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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푸틴 흑해곡물협정 중단, 나토·러 직접충돌 우려 커졌다 - 우크라 곡물 수출길 또 가로막은 푸틴 - 푸틴의 식량무기화 여파, 나토와 정면 충돌 부를 가능성 - 크름대교 폭발도 흑해 곡물협정에 영향
  • 기사등록 2023-07-19 04:5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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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곡물 수출길 또 가로막은 푸틴]


러시아의 푸틴이 또다시 ‘식량 무기화’ 카드를 꺼내 들었다. 러시아가 전쟁 중에도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을 가능케 했던 ‘흑해 곡물 수출 협정’을 더 이상 인정하지 않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17일(현지시간) “러시아 당국이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을 더 이상 용인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했다”면서 “유엔은 이로인해 중동과 아프리카 일부 국가가 기근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는 작년 기준 세계 옥수수 수출량의 12%, 밀 수출량의 9%를 차지하는 농업 대국이다. 세계식량계획에 따르면, 전쟁 전만 하더라도 우크라이나가 전 세계 약 4억 명을 먹일 수 있는 양의 곡물을 생산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지난 5월 18일 60일간 연장된 협정이 오늘 만료됨에 따라 흑해 곡물 협정은 사실상 효력이 없어졌다”며 “러시아가 관련된 부분(러시아산 곡물과 비료 수출 허용)이 실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러시아는 지난 해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흑해를 봉쇄했다. 이후 우크라이나산 곡물 수출이 막히면서 국제 밀 가격이 폭등하고, 중동·아프리카 저개발국에선 식량난이 초래되면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7월 유엔과 튀르키예(터키)의 중재로 흑해에서 곡물 수출선의 안전을 보장하는 120일짜리 흑해 곡물 협정을 맺었다.


협정 체결 후 세계 곡창지대인 우크라이나는 전 세계에 비교적 안정적으로 곡물을 공급할 수 있었다. 더불어 러시아산 곡물과 비료도 함께 수출할 수 있었다.


러시아는 이후 4차례에 걸쳐 2~4개월씩 이 협정을 연장해 왔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러시아산 곡물과 비료 수출 재개가 서방의 비협조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협정 탈퇴를 계속 위협해 왔다.


그런데 러시아 곡물과 비료 수출이 제대로 재개되지 않은 이유는 미국 등 서방의 대러 제재로 러시아 은행의 국제 자금 거래가 막혔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은 현재 러시아 농업 은행 자회사를 통해 곡물·비료 수출 대금 결제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와 관련해 페스코프 대변인은 “러시아가 요구한 내용이 실행되면, 협정 연장과 그 이행에 즉각 복귀할 것”이라며 여지를 남겼다. 러시아는 그간 연장 조건으로 우크라이나 침공 후 서방의 제재로 수출길이 막힌 러시아산 농산물의 수출 재개, 우크라이나를 관통하는 러시아산 비료 수송관의 가동 재개 등을 요구해 왔다. 서방이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풀어준다면, 그때 러시아도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을 다시 보장하겠다는 의미다.


[푸틴에게 쏟아지는 비난]


푸틴이 결국 식량무기화 카드를 꺼내들자 세계 각국에서는 푸틴을 향한 비난의 화살들이 쏟아졌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17일(현지시간) “세계의 모든 국가들이 푸틴의 식량무기화를 지켜보고 있다”면서 “러시아가 전 세계적으로 식량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식량을 거부하고 많은 국가들이 계속해서 매우 어려운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는 시기에 물가 상승에 기여한 책임이 있음을 알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블링컨 장관은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미국 및 기타 국가들이 흑해 또는 철도 및 도로와 같이 곡물을 안전하게 시장으로 운송할 수 있는 다른 옵션이 있는지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이날 “아무도 국가의 식량 안보를 파괴할 권리가 없다”면서 “크렘린궁이 세계의 식탁을 향해 행하는 위협과 협박에 대해 전세계가 이를 허용하지 않을 것임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도 이날 “러시아가 전 세계에 식량 위기를 조성하고 있다”면서 “유엔이 나서서 이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요청했다.


[푸틴의 식량무기화, 그 여파는?]


중요한 것은 푸틴의 식량무기화가 가져올 파장이다. 물론 당장은 세계 식품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더라도 중기적으로는 부담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AFP 통신은 17일(현지시간) “흑해곡물협정 붕괴로 인한 즉각적인 타격은 거의 없겠지만 중기적으로는 시장에 긴장을 주고 식품 가격을 압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기적으로 현재 북반구가 수확 시즌을 맞이하고 있다는 것도 협정 만료의 즉각적인 충격을 더는 데 도움을 줬다.


