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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푸틴의 딜레마, “가면 체포, 안 가면 '겁쟁이'”, 결국 불참선택 - 푸틴과 남아공, 브릭스 정상회의 딜레마 - ICC, ‘아동 납치’ 혐의, 푸틴 체포영장 발부 - '러 침략범죄 처벌' 특별재판소도 설립된다
  • 기사등록 2023-07-20 11:5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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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브릭스 정상회의 딜레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다음 달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리는 브릭스(BRICS) 정상회의를 두고 딜레마에 빠졌다. 러시아 외교에 있어 사실상 가장 중요한 협력체라 할 수 있는 브릭스 정상회의라 당연히 참석해야 하지만,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의해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범죄로 체포영장이 발부되어 있어서다. 가자니 체포당할 수 있고, 불참하자니 ‘겁쟁이’라고 조롱받을 수 있어서 푸틴은 진퇴양난에 빠졌다.



뉴욕타임스는 18일(현지시간) “다음 달 개최되는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정상회의가 '푸틴 체포' 문제로 주목을 받고 있다”면서 “푸틴은 당연히 이 자리에 참석해야 하지만 ICC의 체포영장 문제로 인해 참석 여부가 주목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NYT는 특히 “친러 성향인 남아공의 시릴 라마포사(71) 대통령은 브릭스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푸틴 대통령을 체포하게 된다면 이는 러시아에 선전포고를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엄포를 놓았지만, 남아공은 ICC 회원국이어서, 푸틴 대통령이 영토 안에 들어갈 경우 영장을 집행할 의무가 있다는 점에서 딜레마가 있다”고 밝혔다.


[ICC, ‘아동 납치’ 혐의, 푸틴 체포영장 발부]


1998년 7월 17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유엔 전권(全權) 외교사절회의에서 각국 대표들은 전쟁 범죄를 단죄하기 위한 상설 재판소인 국제형사재판소(ICC)를 설립하기로 하는 내용의 ‘로마 규정(Rome Statute)’을 채택했다. 이 규정을 근거로 2002년 7월 1일 ICC가 출범했다. 본부는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다. 국경 분쟁 등 국가 간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1945년 헤이그에 설립된 유엔 국제사법재판소(ICJ)와는 별개 기구다.


ICC의 출범 이전까지는 민사와 관련된 국제법 위반에 대해서만 처벌했다. 그렇기 떄문에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전범들을 처벌한 ‘뉘른베르크 재판’이나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군 전범들을 단죄한 ‘극동국제군사재판(도쿄 전범재판)’ 등은 사실 임시 형사재판소로 국가 간 조약이나 국가별 비준 같은 법적 근거가 없었다.


그러다가 123개 회원국이 국가 단위로 직접 처벌하기 어려운 반인류적 독재자 등을 처벌하기로 하고 ICC를 출범시켰으며, 문제가 생기면 ICC 독립 검사가 조사하고 회원국들이 뽑은 임기 9년의 판사 18명이 심판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러한 규정에 따라 지난 3월 국제형사재판소(ICC)는 푸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한 바 있다. ICC는 푸틴에 대해 우크라이나 지역의 어린이들을 러시아 연방으로 강제 이주시킨 혐의에 대해 전쟁범죄라고 판단해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물론 러시아 정부는 부모를 잃은 아이 등을 인도적 이유로 자국에 데려간 것이라며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반발했지만, 우크라이나와 ICC는 전쟁 이후 1만 6000여 명의 아이가 불법 납치됐다고 보고 있다. 어린이 납치 문제는 지금도 계속 문제들이 불거지고 있고 그 수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텔레그래프는 지난 7월 3일, “약 70만명의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이 러시아로 끌려갔다”고 보도해 충격을 주었다. 이 수치도 러시아 상원 국제문제위원장인 그리고리 카라신이 밝힌 수치라는 점에서 주목할만 하다.


로이터통신은 카라신 위원장이 “최근 수년간 우크라이나 어린이 약 70만 명이 총알과 포탄이 난무하는 자국 영토를 떠나 러시아에서 피난처를 찾았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는 작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직후, 작년 8월 우크라이나의 반격에 밀려 동부 및 남부 전선에서 후퇴할 때,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을 집중적으로 데려간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ICC는 지난 2012년, 2002~2003년까지 소년병을 강제로 내전에 동원한 콩고의 반군 지도자 토머스 루방가에게 징역 14년을 선고한 바 있다.


또한 ICC가 현직 국가 원수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한 건 '피의 숙청'을 했던 수단의 오마르 알-바시르 전 대통령과 리비아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푸틴 체포 회피하려는 남아공]


사실 라마포사 대통령의 ‘푸틴 체포시 전쟁’ 발언이 나오게 된 것도 남아공 당국이 푸틴의 브릭스 회의 참석을 가정해 ICC의 영장집행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을 논의하는 가운데 터져 나온 것이라는 점에서 남아공 역시 이 문제를 두고 고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ICC 회원국인 남아공은 당연히 푸틴의 체포영장을 집행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 라마포사 대통령은 남아공 법원의 푸틴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막기 위한 32페이지 분량의 진술서에서 “푸틴을 체포하는 것은 러시아에 대해 선전포고를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면서 “러시아와 전쟁을 벌일 위험을 감수하면서 체포영장을 집행하는 것은 우리 헌법에도 어긋난다”며 체포영장 집행을 반대한 것으로 보인다.


