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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장고 끝에 악수 둔 중국, 탈중국 재촉한 시진핑 외교 - 탈중국 필요성 일깨운 中 광물 수출제한 - 중국의 수출통제. 오히려 수익 잃게 되고 외면 당할 것 - EU외교수장 방중도 취소한 中, 보복외교로 고립 자초
  • 기사등록 2023-07-09 04: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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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갈륨·게르마늄 수출통제 준비 착수]


중국이 내달 1일부터 시행한다고 발표한 갈륨과 게르마늄 수출 통제 조치가 제발등을 찍게 될 것이며, 이로 인해 중국의 희토류 장악력도 쇠퇴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또한 EU의 수장과 갈등의 골을 깊게 만든 것도 대단한 외교적 실수라는 지적도 있다. 결국 장고 끝에 악수를 둔 것이며 이로 인해 중국을 향한 디리스킹은 더욱 강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난 4일 중국 상무부가 8월 1일부터 갈륨과 게르마늄의 수출 통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이로인한 파문이 확산되면서 미국을 비롯한 G7국가까지 강력 대응에 나설 것을 천명하자, 중국 상무부의 줴팅 대변인은 6일, “중국 정부의 수출 통제는 특정 국가를 겨냥한 것이 아니다”면서 한 발 물러섰지만 이로인한 후유증은 상당히 클 것으로 예상된다.


6일 중국 관영 환구시보에 따르면, 중국 상무부는 “지난 3일 갈륨과 게르마늄 수출 통제 조치를 발표하기에 앞서 미국과 유럽에 미리 관련 방침을 알렸다”면서 “갈륨과 게르마늄 관련 품목은 군용·민수용의 이중용도 속성을 명확히 갖고 있기 때문에, 갈륨과 게르마늄 관련 품목 수출 통제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방식이고, 세계 주요 국가들은 보편적으로 일부 품목을 통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중국 상무부의 반응은 4일의 두 광물에 대한 수출규제를 처음 발표할 때와는 상당히 분위기가 다르다. 중국 지도부의 강경기조를 대변하는 환구시보(環球時報)는 5일 “중국이 반도체 재료 갈륨과 게르마늄에 대한 수출통제를 강화한 게 미국이 주도하는 대중 반도체 규제에 대한 보복 조치”라며 “중국 상무부의 갈륨과 게르마늄에 대한 조치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수동적으로 퇴출당하지는 않겠다는 사실을 미국과 그 동맹국에 경고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환구시보는 “갈륨과 게르마늄 제품의 수출 관리를 엄격히 하고 허가를 받도록 한 건 미국과 동맹국에 중국 기술개발을 억제하려는 노력이 오판이라는 점을 실제적인 방식으로 전달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환구시보는 “중국이 오랜기간에 걸쳐 세계 반도체 산업에 공급하고자 환경을 희생하는 대가를 치르며 내부 희토류 자원을 개발해왔다”며 “각국이 그런 공로를 도외시한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환구시보는 그러면서 “중국이 왜 필요한 조정을 못하겠는가. 한정적인 희토류를 소모하면서 미국 주도의 대중 디커플링을 돕는 국가에 더욱 강경한 태도를 취하지 않는가”라며 규제를 확대할 수 있다는 위협을 가하기도 했다.


[탈중국 필요성 일꺠운 中 광물 수출제한]


그러나 이러한 중국의 강경한 태도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왔다. 미국 상무부는 5일(현지시간)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통해 “중국의 수출 제한 방침에 대해 단호하게 반대한다”면서 “이번 조치는 공급망을 다양화할 필요성을 보여준다. 미국은 이를 해결하고 핵심 공급망에서 탄력성을 구축하기 위해 동맹 및 파트너 국가와 협력할 것”이라며 역공에 나섰다.


또한 미국은 이달 말 중국에 대한 인공지능(AI) 반도체 규제 강화와 반도체 같은 첨단 분야 투자 제한 행정명령을 내놓으면서 중국에 대한 디리스킹 정책을 강화할 것임을 예고했다.


물론 이에 따라 중국이 갈륨, 게르마늄에 이어 전기차, 풍력발전 모터 등의 핵심 원료인 희토류나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광물인 리튬으로 수출 통제를 확대할 수 있을 것이지만 그럴수록 미국 역시 중국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이어서 강 대 강의 충돌도 예상된다.



그런데 중국을 향한 가장 큰 역풍은 이번 중국의 조치로 말미암아 공급망 탈중국의 필요성을 중국이 스스로 일깨워주었다는 점이다. 블룸버그는 6일(현지시간) “이번 수출 통제 조치에 주요 7개국(G7)과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산 원료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는 노력을 가속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이어 “이번 조치로 전기차 배터리 등에 사용되는 핵심 원료를 가공하고 조달하기 위해 '디리스크'(de-risk·위험 제거)를 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대두했다”고 진단했다.


