그래서 MI6의 수장이라 할지라도, 이같은 급속한 권력핵심 변화 속에서 누가 핵심세력에 들어오고, 누가 쫓겨났는지를 파악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고 무어 국장은 말했다.


이와 관련해 미 콜로라도주 아스펜에서 열린 국가안보회의에 참석한 제임스 클레벌리 영국 외교장관도 “반란은 좋은 모습이 아니다. 푸틴이 절대 상황이 정상적이거나 좋은 소식으로 포장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최초의 두드러진 균열이 우크라이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유럽연합(EU) 등에서가 아닌 러시아 체제에서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MI6의 무어 국장은 이어 “프리고진은 여전히 건재하며 아프리카에서의 바그너그룹 역시 여전히 별 문제없이 활동중”이라면서도 “바그너그룹은 앞으로 우크라이나에서는 작전을 전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프리고진은 19일(현지시간) 쿠데타 이후 처음으로 자신이 벨라루스의 한 군사 캠프에서 발언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을 텔레그램에 올렸다. 프리고진은 이 영상에서 벨라루스에 온 용병들에게 “벨라루스에 온 것을 환영한다”며 “현재 전선에서 벌어지는 것은 우리가 관여할 필요가 없는 치욕이고, 우리의 패기를 온전히 보여줄 때까지 우리는 기다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프리고진은 또한 “일정 기간 여기 벨라루스에 머무르기로 결정했고, 우리는 벨라루스 군대를 세계 두 번째로 강한 군대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벨라루스 정부가 바그너가 자국군을 훈련할 것이라고 말했던 것과 일치한다.


뉴욕타임스와 BBC 방송 등은 이 영상이 찍힌 장소가 벨라루스의 수도 민스크에서 남동쪽 약 80㎞ 떨어진 곳에 바그너 용병들을 위해 마련된 임시 캠프에서 촬영된 것임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무어 국장은 우크라이나의 대반격 속도가 너무 느리다는 지적에 대해 “우크라이나군의 지휘관들은 병사들의 목숨을 아끼며, 그래서 더 신중하게 움직인다”며 “우크라이나군은 지난 한달 간 러시아군이 1년간 달성한 것보다 많은 영토를 회복했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서방의 목표는 결코 푸틴을 모욕하려는 것은 아니다”면서 “아무도 푸틴을 모욕하려 하지 않는다. 강대국 러시아를 얕잡아 보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클레벌리 외교장관은 러시아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패배하고 철수한 사실을 지적하면서 “지금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는 징후가 보인다”고 덧붙였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도 지난 주 “푸틴은 이미 전쟁에서 졌다”고 말했으며, 마크 밀리 미 합동참모의장도 지난 18일 “러시아군의 지휘통제 시스템이 전략적 혼란을 겪고 있으며 어려움에 처해 있는 듯하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관련


무어 국장은 또한 전쟁 종식을 위한 협상론과 관련해 “모든 분쟁은 협상으로 끝나지만 평화의 조건을 정하는 것은 우크라이나이지, 우리가 아니다”라며 “우리가 할 일은 그들이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러시아가 가는 길은 아주 명백하다”며 “우크라이나에서 군대를 철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드론을 둘러싼 이란의 혼란]


무어 국장은 러시아에 드론을 제공해 온 이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란은 우크라이나 군대와 도시에 테러를 가한 드론을 제공하면서 푸틴의 침공을 지지해 왔지만, 이에 대해 MI6 의 무어 국장은 “드론 제공이 이란 지도자들 사이에서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무어 국장은 이어 “우크라이나 도시에 무작위 파괴를 가한 자살 드론을 러시아에 공급하기로 한 이란의 결정은 테헤란 정권 최고위층에서 내부 다툼을 불러 일으켰다”면서 “이란은 아마도 현금을 벌고 러시아에 대한 지원의 대가로 군사적 노하우를 받기로 결정했을 것”이라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군사적 지원이 이란에 주는 피해 측면에서 지도부간 내분이 생겼다고 지적한 것이다.


실제로 이란은 한 켠에서는 러시아에 살상용 드론을 제공하고 있지만, 다른 한 편에서는 그러한 사실 자체를 부인하면서 이란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휩쓸리는 것을 회피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MI6의 관심은 중국]


무어 국장은 러시아도 문제지만 영국의 큰 걱정은 중국에 있다는 말도 했다.


그는 “다른 임무보다 중국에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라며 “중국이 그만큼 세계 무대에서 중요해졌고, 중국 정부가 어떤 것을 할 수 있는지 알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MI6 수장의 공개인터뷰가 주는 의미]


사실 그동안 서방 정보당국은 러시아 내부에서 불거진 갈등을 종종 외국 정보기관들이 사주한 것이라고 했던 크렘린의 주장에 악용되지 않으려고, 그동안 이 ‘실패한’ 반란에 대해 말하는 것을 꺼려왔다.


이런 상황에서 MI6의 수장이 공개적으로 러시아와 푸틴이 처한 상황을 세세하게 설명한데는 상당한 이유와 의미가 있다고 할 것이다.


이에 대해 CNN은 “MI6 수장이 러시아 상황에 대해 공개적으로 연설을 한 것은 그 주말에 푸틴이 드러낸 허약함이 얼마나 충격적이었는지를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MI6 수장 무어가 발언한 장소인 프라하는 우크라이나 이전에 러시아 탱크들이 진격했던 마지막 유럽 국가 수도이기도 하다. 바로 이 점을 무어 국장도 “프라하가 우크라이나에 대해 이야기하기 좋은 장소”라면서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결국 무어 국장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지금 러시아의 상황이 우리가 흔히 상상하던 철권통치의 국가도 아니고, 세계 제2위의 국방력을 자랑하던 그런 나라도 아니라는 것이다.


이러한 견해는 무어 국장이 했던 말, 즉 “푸틴은 분명히 압박을 받고 있다. 그런 일(쿠데타)이 일어나리라고 예상했다면, 바그너가 로스토프나도누(바그너 그룹이 점령한 러시아 남부 군사 거점 도시)를 점령하고, 모스크바에서 125km 이내까지 도달하게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 한 말에 모두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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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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