남아공에서 이러한 재판이 열리게 된 것은 남아공의 최대 야당인 민주동맹이 8월 22일~24일 열리는 브릭스 정상회의에 푸틴이 참석하게 된다면, 체포해 달라는 청원을 냈기 때문이다. 법원은 이 사안을 오는 21일 심리할 예정으로 있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이렇게 푸틴의 요하네스버그 행에도 불구하고 체포를 피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진술서에서 각 브릭스 국가 지도자들과 협의 중이며 법원에 협의를 완료할 시간을 달라고 요청했다”고 NYT는 밝혔다.


그래서 브릭스 정상회의를 화상으로 열거나 아예 개최 장소를 남아공이 아닌 중국으로 옮기는 방안도 검토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두 가지 방안 모두 브릭스 회원국들로부터 거부당했다. 더불어 푸틴을 대신해 외무장관이 대신 참석하는 것도 반대했다.


이런 상황에 대해 로이터 통신은 지난 16일(현지시간) “푸틴 대통령은 전날 남아공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면서도 (참석 여부를) 자세히 밝히지 않았다”며 “러시아와 남아공 모두에 외교적 딜레마인 상황”이라고 전했다.


바로 이러한 상황이 푸틴에게는 딜레마라는 것이다. 브릭스 회의에 초청을 받았기 때문에 당연히 참석해야 하지만 그럼에도 가지 않을 경우, 체포될까 두려워서 불참했다는 '겁쟁이 푸틴'이라는 조롱을 들을 수 있어서다.


[남아공 정부도 딜레마]


브릭스 정상회의에 푸틴 참석은 친러성향인 남아공에게도 딜레마다.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이 소속된 여당 아프리카민족회의(ANC)는 옛 소련 시절부터 지원을 받으며 러시아와 공고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지난해 유엔(UN)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는 총회 결의안을 낼 때도 남아공은 기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아공이 ICC 회원국인 만큼 영장 집행에 협조하지 않을 명분이 없다. 이 떄문에 남아공의 라마포사 대통령은 지난 4월, ICC의 체포영장이 발부되자마자 ICC 탈퇴를 공표했지만 만 하루도 되지않아 이를 번복했다. 푸틴 체포에 반발해 ICC를 탈퇴하는 게 득보다 실이 더 많기 때문이었다.


이와 관련해 폴 마샤틸레 남아공 부통령은 14일 현지 매체 뉴스24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그를 체포할 수 없다. 그것은 친구를 집으로 초대하고서 체포하는 것과 같다”며 “이것은 우리에게 큰 딜레마”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냥 푸틴이 오지 않는 게 우리로선 최선의 해결책”이라고 토로할 정도로 남아공은 난처한 입장에 빠져 있다.


그러나 이렇게 푸틴의 참석 여부가 논란이 되는 것 자체를 러시아는 불쾌해 하고 있다. 마샤틸레 부통령은 이에 대해 “러시아인들은 기분 나빠하고 있다. 그들은 푸틴이 (남아공에) 오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마샤틸레 부통령의 대변인은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과 계속 대화하며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부카니 음데 대변인도 “남아공 정부는 현직 국가원수를 체포하는 전례 없는 상황을 매우 경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러 침략범죄 처벌' 특별재판소도 설립된다]


ICC의 푸틴 전범 기소에 이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범죄를 처벌하기 위한 '특별 재판소'도 설립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가을부터 국제사회에서 거론되기 시작한 ‘러시아 침략범죄 특별재판소’는 미국이 공개 지지의사를 표명하면서 불이 붙기 시작했다.


이와 관련해 베단트 파텔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미국은 침략범죄에 대한 특별 재판소 설립을 위해 동맹국과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이 이러한 특별재판소 설립을 추진하는 것은 ICC가 설립 기반인 로마규정에 참여하지 않은 국가에 대해 사법권이 극도로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ICC를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이에 따라 푸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이 집행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이런 배경에서 별도의 특별 재판소 설립안이 대안으로 거론돼 왔다.


2차 세계대전 직후 나치 독일 전범 처벌을 위해 독일 뉘른베르크에 개설했던 국제군사재판소처럼 별도의 재판정을 설립해 침략 범죄자를 조사하고 책임자들을 처벌하자는 의도다. 특별재판정이 실제로 설립된다면 2차대전 이후 처음으로 침략범죄자 처벌이 추진되게 된다.


특별재판소 설립은 지난해 11월 유럽연합(EU)이 제안했고, 유럽의회는 이 방안을 통과시켰다. 이어 캐나다와 체코도 특별재판소 설립을 지지했다. 이렇게 푸틴은 전쟁이 끝나는 대로 특별재판소나 ICC법정에 회부되어 심판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푸틴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도 바로 이것인지 모른다.


['ICC 영장' 푸틴, 남아공 브릭스 정상회의에 불참]


그래서일까? 푸틴은 결국 브릭스(BRICS) 정상회담에 불참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다음 달 브릭스 정상회담을 대면 형식으로 열기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성명은 "정상회담에는 상호 합의에 따라 브라질, 인도, 중국, 남아공 지도자들이 참석할 예정"이라며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불참하며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부 장관이 대신 참석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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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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