중국의 수출 통제 조치로 갈륨과 게르마늄 등 광물 가격이 상승할 경우, 일본이나 캐나다, 미국과 같은 다른 국가에서 이를 조달하는 것이 더 경제적이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도 6일(현지시간)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유럽 최대 아연 제련 기업 니르스타는 “중국의 수출 통제로 인한 광물 공급난을 해결하기 위해 호주 유럽 미국 등에서 갈륨과 게르마늄 수입처를 찾고 있다”고 밝혔다.


스웨덴 통신장비기업 에릭손도 로이터통신에 “(중국의) 조치로 인한 영향을 심층적으로 분석할 것”이라며 공급망 다변화 방침을 시사했다. 세계 최대 차량용 반도체 기업인 독일의 인피니언테크놀로지스는 4일 미국 경제전문 매체 마켓워치에 “(중국의 수출 통제는) 우리의 생산 능력을 방해할 만한 정도의 큰 영향은 보이지 않는다”면서도 “인피니언은 (탈중국을 포함해) 다양한 지역에서 공급업체를 두는 멀티소싱 전략을 따르고 있다”고 했다.


대만 외교부의 리춘(李淳) 정무차장(차관)도 “중국의 이번 조치가 대만·한국·일본 등이 이들 핵심 광물 공급과 관련한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데 속도를 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단기적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입장이며, 일본은 중국 수출 통제 조치의 영향에 대해 분석 중이라고 전했다.


블룸버그는 “이번 조치가 유럽연합(EU) 내에서 단기적으로 공급망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를 불러일으켰다”며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논의에 박차가 가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EU는 앞서 지난달 전기차 배터리 등에 필요한 핵심 원자재의 제3국 의존도를 낮추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핵심원자재법'(CRMA) 입법을 위한 협상안을 채택한 바 있다.


[중국 자폭설 나오는 광물 수출제한]


더더욱 흥미를 끄는 것은 이번 중국의 광물 수출제한으로 인해 오히려 중국이 세계 광물시장에서 지배력을 잃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는 점이다.


중국 상하이에 본사를 둔 컨설팅기업 인트라링크의 중국 반도체 부문 담당인 스튜어드 랜들은 로이터통신에 “중국이 수출을 막으면 (중국이) 수익을 잃게 되고, 나머지 다른 국가들은 대체 공급원을 찾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컨설팅업체 스트랜드 컨설트의 존 스트랜드 최고경영자(CEO)는 “통제 조치의 효과로 가격이 오르겠지만 중국에 미치는 영향만큼 다른 국가에 미치는 영향이 고통스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는 “실제로 중국이 2010년 일본과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 영유권 분쟁 당시 희토류 수출을 통제했지만, 각국이 대체 공급처 확보에 나서면서 중국의 시장 점유율이 감소한 전례가 있다”며 “미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미국·호주 등이 희토류 생산을 늘리면서 2010년 98%였던 중국의 희토류 공급 점유율은 지난해 70%로 낮아졌다”고 밝혔다.


게다가 “이번 통제 대상이 된 갈륨·게르마늄은 희귀한 금속은 아니지만 중국이 비용 경쟁력을 바탕으로 세계 시장을 장악해 왔다”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블룸버그는 이어 “중국이 다른 국가를 제재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은 거대한 자국 시장에 대한 접근을 차단하거나 전략적으로 중요한 상품의 수출을 제한하는 것이지만, 이는 오히려 중국이 피하고 싶어 하는 '디커플링'(decoupling·산업망과 공급망에서의 특정국 배제)을 촉발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싱크탱크 유라시아그룹의 애나 애슈턴 등 연구진도 “수출통제로 중국의 시장 점유율이 떨어질 위험이 있다”면서 “이번 조처는 서방 제조업체가 중국을 떠날 새로운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봤다.


대만 이싸이아리서치의 루시 첸도 “일본·한국·유럽·미국 등에 부차적인 공급업체들이 있는 만큼 공급 부족 위험을 통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결론적으로 “중국이 향후 수출을 제한하지 않더라도, 중국 경제가 미국을 넘어 최강대국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질 수 있는 만큼 미국보다 중국이 잃을 것이 크다”고 봤다.


그러면서 “중국이 타국을 제재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은 거대한 중국 시장에 대한 접근을 막거나 전략적으로 중요한 물자의 수출을 제한하는 것이지만, 이 경우 세계 공급망에서 중국의 지위가 약화할 수 있는 만큼 '딜레마'”라고 주장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의 방중을 일방적으로 취소했다. 중국이 이러한 결정을 한 것은 최근 EU 정상회의가 중국을 중요한 무역·경제 파트너이자 체제적 경쟁자라고 표현하면서 “공급망을 포함한 핵심적인 의존성과 취약성을 줄이고 필요하고 적절한 경우 위험 요인을 제거하고 다각화할 것”이라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의 이러한 보복외교는 오히려 중국의 입지를 더욱 취약하게 만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유럽을 중국 편에 끌어들이가 위해 온 외교진영이 총출동해 외교전을 펼쳤던 것과는 조변석개 식의 표변이기 때문이다.


물론 중국은 EU의 디리스킹에 대한 불만을 그런 식으로 표현했을 것이지만, 그러한 외교가 얼마나 어리석은 짓이었는지는 앞으로 유럽이 중국을 어떻게 대하는가를 보면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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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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