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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또 자멸의 길 가는 중국 반도체 - 중국 최대 파운드리 SMIC, 회장 전격 교체 - SMIC회장의 전격 교체, 시진핑 직할 체제 운영위한 것 - 중국에서 국영기업 성공전례 없어, SMIC도 실패의 길 갈 것
  • 기사등록 2023-07-19 12: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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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대 파운드리 SMIC, 회장 전격 교체]


중국 공산당 정권이 이젠 반도체사업까지 직접 하겠다고 나섰다. 이를 위해 중국 당국은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사 SMIC(中芯國際·중신궈지)의 수장을 1년여만에 교체했다. 중국 당국이 이러한 조치를 취한 것은 결국 시진핑 주석이 밀고 있는 ‘국진민퇴(國進民退)’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8일, “SMIC가 17일 밤 성명을 통해 30년 경력의 경영 전문가 류쉰펑(58)을 신임 회장으로 임명했다”면서 “'직무 조정'에 따라 가오융강 회장은 이날부로 즉시 모든 직책에서 사임했다”고 보도했다. SMIC 최고재무책임자(CFO) 출신인 가오융강은 지난해 3월 이 회사 회장으로 취임했다.


이번에 회장으로 선임된 류쉰펑은 화학자 출신으로 현재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전국위원이며, 중국석유화학공업연합회 부회장 등 다수의 직책을 겸하고 있다. 한마디로 철저하게 공산당 핵심 요원이라는 의미다.


SCMP는 이번 인사와 관련해 “SMIC 최고위직의 개편은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규제가 강화하는 가운데 중국 당국이 SMIC에 대한 통제권을 어떻게 강화하는지를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SCMP는 이어 “2000년대 초반 대만 출신 엔지니어들이 주도해 상하이에 설립한 SMIC는 짧은 역사에서 여러 차례 이사진 교체를 경험했다”고 덧붙였다. 가오융강에 앞서 2015년부터 6년간 SMIC를 이끌었던 저우쯔쉐 회장은 2021년 9월 건강상의 이유로 사직했다.


같은 해 11월에는 SMIC가 의욕적으로 부회장으로 영입했던 대만 TSMC 출신의 반도체 업계 거물 장상이가 1년도 채 버티지 못하고 회사를 그만뒀다. 장상이의 사직을 두고 당시 외부에서는 SMIC 고위층 간 내분에 따른 결과라는 관측이 파다했다.


지난해 8월에도 영국의 세계적 반도체 설계회사 ARM의 튜더 브라운 전 대표가 SMIC 이사진에서 물러난 바 있다.


[SMIC회장이 전격 교체된 배경은?]


중요한 것은 중국이 거국적으로 반도체 자립 분위기를 띄우고 있는 이 시점에 중국 반도체의 대명사라 할 수 있는 SMIC의 수장을 하필 반도체 전문가도 아닌 공산당 핵심 요원을 앉혔느냐 하는 점이다.


이는 한마디로 시진핑 주석의 의중과 깊이 연관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 5일 '디리스킹'(de-risking·위험제거)으로 일컬어지는 미국의 첨단기술 산업 공급망 재편 속에서 중국 반도체 제조의 허브로 꼽히는 장쑤성 쑤저우의 공업단지를 찾아 산업발전 상황 등을 청취하고 각종 전시물을 둘러본 뒤 “첨단과학기술단지는 과학기술 자립자강에서 중대하고 영광스러운 역사적 사명을 짊어지고 있다”면서 과학기술 자립자강을 강조했다.


시진핑은 이어 “과학기술혁신과 산업혁신의 연계를 강화하고 기업을 중심으로 산학연의 심층적인 융합을 강화하며 과학기술 성과 전환과 산업화 수준을 높여야 한다”며 “신기술로 신산업을 육성하고 산업의 업그레이드를 이끌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국제협력을 계속 확대해 개방과 혁신의 세계 일류 첨단과학기술단지를 힘써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연구원들을 향해서도 “국가의 현대화 건설은 젊은이들에게 광활한 무대를 제공했고, 모두 역사적 기회를 잘 잡아 과학기술의 최고봉에 올라야 한다”며 “반드시 민족 부흥에 대한 자신의 공헌을 자랑스럽게 여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진핑 주석이 이렇게 중국 반도체 제조의 중심 기지인 장쑤성을 찾은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날이 갈수록 미국의 디리스킹 정책이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은 어쩔 수 없이 반도체 등의 첨단산업 부문에서 엄청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반도체 등의 산업이 중국의 미래와도 직결됨에도 불구하고 미국과의 경쟁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지금 중국 공산당 정부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반도체 굴기를 통해 다시 미국을 추월할 기회를 호시탐탐 엿보고 있다.


이런 차원에서 ‘과학기술 자립자강론’이 나온 것이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는 지난 5월 29일, “중국 공산당이 과학기술 자립·자강을 강조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글을 모은 책을 최근 전국에서 발행했다”고 전했다.


중국 공산당 중앙 당사·문헌연구소가 '과학기술 자립·자강을 논하다'라는 제목으로 펴낸 시 주석 문집에는 과학기술 자립·자강을 주제로 한 시 주석의 원고 50편이 수록됐고, 일부는 이번에 처음 공개됐다고 인민일보는 전했다.


첨단 반도체 분야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려는 미국의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 공세가 본격화하는 가운데, 시 주석은 최근 기회가 있을 때마다 과학기술 자립·자강을 강조해왔다.