또한 흑해 항로가 막힐 것을 대비해, 유럽연합(EU)은 동유럽 등 육로와 강을 통해 우크라이나산 농산물을 수입하는 '연대 회랑'(Solidarity Lanes)을 이용해왔다. 농업 싱크탱크인 팜 파운데이션은 우크라이나 농산물 수출의 절반가량이 이 연대 회랑을 거치는 것으로 추산했다. EU는 우크라이나와 철도 연결을 강화해 육상 수출입을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할 수 있다.



그러나 진짜 본질적인 문제는 푸틴의 식량무기화 카드로 인해, 나토(NATO)와의 정면 충돌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마국의 시사주간지인 뉴스위크는 17일(현지시간) 전 NATO 연합군 최고사령관 제임스 스타브리디스(James Stavridis)의 말을 빌어 “푸틴 대통령이 흑해 곡물 거래를 철회하기로 한 결정은 NATO 전함과 ‘직접 대결’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스타브리디스 제독은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나토가 오데사와 같은 우크라이나 항구를 오가는 인도주의적 곡물 및 비료 운반 선박을 호위할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나토 군함은 잠재적으로 러시아 해군과 직접 대치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추정을 하는 것은 러시아 해군이 흑해를 마음대로 봉쇄하고 지배하도록 내버려 둘 수 없기 때문이다. 스타브리디스 제독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효과적으로 봉쇄하도록 허용하는 것은 나토 입장에서 중대한 실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니 나토군이 우크라이나 선박의 호송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한 러시아 흑해함대의 움직임은 튀르키예 에르도안 대통령의 의중과 떼려야 뗄 수 없다. 에르도안이 흑해함대의 목줄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에르도안 대통령이 미국 등의 서방진영과 밀착현성을 보이는 것에 대해 푸틴이 분노하면서 에르도안 대통령의 생각과는 다르게 흑해곡물협정을 파기했을 가능성도 있다.


이런 측면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이 러시아의 결정을 무시하고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송을 지원하게 된다면 러시아는 난처한 입장에 빠질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지정학 전략가 알프 세빔리소이는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흑해와 동부 지중해에서 궁극적인 최고 권력을 가진 튀르키예군의 도움으로 곡물 수출을 계속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빔리소이는 “튀르키예군은 러시아 연방을 능가하는 수준의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곡물 계약은 처음부터 튀르키예의 국가 안보 교리의 일부이기 때문에, 크렘린은 어떤 식으로든 곡물 선적을 방해할 수 없으며, 튀르키예군 최고 사령부의 완전한 분노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측면에서 튀르키예가 우크라이나의 곡물수송을 지원하게 된다면, 푸틴도 어쩔 수 없이 흑해곡물협정에 동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푸틴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틴다고 해서 아무런 실익이 없기 때문이다.


[크름대교 폭발도 흑해 곡물협정에 영향]


한편, 17일 발생했던 크름대교 폭파사건도 푸틴의 흑해곡물협정 파기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일단 크렘린궁의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협상이 사실상 끝났다”면서 “이번 협정 파기가 크름 반도의 케르치 해협 다리에 대한 공격에 근거한 결정은 아니다”고 설명했지만, 투르키예 에르도안 대통령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흑해곡물협정을 파기한데는 크름대교 폭파사건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된다.


사실 크름대교(케르치 대교)는 ‘푸틴의 자존심’이라 부를 만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점에서 우크라이나에 의한 크름대교 폭파는 푸틴의 공격성에 불을 붙인 계기가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푸틴은 크름대교 폭파 하루 뒤인 18일(현지시간) 드론(무인기)과 미사일을 동원해 우크라이나 남부와 동부 지역에 대규모 공습을 가했다.


우크라이나 공군은 텔레그램 메시지 앱을 통해 남부 오데사 항구와 미콜라이우·헤르손·자포리자, 중부 드니프로페트로우스크, 동부 도네츠크 등의 지역이 드론 공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또 중부 폴타바와 체르카시·키로보흐라드·드니프로페트로우스크 지역과 동북부 하르키우 지역은 탄도미사일 공격으로 추정되는 공습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중요한 것은 우크라이나에 의한 크름대교 공격은 크름반도 탈환의 서막이라고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우크리아니군이 크름반도를 탈환한다는 것은 또한 러시아 흑해함대의 무력화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크름반도를 두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의 쟁탈전이 본격 라운드에 들어섰다고 봐도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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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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