일례로 시 주석은 지난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장쑤성 대표단의 법안 등 심의 회의에 참석한 자리에서 "우리가 예정대로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을 전면적으로 건설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과학기술의 자립과 자강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또 같은 달 베이징에서 열린 군과 무장경찰 부대의 전인대 대표단 회의에 참석한 자리에서도 "높은 수준의 과학기술 자립과 자강에 속도를 내야 한다"며 국방과학기술 공업이 더욱 더 '강군승전(强軍勝戰)'의 방향에 기여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시 주석은 3월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계기에 결정한 당·정 조직개편을 통해 당 중앙 과학기술위원회를 신설하며 반도체 등 핵심 기술 관련 '돌파구' 마련을 자신이 직접 독려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시진핑 주석이 이렇게 과학기술 자립자강을 연이어 강조하고, 공산당이 직접 이 부문에 개입하고 지도하도록 하겠다는 것은 일견 시진핑 주석의 과학기술에 대한 관심도를 반영한다고도 볼 수 있지만 사실은 바로 이 분야가 결국 중국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다는 점을 시진핑도 인지하고 있다는 것이고, 미국의 디리스킹 정책이 강화될수록 시진핑은 마음이 조급해질 수밖에 없다.


시진핑이 이번에 SMIC에 대해 수장을 공산당 핵심 요원으로 교체한 것도, 중국 당국이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있는 SMIC를 이젠 경영부터 시작해 모든 부분을 시진핑 직할로 두고 직접 관리하겠다는 의지로 읽혀진다.


특히 SMIC가 지금의 주력은 28나노이기는 하지만, 앞으로 중국에서 유일하게 14나노미터(㎚·10억분의 1m)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이라고 판단하고 있다는 점에서 SMIC를 민간에 맡기기 보다 국가가 직접 개입해 반도체굴기를 추동하겠다는 의지를 이번 인사를 통해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SMIC의 공산당 직할화, 과연 성공할까?]


그렇다면 시진핑의 뜻대로 공산당 직할로 변경된 SMIC가 제대로 굴러갈 수 있을까? 사실 중국 공산당의 시진핑 정부는 이미 국가경제에 있어 당(黨)의 개입을 더욱 강화해 왔다. 심지어 민간기업에도 공산당 조직을 만들게 하면서 국가(당)가 직접 민간기업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었다.


공산당 당장(黨章)은 이렇게 규정하고 있다.


'당원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당조직을 건설해야 한다. 3명 이상의 당원이 모이면 당지부(黨支部)'를 만들 수 있고, 50명이면 당총지부(黨總支), 100명 이상이면 당위원회(黨委)를 설립할 수 있다.'

그런데 이번 SMIC의 경우는 그러한 당위원회를 통한 관리로도 적절치 않다고 판단해 아예 직할체제로 변모시킨 것으로 판단된다. 분명한 것은 중국에 있어 국영기업이 성공한 예가 없다는 것이다.

지금의 중국경제를 만든 장본인도 국영기업이 아닌 민간기업이었다. 그 민간기업이 중국 일자리의 90%를 만들었다는 통계도 있다. 중국의 국영기업이 얼마나 부패하고 무능한지는 이미 중국 경제의 현실을 통해 입증되었다.


지금의 중국경제 상황만 봐도 결국 시진핑이 주도했던 국진민퇴가 실패했음을 보여준다. 중국 공산당 리스크의 진면목을 보여주었던 빅테크에 대한 강력한 제재가 어떠한 후유증을 일으켰는지 이미 결과가 말해준다. 이제야 잘못을 깨달은 중국 당국이 이들 기업에 대해 달래기에 나서보지만 사후약방문이다.


급기야 중국의 거시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고위 당국자가 민간기업가들에게 경영 환경 개선을 거듭 약속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17일 중국중앙인민라디오방송 인터넷판인 앙광망에 따르면, 정산제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 주임은 이날 오전 민간기업 관계자들을 불러 연 간담회 자리에서 “민영경제의 발전 환경 개선에 힘쓰고, 민영경제의 발전을 촉진하는 데 힘을 합치겠다”고 말했다.


중국은 최근 경제 부문 장관급 인사들이 잇따라 기업 좌담회를 열면서 소통 활성화와 정책적 지원을 약속하고 있다. 경제난 속에 중앙정부가 직접 민간기업과 외자기업에 과감한 투자를 유도하는 신호를 발신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중국 당국이 결국 국진민퇴 정책이 실패했음을 알면서도 시진핑 주석에게 감히 이 정책의 과오를 설명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러다보니 정부당국의 이러한 민간기업 지원 발표가 립서비스로 끝나는 일들이 허다한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SCMP도 이날 “중국 당국이 민간기업에 대한 지원 약속을 잇달아 내놓았지만, 정작 실행 조치는 부족하고 국영기업과의 차별도 여전해 당국의 약속이 갈수록 '립 서비스'로 인식되고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SMIC도 같은 차원에서 볼 수 있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중국 공산당의 입김이 강하면 강할수록 SMIC는 망가질 것이다. 그 말은 중국 반도체의 자립의 길이 갈수록 멀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중국은 이렇게 또다시 반도체 자립 실패로 가는 길을 선택했다. 이를 가리켜 우리는 ‘시진핑 리스크’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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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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